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0)
월권 (2)
“자〜 이놈아, 내 말 안 들으면 너는 진짜 피 주머니 되는 거 다.”
조 팀장은 보고서를 다시 책상 서랍에 넣었다.
긴장감을 달래기 위해 천천히 담배 한 대 태우고 이현에게 갔 다.
“컨디션은 좀 어떻습니까?”
“아침에 뭘 그렇게 때려 넣은 거야? 이거 몽롱하구먼. 내가 나 잘 때 장난질 치지 말라고 했 지?”
“자는 중에 신음이 격해져서 그 렇게 한 겁니다. 컨디션은요?”
“그럭저럭.”
“그럼 함께 어디 좀 가시죠.”
“어디를? 이동 금지 아닌가? 그 놈이 알게 되면 큰일 날 텐데.”
“보여 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 월권을 좀 하려고 합니다.”
“애쓴다, 애써.”
“예. 마지막까지 애써 보겠습니 다. 제가 이현 씨 편이라는 건 아직도 여전합니다.”
조 팀장이 문을 열었다.
“결속구 같은 건 채우지 않겠습 니다.”
“그러다 사고 나면 어쩌려고?”
“제 목을 내놔야겠죠.”
“훗.”
이현은 콧방귀를 뀌었고 조 팀 장은 무표정으로 그를 안내했다. 군산에서 출발한 헬기는 곧게 날아 대호병원에 착륙했다.
“대호병원? 여기에 대호 회장님 이 있다던데 진짜인가?”
잔뜩 빈정거리는 투다. 어쩌면 위협이기도 하다.
“그렇습니다.”
전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을 부정 할 것도 없다.
“함께 가시죠.”
조 팀장은 특수 병동으로 이현 을 안내했다.
전 병실이 1인실로 운영되는 이 곳은 중증 장애를 가진 환자들이 대부분이다.
실질적으로 이린이 고집하여 운 영하는, 만년 적자의 병동이다.
내부적으로는 기업 이미지 제고 의 효과를 가지고 있으니 긍정적 으로 평가하자는 평이지만, 재무 적으로 보면 실상 그 돈을 그냥 홍보에 쓰는 게 더 나을 정도다.
조 팀장은 그중 무연고 환자의 방으로 들어갔다.
앙상하게 마른 몸은, 뼈마디만 더욱 도드라지게 툭 불거져 있었 다.
그마저도 뒤틀려 있어 거동을 할 수 없다.
“뭔데, 이게?”
“제 딸아이입니다.”
조 팀장은 자신이 지을 수 있는 가장 서글픈 표정으로 그 환자를 소개했다.
이현의 미간이 대번 찌푸려진 다.
그것은 동정심이 아닌 짜증스러 움의 표출이었다.
“뭐 어쩌라고? 내가 당신 딸을 보고 불쌍해해야 되는 거냐? 나 랑 아무 상관없는 사람을? 네 측 은함을 남에게 강요하지 마라.”
이현은 조 팀장의 가슴을 손으 로 밀쳤다.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조 팀장이 버럭 소리를 쳤다.
“뭐?”
“사이코패스라고 해서 다 당신 같은 것은 아닙니다.”
“뭐라는 거냐? 내가 그런 정신 병자라고 하는 거냐?”
“다른 사람의 감정에는 공감하 지 못해도, 옳고 그름은 학습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좋은 일을 하면 사람들에게 호감을 얻는다 는 것은 초등학생이라도 아는 것 아닙니까.”
이현은 조 팀장의 멱살을 와락 움켜쥐었다.
“개헛소리! 내가 왜 네 호감을 사야 되냐? 내가! 왜! 너희 같은 악마의 호감을 사야 되냐고.”
“그래요, 우리가 악마라고 하죠. 그러면 저 아이는요? 당신의 눈 에는 저 아이도 악마입니까? 이 세상에 태어나서 혼자 걸어 본 적도 없는 아이입니다. 도와줄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당신 피 한 방울이면 저 아이의 1년을 도 와줄 수 있습니다.”
조 팀장의 눈매가 파르르 떨린 다.
“아흐어어, 하으허어어-.”
그녀는 말이 아닌 소리를 내었 다.
이것도 미리 알고 있던 사안이 그녀는 주변에서 큰 소리가 들 리면 저런 식으로 운다.
“좀 도와주십시오. 쉬운 일이지 않습니까. 당신한텐 너무도 쉬운 일 아닙니까.”
조 팀장의 눈에 맺힌 눈물이 떨 어진다.
그 표정이 너무도 절절해 악어 의 눈물로는 보이지 않는다.
“같잖아서 싫다. 이딴 짓을 하 면 내가 감동해서 널 도와줘야 되냐?”
조 팀장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 다.
‘통한다, 통해. 어투가 분명 평 소와 달라. 이 자식, 동요하고 있 다.’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이 과연 통할까 싶었다.
그런데 통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허튼 모습 으로 대하지 않은 덕이다.
그것이 기만이라 할지라도, 한 톨의 흐트러짐이 없다면 그것 또 한 진심 아니겠나.
조 팀장은 그렇게 믿었고 그렇 게 실천해 왔다.
“이렇게 빌어도……
드드륵-.
문이 열렸다.
“흠, 조 팀장님?”
이종국 교수가 들어왔다.
“시간이 얼추 되었는데 오시질 않아서요. 여기 병실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왔습니다.”
“아, 예. 안녕하십니까, 교수님. 귀한 시간 할애해 주셨는데 제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조 팀장은 이현을 밀어 내고는 이 교수에게 넙죽 고개를 숙였 다.
이현은 이 교수를 빤히 쳐다봤 다.
분명 일반인이다. 그런데 게오 르그 파동이 느껴진다.
그것도 심상치 않은 파장이다. 더욱이 파장의 근원지가 오른팔 이다.
일정 신체 부위에서 그 파장이 시작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이다.
몸 전체가 근원이 되어 파장이 뻗어 나와야 한다.
팔이 근원지라면, 팔에서 나온 게오르그 파동이 다른 신체 부위 를때리는 꼴이다.
“그 팔은……
이현은 저것도 그 악마 놈의 소 행이겠거니 했다.
느껴지는 파동만 따져도 최소한 아티팩트급은 될 듯한데, 일반인 에게 그런 물건을 심어 둔 것은 몸 안에 방사능 덩어리를 심어 둔 것과 같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은 그놈밖에 없지. 하기야, 여기도 그 자식과 연결되어 있을 테니까……
“당신도 벌을 받는 거요?”
이현은 이 교수의 기형적인 오 른팔을 보며 물었다.
“벌이라고 했습니까?”
“당신은 어떤 벌입니까? 버틸 만은 합니까?”
이 교수도 그 시선이 자신의 오 른팔에 고정되어 있음을 느꼈다.
나름 사연이 있겠거니 한다.
이 교수의 입장에선 강 이사의 포션 제작을 담당하는 조 팀장이 소개한 사람이니 박하게 굴 것도 아니었다.
잘 몰라도 얼추 웃어넘길 정도 는 된다.
“이것 말입니까? 그럭저럭 버틸 만합니다.”
“그것 참 부럽구만. 나는 매일 같이 신경이 끊어지는 고통을 느 끼는데. 그 악마가 나한테 박아 놓은 건 신경절삭기라고 하는 물 건인데, 당신 건 뭡니까?”
“슬레인이라는 이름인데, 그 뜻 은 잘 모르겠소만.”
이 교수는 조 팀장을 보았다. 조 팀장은 면목이 없다는 표정이 다.
“조 팀장님, 상황이 여의치 않 은 것 같으니 다음에 다시 자리 를 만드시죠. 제가 수술이 계속 잡혀 있어서요.”
“예. 죄송합니다, 교수님. 다음 에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럼 수술이 있어서 먼저 가 봅니다.” 이 교수는 가벼운 묵례로 인사 를 하고 병실을 나갔다.
이현은 닫힌 문을 보며 몇 번이 고 눈을 깜빡였다.
그러다 조 팀장을 보며 물었다.
“저 사람 어디서 봤던 것 같은 데, 유명한 사람이냐?”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람 이죠. 이종국 교수님입니다.”
“이종국 교수? 아- 그 헬기 타 는 교수?”
“맞습니다.”
“저 사람은 좋은 사람 아니냐? TV에서 볼 때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좋은 사람 맞습니다.”
“내가 지금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를 못 하는 거냐, 아니면 네 가 내 질문을 이해 못 한 거야? 지금 저 사람도 벌을 받고…… 아아-. 그렇구만. 하하, 내가 그 악마 놈한테 이상한 고정관념이 있었네. 그냥 쓰레기인 놈이었 어.”
“무슨 말을 하는 겁니까. 이 교 수님이 왜 벌을 받습니까. 제가 알기로 이 교수님은 이사님께서 도 어렵사리 모셔 온 인재입니 다.”
“그러면 대체 왜 일반인한테 아 이템을 박아 놨냐고. 뻔히 죽을 텐데. 이용해 먹자는 거 아니냐? 나한테서는 피를 뽑겠다는 거고, 저 사람한테서는? 하기야, 내가 알 바 아닌가. 알아서 뽑아들 먹 겠지. 구린내가 풀풀 나는구먼.”
“무슨 소리를 하는 겁니까? 뽑 아 먹는다뇨.”
“그럼 뽑아 먹는 거지. 아이템 으로 사람을 구속해 두고 피를 뽑잖아. 저 사람한테도 그러는 거 아니냐?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려울까. 쓸 만한 사람들 은 죄다 이런 식으로 부리고 있 겠구먼. 카아악, 퉷!”
이현은 가래를 끌어모아 바닥에 침을 뱉었다.
“역겨워서 토할 것 같다. 누가 진짜 나쁜 놈이냐. 내가 나쁜 거 냐, 니들이 나쁜 거냐.”
“뭔가 단단히 오해를 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런 거 아닙니다.”
“당연히 아니라고 하겠지.”
“정말 그런 게 아닙니다. 내가 오늘 당신을 왜 여기로 데리고 왔는지 모르겠습니까? 왜 이 교 수님과의 자리를 마련했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내가 이 지경이 되어서도 당신을 이사님께 보고하지 않는 이유도. 지금은 약 기운이 남아 있지 않 습니까. 한 번만 차분하게 생각 해 달란 말입니다.”
이현의 눈초리가 가늘어졌다.
그러고 보면 이 교수의 표정엔 어떠한 울분 같은 것도 없어 보 였다.
즐거움이랄까, 여유랄까.
분명 피곤해 보였지만, 그것과 는 별개로 느껴지는 희망 같은 것이 있지 않았나.
몸은 힘들지만, 분명 잘되어 가 고 있다는 그런 느낌.
이 교수에게서는 그런 것이 느 껴 졌었다.
억지로 목숨이 저당 잡힌 사람 에게선 느낄 수 없는 부류의 느 낌이다.
“왜긴, 나한테서 피를 뽑으려 고……
“맞습니다. 따지자면 그 말이 맞긴 한데……. 이현 씨에게도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피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얼마 나 많은 사람을 구하는지.”
조 팀장은 인정할 것은 인정하 되 그 이외의 가치를 더욱 부각 시켰다.
“그게 다 돈벌이잖아.”
“하아…… 제발. 여기까지 왔지 않습니까. 한번 보고 판단하면 안 되는 겁니까? 그게 아니라고, 돈벌이를 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고. 그걸 보여 주려고 하는 겁니 다.”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고? 재 벌이 돈벌이가 아닌 짓을 왜 하 지?”
“사람이라면, 이렇게 가여운 사 람을 보면 측은함이 생기기 마련 입니다.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 음이 생기는 게 일반적이란 말입 니다. 그리고 그걸 할 수 있고 요.”
“할 수 있으니까 한다?”
“예. 할 수 있으니까 합니다.”
“돈 때문이 아니고?”
“우리는 대호입니다. 돈은 충분 히 많습니다.”
이현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 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었다.
“제 아이 말고 다른 병실도 한 번 둘러보십시오. 대부분이 장애 를 가진 환자들입니다. 이 병동 은 그들을 위해 운영되는 곳이고 요. 종합병원에서 돈만 목적으로
한다면 이런 병동을 운영할 것 같습니까?”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데. 지 금 그러니까 착한 일을 한다는 거잖아?”
“그게 그렇게 이상합니까?”
“그럼 나한테는 왜 사람 취급도 안 해 주는 거냐?”
“그건 솔직히 이사님만 그러는 거 아닙니까. 제가 언제 이현 씨 를 물건 취급했습니까?”
“그러니까, 그 악마 놈이 왜 착 한 일을 하는 거냐고. 악당이잖 아. 나쁜 놈이잖아.”
이현은 이 괴리감에 혼란스러웠 다.
그만한 힘을 가진 자가 대호와 손을 잡았으니, 이 나라를 지배 하려는 꿍꿍이를 품은 게 아닐 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자신이라면 그렇게 했을 테니 까. 아니, 그렇게 하는 게 당연하 니까.
그런 절대적인 힘을 쓰지 않는 다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되잖나.
“그래서 제가, 이사님께서는 당 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합리적인 분이라는 걸 보여 주려고 한 겁 니다. 저는 당신 편이라고 몇 번 이고 말했지 않습니까.”
조 팀장은 답답함에 가슴을 치 며 말했다.
“당신의 가치는 엄청납니다. 협 조만 잘해 주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그걸 도 와주겠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왜 전혀 믿질 않는 겁니까?”
“뭘 도와줬냐? 딱히 도와준 것 도 없잖아.”
“약 드리지 않았습니까. 포션 생산량이 떨어지는 걸 뻔히 알면 서도 약은 다 챙겨 드리지 않았 습니까.”
“아니!”
이현은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 다.
“나는 그게 이해가 안 된다고. 그 인간이 왜 착한 일을 해? 나 한테 시킨 일이 뭔데. 깡패 옆에 붙어서 전국 조직들 소탕하라고 했어. 그래 놓고 그 마약 조직들 을 전부 손에 쥐었다고. 말해 봐. 너희들 마약도 만들잖아. 그거 어디로 유통하냐?”
“그거야……
“봐 봐! 나보다 더한 악당이잖 아!”
다 됐다. 이현이 크게 흔들린다. 혼란스러워한다는 것부터가 기 존의 관념이 흔들리고 있다는 증 거다.
조 팀장은 일부러 요란하게 이 마를 짚으며 화제를 바꿨다.
“그렇다면 이현 씨는 지금까지 우리가 악당이라고 여겨서 그렇 게 협조를 안 했던 겁니까?”
“내가 뭐 투철한 정의감이 있어 서 그랬겠냐?”
반감이 보인다. 이건 더 건드리 면 안 된다.
‘다 됐다. 이놈도 감정이 있는 놈이었어. 투정 부리는 애새끼에 불과했던 거야.’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한번 보시죠. 이현 씨의 기여로 만들 어진 약이 어떻게 쓰이는지. 얼 마나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지.” 조 팀장이 다른 병실로 안내하 려 했다.
“아니, 그거 말고. 아까 그 의사 있잖아. 그 사람은 어때?”
“이종국 교수님요?”
“그래. 그 사람도 억지로 일 시 키는 거냐?”
“어렵게 모셔 온 분이라고 말씀 드렸지 않습니까.”
“뭘 어떻게 어렵게 모셔 왔다는 건데?”
“이 교수님은 본래 다른 대학병 원의 센터장으로 계셨던 분입니 다.”
조 팀장은 자신이 아는 이 교수 에게 보장된 권한을 전부 설명해 줬다.
“지금 잡혀 있는 계획의 규모만 해도 2천억대입니다. 이 교수님 은 그 프로젝트의 사령탑이 되는 거고요.”
여전히 고개가 갸우뚱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프로젝트가 돈이 될 것 같은 분야는 아니었 다.
그걸 기반으로 가지를 뻗어 나 간다고 해도 이해가 안 되는 일 이다.
2천억 규모의 돈이면, 뭐 한다 고 그런 귀찮은 과정을 밟겠나.
바로 돈 되는 일을 하면 될 것 아닌가.
더군다나 대호이고 그런 막강한 힘을 가진 괴물이 같이하는데, 무슨 눈가림이 필요할까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비효율적인 데……. 대체 무슨 짓을 꾸미는 거야?”
“무슨 짓을 꾸미긴요. 의료 사 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돕기 위 해서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왜?”
“아니, 그걸 왜냐고 물으면 제 가 뭐라고 답합니까.”
“너네 나쁜 놈•이잖아. 나쁜 놈 이어야 하잖아. 왜 착한 짓을 한 다고 설치는 건데? 이걸 나더러 곧이곧대로 믿으라고?”
“어떻게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저는 항상 당신 편이라고 말했습 니다. 말씀해 보십시오. 당신의 업적을 보시라고요. 충분히 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조 팀장은 어렵사리 드리운 미 끼를 강하게 낚아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