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1)_9
태식은 종이컵에 담배를 끄곤 쓰레기통에 던졌다.
노 골이다. 빗맞은 게 아니라 쓰레기통이 이미 범람하는 중이 라 그렇다.
마이린이 그것을 주워 쓰레기통 위에 잘 올려놨다. 태식은 피식 웃었다.
“차? 커피? 어느 걸로 내줄까 요?”
“후훗, 이제 말을 올려 주네 요‘?”
“액면가도 나보다 많은데 혼자 반말하자니 조금 그래서요.”
“어머머, 액면가로 따지면 비슷 하지 않아요? 저 관리받는 여자 예요.”
표정에서 미소가 가시질 않는 다.
‘여기서 이런 식으로 받아쳐? 대호의 장녀가 남자였으면 후계 구도가 바뀌었을 거라더니••••••
대호를 목표로 했던 취준생들도 다 알만한 이야기다.
“그래서 커피요, 차요?”
“차로 할게요. 방금 태식 씨가 마셨던 것과 같은 걸로요. 아, 태 식 씨란 호칭이 실례일까요?”
태식은 마이린의 행동 하나하나 에서 그녀가 작정하고 왔다는 것 을 느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정도 건방 을 떨었는데도 저렇게 사람 좋게 웃고 있을 수가 없다.
“자요.”
“자리에 앉아서 하는 대화는 안 될까요?”
“그냥 서서 하죠. 소파는 내주 고 싶지가 않아서요.”
“완강하네요.”
“완강한 것 느꼈으면 차 한 잔 마시고 그냥 돌아가시죠. 오는 말이 고와서 곱게 하는 거지 그 쪽이 편한 건 아닙니다.”
“사전 조율 없이 무작정 방문한 건 죄송해요. 다른 사람을 먼저 보내는 게 실례라고 생각해서 직 접 온 거예요.”
“쿠션 멘트라면 정답이지만, 진 심이라면 오히려 더 별로네요.”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래도 제 딴에는 예의를 차린 건데요.”
“그렇게 실례인 걸 알면 찾아오 질 말아야죠.”
마이린이 입술을 내밀었다. 귀 여운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습관 이다.
인터넷에 마이린의 사진을 검색 하면 입술 내민 사진 몇 장은 금 방 찾는다.
“들어 보지도 않고 그렇게 거절 하시나요?”
“안 들어 봐도 날 이용하려는 게 뻔하잖아요. 당신이 아무리 매너 있고 아무리 착해도 재벌은 재벌이죠. 움직일 때 우르르 보 디가드를 끌고 다녀야 하고 명함 에 이름만 딱 박아 넣어도 다 알 아볼 거란 생각을 하는. 그리고 누구든지 자기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렇죠?”
“이용요? 저는 태식 씨를 이용 하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정당 한 계약 관계를……
“그게 이용이란 겁니다. 당신이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 일하게 하는 거. 이용.”
“그러면 노사 관계도 이용인가 요?”
“이용의 범주에 들어가죠. 다만 그 이용을 얼마나 악독하게 하냐 가 문제인데……. 대호도 마냥 조용하기만 한 건 아니잖아요? 반도체라든가, 뭐.”
“호텔은 달라요. 저는 호텔 사 장이고요.”
일부러 가시처럼 굴어도 이렇게 끈질기다.
“후우- 좋습니다. 들어는 보죠. 자존심 상할 법도 한데 이렇게 꾹 참고 있을 만큼 간절한 이유 가 뭡니까? 회장님이 살아나야 후계 구도에 유리해집니까?”
지금까지 평온함을 유지하던 그 녀의 표정이 처음으로 어긋났다.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녀는 들 고 있는 종이컵을 우그러트릴까 싶어 일부러 내려놓았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 제 행동이 오만하다고 느껴진다면, 그럴 수 있겠죠. 그건 상대적인 거니까요. 그런데요. 우리 같은 사람은 효 심도 없나요?”
목소리가 잘게 떨린다. 마이린 은 심호흡 한번 길게 하고 다시 말을 이었다.
“당신들이 재벌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순수하게 부모님을 걱 정하면 안 되는 거냐는 말이에 요. 부모님이잖아요. 부모님이 병 상에 있으면 자식으로서 걱정하 고 살리려고 노력하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그게 이상한가요? 후 계 구도요? 우리 아버지는 옛날 분이세요. 어떠한 이유에서도 적 장자 승계를 고집하시는 분이죠. 뉴스에도 많이 나왔을 건데, 대 호를 목표로 했었다면서 그건 모 르셨나요?”
마이린은 적잖이 화가 났는지 말을 끊지 못했다.
마대호 (1)
“그럼 정말 순수한 효심이다?”
“효심이란 말도 부끄럽죠. 아버 지께서 3년째 병상에 있어요. 걱 정하는 게 당연하잖아요. 간절해 지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권력.
태식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가 장 강력한 마약이 권력이라고 생 각했다.
직접 봐서 안다.
권력에 미친놈들은 인간성을 포 기한다.
사랑으로 길러 준 부모님도, 자 신을 이끌어 준 스승님도, 생명 의 은인도.
그 누가 되었든 칼을 들이밀게 하는 게 권력이었다.
대호의 권좌는 그저 대기업 총 수의 자리가 아니다.
국내 1위. 세계 4위. 그 4위도 사우디 왕가의 석유 기업과 중국 의 국영은행을 앞에 둔 순위다.
해외 순방을 하면 대통령보다 대호 회장이 의전을 더 잘 받는 다.
누군가는 대한민국을 대호 공화 국이라고 하기도 했다. 그게 그 들의 행보를 비꼬는 악평이라 하 여도 한국의 대호는 그런 대호 다.
“내 말을 믿지 않는군요?”
“나는 혓바닥 달린 생물이 내는 소리는 숨소리도 믿질 않아서 말 이죠.”
“그럼 어떻게 하면 믿겠어요? 지분 보유 현황이라도 보여 드리 면 믿겠어요?”
태식은 손을 내저었다.
“그것까진 됐습니다.”
봐도 모른다. 보고 싶지도 않고 볼 시간 내는 것도 싫다. 그러니 까, 귀찮다.
“그럼 믿어 주는 거라고 받아들 일게요. 그럼 이제 다음 순서로 넘어가도 될까요?”
“네 네, 그러시죠. 하는 데까지 해 보세요.”
“사장님도 어떠한 욕심이 있으 니 이런 가게를 운영하시는 거겠 죠. 단순히 돈일 수도, 아니면 어 떠한 위장일 수도 있을 거예요. 무엇이든 말씀하세요. 그 어떠한 조건이라도 다 맞춰 드릴 수 있 어요.”
“어떠한 조건이라도 다 맞춰 줄 수 있다고요?”
“네. 제 선에서 불가한 일이라 도 아버지께선 가능해요. 저희 가훈이 ‘은혜는 열 배로, 원한은 백 배로’예요. 사람들은 원한을 백 배로라는 말만 기억하지만, 저희는 은혜 또한 반드시 열 배 로 갚아 왔어요. 만약 사장님의 도움으로 아버지께서 일어나시면 그 은혜는 절대 가볍게 여기시지 않을 거예요.”
목소리가 잔잔하고 경망스럽지 않다.
톤이 좋기도 하지만 호흡과 운 율도 안정적이다. 듣기 매끄럽다. 적잖이 화가 난 상태임에도 말이 다.
그것이 태식이 마이린의 말을 끊지 않고 들은 이유다.
대호의 후계자 중에서도 호평 일색이더니, 과연 그렇다.
“그래도 거절합니다.”
“이유라도 알 수 있을까요? 제 태도가 불만이라면 말씀하세요. 개선할게요.”
“완벽합니다. 뭐라고 할 게 없 어요. 제가 취준생 때 알던 그 사장님 이미지 그대로의 모습이 네요.”
“그럼 왜……. 대호에서 하는 제안이에요. 누구라도 한 번쯤은 고민해 볼 제안이지 않나요? 아…… 이런 태도가 별로라고 했 죠? 방금 말은 일반적인 경우를 상정하고 말한 거니까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그쪽 부류 사람들이랑 엮이는 게 싫어요. 사장님이 일반적인 이미지의 재벌은 아니라는 건 알 겠습니다. 그런데 사장님 주변 사람들은 다르겠죠. 사장님 일을 거들어 주는 순간, 어떻게든 그 바닥에 엮이게 되는 겁니다. 뭐, 직접 이렇게 가게로 찾아왔으니 이미 엮인 거나 마찬가지겠지만 말이죠.”
“ 흐음••••••
마이린은 양손을 꼭 쥐며 신음 했다.
이렇게 찾아온 것부터가 실수임 을 깨달은 것이다.
대호의 제안을 거절할 사람이 있을 거란 점을 생각하지 않았 다.
그러니 당연히 자신이 먼저 찾 아가면 그만큼 대접받는다고 여 길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지금까지 항상 그래 왔었 그런데 지금 이 눈앞의 남자는 진심으로 거부의 뜻을 펴고 있었 다.
다른 꿍꿍이나, 좋은 협상을 위 한 제스처가 아니었다. 그 정도 볼 눈은 된다.
“죄송해요. 제 딴에는 생각해서 한 행동인데, 그게 사장님께 실 례가 되었네요.”
“정성은 알겠어요. 그런데 나는 아닙니다.”
“ 죄송해요.”
마이린은 잠시 눈치를 봤지만, 태식은 흔들리지 않았다. 더 이 상의 설득은 오히려 독이다.
“혹시 펜 좀 빌릴 수 있을까 요?”
태식이 손가락을 까닥하자 프런 트 테이블 위로 펜이 휘리릭 날 아 마이린 앞에 떨어졌다.
“감사해요.”
마이린은 태식이 종이 명패라고 했던 명함을 다시 꺼내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었다.
“나중에라도 대호와 마주치는 일이 생기면 저에게 연락 주세 요. 불쾌한 감정 드는 일 없게 제가 처리할게요.”
태식은 받지 않았다.
마이린은 앞면의 대호라는 글자 뒤에 호텔을, 뒷면의 이름 앞에 직책, 사장이란 글자를 또박또박 적었다.
“주소도 적을까요?”
“어휴, 그만하고 그냥 놓고 가 세요.”
“네. 제가 가게에 찾아왔던 것 은 제가 알아서 정리할게요. 불 편 끼쳐서 죄송해요.” 마이린은 다소곳이 일어나 고개 를 숙이고 물러났다.
태식은 창문 너머로 마이린을 물끄러미 내다봤다.
그녀는 경호원이 뭐라 하는 것 을 두곤 걸어서 골목을 빠져나갔 다.
“순수한 효심이라……
대호의 회장 마대호는 궁금하지 않았는데, 마이린의 아버지 마대 호에게는 궁금증이 들었다.
태식은 소파에 누워 핸드폰으로 마대호를 검색했다. 와병 중 병세에 대한 뉴스가 먼 저 나온다.
태식은 몇 번 스크롤을 내리다 이내 그만뒀다.
“귀찮네.”
태식은 그냥 늘어졌다.
“어이. 강 사장 계신가.”
“어, 형. 웬일?”
용주가 가게로 찾아왔다.
“웬일은, 일 때문에 근처 왔다 가 생각나서 왔지. 장사는 잘되 냐?”
“잘되는 것 같이 보여?”
“니 얼굴 보니까 엄청 잘되는 것 같이 보인다.”
“내 얼굴이 어떤데?”
“세상만사 아무 걱정 없는 얼 굴. 시간이 몇 신데 그러고 있냐. 나가서 밥이나 먹자.”
“아직 12시 안 됐잖아.”
“니가 뭘 그런 걸 따져. 얼른 나와, 내가 살게.”
태식은 슬그머니 일어났다.
“비싼 거 먹어도 돼?”
“3만 원 이하로.”
“그럼 나 회덮밥 정식 먹을래.”
태식은 일부러 신 먹자골목의 가게로 갔다. 그러곤 자리에 앉 자마자 사시미를 먼저 주문했다.
“야, 회덮밥 먹는다며.”
“그냥 써. 형이잖아.”
“하여간 이 자식 웃긴 놈이야. 사장님, 여기 사케 작은 병 하나 주세요.”
“아직 근무 중 아니야? 술 마셔 도 돼?”
“아침에 큰 건 하나 했어. 이번 주 할당량 다 쳤다. 그리고 점심 이니까 술 먹지. 저녁엔 못 마 셔.”
“왜‘?”
“일찍 들어가서 딸내미 봐야지. 앞이빨도 두 개 더 나왔어. 이제 양치도 시켜 줘야 한다니까. 하 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것 같다 가도 영 안 크는 것 같기도 하 고, 하하하하.” 형수가 바가지 긁어서 만든 통 금이 아니다. 태식도 그 마음을 안다.
“어이구. 딸 바보네, 딸 바보.”
“너도 애한테 아빠 소리 들어 봐라.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게 나한테 와서 폭 앵긴다니까, 크 하하. 딸 바보가 대수냐. 딸 등신 도 되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태식은 한 젓가락에 석 점씩 집어 먹었 다.
술잔은 가득이다.
“그건 그렇고. 전에 있던 사장 에 대한 건 좀 알아봤는데, 뭐 건질 게 없다. 전화번호나 주소 같은 건 의미 없을 거고.”
“됐어, 내가 뭐 알아봐 달라고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그런 거 아니었어?”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뭘. 신 경 안 써.”
“그럼 됐고. 그런데 그다음엔 어떻게 됐냐? 뒷이야기 없냐?”
태식은 별 대수롭지 않았던 뒷 이야기가 떠올랐다. 마이린에 대 한 것 말이다.
“너 미쳤냐? 지금 그게 말이야 똥이야? 호강에 겨워 요강 차는 소리 하고 있네.”
이야기를 다 들은 용주는 대뜸 욕을 한바탕 쏟아 냈다.
지금까지 어떤 헛소리를 늘어놔 도 이런 욕은 듣지 않았었다.
“이야기해 달래서 해 줬더니. 이게 욕먹을 짓이야?”
“그걸 말이라고 하냐. 마이린이 라며, 마이린. 대호의 마이린. 일 대충 도와주고 대호호텔 매니저 자리 하나 달라고 해. 그럼 귀찮 게 전당포 같은 안 해도 되잖 아.”
“형이야말로 내 말 귓등으로 들 었어? 그걸로 끝나겠어? 계속 엮 일 거 아냐.”
“그래도 마이린이잖아, 인마. 그 사람은 좀 도와줘도 돼.”
“언제 봤다고 도와줘도 된다는 거야? 대호호텔에서 특별 서비스 라도 받았어?”
“이렇게 세상 물정을 몰라요, 이렇게.”
용주는 핸드폰을 들고 몇 번 두 드리더니 태식의 면전에 내밀었 다.
“봐 봐라.”
마이린의 호텔 제단에서 하는 봉사 활동 및 사회 복지 활동이 주르륵 쏟아졌다.
치매 환자 가족들에 대한 하우 스 헬퍼 지원.
소록도에 생필품 및 의약품 지 원.
희귀병 아이들에 대한 홈 스쿨 링 지원 및 세계 유수의 의료진 연결 지원.
중증 외상 장애를 가진 가장들 에 대한 사회 복귀 프로그램 지 원.
이것들 말고도 아직 스크롤이 많이 남았다.
“기업 이미지 차원에서 하는 거 지, 뭘.”
“기업 이미지 따져도 안 하는 곳이 수두룩 빽빽이야. 그리고 간단하게 돈이나 툭 던지고 말지 이렇게 성의껏 안 한다. 봐라. 왕 따 피해 학생들에 대한 정신 치 료 및 자긍심 훈련 프로그램 지 원하는 거. 이건 진짜 복지 사각 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골라서 지 원해 주는 거 아니냐? 재벌 중에 이런 식으로 봉사 활동 하는 재 벌 없다.”
“아주 팬이네, 팬. 누가 보면 대 호 홍보팀인 줄 알겠어.”
“너도 대학교 땐 대호 들어가고 싶어 했잖아.”
“취준생치고 대호 싫어하는 사 람이 어디 있다고.”
용주는 목이 타는지 자작을 하 며 술을 비웠다.
“야, 그냥 도와줘. 효심이래잖 냐, 효심. 효심 없는 자식이 어딨 어. 마이린은 진짜야. 이옥정 여 사님께 가정 교육을 제대로 받은 사람이라고. 이옥정 여사가 누구 냐. 대호 창립의 또 다른 주인공 이자 독립지사였던 이봉군 의사 의 딸로서……
“누가 대호 역사 알고 싶대? 밥 이나 드셔.”
“그러니까 인마, 좀 도와줘도 된다고. 대호미술관에 있는 미술 품들도 다 이옥정 여사께서 일제 에 수탈당한 예술품들 모으면서 시작된 거잖나. 그 집 남자들은 몰라도 여자들은 도와줘도 돼.”
“왜 이렇게 난리야 진짜.”
태식은 마지막까지 용주의 잔소 리를 들으며 헤어졌다.
가게로 들어갔는데 손님이 먼저 와 있다.
수수한 옷차림에는 어울리지 않 는 선글라스와 모자.
가린다고 가려질 기운이 아니 다. 특히나 태식에겐 더욱 그렇 다.
“뭐예요?”
“문이 열려 있어서요. 실례했어 요.”
“점심시간이면 당연히 점심 먹 으러 갔을 텐데, 그것도 생각 안 하고 와서 기다린 겁니까?”
“영업시간에 귀찮게 하면 안 된 다고 생각해서요. 괜찮으시면 이 것 한번 봐 주세요.”
마이린은 틱틱거리는 태식을 으 레 그렇다는 듯이 넘기곤 두꺼운 서류 봉투를 내밀었다.
“저희 회사 지분 보유와 지배 구조에 대한 서류예요.”
“이걸 남한테 보여 줘도 되는 겁니까?”
“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고 한다 면 아무 상관 없죠.”
“내가 그런 능력이 없을지도 모 르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큰 도움을 줄 능력은 될 거라고 생각해요.”
태식은 서류 뭉치를 열어 보지 않았다.
“확인해 보세요. 정말이에요. 아 버지가 깨어나도 대호 그룹에 대 한 제 지배권은 아무 영향이 없 어요. 이미 제가 어떻게 해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에요.”
“사람 진짜 곤란하게 하는 타입 이시네. 꼭 서로 얼굴을 붉혀야 알아먹습니까?”
태식이 허공을 갈라 김 팀장의 사무실과 연결된 워프 게이트를 열었다.
“사, 사장님!”
게이트 너머의 김 팀장이 화들 짝 놀라 게이트를 넘어왔다.
“모시고 가. 한 번만 더 귀찮게 하면 도와주는 게 아니라 방해할 겁니다.”
태식은 게이트 너머로 그녀가 가지고 온 보고서도 툭 던져 버 리곤 게이트를 닫았다. 그러곤 옥상으로 올라가 담배를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