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1)_4
“그럼 감정가가 어떻게 되는 거 죠?”
마땅히 감정가를 물어보니 말이 턱 걸렸다. 감정을 해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태식은 그간 종종 찾아봤던 아 이템 감정 프로그램인 TV쇼 명 품아이템을 떠올렸다.
그 프로에서 감정가의 기준은 정말 특별한 미적 기준이 없는 한 다크매터의 수용치가 기준이 었다.
태식은 그걸 토대로 얼추 감정 가를 잡았다.
“한 1,200 정도? 그쯤 되지 않 을까 싶은데요.”
“지, 진짜요? 다른 데서는 해 봐야 250 정도밖에 못 준다고 했거든요! 가장 적게 부른 집은 80만 원이었어요!”
어린 손님은 화들짝 놀랐다.
태식은 내심 웃음이 났다.
어린 손님이 흥정을 전혀 모른 다. 이래서야 옥신각신 배팅하는 재미도 없지 않겠나.
“저, 잠시만요. 신분증 있어야 하는 거죠?”
이 봐라. 홍정도 안 했는데 벌 써 계약서 쓸 기세다.
태식은 1,200에 매입한다고 한 적은 없다고 하려다, 손님이 내 민 신분증을 보았다.
「대곡고등학교 이승주」
학생증이 다.
아무리 어비스 아이템 전당포의 상례가 물품의 출처를 묻지 않는 거라곤 하지만, 미성년자는 논외 다.
“학생이네요?”
“아빠 거예요.”
“허락은 받고 가져온 거죠?”
“네. 엄마 허락받았어요. 지금 아빠가 병원에 있으셔서요. 병원 비 구해야 해서 가지고 왔어요.”
“그럼 아버지가 헌터인 거예 요?”
“네. B급요.”
“B급 헌터면 꽤 이름 있는 헌 터일 텐데.”
그런데 병원비가 없어서 손에 익은 장비를 판다?
이건 조금 갸우뚱한 일이다.
“보여 드릴까요? 헌터청에 등록 되어 있어요.”
승주는 얼른 헌터청 어플에 접 속했다.
“보세요. B급 톱 랭크 헌터예 요.”
승주는 아버지 아이디로 접속해 성과 기록을 보여 줬다. 기록이 빼곡했다.
“이 정도면 정말 쉬지 않고 출 전하셨네요.” 태식은 아들의 아버지 자랑에 적당히 맞장구를 쳐줬다.
“그런데 병원비가 모자라요?”
“아……. 그게, 이번에 아버지께 서 A급 승급 때문에 조금 무리 를 하셔서요.”
헌터 일이라는 게 적당히 벌어 서 적당히 먹고살려고 하면 마냥 위험하진 않다.
하지만 랭크를 올리려거든 위험 도가 제곱에 제곱으로 늘어난다.
특히 등급을 올리려거든 원정단 을 꾸려 그에 맞는 목표에 도전 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히말라 야 등정과 비슷하다.
돈이 많이 들고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지금 승주의 아버지가 딱 그 기 로에서 고꾸라진 케이스다.
“아이고, 안타깝게 됐네요. 빨리 회복하길 빌어요.”
“감사합니다. 아, 그런데요. 만 약 여기에 다크매터가 가득 차 있으면 얼마 정도 받을 수 있어 요?”
“이게 용량이 얼마나 들어가냐 에 따라 다른 건데, 용량은 넣어 봐야 아는 거거든요. 어디 보자, 얼마나 들어가려나.”
태식은 자연스럽게 단검에 다크 매터를 주입했다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쭉쭉 잘 빨아 먹는다.
“이거, 잘 들어가네.”
다크매터가 완충된 다음에도 태 식은 조금 더 다크매터를 밀어 넣어 봤다.
“대응 내구도가 좋은 물건이네 요. 이건 넣어 봐야 아는 건데, 쉽게 말해서 오버 차지 능력이라 고 보면 돼요. 이러면 한…… 4 천? 잘 받으면 5천까지도 되겠 네요.”
“우와-. 저, 정말요?”
“사기만 안 당하면 그렇다는 거 죠.”
“아…… 저……. 그, 그러면 승주의 표정이 애매해진다.
물건을 아직 팔진 않았는데, 태 식이 다크매터를 주입해서 그 가 치가 확 올라갔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돈을 올려 달라는 건 말이 안 되고, 안 팔겠다고 하는 것도 염치없는 짓이다.
“저, 그러면 저, 1천만 원 정도 만 받았으면 좋겠어요.”
승주는 태식의 머리 위에 있는 현판, 「반값에 사고 반값에 팝 니다J 를 보며 말했다.
무려 400만 원이나 욕심을 부 렸다.
그래도 태식의 눈에는 그 욕심 이 소박하기 그지없었다.
“저, 그게 당장 수납해야 하는 병원비가 1,028만 원이라서요.” 이런 귀여운 핑계가 없었어도
말이다.
“그러면 저는 수지 맞았네요.”
태식은 잠시 금고를 뒤적거리는 척을 했다.
“아이고 이걸 어쩌나. 마침 현 금이 딱 떨어졌네.”
“예?”
“이거, 이거, 계좌에도 돈이 없 고. 이거 참 난감하네. 손님. 미 안한데 물건 매입은 안 되겠네 요.”
“매입이 안 된다고요?”
“사고 싶어도 돈이 없는 걸 어 쩌겠어요. 마침 현찰이 딱 떨어 졌네. 다른 곳에 가서 판매하세 요.”
“아, 저……
“이왕이면 어른이랑 같이 다니 고, 수수료 들더라도 공식 감정 받아서 감정서 지참해서 흥정하 고요. 그래야 제값을 받지.”
승주가 이게 무슨 영문인가 눈 을 빙빙 굴렸다. 그러다 고개를 꾸뻑 숙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장 님!”
“감사할 거 뭐 있나. 나는 배 아파 죽을 판인데.”
“감사합니다. 나중에 꼭 찾아뵐 게요. 감사합니다!”
승주는 잔뜩 상기되어 몇 번이 나 고개를 숙였다.
태식은 담배 한 대 빼 물며 창 밖을 내다봤다.
저기 아직 골목을 지나가는 어 린 손님의 모습이 보인다.
“엄마. 진짜라니까! 진짜로. 내 가 왜 이런 걸로 거짓말을 해! 아빠는? 수술 잘됐대? 일단 병원 으로 갈게!”
절망의 세상에서 살았던 태식은 희망찬 목소리를 듣기 좋아한다.
태식은 달달한 담배 연기를 길 게 뿜어냈다.
“용사 짓 하던 버릇 어디 안 가 는구먼, 이거.”
태식은 담배를 끄고 밖으로 나 갔다.
이왕 일어난 거, 점심이나 먹으 려고 말이다.
옛날 먹자골목 길이라 그런가, 오래된 음식점이 많다.
그중에서 오늘은 순이김밥으로 정했다.
점심시간이 웬만큼 지난 시간이 었음에도 포장 손님이 많았고 어 묵 냄비에 꽃게로 국물을 내고 있었다.
그게 정말 마음에 들었다.
태식은 좁은 가게의 벽 테이블 에 앉았다.
“뭐가 맛있어요?”
“소고기 김밥이 제일 맛있죠.” 김밥 한 줄에 4천 원. 두 줄이 면 8천 원이다. 마냥 싸다고 할 가격은 아니었다.
태식은 김밥을 싸는 사장님의 손을 봤다.
소고기를 집어넣는 손에 인심이 넘친다.
“소고기 김밥으로 두 줄 할게 요. 아, 어묵도 1인분 주시고요.”
“네, 잠시만요. 어머니〜. 소 두 개요.”
가만 보니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함께 운영하는 가게였다.
시어머니는 손이 컸고 며느리는 손이 빨랐다.
앙상블이 좋은 콤비다.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어묵은 그저 그런 평범한 어묵 이었지만 국물이 끝내줬다.
겨우 어묵 두 개를 커다란 대접 에 내어 준 이유가 이 국물 때문 이리라.
국물로 먼저 입맛을 돋우고 김 밥 꽁지부터 입에 넣었다.
“맛있는데?”
엄마가 싸 줬던 것보다 맛있지 싶다.
특히 곁다리로 나온 무말랭이가 일품이었다.
굵은 김밥 두 줄을 순식간에 비 운 태식은 괜히 아쉬워 한 줄을 더 시켜 먹고 싶어졌다.
하지만 참는다.
한 번에 많이 먹으면 질린다. 맛있는 것일수록 조금 모자라게 아껴 줘야 한다.
“맛있게 잘 먹고 갑니다. 또 올 게요.”
“네〜 감사합니다.”
며느리는 사근사근했다.
그 인사만으로도 기분 좋아지는 어투다.
“장사가 잘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지. 어, 엄마?”
기분 좋게 배를 두드리던 태식 은 정면에서 마주 오던 미주를 발견했다.
미주의 손엔 보따리가 한가득이 었다.
“너 왜 나와 있어? 가게는?”
“잠깐 짬 내서 밥 먹으려고 나 왔지.”
“그랬어? 그런데 왜 옷은 또 추 리닝이니?”
“어? 아, 어. 그러니까 이게. 지 금 정리할 게 많아서.”
미주는 영 의심스럽다는 눈치였 지만 굳이 꼬투리를 잡진 않았 다.
“가게 어디니?”
“여기긴 한데. 그건 뭐야?”
“찬거리 조금 했어.”
“굳이 뭘. 그냥 사 먹으면 되는 데. 여기 먹자골목이야.”
“라면 하나 끓여 먹어도 김치는 있어야 할 것 아니야. 너 좋아하 는 것만 했으니까 잔말 말어.”
“그러면 그냥 감사합니다긴 하 지.”
태식은 미주를 가게로 안내했 다.
미주는 가게가 영 탐탁지 않은 눈치 였다.
“너무 낡았다, 얘. 페인트라도 다시 발라야 하는 거 아니니?” “우리 마마님이 뭘 모르시네, 전당포가 좀, 이렇게 좀. 알지? 느낌적인 느낌. 그런 느낌이 있 어야 전당포지.”
“냉장고는 이게 다야? 성에 언 것 좀 봐라 얘. 쓸 만한 거로 좀 바꿔.”
“쓸 만해. 성애 얼면 그만큼 잘 얼린다는 거지, 뭘.”
“ 말은.”
미주는 가져온 찬거리를 냉장고 에 넣었다.
“뭘 그렇게 많이 해 왔어. 냉장 고 터지겠네.”
“해 봐야 얼마 안 돼. 너 평소 먹는 거 하면 이거 겨우 사흘치 다.”
“내가 뭘 그렇게 많이 먹는다 고.”
“안 먹긴, 꼬막 무침 해 놓으면 한 대접을 먹으면서.”
“꼬막 해 왔어?”
“그래, 이눔아. 이거 오래 두고 먹지 마.”
“와! 나 내일 김밥 먹으려고 했 는데.”
“더덕 무침도 있어.”
“진짜? 어느 건데?”
“뒤적거리지 마. 꺼내 줄게.”
미주가 더덕 무침이 들어 있는 반찬통을 여는 순간.
와장창-!
“엄마 깜짝이야!”
현관문이 와장창 박살 났다.
미주는 깜짝 놀라 들고 있던 반 찬통을 내던졌다.
휘리릭 공중을 돌던 반찬통이 철퍼덕 미주의 얼굴 위로 떨어졌 다.
‘어? 이 장면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 처제의 유혹 에서 봤구나.’
아침에 봤던 막장드라마의 한 장면이 이랬던 것 같다.
“박 사장, 이 찢어 죽일 새끼 야! 감히 내 뒤통수를 쳐!”
가게 안으로 험상궂은 사내 둘 이 들어왔다.
목에서부터 소매까지 문신이 가 득 연결되어 있다.
아니, 그걸 떠나서 한 놈은 일 본도를 든 채였다. 그것도 날이 시퍼렇게 서 있는 진검이다.
“야이- 호랑 말코 같은 놈아! 누가 박 사장이야!”
미주는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 질렀다.
모처럼 꺼내 입은 하얀색 진주 가디건에 온통 고춧물이 들어 버 려서 말이다.
손님 손놈 (2)
“형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방우야. 나갈 준비 해 라.”
유장춘은 그답지 않은 점잖은 양복을 차려입었다.
“혹시 도훈 형님 일입니까? 옷 을 단정히 입으셨습니다.”
“아니다. 누구 좀 만나야 할 것
같다.”
“비즈니스적인 겁니까?”
“그래.”
“그렇습니까? 누가 건방지게 형 님을 오라 가라 한단 말입니까?”
서울에 처음 상경했을 때, 서울 3대 조직의 보스였던 김도훈의 부름에도 사시미칼 하나 딱 차고 들어갔던 인물이 유장춘이다.
지방우는 지난 15년의 세월 동 안 유장춘의 곁에서 그의 그런 모습을 보아왔다.
“일단 가서 봐야겠지만, 우리 조직의 사활이 걸릴 수도 있는 일인 것 같다.”
“무슨 일인지 말 좀 해 주십시 오. 저는 알면 안 되는 겁니까?”
“그나마 너니까 운전이라도 시 켜서 같이 가는 거다. 그쪽에선 혼자 오라고 했다.”
서울에 상경해 10년이 흘렀다. 그때는 촌뜨기 지방 건달이었던 그들이 지금은 서울의 3대 조직 중 하나가 되어 있다.
그것은 몇 년 있었던 전국적인 사건, 아니 전 지구적인 사건과 연관이 크다.
바로 차원 균열.
5년 전 갑자기 서울 한복판에 차원 균열이 생긴 날, 서울엔 몬 스터가 출몰했고 초능력인 특형 이 발현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장춘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것은 일종의 천운이었다.
서울에서 방귀 좀 뀐다고 하는 깡패 중 가장 먼저 특형이 발현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다음부터 오늘의 유장 춘이 있기까지는 순전히 그의 능
력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유장춘이 긴장하고 있다.
방우는 여간 심상찮은 일이라고 여겼다.
“알겠습니다. 어디로 가면 됩니 까‘?”
“대호호텔로 가자.”
“설마 대호에서 부른 겁니까?”
“그거야 가서 보면 알겠지.”
대한민국 재계 순위 1위, 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