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1)_6
긴장감이라곤 하나도 없다.
태식이 허공에 손을 쑥 집어넣 었다.
‘시공간 비틀기라니! 미쳤어. 미 쳤다고.’
방우는 턱을 달달 떨었다.
“그런데 너는 좀 그렇다. 요즘 깡패는 사시미가 아니라 일본도 들고 다니냐? 너 인마, 그거 불 법이야.”
“그, 그, 그게. 그게. 제 특형이 2연베기라서, 그래서 검이 없으 면 발동이 안 돼서, 그래서 그랬 습니다.”
방우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지 갑을 꺼내 태식에게 내밀었다.
“뭔데 이거?”
“도, 도, 도검소지증도 있습니 다.”
“파하-. 고놈, 준법 정신 투철 한 깡패였네.”
태식이 허공에서 손을 뽑았다.
쿵-. 커다란 상자가 딸려 나왔 다.
먼지가 뿌옇게 날린다.
태식이 상자를 열었다. 상자는 화장품 상자처럼 다단으로 펼쳐 졌다.
장도리, 도끼, 톱, 펜치, 드릴, 어찌 보면 공구함인가 싶다.
그런데 여간 이상한 물건들이 한가득이다. 피가 묻어 있는가 하면 머리카락 같은 것들도 엉켜 있었다.
“사, 사사, 살려 주십시오. 저, 저희는 그냥, 그냥 박 사장만 찾 으러 왔습니다. 박 사장, 그러니 까 그 박 사장 그 새끼가……
“깡패면 좀 깡패답게. 누가 보 면 내가 너 잡아먹는 줄 알겠 다.”
“제, 제발, 다 말씀드리겠습니 다. 고문 같은 거 안 하셔도, 그 냥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제발!”
“아서라. 나는 혓바닥 달린 것 들이 내는 소리는 숨소리도 안 믿는다. 그런데 이거 어딨어.”
태식은 박스의 아래 칸을 뒤적 거렸다.
“여기 있네. 하도 오랜만이라 고장 안 났나 모르겠어.”
태식은 꾸깃꾸깃 접힌 가죽 모 자를 잘 폈다.
기억추출기다.
이놈이 개발되기 전에는 마족 놈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 하나 받아 내기가 그렇게 고역일 수 없었다.
그런 목적으로 만든 것인 만큼 효과는 발군이다.
다소간의 부작용이 있지만, 마 족을 상대로 쓰는 건데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 그게 뭡니까?”
“가만히 있어. 다치는 거 아니 야.”
태식이 손짓하니 방우는 그대로 얼어붙어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태식이 고정된 방우의 머리 위 에 기억추출기를 씌웠다. 그러곤 다크매터를 주입하여 작동시켰 다.
밝은 빛을 내며 작동했지만, 기 억은 뽑혀 나오질 않았다.
“이거 오래돼서 그런가, 접지 불량이네.”
태식은 다시 상자를 뒤적였다. 그러곤 한 뼘 크기의 단도를 꺼 냈다.
태식이 방우의 얼굴에 단도를 들이댔다.
“저, 저, 사, 사장님? 선생님? 형님?”
“너 몸에 그림 그릴 때도 이랬 냐? 덩칫값 좀 해 인마.”
방우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서걱서걱. 머리가 시원해진다. 후드득 머리카락이 잘려 나왔다.
“가만히 있으면 안 다친다니 까.”
태식이 다시 기억추출기를 씌웠 다. 접지판이 민머리에 찰싹 달 라붙는다.
제대로 작동 되니 방우의 기억 이 홀로그램처럼 그려졌다.
태식은 뒤로 감기 속도를 조절 하며 방우의 기억을 읽었다.
대호 그룹에서 의뢰를 받았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정확한 핵심 을 파악할 기억은 없었다.
태식은 방우를 두고 장춘에게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장춘은 두상이 엉망이라 접지가 잘 안 되었다. 짜증 나는 일이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크게 오해 했습니다. 물러가겠습니다.”
“들어올 땐 마음대로 설치고 들 어와 놓고 그냥 간다고? 너 같으 면 보내 주겠냐?”
근본적인 시발점을 찾아서 원천 봉쇄해 버려야 한다. 그게 첫 손 이 많이 가더라도 뒷손 가는 일 없이 깔끔하다.
그래야 정신적으로도 찜찜하지 않다.
그리고 그걸 떠나서 그냥 보내 주기엔 짜증이 안 풀린다.
엄마한테 여편네라고 까지만 안 했어도 넘어갈 만한데, 역시 못 넘어가겠다.
“니들 움직인 게 3팀 김 팀장? 맞아?”
“네, 맞습니다.”
방우는 절절 고개를 끄덕였다.
태식은 장춘의 품을 뒤적거렸 다. 장춘의 기억에서 본 핸드폰 이 있다.
태식은 바로 김 팀장에서 전화 를 걸었다.
“여보세요? 김 팀장님?”
-번호는 아는 번혼데, 목소리가 아는 목소리가 아니네요?
“지금 혹시 대호호텔 기획3팀 사무실에 계신가요?”
-너 누구야? 누군데 그 전화기 가지고 있어?”
“다짜고짜 반말이네. 혓바닥을 절반으로 만들어 줄까?”
-하, 이거 참. 거, 목소리도 어 린 게 세상 물정 모르고 실수하 는 것 같다는 생각은 안 드나? 그 핸드폰 어떻게 얻었는지 모르 겠지만, 주인에게 돌려주는 게 좋을 거야.
“그러는 너는 세상 물정 얼마나 잘 알아서 그렇게 기고만장이냐?
-기고만장? 푸하하하하. 기가 차는 구만. 꼬마야. 주제 모르고 어른 일에 끼어들면 크게 다친 다. 알량한 제주 조금 가지고 있 나 본데 이 세상인 니가 상상 못 하는 일도 많단다.
김 팀장의 목소리는 분노와 여 유가 함께 섞여 있었다.
자신감과 오만이 함께 공존하는 어투다.
태식이 제일 싫어하는 부류의 것이다.
마왕군의 마수 군단장들이 하나 같이 이런 성격들이었다.
태식은 순간 예전 생각에 열이 확 올랐다가 이내 숨 한번 푹 내 쉬었다.
여긴 로아가 아니다.
이 전화 너머에 있는 사람도 마 족이 아니다.
그리 생각하니 구태여 검을 꺼 낼 마음까진 들지 않았다.
“어우, 그래? 그럼 여러 말 하 지 말고 딱 하나만 말해 봐. 지 금 어디야? 대호호텔 사무실 맞 냐고. 유장춘을 만났던 사무실.”
-그래, 맞다. 맞다고 하면 어쩔 거냐. 찾아오기라도…….
태식이 손을 흔들었다.
워프 게이트 너머로 김 팀장의 얼굴이 보인다.
“할 거냐……?”
“김 팀장님? 생각보다 젊어 보 이네. 아니 동안인가?”
김 팀장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 으로 핸드폰과 태식의 얼굴을 번 갈아 봤다.
“놀라긴. 워프 게이트 처음 봐‘?”
“아, 아니…… 뭔가 착오가
“내가 넘어갈까, 니가 넘어올 래?”
“혹시 전자 3팀이오?”
“내가 물었잖아.”
“아니면 생명 3팀이오?”
“김 팀장님, 매너 있게 할 때 넘어오세요. 내가 넘어가면.”
태식은 마법으로 장춘을 들어 올렸다. 그러곤 살살 흔들었다.
허공에 뜬 장춘의 사지가 오징 어 다리처럼 너풀거렸다.
“연체동물로 만들어 준다?”
태식이 빙긋이 웃었다.
태식은 잘 웃는다. 특히나 전투 시에는 더없이 즐겁게 웃기도 한 다.
원념 가득 찬 복수를 하는 것이 었으니 절로 웃음이 나는 게 당 연하잖나.
그렇기에 태식의 미소에는 즐거 움과 함께 살기 또한 녹아 있다. 지금은 그 살기가 더 많다.
“저, 정체가 뭐, 뭐요?”
“넘. 어. 와.”
“아, 알겠소.”
김 팀장이 워프 게이트의 테두 리를 두리번거리며 전당포로 넘 어왔다.
“흠흠-.”
김 팀장은 헛기침으로 숨을 골 랐다. 그러더니 명함을 내밀었다.
크리스탈 홀로그램이 박혀 있는 명함은 앞면에 대호, 뒷면에 팀 장이란 직함과 그의 이름으로만 구성되어 있었다.
“명함 기깔나네. 나도 이런 명 함이면 하나 가지고 싶구만.”
“소개가 늦었습니다. 대호호텔 3팀, 팀장 김주민이라고 합니다.”
“됐고, 앉아.”
“예?”
“허튼짓하지 말고 앉으라고.”
태식이 방우에게 손짓을 했다. 방우가 얼른 의자에서 비키더니 바닥에 꿇어앉았다.
“앉아. 말 여러 번 시키는 타입 이네.”
“아, 아닙니다. 일단 앉죠. 하 하.”
김 팀장이 자리에 앉았다.
“귀하의 실력은 알아보겠습니 다. 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더니, 하하하. 정말 그렇군요. 이번 일 을 계기로 우리 대호도 반성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귀한 분을 여즉 이리 한데에 모 셔 두었으니 말입니다.”
“입 닫아. 말 많은 거 안 좋아 해.”
“그 말이라는 것도 무게감이 없 는 놈들이 하는 말이야 당연히 듣기 고달프지요. 하지만 저는 대호의 3팀입니다. 귀하도 아시 다 시피 대호 일가와 직계로 이 어지는 조직입니다. 분명 귀하께 서도……
“거, 새끼. 말 많네, 진짜.”
태식은 김 팀장의 턱을 부여 쥐 고 재갈을 물렸다. 끼릭끼릭 나 사를 조이니 재갈이 벌려져 턱을 압박했다.
“으억 으으거 ”
“그러니까 조용.”
태식은 김 팀장의 뒷덜미를 잡 고, 그의 머리카락을 밀었다. 요 리사가 사과를 깎는 것처럼 능숙 하다.
다 미는 것도 귀찮아서 접지되 는 부위만 간단히 밀었다.
슥슥 몇 번의 칼질로 김 팀장의 머리에 고속도로 몇 개가 훤히 뚫렸다.
태식은 기억추출기를 씌워 기억 을 읽었다.
유장춘을 만난 것까진 이미 알 고 있는 내용이다.
그 이전의 것을 봐야 한다.
“기억 안 나는 거 억지로 끄집 어 내면 뇌가 타 버려. 그러니까 기억해. 이 사단이 일어난 근본 적인 원인이 뭐냐?”
태식은 김 팀장의 눈을 똑바로 보며 명령했다.
“평생 침 흘리면서 살고 싶냐? 기억해.”
김 팀장은 눈을 질끈 감았다.
흐릿하던 기억이 다시 선명히 떠오른다.
기품 있는 여인이 있었다. 그녀 는 수심 깊은 얼굴이었다.
‘큰일이에요. 아버지의 병세 는……. 이대로 호전되지 않을 것 같아요.’
‘사장님, 명령하실 일이 있으시 면 무엇이든 명령하십시오. 따르 겠습니다.’
‘후우-. 아니에요. 이건 저 혼자 결정해서 움직일 문제가 아닌걸 요. 일단 오빠랑 동생이랑 함께 이야기해 봐야될 것 같아요.’
‘그러시다면 기다리고 있겠습니 다.’
기억은 이게 끝이었다.
“이게 다야?”
“으어억, 으그그.”
가장 뒤로 돌린 기억이 이것이 다. 더 이상은 없다.
태식은 기억추출을 멈추었다. 이미 그의 머리에선 김이 피어오 르는 중이다.
얼굴은 땀으로 흥건하고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다.
태식이 입에 물려 둔 재갈을 빼 줬다.
“명령받은 적은 없고, 네 독단 인 거냐?”
“그, 그렇습니다.”
“천만다행이네. 나는 또 대호 아가씨까지 불러와야 하나 했 어.”
“아닙니다. 이들을 움직인 건 제 선에서 끝나는 겁니다. 사장 님은 관계없습니다.”
“그럼 이쯤에서 정리할까?”
태식은 가뿐하게 말했다.
“사장님! 사장님! 자, 잠시만요. 잠시만요. 잘못했습니다. 몰라뵙 고 그랬습니다.”
갑자기 방우가 태식의 바짓가랑 이를 붙들고 늘어졌다.
“살려 주십시오. 모르고 그랬습 니다. 살려만 주시면 사장님 계 신 쪽으론 오줌도 안 싸겠습니 다. 죄송합니다. 살려 주십시오.”
태식의 눈이 가늘어졌다. 질척 거리는 건 딱 질색이다.
“아이고오-. 저, 처자식이 있습 니다. 첫째는 이제 겨우 초등학 교 들어갔고 둘째는 유치원 들어 갔습니다.”
방우는 다시 지갑을 열어 도검 소지증 맞은편에 있는 사진을 들 이밀 었다.
가족사진에서의 방우의 모습은 여느 아버지의 모습과 다르지 않 았다.
“어휴- 화상아.”
태식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고개 들어.”
“ 예?”
“고개 들라고, 인마.”
“예, 예.”
태식의 동공에 마법진이 그려졌 다. 간파의 진이다.
간파의 진은 인간으로 위장한 마족을 골라내거나, 마족의 권속 을 골라내기 위해 개발한 기술이 다.
기본적으로는 마족의 고유한 다 크매터 파장과 공명치를 보는 것 이다.
공명치가 높을수록 마족과 궁합 이 잘 맞는다는 뜻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런 이들은 대부분 사악한 악인들이 었다.
간파의 진으로 본 방우의 수치 는 그리 높지 않았다. 굳이 따지 자면 김 팀장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장춘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김 팀장과 장춘 이 사이코패스의 수준인 것도 아 니고 방우가 일반인의 기준에서 크게 벗어난 것도 아니었다.
하기야, 도검소지증을 가지고 다니는 것만 봐도 제대로 된 깡 패는 아니지 싶다.
“살려만 주시면 정말 착하게 살 겠습니다.”
“착하게는 무슨. 개가 똥을 끊 지.” 태식을 일부러 냉정하게 방우의 손을 쳐 냈다.
“아닙니다, 정말입니다. 그래도 저희 민간인은 건드린 적 없습니 다. 깡패이긴 하지만 삼류 양아 치처럼 살진 않았습니다. 나름 자부심이 있는 정통파 건달입니
다.”
“웃기지도 않네. 깡패가 자부심 이란다.”
“정말입니다. 저희 바닥에서도 한번 가오 상하면 그대로 고꾸라 집니다. 양아치처럼 살면 이 자 리까지 못 올라옵니다. 형님, 형 님. 정신 좀 차려 보십시오! 좀! 지금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 이란 말입니다!”
방우는 정신을 잃고 있는 장춘 을 흔들었다. 태식이 일부러 재 워 뒀으니 일어날 리가 없다.
“입 닫고 있어.”
태식은 소리치며 워프 게이트를 열었다. 김 팀장의 사무실로 연 결된 게이트다. 태식은 김 팀장 을 먼저 그 안으로 집어넣었다.
“팀장님, 일 키우지 말고 여기 서 마무리합시다. 나 귀찮은 거 싫어합니다.”
대답을 들을 것도 없이 워프 게 이트를 닫는다.
“사장님, 형님, 부처님, 예수님, 수녀님……. 좀 살려 주십시오. 봐서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 그 냥 따까리 역할만 한 겁니다.”
“수녀님은 아니지 않냐?”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