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1)_7
“님이란 님은 다 갖다 붙여도 자식아. 수녀님은 아닌 거 아니 냐고.”
“아, 저, 그 죄송합니다.”
태식은 꺼내 놓은 도구들을 찬 찬히 정리했다.
방우는 벌떡 일어나 너저분하게 꺼내 둔 장비를 집어 들었다. 하 나같이 먼지와 피딱지가 굳어 있 는 것들인데, 그것을 잡고는 제 가슴팍에 쓱쓱 문지른다.
“뭐 하냐?”
“정리하시는 거 도와 드리겠습 니다.”
두 손으로 고이 받쳐 공손히 내 민다.
태식은 피식 웃었다. 그 시선이 방우가 들고 왔던 일본도에 향해 있다.
“칼 들고 다니지 말고.”
“그건 특형 때문에……
“멍청아. 2연 베기는 베는 게 중심이지, 칼이 중심이 아니야. 벤다는 행위만 있으면 특형은 발 동해.”
“예? 아, 예……
“못 알아 먹으면 말고. 됐어, 만 지지 마. 내가 정리해야 해. 니 형님이나 데리고 꺼져.”
“아이구! 감사합니다, 형님! 감 사합니다! 그럼 조용히 꺼지겠습 니다! 아, 칼은 놓고 가겠습니다. 앞으로 안 쓰겠습니다.”
방우는 이때가 기회다 싶었는지 장춘을 들쳐 업고는 후다닥 가게 를 나갔다.
“이 정도면 무난하게 처리했지, 뭐. 눈치가 있으면 덤비진 않을 거야.”
일부러 보란 듯이 많은 것을 보 여 줬다.
철권파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
김 팀장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보는 눈이 있는 만큼 상황 파악 도 잘할 거라 믿기로 했다.
뭐, 영 귀찮다 싶으면 다 날려 버리면 그만이라, 태식은 그만 신경을 껐다.
대호의 장녀 (2)
아침 샤워를 한 태식은 정장이 아닌 추리닝을 입었다. 머리는 대충 물기만 털어 내고 식탁에 앉는다.
“어휴, 그렇게 말을 해도.”
“아직 물건 정리할 거 있다니 까.”
“그놈의 물건은 어떻게 매일 정 리하니?”
“밥 먹다 체하겠네.”
아침 밥상부터 돈가스다.
“어, 이거 하인즈 케첩.”
“조은이네 엄마가 하나 줬어. 외국 건데 그게 맛있다더라.”
“그래서 아침부터 돈가스 했 어?”
“어제는 너가 저녁을 먹고 왔잖 아.”
아침이든 점심이든 맛있으면 그 만이다. 돈가스는 미주의 손에 꼽는 요리 중 하나다.
태식은 밥은 거르고 돈가스 덩 어리 하나 통째로 뜯어 먹었다.
“아들, 그런데 그날 이후로 별 일 없어?”
“응? 뭐?”
“그때 그 양아치 놈들 말이야.”
“아〜. 좋게 끝났다고 이야기했 잖아. 그날.”
“그날이야 그렇고. 며칠 지났잖 아.”
태식은 손을 휘휘 저었다.
“없지〜. 걔들이 돌고래 정도 지 능만 있어도 절대 뒷일 못 만들 어.”
“다른 것도 없어?”
“다른 거 뭐‘?”
미주는 꼬리를 튕기는 고양이처 럼 식탁을 탁탁 내리쳤다.
“그놈들 아주 못 배워 처먹은 놈들이지 않니? 갑자기 쳐들어와 서 행패를 부렸으면 죄송합니 다〜 하고 인사를 와야 할 것 아 냐. 내 세탁비도 안 주고.”
“엄마도 참-.”
“내 말이 틀려?”
“아니, 뭐, 틀린 건 아니고. 생 각해 보니까 그렇긴 하네.”
“혹시라도 다음에 또 보면 그러 는 거 아니라고 교육 좀 해.”
“알았어. 그러지 뭐.”
돈까스 넉 장을 게 눈 감추듯 해치운 태식은 자리에서 일어났 다.
“그럼 출근할게.”
현관문을 나가기 전, 태식은 현 관 선반에 있는 병정 인형을 살 폈다.
“엄마, 여기 병정 인형 건드리 지 마.”
“어느 거? 나 아무것도 안 건드 렸어.”
“여기 병정 인형.”
“안 건드렸대도.”
“위치 삐뚤어졌잖아. 이거 이 대형 그대로 둬야 해. 그래야 제 대로 작동해. 와서 봐.”
미주는 물기 묻은 손을 앞치마 에 쓱쓱 닿으며 태식 옆으로 왔 다.
“여기 마법진 보이지? 여기 꼭 짓점이 있는 방향을 쳐다봐야 돼.”
“아아-. 청소하다가 건드렸나 봐.”
“사람 일 모르는 거잖아. 조심 해.”
“알았다, 얘. 출근해.”
“응. 다녀올게요〜.”
태식은 현관문을 닫고 바로 가 게로 워프했다.
그러곤 그대로 소파에 안착했 다.
상쾌하게 씻고 배부르게 먹었으 니 이제 늘어지면 된다.
양아치 놈들이 와서 부순 현관 문은 그대로 부서져 있는 채였 고, 쓰레기통의 쓰레기도 가득 찼다.
설거지하기 싫어서 일회용 종이 컵을 샀는데, 그건 또 쓰레기통 을 비워야 한다는 귀찮음이 생겼 다.
귀찮은 건 미룬다. 미룰 수 있 는 건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룬 다.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미루지 못할 때 일을 시작하면, 그때의 효율은 평소의 두 배는 너끈히 나온다.
그러니 한가할 때 일을 미리 해 두는 것은 비효율적인 짓이라고 태식은 합리화를 한다.
이런 합리화는 썩 만족스럽다.
미룬다고 해서 당장 큰 불편함 이 생기는 일 없는 것들이라서 말이다.
하지만 미룰 수 없는 일이 있 다. 아니, 미루다 미루다 더 이상 미루지 못한 상황에 봉착했다.
“돈 떨어졌네.”
돈통에 돈이 없다.
딱 2만 원 남았다.
오늘 점심값하고 아이스크림 하 나 사 먹으면 내일 점심 먹을 돈 이 없다.
전당포에 어떻게 현금이 없을 수 있냐 할 수도 있겠지만, 장사 할 생각이 없으니 무슨 상관이 랴.
그래도 밥 사 먹을 돈은 있어야 한다.
“마실 나가기도 귀찮구만.”
당장 밥값만 하면 될 거라 큰돈 도 필요 없다.
“어디 보자〜. 거창하겐 필요 없 는데.”
태식은 아공간을 열어 안에 있 는 물건을 살폈다.
“이거 하나면 되려나.”
엄지손가락만 한 마령석을 하나 꺼냈다.
마령석은 보석 이외의 여러 목 적으로 활용되었는데, 그중 가장 큰 활용도가 바로 다크매터에 대 한 저장이다. 쉽게 말해 배터리 같은 것이다.
태식은 전당포 거리가 있는 메 인 종로 거리로 향했다.
간단히 식대나 벌자는 것이니 감정평가원까지 들르긴 귀찮다.
태식은 종로 거리의 가장 첫 번 째 가게이자 가장 큰 가게인 마 그마전당포 앞에 섰다.
금전이 넘치는 보물 상자 조형 물 간판이 마스코트다.
태식은 전당포 안으로 들어갔 말이 전당포지, 종합 편집숍이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잘 갖추 어져 있다.
일하는 종업원들도 전부 능력자 다.
일반인이 다크매터에 많이 노출 되면 치명적인 부분이라 그게 당 연하기도 하지만, 능력자들로 이 만한 종업원을 부린다는 것 자체 가 대단한 일이다.
태식은 구경꾼 반 손님 반, 바 글거리는 인파를 뚫고 매입 카운 터로 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손님?”
“이것 좀 처분할게요.”
태식은 마령석을 꺼내 놓았다.
종업원은 외눈 돋보기를 착용하 곤 마령석을 이리저리 살폈다.
“감정평가원 평가서는 지참하셨 나요?”
“아니요.”
“그러세요? 저희가 이걸 처분하 려거든 평가서를 받아야 하거든 요. 저희 쪽에서 발급하는 건 상 관없는데 수수료 있습니다.”
“네. 감안할 거 다 감안하시고 제 주머니에 꽂힐 금액만 말씀 주세요.”
“네. 그럼 평가 수수료, 보관료, 판매 수수료, 위험 부담금 해 서……
계산기를 두드리는 소리가 경쾌 하다. 그만큼 가격을 깎는 것이 니 경쾌할 수밖에 없다.
“230만 원 되시겠네요.”
“230이요?”
“예, 손님.”
어지간하면 대충 받고 나갈 생 각이었는데, 이건 후려쳐도 너무 후려친다.
“제값 받으면 1,200은 받을 물 건이고 아무리 못해도 700은 받 을 물건인데, 그걸 230요?”
“아하하하. 손님, 죄송하지만 위 험 부담율이 조금 높게 책정되어 서요.”
위험 부담금, 혹은 위험 부담율. 전당포라는 특성상 장물이나 불 법적인 경로로 습득한 물건을 가 지고 오는 경우가 없지 않다.
특히 금액이 클수록 그와 엮여 있는 사연도 얕지 않다.
그래서 생긴 게 위험 부담금이 다.
“왜요, 슬리퍼 끌고 와서요? 전 당포는 물건으로만 판단한다는 게 불문율 아닙니까?”
“가격은 물건으로만 판단하지 만, 위험 부담율은 매수자님을 보고 판단하는 거라서요. 이 가 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감 평원에 가서 정식 감정서를 받아 오시면 되겠습니다.”
종업원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말 려 올라간다.
지금의 태식은 무릎 나온 추리 닝과 3선 슬리퍼인 백수 에디션 이었다.
“귀찮아서 안 받아 온 거예요.”
“예, 그러시겠죠. 가격에 불만이 많으시다면 245만 원을 제시드 리겠습니다.”
“하-.”
코웃음이 나온다. 기껏해야 15 만 원을 올려 주다니.
돌아가자니 귀찮고 그냥 돈을 받아 가자니 영 짜증스럽다.
태식이 귀찮음과 짜증 사이에서 갈등할 때.
“형님! 아이고-. 형님!”
귀에 익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 다.
지방우였다.
지방우는 주인 만난 개처럼 달 려와 허리를 넙죽 숙였다.
“형님, 다시 뵈어서 참으로 반 갑습니다. 전당포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요?”
태식은 방우를 떨떠름하게 쳐다 봤다.
“내가 왜 니 형님이야?”
“저보다 높으신 분이면 다 형님 이지요. 이거야 이쪽 업계 관례 아닙니까. 야 백형아. 뭔데 우리 형님 붙잡고 그렇게 질질 끄냐?”
방우가 마령석을 낚아채 살펴봤 다.
“눈탱이 잘 치면 1,500은 받겠 구만. 너, 이거 얼마 불렀어?”
“지 사장님, 왜 그러세요. 업장 장사인데요.”
“형님, 얘가 얼마 불렀습니까 요?”
“230 부르더라.”
“야야! 이런 상도의 없는 장사 꾼을 봤나. 이것저것 뗄 거 떼면 한 1,300 책정해 드리면 되겠네. 뭐 해? 얼른 돈 내드리지 않고.”
“아휴, 사장님-.”
“니가 못 하면 장 사장님 불러, 내가 이야기할 테니까. 아니다, 됐다. 형님, 그냥 이거 저한테 파 시죠. 1,500에 사겠습니다. 안 그래도 이런 좋은 마령석 하나 필요하던 참이었습니다.”
방우는 양손을 싹싹 비벼 가며 웃었다.
오장육부를 3박 4일간 푹 우려 낸 듯한 웃음이었다. 이건 진심 이 없으면 낼 수 없는 표정이다.
“현금으로 있냐?”
“당연하지요〜. 저희야 원래 다 현금 장사 아니겠습니까. 그럼 저한테 파시는 겁니다?”
“그래, 그러자.”
“감사합니다. 그럼 귀찮으시겠 지만 잠시 함께 가시겠습니까? 현금을 들고 다니는 건 아니라서 요.”
“은행 가는 거지? 여기서 멀 어‘?”
“다 아시면서 그러십니다.”
“ 뭘?”
“다 이 근처 아닙니까.”
“됐고, 일단 가자.”
“ 예.”
방우는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
태식은 방우의 뒤통수를 가만히 쳐다봤다. 자신이 했지만맨질맨 질 면도가 참 잘됐다.
확실히 성능 좋은 칼이다.
“같이 들어가시겠습니까?”
좁은 골목길의 허름한 건물이었 다.
태식의 가게가 있는 먹자골목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어진다. 실 상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 다.
“사설 은행?”
“예, 종로가 금은방으로 뜨던 때부터 돈놀이하는 곳이지 않습 니까.”
이런 곳이 있는 줄이야 들어서 알고 있었지, 실제로 보는 건 처 음이다.
그렇다고 해서 시선을 빼앗겨 두리번거릴 일은 없다.
방우는 빳빳한 5만원권 현금 뭉 치 세 개를 챙겨 왔다. 태식은 돈뭉치를 대충 주머니에 찔러 넣 었다.
바지 주머니가 장지갑이라도 넣 은 것처럼 툭 불거진다. 그게 또 맛이다.
“물건은 제가 요긴하게 쓰겠습 니다. 형님, 팔아 주셔서 감사합 니다.”
방우는 또 한 번 허리를 넙죽 숙였다.
당한 걸 생각하면 진심으로 이 런 태도를 보이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이것도 자질이라면 자질이 다.
“ 아부는.”
“아부라니요. 목숨을 살려 주신 은인이신데 이 정돈 당연하죠.”
“어이구, 그러셨어? 그런데 현 관문은 그대로 생깠냐?”
“예?”
“문짝 부수고 갔잖아. 아, 그리
고 우리 엄마가 세탁비 달라고 하더라. 옷에 김치 국물 들었다 고.”
“아……. 아아. 아하하. 그래야 죠. 뒷수습은 당연히 저희가 해 야 하는 거였죠.”
방우가 금고에서 돈을 더 꺼내 려고 했다.
“돈으로 퉁 치려고 하지 말고. 너가 업자 불러서 고쳐 놔.”
“예, 알겠습니다. 그러시면 형님 시간대가 언제 편하십니까?”
“아무 때나 괜찮아.”
“그럼 제가 바로 수리업자 불러 서 찾아뵙겠습니다.”
“그래라-.”
태식은 사무실로 가는 길에 있 는 신 먹자골목을 보았다.
가게가 있는 구 먹자골목과 달 리 화려한 점포가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