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1)_5
실제로 이 나라를 움직이고 있 는 힘은 대호에게서 나온다.
경제적으로도 그렇고 정치적으 로도 그렇다.
여의도에서 밥 먹는 사람 증 상 당수가 대호장학재단 출신이라고 하면 알 만한 일이다.
그 대호에서 불렀다.
“알겠습니다. 빨리 가시죠.”
방우는 서둘러 대호호텔로 차를 몰았다.
장춘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옷매무시 를 가다듬었다.
“형님, 저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무슨 일 있으면 바 로 신호 주십시오.”
“ 알았다.”
장춘은 호텔 안으로 들어가 프 런트에 섰다.
“호랑이 그림 있는 메모지 좀 주시오.”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 까, 손님?”
“호랑이 그림 메모지 좀 달라고 했수.”
“예, 손님. 바로 모시겠습니다.” 프런트 직원이 장춘을 직원 복 도를 통해 이어지는 엘리베이터 로 안내했다.
엘리베이터에는 층을 표시하는 버튼이 없었다.
“그럼 편안한 시간 되시길 바랍 니다.”
직원의 인사가 끝나고 엘리베이 터 문이 닫혔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여 선 층엔 층수를 나타내는 안내판이 없었 다.
창문도 없었던 탓에 층을 알 수 가 없다.
통로도 하나도 방도 하나라 길 을 잃을 일은 없었다.
“헤맬 일은 없겠구먼.”
유장춘은 하나밖에 없는 방문 앞에 서서 노크했다.
“안에 김 팀장님 계십니까? 연 락받고 온 유장춘입니다.”
문은 금방 열렸다.
“반갑습니다. 김 팀장입니다.”
직접 문을 열어 준 김 팀장은 웃는 낯으로 유장춘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순간, 유장춘은 피 냄새를 맡았다.
‘이놈 이거, 사람 꽤나 썰어 본 놈이구먼.’
말로만 들었지 진짜로 이럴 줄 은 몰랐는데, 소문이 진짜였다.
아니, 소문이 오히려 축소되었 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아이고,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전략기획 3팀에서 저 같은 놈을 다 불러 주시고.”
“하하하, 작은 정정을 드리자면 저희는 그냥 3팀입니다. 전략기 획이란 수식어는 그냥 이름 짓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이 붙여 준 것 일뿐입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꼭 명심하 겠습니다.”
“그럼 서로 일이 바쁠 테니 간 단히 용건 먼저 말씀드리죠.”
“예, 귓구녕 후벼 파고 잘 듣겠 습니다.”
“후훗, 예, 잘 들으십시오. 저는 유 사장님의 사업체가 언더마켓 과 꽤 큰 연관이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무슨 언더마켓이냐고 물을 것도 없고, 무슨 사업체를 말하는 거 냐고 물을 것도 없다.
유장춘은 김 팀장이 모든 것을 다 알고 불렀음을 단번에 직감했 다.
“예, 맞습니다.”
“다행입니다. 그럼 제가 의뢰 하나 드려도 될까요?”
“말씀만 주십시오. 없으면 만들 어서라도 구해 오겠습니다.”
“좋습니다.”
김 팀장이 종이 한 장을 틱 내 밀었다. 대호호텔 메모지에 손으 로 쓴 것이다.
메모지는 가벼웠지만, 그 안의 품목은 무게가 달랐다.
용정과, 구불신, 고황구신.
하나같이 불로장생의 약이라 불 리는 것들이고, 그 뒤로 이어진 것들도 만병통치약이라 불리는 희소한 재료들이었다.
“귀한 물건들입니다. 만병통치 급은 종종 구할 수 있는데 불로 장생급은 언더마켓도 쉽지 않습 니다.”
“쉬웠다면 자체적으로 수급을 했겠죠?”
김 팀장은 빙긋이 웃었다.
“아아, 예. 그렇습죠. 알겠습니 다,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김 팀장은 핸드폰 하나를 내밀 었다.
“금전적으로든 절차적으로든 일 에 차질이 생기면 망설이지 말고 연락 주십시오. 번호는 저장되어 있습니다.”
“예. 그럼 시일은 어느 정도로 맞추면 되겠습니까?”
“불필요한 질문 아닌가요? 여유 가 없으니 유 사장님을 모셨겠 죠.”
“아아. 예, 이거 또 제가 눈치 없는 소리를 했습니다. 최대한 빨리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인력이 많이 들 어가는 일이라서 말입니다, 허허 허.”
유장춘이 손을 비비며 어색하게 웃는다.
“일만 잘 해결되면 그에 따른 보상은 기본이고, 제가 개인적인 빚 하나 진 걸로 쳐도 됩니다.”
“아이고, 그거면 충분하지요. 그 러면 금방 연락드리겠습니다.”
유장춘은 냉큼 고개를 숙이고 나왔다.
“형님, 어떻게 됐습니까?”
“방우야, 이거 큰 건이다. 이거 하나만 잘하면 우리가 서울 먹는 다.”
“진짭니까?”
“내가 비싼 밥 먹고 허튼 소리 하게 생겼냐?”
“뭐라고 합니까? 우리한테 뭐가 필요하데요?”
“약들이다.”
“ 약요?”
“그래 인마. 몇 년 전에 대호 회장님이 쓰러졌잖아. 알지?”
“당연히 알죠. 한국 사람 중에 그거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습니 까.”
“그래. 뉴스로는 괜찮다 어쩐다 했는데, 오늘내일하는 게 분명하 겠지. 그러니까 대호에서 우리 같은 건달 손까지 빌려서라도 약 을 찾으려고 하는 거 아니겠냐.” 심계에서 나오는 모든 물질이
잘 팔리지만, 그중에서도 약성이 있는 것은 더욱 치열하다.
외국계 제약 회사에서 가장 눈 독 들이는 품목이기 때문이다.
“그럼 일단 종로로 갑니까?”
“그래야지.”
종로를 밝히는 전당포 거리를 지나, 옛날 먹자골목의 한 허름 한 건물로 들어갔다.
“박 사장.”
“사장님, 연락도 없이 갑자기 오셨습니다?”
“급한 일이야. 지금 마켓에 돌 고 있는 약 종류는 전부 다 쓸어 라.”
“뜬금없이요? 지금 진행하고 있 는 것들은요? 그것만 해도 총알 모자랍니다.”
장춘이 사설 금고 열쇠를 턱 꺼 내 줬다.
“돈은 걱정하지 말고 빼 써라. 일단 물건이나 구해.”
“누구 다쳤습니까?”
“그건 니가 알 거 없고. 불로장 생급은 떴다 하면 일단 계약금부 터 걸어. 돈은 융통할 테니까.”
“그래도 일의 순서는 알려 줘야 일을 할 거 아닙니까.”
“너는 그게 문제야. 항상 뭘 재 려고 해. 알면 다치니까 궁금해 하지 말고 일이나 해라.”
장춘은 단단히 으름장을 놓고 나왔다. 그러곤 인사동으로 갔다.
인사동은 김도훈의 영역이다.
처음에야 서로 죽이네 살리네 했지만, 지금은 형님 아우 하는 사이다. 사람은 못 심어도 직접 뛰는 것은 크게 뭐라 않는다.
“방우야, 당분간은 집 들어갈 생각 마라.”
“당연하죠. 벌써 집에 전화해 놨습니다.”
“그래, 이번 일 잘하면 대호에 서 빽 한 번은 서 줄 거다. 그 기회로 서울 다 잡아먹고 경상도 에 새끼 하나 치자. 그러면 전국 이 우리 손아귀다.”
유장춘은 대호와 함께라면 그 목표를 금방 실현할 수 있을 거
라 믿었다.
“형님, 뭔가 일이 꼬인 것 같습 니다.”
“일이 꼬이다니?”
“박 사장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없는 번호로 나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장춘은 급히 핸드폰을 꺼내 박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웬걸, 정말 없는 번호라는 알림 이 떴다.
눈동자에 불꽃이 튄다.
장춘은 인사동 마켓과 다른 지 방의 큰 마켓을 도느라 종로 마 켓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니까 박 사장에 전부 맡겨 두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 연락이 안 되는 것이다.
“이 개잡노무 새끼가!”
장춘은 화를 참지 못하고 핸드 폰을 집어 던졌다.
“창범아!”
장춘은 행동대장 창범을 불렀 다.
“예, 형님!”
“지금 장당 박 사장 본가로 가 라.”
“본가를요?”
“그래. 가서 그놈 애비 애미를 잡아 와. 박 사장도 있으면 그 자식은 다리를 잘라서 끌고 와.”
창범도 지금까지 장춘이 바쁘게 돌아다닌 것을 알고 있다.
지방 출장을 갈 때면 운전을 하 기도 한 게 창범이다. 일이 크다 는 것 정도는 단번에 알아챈다.
“알겠습니다. 형님.”
“방우 당장 종로로 가자!”
“전화번호까지 없앨 정도면 작 정하고 날랐다는 건데, 설마 아 직도 가게에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손가락 빨고 있을 거 냐! 이 잡듯이 뒤져서 단서라도 찾아야 할 것 아니야.”
“알겠습니다.”
방우는 연신 클랙슨을 울리며 거칠게 차를 몰았다.
방우는 좁은 골목 안까지 막무 가내로 차를 들이밀어 전당포 앞 에 차를 세웠다.
“방우야, 칼 꺼내라. 이 자식 다 리 붙여 두면 못 잡는다. 도망가 기 전에 다리 먼저 잘라야 해.”
“알겠습니다.”
방우는 트렁크를 열어 일본도를 꺼냈다. 그의 특형인 2연 베기를 쓰기 위해선 날붙이를 들어야 한 다.
장춘은 맨손이다. 그의 특형은 철권이기에 맨손으 로도 충분하다.
“불 켜져 있는 거 보니까 안에 누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들어 가자.”
“알겠습니다, 형님.”
장춘의 주먹이 검붉게 닳아 올 랐다.
근육도 몇 배나 부풀어 올라 상 의가 다 터져 나갔다.
콰앙!
장춘은 단방에 현관문을 부수고 들어갔다.
“이 찢어 죽일 새끼야. 감히 내 뒤통수를 쳐!”
당장에라도 박 사장을 짓이길 기세였는데, 가게 안에는 눈에 익은 얼굴이 없었다.
“야, 호랑 말코 같은 놈아! 누 가 박 사장이야!”
태식이 소리치는 미주 앞을 자 연스럽게 가로막았다.
“손님 아닌 것 같은데, 보내 줄 때 곱게 나가라.”
“이 새끼 뭐야, 이거.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새끼가 어른이 이 야기를 하면.”
장춘이 성큼 앞으로 나서며 손 을 치켜들었다. 그대로 멈췄으면 좋으련만 장춘은 그 손을 휘둘러 버렸다.
탁!
태식이 장춘의 손을 쳐 냈다.
“어쭈? 쳐 내‘?”
그런데 이상하게 손이 아프다. 철권을 시전 중이라서 아플 리가 없는데 말이다.
“혀, 형님. 소, 손이.”
“어? 이거 왜 흔들리냐?”
장춘의 손목이 덜렁거렸다.
“이놈 이거 곰이네 곰. 얼마나 둔하면 지 손목 부러진 것도 몰 라, 쯧쯧.”
“뭐? 이 정신 나간 여편네가!”
장춘이 태식을 빗겨 내고 나가 려고 했다.
퍼벅.
‘어? 왜 바닥에 누워 있지?’
장춘은 낡아 빠진 형광등을 보 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일어나지지가 않는다.
“혀, 형님, 형님, 괘, 괜찮으십니 까?”
방우의 커다란 얼굴이 눈에 가 득 들어찬다.
“방우야, 뭐냐 지금?”
“형님, 그게……
“아들. 이 썅노무 새키들 입에 미싱질을 해 버려. 누구보고 여 편네야. 누구보고! 나, 아직 나가 면 아가씨 소리 들어!”
“에이, 엄마. 그건 좀 아니다.”
“이눔이! 넌 엄마 편 들어야 지!”
미주가 태식의 등짝을 후려쳤 다.
“아이, 좀-. 엄마는 왜 내 편 안 들어 주고.”
장춘은 지금 상황이 도저히 이 해되지 않았다.
‘뭐지 이거……? 몰래카메라인 가?’
“야, 방우야. 나 지금 꿈꾸는 거 냐…… “형님, 가만 계십시오. 지금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방우가 장춘을 고이 눕혀 두곤 일본도를 고쳐 잡았다.
“한가락 하는 놈 같은데 잘 들 어라. 우리 철권파다. 어디 소속 인지 모르겠는데, 여기서 더 나 가면 전쟁이다.”
“철권파? 그럼 나는 태촌아파트 부녀회다, 이 자식아. 내 아들이 소싯적에 마왕을 잡고 왔어! 누 구 앞에서 전쟁을 운운해!”
미주가 삿대질을 해 가며 소리 쳤다. 태식이 그런 미주를 붙들 었다.
“아이, 엄마. 좀! 저 사람 칼 들 고 있어, 칼! 저 문신 봐, 깡패들 이잖아. 어떻게 아줌마가 깡패 무서운 줄 몰라.”
“너도 칼 있잖아, 칼 꺼내. 그 뭐시기. 뭐야. 이벤토마토인지 뭐 시긴지 거, 그 안에 뭐 많잖아. 금 꺼낸 요술 보따리 안에!”
“아이고. 우리 마마님, 화 많이 나셨네-.”
태식이 손가락을 튕겨 집 거실 로 연결되는 워프 게이트를 열었 다. 그리고 미주를 번쩍 들어 그 안으로 집어넣었다.
“누구보고 여편네래, 누구보고! 어! 내가 니 여편네냐! 우리 서 방도 나한테 여편네라고 안 했 어!”
“엄마, 손 집어넣어, 손. 손가락 잘려. 손!”
태식은 겨우겨우 워프 게이트를 닫았다.
“흠흠, 이거 괜히 부끄럽네. 이 해하지? 원래 엄마들이 아들 자 랑이 심하잖아, 하하.”
방우는 반쯤 넋이 나간 얼굴로 눈만 껌뻑거렸다.
대호의 장녀 (1)
“자, 자. 어색한 분위기는 환기 한번 시키자고.”
태식이 박수를 짝 쳤다.
방우는 몸을 부르르 떨며 정신 을 차렸다.
워프 게이트를 여는 사람이다.
한가락 하는 수준을 따질 일이 아니다.
쨍그랑-.
방우는 검을 내던지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사람을 잘못 봤습 니다.”
“피차 알 만한 사람끼리 뭘 그 러냐.”
태식은 앉은뱅이 의자를 끌어와 그 앞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