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1)_2
“아이, 엄마. 아침부터 왜 그 래.”
“왜 그래? 왜 그러냐고? 그걸 몰라서 물어! 반년도 넘게 아무 것도 안 하고 쉬었으면 됐잖아. 니 나이 32살이야. 걱정 안 돼?”
“몸 건강히 돌아온 것만 해도 좋다고 할 땐 언제고.”
“이눔이 꼭 매를 벌지! 매를 벌 어!”
미주는 효자손을 집어 들었다.
마왕이 휘두르던 데스 브링어도 눈 깜짝 않던 태식도 미주의 효 자손엔 버틸 재간이 없다.
“너! 정신 똑바로 차려, 이것아! 백수 짓 몸에 배면 안 빠지는 거 몰라! 언제까지 집에서 빈둥거리 고만 있을 거야? 백날 게임만 하 던 상형이는 파프리칸지 비제인 지 뭔지 해서 돈 번다더라!”
“아, 진짜. 1년도 안 됐다, 1년 도. 나 죽을 뻔했다고. 이 세계에 서 마왕을 잡고 왔다니까.”
“또또! 또 그 소리! 한 번만 더 그딴 소리 하면 아주 정신병원에 처넣을 줄 알아! 그놈의 마왕 타 령 그만하고 나가서 일해! 일해 서 돈 벌어 와!”
“알았어, 알았어. 화 좀 그만 내. 우리 엄마 혈압 터지겠네.” “너 때문에 터져! 그리고 방에 있는 금덩이 죄다 치워! 집 무너 져, 집!”
미주가 효자손이 허공을 가른 다.
태산도 두 쪽 낼 기세다.
태식은 후다닥 방으로 도망쳤 다.
“너, 좋은 말로 할 때 그 금덩 이 다 치워! 요즘은 개도 안 물 어가는 금을 뭐 한다고 그렇게 싸 왔어, 싸 오길!”
“이건 냅둬! 내 뺑이 친 43년의 보상이라고!”
“또또 헛소리! 헛소리 그만하고 나가!”
태식의 방은 온통 금덩이다.
의자도 책상도, 침대도 금이다.
건물을 사서 놀고먹을 생각으로 알뜰히 챙겨 온 금이 지금은 벽 돌값과 별반 차이가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걸 아는 순간 만사가 다 귀찮 아졌다.
차원 너머의 이세계, 로아에서 의 마지막 날이 전역을 앞둔 말 년병장의 마음이었다면 집에 돌 아와서의 일주일 또한 전역한 말 년병장의 마음이었다.
오히려 로아로 가기 전보다 더 나태해졌다.
온갖 경험과 죽을 고생을 다해 서 그런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막말로 정말 돈이 급하면 어떻 게든 구할 수 있다.
다칠 일도 없고 어떤 사고가 터 지든 해결할 능력도 있다.
딱히 조급한 마음이 없었다.
“울 엄마 진짜 화났나 보네. 쯧, 뭐 그럴 수 있지. 엄마 눈엔 그 럴 수도 있어.”
장성한 아들이 집에만 처박혀 있으니 답답할 것이다. 그 마음 십분 이해한다.
“얼마를 벌어다 드리면 마음이 좀 놓이시려나.”
태식은 아공간을 열어 봤다. 자 신이 쓰던 무구와 아이템이 그대 로 쌓여있다.
“원래 격오지가 물건값이 비싼
법이지.”
“ 엄마.”
“너 왜 벌써 들어와? 엄마 말 귓등으로 들어? 나가서 돈 벌어 오라고 했지.”
“그 돈〜. 내가 벌어 왔소이 다〜!”
태식은 사극 톤을 흉내 내며 쭉 손을 뻗었다.
태식의 손에 5만 원권 한 묶음 이 들려 있었다.
“마마님, 이걸로 부족하시옵니 까? 그럴 줄 알고 소자 넉넉히 준비해 왔사옵니다. 아하하하!”
태식이 품에서 돈뭉치를 꺼냈 다.
마술사가 카드를 꺼내듯, 수십 다발을 꺼내 식탁에 올려놨다.
“이 정도면 됐지?”
태식은 할 일 끝냈다는 듯이 소 파에 들러붙었다.
“너어-!”
미주가 돈다발을 들어 집어 던 졌다.
“아, 왜 또-.”
“너, 이거 어디서 훔쳤어! 어! 어디 은행이라도 턴 거 아니야!”
“무슨 은행을 털어. 물건 몇 개 팔았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이것아. 말이 되는 소리를!”
태식은 정말 이게 말이 안 되나 싶었다.
“엄마, 원래 물건이란 게 유통 이 안 되는 지역일수록 비싼 거 야. 그런데 내 물건은 특별하기 까지 하단 말이야.”
태식이 자신의 아공간을 열어 그 안에 쌓여 있는 물건들을 보 여 줬다.
“내가 너한테 생활비 벌어 오라 고 한 줄 아니? 돈 벌어 오라고 한 게 아니라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거잖아. 남들 일어 날 때 일어나서, 남들 씻을 때 씻고 남들 출근할 때 출근하라 고. 이게 어렵니?”
미주는 눈가가 붉어지기까지 했 다.
실종되기 전에는 학교생활은 물 론이고 취업 활동도 열심히 하던 아들이 이렇게 집에만 있는 모습 을 보니 속이 미어졌다.
혹여나 외상 후 스트레스 같은 정신병이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 때면 불안하여 잠을 청하지도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만큼은 인정하고 받 아들일 수가 없었다.
입 밖으로 꺼내고 싶지도 않았 다. 말이 씨가 될까 싶어 말이다.
“나가, 돈 싸 들고 나가. 안 나 가니? 그래, 내가 나갈게. 내가 나가!”
미주가 앞치마를 내동댕이치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이번은 능구렁이처럼 장난으로 넘어갈 분위기가 아니었다.
태식은 부랴부랴 미주를 말렸 다.
“아, 엄마. 알았어, 알았어. 엄마 말 무슨 소린지 알았어. 일할게. 일한다니까. 용주 형 알지? 나 학교 2년 선배. 그 형이 부동산 하거든. 저번에 돌잔치 있어서 갔었잖아. 그때 형이 자기 일손 부족하다고 한번 해 볼 거냐고 그랬었어. 지금 당장 가서 형한 테 일하겠다고 할게.”
“지금 해. 지금 바로 전화해.”
“알았어. 해, 해. 지금 전화할 게.”
태식은 용주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어, 형. 나 태식이. 어, 잘 지 내지. 형은? 어어. 아니 다름이 아니라, 저번에 나한테 일 배워 보겠냐고 했잖아. 어, 어어. 아, 지금? 괜찮아? 어.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태식은 용건만 간단히 하고 전 화를 끊었다.
“엄마, 다 들었지? 지금 갈게. 갔다 올게. 울 엄마 눈물 나게 해서 진짜 미안.”
태식은 후다닥 밖으로 나갔다.
태식은 여전히 무릎 나온 추리 닝에 삼선 슬리퍼였다.
반값전당포 (2)
“파하하하. 그래서 엄마한테 싹 싹 빌고 나온 거냐?”
“아, 웃지 마 형. 이거 웃을 일 아니라니까.”
“야. 어머니 입장에서는 걱정하 실 만도 하지. 마왕을 무찌르고 왔든 뭐든, 그래 봐야 당신 아들 밖에 더 되냐. 90 먹은 노모가 70 먹은 아들한테 차 조심하라 는 게 부모 마음이란다.”
“어휴! 이 형 아빠 되더니 아주
태식이 빈 잔을 내밀었다. 용주 는 하하 웃으며 그 잔을 채워 줬 다.
“야, 자식은 아무리 헤아리려고 해도 부모 마음 모르는 거다. 너 도 결혼해서 애 놔 봐. 대번 이 해될 거다.”
태식이 로아에서 지낸 시간이 43 년이다.
용주가 말하는 그 결혼, 태식도 했다. 아이도 낳았다.
그것도 자신과 똑 닮은 아들이 었다.
그 아이는 뼈에 사무치는 고독 을 가시게 해 줄 유일한 안식처 였다.
세상을 다 내어줘도 아깝지 않 을 분신이었고 모든 것이었다.
그때는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전장에 섰고, 가족을 지키기 위 해서 마족을 멸했었다.
그 아들이 살아 있었다면 이렇 게 돌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 이다.
“야. 뭐 그렇게 표정이 꿀꿀하 냐? 내가 뭐 없는 말 한 것도 아니고.”
“아, 아니야. 옛날 일이 생각나 서. 신경 쓰지 마.”
“여하간, 그래서 어쩔 건데? 진 짜 부동산 일 배우게? 나는 싫 다. 너 감당 안 돼.”
“아까는 엄마가 하도 그래서 그 냥 한 말이었고. 난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이라는 생산 활동 을 하고 싶지가 않다고. 만사 귀 찮아.”
“그렇게 귀찮으면 밥은 왜 먹고 숨은 왜 쉬냐. 쯧쯧. 나도 너 솔 직히 이해 안 된다. 그 능력이면 헌터 짓을 해도 톱클래스고, 국 과심에만 들어가도 바로 특등 연 구원인데.”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이야. 아 무 의미 없어. 그냥 배 안 곯고 비바람 피할 잠자리 있으면 되는 거야.”
“됐다, 인마. 너랑 이런 이야기 해 봐야 내 입만 아프지. 고기나 먹어라.”
용주는 익은 고기를 태식의 접 시로 빼 주곤 다시 불판을 채웠 다.
태식은 이런 용주가 좋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 한동안 친구들을 만났었다.
처음에야 반가워해 줬지만, 그 것도 한두 번뿐이었다.
태식의 후줄근한 모습에 친구들 은 은근히 태식을 무시하는 듯 행동했다.
태식은 그런 친구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떠들고 싶지 않았고 다시 얼굴 비추고 싶지도 않았다.
사람과 엮이는 것도 그런 것에 신경 쓰는 것도 귀찮은 일이라서 말이다.
용주는 그렇지 않아서 좋다.
지금도 봐라.
억 소리 나는 돈을 벌어다 주고 도 혼만 났다는 이야기를 했음에 도 돈 이야기를 묻지 않는다.
자랑한다고 여기지도 않았고 열 등감 같은 것을 느끼지도 않는 두 살 많은 형이자 선배이면서 이렇게 고기도 구워 준다.
계산도 자기가 할 거면서 말이 다.
이런 용주이기에 태식은 이런 말도 할 수 있다.
“형. 그래서 말인데, 적당한 건 물 없어? 10억짜리 건물이면 임 대료 얼마나 받아?”
“어디냐에 따라 다르지. 왜, 건 물주가 땡기셔?”
“못 할 거 없지. 내 원래 목표 가 건물주였는데.”
“야 야, 아서라. 너 그 귀찮은 성격으로 건물주 하면 아주 말라 죽을 거다.”
“왜? 그냥 임대주고 임대료 받 으면 되는 거 아니야?”
“쌍팔년도 이야기하고 있네. 이 것저것 귀찮은 일 많아. 그리고 너 사람이랑 엮이는 것도 별로 안 좋아하잖아. 세입자들이랑 옥 신각신하는 것도 제법 된다.”
“그래?”
“그래, 인마. 그렇다고 너가 관 리인까지 쓰는 빌딩 매입할 건 아니잖아. 그 정도 되려면 최소 100억 단위는 돼야지.”
“돈은 더 벌어 오면 되지.”
“100 억을‘?”
“금방인데, 그거 몇 번만 하면 되는걸.”
“야, 돈 벌기 그렇게 쉬우면 뭐 하러 건물주를 해.”
“지금까지 내가 누구랑 말한 거 야. 엄마가 집에 있는 거 보기 싫다고 해서 그러는 거잖아.”
“야이-. 그러면 그냥 전당포나 해.”
“ 전당포?”
“그래, 너 어차피 아이템 팔아 서 돈 버는 거잖아. 그러면 전당 포잖아. 니가 오픈마켓을 해서 인터넷 광고를 할 것도 아니고. 찾아오는 사람이나 대충 상대하 면 되고. 딱이네, 전당포.”
듣고 보니 그랬다.
전당포라고 해도 명함은 사장이 고 어디 가서는 자영업자라고 하 면 될 거다.
“괜찮겠는데? 형, 혹시 아는 전 당포 있어?”
“내가 전당포 다닐 일이 뭐 있 어?”
“그러지 말고 한번 알아봐 줘.”
“귀찮아, 인마.”
“10억 줄게. 남는 돈은 그냥 형 수수료 해도 되니까.”
태식이 주섬주섬 돈뭉치를 꺼냈 다.
“야이, 취했냐. 여기서 돈 꺼내 지 말고!”
“그럼 알아봐 주는 거지?”
“알았다, 인마. 후미진 데가 좋 지?”
“당연하지. 손님 잘 안 오는 곳 으로.”
“후배 하나 잘못 둬서 이게 무 슨 고생인가 모르겠네.”
“수수료 많이 줬는데 무슨 고생 이야.”
“너 같은 꼬맹이 코 묻은 돈 안 먹어, 인마.”
“어허, 이 형님 보소. 내가 왕년 에 얼마나 날렸는지 여기서 한번 보여 줘?”
“이놈 이거 취했네. 그만 가자, 늦었다. 사장님, 여기 계산이요.” 용주는 계산을 하고 택시를 불 렀다.
그리곤 순간이동을 해서 간다고 하는 태식을 억지로 택시에 욱여 넣는다.
“전당포면 일단 종로로 가 봐야 겠지.”
용주는 내일 일정을 정리했다.
띠리리링-.
점심나절, 핸드폰이 울렸다. 용 주다.
“어, 형. 어제는 잘 들어갔어?”
-너 때문에 잘 못 들어갔다.
“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잘 들어갔네. 왜?”
-왜긴, 자식아. 니가 시킨 일 때문이지.
“벌써? 매물이 있어?”
-이것도 네 운인가 보다. 종로 에 원래 이렇게 매물이 나올 수 가 없는데, 딱 나왔어. 나는 가게 자리를 알아보고 있었거든. 그런 데 전당포가 있네. 원래 종로 거 리에서 전당포 매물이 나오진 않 는데.
“잘 안 나와?”
-요즘 같은 시대에 누가 전당 포를 파냐.
요즘 같은 시대.
서울 한복판에 차원 균열이 열 리고 심계라 불리는 미지의 세계 가 생겨난 시대.
누군가 거기서 가지고 나온 오 파츠, 미다스의 손으로 산맥을 통째로 황금으로 만들어 버리는 통에 금이 똥값이 된 시대.
초능력이 생긴 사람들이 헌터라 는 이름으로 심계를 탐험하는 시 대.
그리하여 아이템, 오브젝트, 오 파츠를 얻기 위해 목숨을 거는 시대.
지금의 한국은 그런 시대다.
그리고 거기서 나온 물건을 취 급하는 곳이 바로 전당포다.
일반 전당포가 아닌 아이템 전
당포 말이다.
-전당포 거리에서 두 블록 떨 어져 있긴 한데, 딱히 상관없잖 아. 그 덕에 가격도 좋고.
“어딘데? 주소 찍어 줘. 지금 바로 갈 테니까.”
-종로 3가 와서 전화해.
“알았어, 내가 찾아갈게.”
태식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모자를 꾹 눌러썼다.
원래 같았으면 소파에서 뒹굴거 리고 있어야 하는데, 미주 눈치 에 방에서 핸드폰만 만지작거리 던 참이었다.
태식은 거실로 나갔다. 미주가 고리눈을 뜨며 쳐다본다.
“소파 앉을 생각 마. 내 소파 야.”
“나갈 거거든요.”
“어디 나가려고?”
“출근.”
“출근? 정말이니? 그 선배 회사 에서 일하는 거야? 그런데 그렇 게 추리닝 입고 가면 돼? 양복 있잖아, 양복.”
“형이 편하게 입고 오라고 했 어.”
“아무리 그래도 추리닝이 뭐 니.”
“이거 메이커 거든.”
태식은 슬리퍼를 신고 현관문을 열었다.
기억 속에 있는 종로의 이미지 를 떠올린다. 극장이 보이는 건 물 옥상. 그쯤이면 적당하다.
태식은 공간을 잘라 종로의 한 건물 옥상으로 건너갔다.
거기서 용주의 기운을 찾는다. 익숙한 기운은 딱히 마킹을 해 두지 않아도 찾으려면 찾을 수 있다.
“형.”
“뭐야, 전화를 하지. 어떻게 찾 아왔어?”
“그냥 보였어. 그래서 어딘데?”
“따라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