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1)_8
메뉴도 차이가 있었다.
한우 육회라든가, 초밥, 장어, 참치전문 등등 대부분이 가격대 가 있는 음식점들이었다.
확실히 돈이 많이 도는 상가를 끼고 있으니 고급지다.
“간만에 사치 좀 부려 볼까, 이 거.”
태식은 당당하게 장엇집으로 들 어갔다. 종업원들은 태식의 드레 스 코드를 가지고 태식을 판단하 지 않았다.
태식은 6만 원짜리 점심 코스를 먹고 나왔다.
“비싼 게 돈값은 하네. 내일은 비빔밥으로 먹을까? 그 옆에 어 죽집도 괜찮긴 하던데.”
태식은 골목에 있는 커피 아줌 마에게 500원짜리 커피를 받아 홀짝거리며 옥상으로 올라갔다.
배부르게 먹고 커피까지 있으 니, 여기에 담배를 더 하면 그게 바로 화룡점정이다.
“쓰으으읍, 하아-. 이 맛에 살 지.”
연기와 함께 난간 너머로 풍경 을 즐기던 태식은 멀찍이 방우가 오는 걸 발견했다.
“야, 옥상!”
“아, 예, 형님.”
방우는 수리업자에게 가게를 맡 기고 냉큼 옥상으로 올라갔다.
“형님, 제가 사람 쫙 풀어서 기 깔 난 목수로 섭외해 왔으니 걱 정은 붙들어 매셔도 됩니다.”
“새것처럼 하지 말고, 분위기 맞게 해. 예전 거 그대로.”
“아, 예. 내려갔다가 오겠습니 다.”
방우는 냉큼 내려갔다가 올라왔 다.
“말하고 왔습니다, 형님. 현관을 버린 게 아니라 가능할 것 같다 고 합니다.”
“그래, 한 대 피워라.” 태식은 담배 없이 말만 권했다.
“예, 형님. 감사합니다.”
방우는 고개를 꾸뻑 숙이곤 고 개를 돌려 자기 담배를 물었다.
담뱃불이 보이지 않게끔 엄지와 검지로 쥐고 피는 모습이 퍽 웃 기다.
과하게 배웠구나 싶다만 이게 또 기분 상할 일은 아니다.
“대호랑은 어떻게 됐냐? 조인트 좀 까였어?”
“그게, 별달리 언급이 없습니다. 일을 파투 내자는 것도 없고 책 임을 묻는 것도 없고. 저희가 먼 저 연락을 해 봤는데, 받지도 않 습니다.”
“그럼 파투 난 거네?”
“파투라는 말도 없어서 말이죠. 저희 형님 말씀이, 이게 김 팀장 혼자 감당할 와꾸가 아니라고 했 습니다. 우리 쪽에서 알아서 준 비해 놓으면 뭐 이야깃거리가 있 을 거라고.”
“그래?”
“예, 그래서 저도 새로 안테나 꼽으려고 돌아다니던 중이었습니 다. 박 사장 그 새끼가 중간다리 하나여서……
“그러게 왜 그랬냐.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다 때려 담고.”
“그래서 이번에는 문어발로다가 할 참입니다.”
“아! 야. 문어 이야기해서 생각 난 건데, 너 머리 다시 안 난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너 머리 밀 때 쓴 칼이 심문용 칼이라 모근 삭제 기능이 있거 든. 야속하다고 하지 마라. 너 칼 들고 들어왔었다.” 방우의 인상이 잠시 일그러졌다 가 다시 활짝 펴졌다.
“안 그래도 엠자가 계속 심해져 서 화끈하게 밀어 버릴까 생각하 던 참이었습니다, 하하하하. 이발 비 아끼고 좋은 거죠, 뭐.”
방우는 시원하게 웃었다. 억지 웃음 같아 보이진 않았다. 이것 도 재주라면 재주다.
태식은 피식 웃었다.
“말은 잘하네.”
“아, 그런데 모근이 사라진 거 면 앞으로도 영영 머리가 안 난 다는 겁니까?”
“그렇지.”
“푸홉, 프하하하하하.”
“뭐야? 왜 혼자 터져?”
“저야 그냥 문어 머린데, 김 팀 장 그 사람은! 크하하하. 있는 무게 없는 무게 다 잡더라니. 푸 하하하하.”
대호의 장녀 (3)
“검진 결과입니다.”
“이런 문서 말고 결론만 말해 주시죠.”
“모근에 대해 영구 결손이 일어 났습니다.”
“영구 결손이라 하면……
“두 번 다시 발모될 가능성이 없다는 뜻입니다.” 김 팀장은 두 눈을 질끈 감았 다.
대호병원 VIP 센터에서 한 검 사다. 여기서 아니라고 하면 대 한민국 어딜 가도 아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체 어떤 위험한 임무 를 하셨길래 머리가 그런 꼴 이……
“쓰읍-. 궁금한 게 많으면 명이 짧아집니다.”
“아이쿠, 제가 괜한 걸 물어봤 습니다. 그럼 들어가십시오.” 김 팀장은 모자를 쿡 눌러쓰고 진료실을 나왔다.
‘평정심, 평정심…… 김 팀장은 복도를 걷다 이내 다 리가 후들거려 로비의 의자에 엉 덩이를 붙였다.
‘밀어 놓을 거면 깔끔하게 다 밀어 줄 것이지……
김 팀장은 한참을 멍하니 있었 다.
뚜르르 전화가 울린다. 박 과장 이다.
김 팀장은 신호가 울리는 짧은 시간 동안 정신을 수습했다.
이 정도 멘탈은 되어야 3팀의 팀장이다.
“후우-.”
김 팀장은 병원을 나가며 박 과 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어, 박 과장.”
-팀장님, 말씀하신 조사를 끝냈 습니다. 바로 핸드폰으로 보내 드립니까?
“그래, 바로 보내.”
김 팀장은 박 과장에게 받은 파 일을 확인한 후, 다시 박 과장에 게 전화를 걸었다.
“이거 확실한 거야?”
-예. 기록으로 남아 있는 정보 는 확실한 것입니다. 탐문 결과 도 큰 오차는 없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
“전자나 생명과 연관 있을 가능 성은?”
-그 둘은 절대 아닙니다.
“국가기관일 가능성은?”
-아닙니다. 이런 인물이 국가 소속이었으면 지금까지 숨길 수 도 없었고, 그런 식으로 대면하 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래, 수고했어. 조사 흔적 깔 끔하게 지워. 사이즈가 크다.”
-알겠습니다.
김 팀장은 전화를 끊고는 다시 한번 생각을 정리했다. 역시나 사이즈가 크다. 자신이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다.
김 팀장은 0번으로 전화를 걸었 다.
-예, 팀장님.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 임에도 기품이 느껴진다.
“사장님. 급히 보고드릴 게 있 습니다.”
-4시에 외부 미팅 있어서 나가 고 있는 길인데요. 미팅을 취소 해야 할까요?
“예, 그래 주시면 감사하겠습니 다. 저도 지금 외부에 있으니, 제 가 사장님 계신 곳으로 가겠습니 다.”
-그래요. 기다려도 되니까 급히 오지 마세요. 사고 나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바로 찾아 뵙겠습니다.”
김 팀장은 자신의 사장, 아니 어렸을 때부터 함께 성장하며 모 셔온 아가씨. 마이린에게 향했다.
“요 며칠 바빠 보인다 싶었어 요. 무슨 일이죠?”
“큰 건입니다. 우선 파일을 확 인해 주십시오.”
김 팀장이 비서실장인 박 실장 에게 파일을 보냈다. 박 실장이 태블릿에 파일을 열어 마이린에 게 내보였다.
“강태식? 이 사람이 누구죠? 제 가 알아야 할 사람인가요?”
“예, 엄청난 능력자입니다. 제가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만 워 프 게이트 능력과 시공간 간섭 능력입니다. 그 외에 더 있을 것 으로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가 가진 어비스 물품 중에 오파츠 등급의 물건이 있을 가능성이 아 주 큽니다.”
“오파츠를요? 어떤 물건이죠?”
“기억을 추출하는 물건이었습니 다.”
마이린은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 또한 오너로서 하나의 정 보로 그에 따른 파급을 유추할 능력이 된다.
기억추출. 어떻게 사용하냐에 따라선 이 세상에 혁명을 일으킬 만한 물건이다.
그 정도 파급이 있는 물건이기 에 오파츠 등급인 것이다.
“대단하군요. 그래서요?”
“요 며칠간 면밀히 조사해 본 결과, 그가 소속이 없을 가능성 이 매우 높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필히 영입해야 합니다. 영입을 못 한다면 최소한 다른 조직에 들어갈 여지라도 배제해 놔야 합
니다.”
톡, 톡.
마이린이 손톱 끝으로 테이블을 때렸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나 오는 특유의 습관이다.
톡.
그•리고 그 두드림은 세 번이면 족하다.
“나는 그런 헌터 조직에 관심 없어요. 그런 것 다 빼고, 이것 하나만 말해 봐요. 그의 능력이 면 아버지의 병환을 호전시킬 수 있겠어요?”
“절대적인 가능성이 크다고는 확언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선 택지 중에는 가장 가능성이 높다 고 봅니다.”
“김 팀장님이 그렇다고 하면 그 런 거겠죠. 김 팀장님도 아버지 의 사람이니까요.”
“물론입니다. 감히 말씀드리건 대 저 또한 진심으로 회장님의 쾌유를 빌고 있습니다.”
“그래요. 가요.”
마이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박 실장이 자연스럽게 그녀의 재 킷을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지금 바로 대면하실 생각입니 까? 워낙 자유분방한 자라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저희 3팀이 먼저 사전 조율을 한 후에 접견 일정을 잡으시는 게 어떻겠습니 까?”
“그만한 능력이라면 종결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겠죠.” 종결자. 특형 능력을 가진 모든 능력자가 말하는 궁극적인 존재. 심계의 끝을 보았을 누군가를 지 칭함이다.
아직 실존하지 않는 인물에게 미리 호칭을 부여한 꼴이지만, 심계의 모든 다이버들은 종결자 를 꿈꾸며 다이브를 한다.
“겨우 5년입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종결자가 나왔을 리는 “제가 적자인 호텔을 흑자로 돌 린 게 겨우 3년이죠. 사람의 가 능성에 한계를 두어 생각하지 마 세요. 그러다 큰 실수를 하기 마 련이에요. 가요, 처음부터 내가 나서는 게 격에 맞겠어요.”
틀린 말이 없다. 이것이 마이린 이 재벌 3세 중에서도 유독 겸손 하다는 평을 듣는 이유다.
“예, 아가씨. 지당하신 말씀이십 니다. 모시겠습니다.”
김 팀장은 전략 3팀 전원을 소 집했다.
“이게 무슨 일이래, 그래.”
“방송국 촬영인가 뭐시기 그런 건가?”
“방송국 차가 없잖아. 무슨 대 단한 사람이라도 오나 부지?”
“선거철도 아니구만 이 좁아 터 진 골목에 무슨 차를 저렇게 죄 다 끌고 왔어 그래.”
밖이 소란스럽다.
태식은 눈을 가려 뒀던 낡은 만 화책을 치우며 일어났다.
모처럼 공기가 좋은 날이라 창 문을 열어 놨더니 햇볕이 쨍하 다.
태식은 창가로 가 밖을 내다봤 다.
검은 세단이 줄줄이 좁은 골목 을 비집고 들어왔다.
“구청에 건의 넣어서 차 없는 거리로 만들던가 해야지 저게 무 슨 민폐야. 있는 놈들이 저 모양 이니 죄다 돈이나 벌자는 심보 지.”
태식은 혀를 끌끌 차며 담배를 꺼냈다. 어제 새로 산 말보로다.
어비스에서 챙겨 온 담배가 카 카오 블랙이라면 말보로는 밀크 초콜릿 정도 된다.
가끔 달달한 게 당길 때도 있는 법이다.
“단 걸 먹을 땐 홍차가 좋지.”
탕비실에 있는 홍차 티백을 뜯 어 종이컵에 담았다.
물은 수돗물을 쓰지만, 정화 마 법으로 청정수를 만들고 가열 마 법으로 끓여 찻물을 우리고 냉각 으로 식혀 차게 먹는다. 손에 익숙해서 귀찮지도 어렵지 도 않다.
“마실 한번 나가기는 해야 하는 데.”
돈이 1천만 원밖에 없다. 밥값 으로 쓰기엔 차고 넘치는 돈이지 만, 전당포를 하는 입장에선 물 건 하나 제대로 매입하지도 못할 돈이다.
그래도 일단 미룬다. 당장 손님 이 오는 건 아니니까.
미룰 수 있는 건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게 백수의 참맛 아니겠나.
철컥-.
“아가씨, 제가 먼저 올라가겠습 니다.”
창밖에서 타고 넘어온 목소리가 귀에 익었다.
“아휴-. 이 인간, 말귀 못 알아 먹고 일 키웠네.”
태식은 입안이 꺼끌거려 홍차를 탁 들이켰다.
그와 동시에 가게 문이 열렸다.
“김 팀장님 왜 일을 키우고 그 러실까? 사람 불편하게.”
“사장님, 사장님에게도 좋은 기 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부 디 한번 숙고해 주십시오.”
전과 달리 김 팀장의 태도는 공 손했다.
그렇다고 반가울 리는 없다.
“대호에선 부탁할 때 모자 쓰고 인사하라고 가르치냐?”
“아••••••
김 팀장이 쓰고 있던 중절모를 벗었다.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이 햄버거 사이에서 삐져나온 양상추 같았 다.
“크흡, 큼큼. 아-. 이거 웃으면 안 되는데. 시원하게 밀지 왜 그 러고 다녀.”
“검사할 게 있어서 그랬습니다. 이제 정리하려고 합니다.”
“흠흠-. 거 대충 보니까 주인님 한테 고자질한 것 같은데 뭐라고 했어? 맞았다고 했어?”
“꼭 필요한 인재이니 반드시 등 용하라고 하였어요. 반가워요. 대
호의 마이린이에요.”
마이린이 올라와 부드럽게 인사 를 건넨다.
또각또각 계단을 오르는 구두 소리는 그 박자마저 단아했다.
“아이구, 이런 귀한 곳에 어떻 게 이런 누추한 분이.”
마이린이 미간이 잠시 꿈틀거렸 지만 금세 원래 표정을 찾았다.
마이린이 김 팀장을 지나쳐 오 며 명함을 건넸다.
앞장엔 대호, 뒷장엔 마이린이 란 이름 석 자만 박혀 있다.
“이게 명함인가? 종이 명패로 봐야 될 것 같은데.”
태식은 명함을 다시 내밀었다.
마이린은 자연스럽게 그 명함을 다시 거두었다. 표정엔 기분 상 한 티가 나지 않았다.
표정에 속내가 드러나지 않는 다.
여전히 기품 있고 우아하다.
“저에 대한 이미지가 퍽 좋지 않나 보네요?”
마이린은 미소까지 드리우며 물 었다.
“당신 같으면 좋겠어? 남의 업 장에 어깨들 우르르 달고 몰려와 놓고 이미지 타령하고 있네.”
“팀원 분들은 모두 내려가 계세 요.”
“하지만 아가씨……
“괜찮아요. 흐음. 실장님은 모자 쓰시고요.”
“아, 웃었다. 어이, 김 팀장. 너 네 아가씨가 지금 니 머리 보고 웃었어.”
김 팀장은 붉게 달아오른 머리 를 감추려 얼른 모자를 눌러썼 다.
우르르 가게 밖으로 나갔다. 태 식은 창문에 팔꿈치를 걸치고 밖 을 내다봤다.
“야, 니들 차 빼! 좁은 길목에 다 뭐 하는 거냐! 길 다 막고 있 을래?”
태식은 버럭버럭 소리쳤다.
그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이 린이 창가로 와서 차를 빼라고 한 다음에야 움직였다.
“짓궂은 면이 있는 건가요? 아 니면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일 부러 그러는 건가요?”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냐고? 그럴 리가. 나도 취준생일 때는 대호 그룹에 들어가고 싶었는데. 호텔과는 아니었지만.”
“그랬나요? 영광이군요.”
“영광은 무슨. 대한민국 사람 중에 대호 들어가기 싫은 사람 있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