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1)_3
용주는 번쩍거리는 전당포 거리 를 건너 좁은 골목길로 들어갔 다.
“여기가 구 먹자골목이야. 예전 부터 금은방 관련 업자들 상대로 장사하는 골목.”
“구 자가 붙은 거 보면 신 먹자 골목도 있나 보네?”
“응. 거긴 전당포 거리에 붙어 있지. 이제 막 생기는 곳이라 여 기랑 성격이 달라. 자, 이 건물이 야.”
허름하고 낡은 3층 건물이었다.
외벽을 타일로 마감한 것만 봐 도 건물 연식이 대충 그려진다.
1층은 녹슨 셔터가 내려져 있 고, 현관문의 유리창은 깨진 것 을 노란 테이프로 대충 발라 놨 다.
용주는 2층으로 태식을 안내했 다.
문 앞에 있는 간판 같지 않은 명패엔 반값전당포라고 쓰여 있 었다.
「반값에 사고 반값에 팝니 다.」
“반값에 산다고 하면 누가 팔 아?”
“그러니까 가게를 매물로 내놨 나 보지. 들어가자.”
내부 또한 외관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해진 가죽 소파와 초록색 부직 포가 깔린 낮은 테이블이 인상적 이다.
“사장님, 여기 인수 원하시는 사장님입니다.”
“어어, 그래. 젊은 사장님이네.”
박 사장은 태식을 위아래로 훑 어봤다.
“헌터?”
그러곤 툭 던진다.
태식은 피식 웃었다.
“헌터인 게 중요한가?”
“하긴, 헌터니까 전당포를 한다 고 하는 거겠지. 그럼 물건 한번 쭉 둘러보라고. 전당포 하려는 사람이 물건 보는 눈도 있어야 지.”
등받이에 등을 잔뜩 기대며 거 드름을 피운다.
“별 시답지도 않은 물건 늘어놓 고서 둘러보라네.”
“이쪽 업계는 원래 그렇게 초면 에 반말 찍찍 하고 그러나.”
“야, 태식아.”
용주가 태식의 옆구리를 찔렀 다.
특형 능력자는 특형을 다루는 힘인 다크매터를 가지고 있다.
여러 조건에 따라 다크매터가 주변으로 발산되기도 하고 아니 기도 하지만, 태식의 경우라면 대부분은 그 기운을 감지하는 게 가능하다.
지금 박 사장에게서 읽히는 기 운은 크게 발산되긴 하지만 얕고 정순함이 없는 허장성세의 기운. 전형적인 허세다.
“괜찮아, 괜찮아.”
태식은 품에 손을 툭 찔러 넣고 는 현금 다발을 턱턱 꺼내 놓았 다.
버럭 소리를 지르려던 박 사장 은 돈다발이 하나씩 쌓일 때마다 입을 다물었다.
“흥정 같은 거 할 거면 그냥 치 우고, 먹을 거면 귀찮은 과정 없 이 깔끔하게 갑시다.” 태식은 돈다발과 함께 곧은 기 운을 뿜어냈다. 기운을 읽을 정 도의 실력자가 아니라도 상관없 다.
느끼게 해 주면 되니 말이다.
“어, 어어—.”
사장은 눈만 끔뻑거리며 용주를 쳐다봤다.
“보아하니 정리할 것도 거진 다 정리해 둔 것 같고……. 어디 급 히 가야 하나? 왜 이렇게 초조해 해?”
“무, 무슨 소리를. 내가 언제 초 조해했다고.”
“그래서 싫어?”
턱!
마지막 돈뭉치가 테이블에 올랐 다.
전부 20억. 그것도 수표 한 장 섞이지 않은 현금이다.
박 사장은 끝내 입을 다물었다.
눈앞에 쌓여 있는 돈도 돈이지 만, 그것과 별개로 이 현금이 차 지하는 부피가 문제다.
이만한 부피의 물건이 태식의 안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다.
감당할 수 없는 능력자다.
“싫다고는 안 했수……. 거, 그 런데 나이도 한참 어려 보이는데 너무 하대하는 거 아니오?”
“그럼 먼저 곱게 말을 하던가. 높여 줘‘?”
슬쩍 시선을 피한다. 더 말할 게 없다.
“형, 서류 처리할 거 있으면 처 리해 줘.”
“자, 잠깐. 그런데 이 돈 이거, 뒤탈 나는 돈은 아닌 거요?”
“세상일이란 게 의심이 많으면 진행이 안 된다지.”
태식은 휘적휘적 걸어 밖으로 나왔다.
먹자골목인 만큼 식당이 줄줄이 이어진다.
태식은 다리가 닳아 버린 플라 스틱 의자가 있는 좌판 국밥집에 앉았다.
누군가는 취향에 맞지 않을 고 기 잡내였지만 태식은 좋아하는 편이다.
“할머님, 국밥 하나 주세요.”
“못 보던 총각이우.”
말 한마디가 푸근하다.
아이를 다루는 노파의 어투가 아니다. 장성한 손주를 대하는 할머니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저기 앞에서 일하려고요.”
“이 골목이 열심히만 하면 맨손 으로 들어와도 열쇠 꾸러미 쥐고 나가는 곳이우. 젊은 총각이 생 각이 트였구먼.”
흰머리가 가득한 사장 할머니가 머릿고기를 숭겅숭겅 잘라 국밥 위에 더해 줬다.
“많이 묵어요.”
“아이구, 감사합니다.”
많이 먹으란 소리가 말뿐이 아 니라서 좋았다.
태식이 후루룩 후루룩 국밥을 비웠다.
딱 다 먹었을 때 용주에게 전화 가 왔다.
-뭐야, 어디 갔어?
“밥 먹어.”
-치사하게 너 혼자 먹어?
“난 아침 안 먹고 나왔잖아. 아 침으로 먹은 거야.”
-여기로 와. 서류는 다 받았다. 너 사인만 하면 끝나.
“알았어.”
태식은 국밥값을 치렀다.
많이 먹으란 호의가 고마워 돈 통에 5만 원짜리 넣어 두고 갈까 했지만, 그건 괜히 무시하는 것 같아 꼬깃꼬깃 1만 원짜리 한 장 내밀었다.
“할머니 덕에 맛나고 배부르게 먹고 가요.”
“홀홀홀, 예의 바른 총각이구먼. 또 와요, 내 섭섭지 않게 차려 줄게.”
“하하하, 그럼 맨날 와야겠네 요.”
태식은 웃는 낯으로 인사를 하 곤 용주에게 갔다. 사무실에는 용주만 있었다.
“그럼 그렇지.”
“뭐가 그럼 그래?”
“이 양반, 돈 챙겨서 후다닥 도 망간 거 아니야?”
“급한 일 있다고 가긴 가더라.”
“그건 그렇고, 일은 다 된 거 야‘?”
“어. 내가 알아서 하면 되. 그런 데 너무 덜컥 한 거 아니냐?”
“됐어, 이미 돈 주고 보낸 걸 뭘 어째. 그리고 여기 마음에 들 어.”
“마음에 든다고? 너무 허름하잖 아. 흥정이라도 좀 하지.”
“돈이 무슨 상관이야. 일일이 둘러보기도 귀찮고, 이만하면 됐 지 뭐. 그것보다 국밥이 맛있더 라고.”
태식은 한쪽 장식장 위에 있는 TV를 들어 소파 맞은편에 뒀다.
그러곤 해진 소파에 비스듬히 누워 봤다.
몸이 착 달라붙는 게 딱 맞았 다.
“딱 맞는구먼.”
“어휴, 일할 생각은 전혀 없구 만.”
“일은 그만치 했으면 됐어. 나 는 그냥 평생 이러고 살 거야.”
태식은 푸욱 늘어졌다.
손님, 손놈 (1)
이른 아침이다.
태식은 늘어지는 것 없이 자리 에서 일어나 욕실로 갔다.
미주는 부엌에서 아들 먹일 아 침을 준비 중이다.
태식이 출근 준비를 하기에 아 침을 준비하는 것이지, 그 반대 였다면 효자손이 들려 있었을 것 이다.
간단히 샤워를 끝낸 태식은 말 쑥한 정장으로 갈아입었다.
미주가 새로 맞춰 준 것이다.
예전에 취업 준비를 할 때 사 둔 것이 있었지만, 지금은 체형 이 전부 변해서 맞지 않는다.
“아침 먹어.”
아침은 그리 거창하지 않다.
어제저녁에 먹다 남은 김치찌개 에 계란 프라이, 김치와 콩자반, 김 정도랄까.
여기서 조금 특별하다고 하자면 김은 집에서 미주가 직접 구운 돌김이고, 계란 프라이가 다섯 개 있다는 점이다.
“김치찌개 하루 묵으니까 어제 보다 맛있네.”
“한 그릇 더 줘?”
“아냐, 아침에 과식하면 더부룩 해. 출근할게.”
태식이 나서자 미주는 현관까지 따라 나왔다.
구두도 양복을 맞추며 새로 한 것이다.
“가게 정리하는 거 힘들면 말 해. 가서 도와줄 테니까.”
“엄마가 도와줄 거 없어.”
“왜? 청소 같은 건 해 줄 수 있 지.”
“그거야 입주 청소 부르면 되는 거고. 물건 정리는 내가 직접 해 야 하는 거라 와도 할 게 없습니 다요.”
“알았다, 얘. 저녁에 늦게 올 거 니‘?”
“봐서. 일 없으면 빨리 오고.”
“일찍 을 거면 전화해.”
“네네〜. 그럼 갈게.”
집을 나온 태식은 지하철로 들 어갔다.
개찰구를 통과해서는 탑승구로 가지 않고 화장실로 갔다.
딱 출근 시간대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은 사양이다.
그것도 2호선을 타고 가서 1호 선으로 갈아타야 하는 코스라 정 말 최악이다.
화장실 빈칸으로 들어간 태식은 공간을 가르고 가게로 넘어갔다.
사실 미주가 베란다로 내다보는 것만 아니면 지하철역까지 올 것 도 없는 일이다.
“아, 불편해 죽겠네.”
출근한 태식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추리닝에 슬리퍼. 소파에 눕기 에 이것만 한 의상이 없다.
가게는 인수했던 형태 그대로 여전하다.
굳이 인테리어를 새로 바꿀 것 도 없었고 물품을 진열할 이유도 없었다.
돈 떨어지면 원정 판매 한번 나 갔다가 오면 되는 거라서 말이 다.
그나마 바꾼 거라고 치면 소파 위치를 TV 정면으로 조정한 것 정도밖에 없다.
시트지가 붙은 창문은 굳이 열 지 않는다.
블라인드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통에 창을 열면 너무 밝다.
태식은 빛바랜 시트지를 투과해 넘어오는 햇빛 정도가 딱 맞았 다.
“이래야 좀 사람 사는 것 같 지.”
소파에 늘어진 태식은 리모컨을 찾았다.
딱히 챙겨 보는 프로가 있는 건 아니다.
그냥 채널을 돌리다가 눈이 멈 추는 게 있으면 보는 거다.
요즘은 아침 드라마가 썩 괜찮 다.
보다 보니 막장에도 미학이 있 다고 할까나.
“요즘은 음식으로 따귀 치는 게 유행인가? 김치, 짜장면, 스파게 티……. 어이구, 이젠 된장이야?” 그렇게 아침나절을 보낸 태식은 한숨 늘어진다.
그래 봐야 잠에 푹 드는 것은 아니다.
집에 온지 1년이 다 되어 감에 도 태식은 여전히 잠을 푹 자지 못한다.
딸랑딸랑-.
누가 왔나 보다.
태식은 부스스 일어났다.
“어서오세요.” 태식은 카운터로 갔다. 가게 문 을 열어 놨으니 장사를 아주 안 할 수야 없잖나.
“물건 좀 보려고 하는데요.”
일견 보아도 돈이 많은 헌터는 아니었다.
종로 중심의 전당포 거리를 두 고 여기까지 온 정도면 알만 하 지 않나.
“저 사장님, 여기 이건 얼마나 할까요?”
가격표가 붙어 있지 않다.
낡은 컴퓨터 옆에 장부를 들춰 봤다. 수기로 작성된 장부는 깨 알같이 빼곡했다.
확 피곤해진다.
“그냥 한 150만 원만 주세요.”
태식은 대충 가격을 불렀다.
“네? 그렇게 싸게요?”
오히려 손님이 놀라서 되물었 다. 그 눈동자에 의구심이 녹아 있다. 혹여나 하자가 있는 물건 이 아닌가 하는, 그런 종류의 의 구심.
설명을 하기도 귀찮고 흥정을 하기도 귀찮다.
“반값전당포니까요.”
“아••••••
손님은 쉽게 수긍했다. 태식은 그렇게 첫 손님을 보냈다.
손님이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아주 없지도 않았다. 뜨문뜨문 한두 명씩 이어진다.
“어떤 일로 오셨나요?”
“뭐 좀 하나 팔려고요.”
손님은 어렸다.
잘 봐 줘야 20대 초반, 어찌 보 면 고등학생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니, 그런 걸 떠나 눈동자가 슬 퍼 보였다.
“물건 좀 볼게요.”
어린 손님이 내민 것은 이가 많 이 나간 단검이었다.
“감정은 따로 받아 오질 않았어 요. 감정도 가능한가요?”
“한번 보죠.”
태식은 단검을 살폈다.
보기엔 낡은 뼈 단검이었지만 다크매터가 깃들었던 흔적이 상 당하다.
다크매터만 충만하게 들어 있다 면 아이템급으론 대우받을 물건 이다.
“아이템급 물건이긴 한데, 소모 가 많이 됐네요.”
“아…… 그러면 안 좋은 건가 요?”
“그런 건 아니고요. 내용물을 다 쓴 용기라고 해야 할까요? 단 순한 냉병기로서의 가치는 그리 크다고 할 수가 없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