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1)_10
태식은 꽃순과 기선을 함께 아 공간 안으로 집어넣었다.
“다음 또 어디냐?”
“다음은 적룡산입니다. 적룡산 이 3층 입구로 가는 길목 중 하 나인데, 그 길목에서 산적질을 하는 놈입니다. 거래 장부에서 이름이 가장 많이 나온 놈입니 다.”
“이제 적룡산이면 아직도 한참 이네. 한 놈씩 확인하면서 잡으 려니까 영 시간이 오래 걸려.”
태식은 툴툴거리며 슬리퍼를 끌 었다.
서울시 심계구 반달동 (4)
“수고하셨습니다, 사장님.”
밤샘 근무를 끝낸 이현은 허리 를 넙죽 숙였다.
“너도 수고했다.”
“예, 사장님. 나머지도 맡겨 주 시면, 오늘 보신 것처럼 탈 없이 잘 처리하겠습니다.”
“혼자 하겠다고?”
“예. 맡겨 주시면 혼자 하겠습 니다.”
“흐음〜.”
태식은 턱을 쓸었다.
“너 군산 가기 싫어서 수 쓰는 거 아니고?”
“예?”
“아니야?”
“아, 아닙니다. 그런 생각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것 때문이라면 출퇴근 근무로 하겠습니다.”
“이놈 이거 한 번에 너무 변했 네. 너 그런다고 사람대접 안 해 줘 인마.”
“사람대접 바라지 않겠습니다. 그냥 사냥개로 이쁨받겠습니다.”
“뭐라는 거야 이게.”
“사장님은 다른 일도 많은데, 이런 자잘한 일까지 직접 뛰실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오늘 사장님 하신 거 옆에서 본대로 잘 처리하겠습니다.”
“혓바닥에 기름칠은.”
이현은 고개만 다시 숙였다.
태식은 손을 휘휘 저었다.
이현은 허리를 반으로 접어 보 이고는 그림자로 녹아들었다.
“저게 진짜 머리가 어떻게 됐 나. 아부까지 떨고 있네.”
태식은 피식 웃고는 집무실로 넘어갔다.
시간을 보니 아직 아침 7시다.
다음 일정은 이린과 함께 진행 해야 되는 일인데, 아직 시간이 이르다. 일이 전화를 해서 닦달 할 정도로 급한 것은 아니다.
태식은 소파에 푹 기대어 미주 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나 일 좀 남아서 마저 하고 들어갈게.”
-밤을 새웠는데도 일이 아직 안 끝난 거야?
“오늘 스케줄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 가지고, 시간이 좀 애매하 게 떠서. 그냥 하는 김에 다음 스케줄도 치우고 가게.”
-몸 축나, 잠이나 좀 자고 다녀 야지. 와서 잠깐이라도 자고 다 시 나가. 도깨비 걸음으로 오면 되잖아. 밥도 한 술 뜨고.
“내가 앤가, 다 알아서 조절하 지. 늦는다고 걱정하지 마셔요. 마무리하고 들어갈 거니까.”
태식은 전화를 끊고는 괜히 주 변을 두리번거린다.
손이 집히는 곳에 만화책이 있 어야 되는데 만화책이 없다.
소파도 뭔가 좀 몸에 딱 맞지가 않다.
무릇 소파는 스프링이 내려앉아 서 푹푹 꺼지는 맛이 있어야 되 는데, 너무 포근하다.
일하다가 벌러덩 드러누워 비비 적거리기엔 과한 소파다.
태식은 그 옆의 안마의자로 자 리를 바꿨다.
패널이 복잡해서 괜히 머리만 아프다.
대충 자동 실행 눌러 두고 몸을 기댄다.
“기술이 좋아지긴 했구만.”
찜질방에서 동전을 넣고 받아 봤던 안마의자와는 확실히 다르 긴 하다.
“울 마마님은 이 좋은 걸 혼자 받고 계셨네.”
방우에게 받은 안마의자는 안방 에 들어가 있다.
그거 받자고 불쑥불쑥 열고 들 어가진 않는다.
딱히 관심 없기도 했고 말이다.
“어, 이, 이사님!”
출근한 서 관리사가 깜짝 놀라 허둥댔다.
“바로 안마 준비하겠습니다.”
태식은 물끄러미 시계를 봤다.
그래 봐야 7시 30분이다.
“출근 시간도 아닌데 그러실 것 없어요.”
“아닙니다. 평소에 한가하게 지 내는 만큼 이사님 계실 때는 최 선을 다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 었습니다.”
“이미 받고 있잖아요.”
“아무리 기계가 좋아도 사람 손 만 할까요.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서 관리사는 후다닥 안마 준비 를 했다.
구태여 한다는데 애써 말릴 건 아니다.
그녀의 입장에서야 태식의 말 한마디에 월급도 오르고 꿀 보직 으로 보직 변경까지 한 것이니, 어떻게든 태식에게 점수를 따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그녀의 말처럼 기계보다 야 사람 손이 낫다.
태식은 마사지 테이블에 몸을 뉘었다.
“며칠 사이에 또 어깨가 많이 뭉치셨네요.”
“내가 이게, 머리 쓸 일이 많으 면 어깨가 좀 뭉치더라고요.”
“신경을 많이 쓰시는 분들이 목 에도 힘이 들어가서 그러는 경향 이 있더라고요. 큰일 하시는데 피곤하시 겠어요.”
“큰일은요 무슨. 그냥 눈에 거 슬리는 거나 조금씩 치우는 거 죠.”
데면데면 어색하지만 그렇다고 불편하진 않다.
어투가 조심스러운 것과 편한 건 별개다.
그런 관점에서 서 관리사의 어 조는 확실히 사람을 편하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아로마 향내도 좋고 말이다.
“그런데 출근을 일찍 하네요. 규정이 이 시간이에요?”
“둘째 유치원 등원 시간을 맞춰 야 돼서요.”
“등원 시간이 엄청 빠르네요.”
“배차가 경로 때문에 첫 번째 순서여서요.”
“아휴. 애가 고생이네, 애가 고 생이야.”
“그래도 애가 집에 있는 것보다 유치원 가서 노는 걸 더 좋아해 서요.”
“그러면 정말 다행이네요. 출근 할 때마다 눈에 밟히겠어요.” “그래도 씩씩하게 배웅해 줘서 얼마나 이쁜데요. 이사님, 이제 머리 쪽 올라가겠습니다. 머리 좀 돌려 주세요.”
태식은 지그시 눈을 감고, 마저 마사지를 받았다.
“이쯤 할게요. 수고하셨어요.”
서 관리사는 등에 남은 오일을 부드럽게 훔쳐 내는 것으로 마사 지를 마무리했다.
태식의 시선이 테이블을 정리하 는 서 관리사에게 잠시 멈췄다가 시계로 이동했다.
아직 8시다. 이르긴 하지만 그 래도 이쯤이면 예의 없다 타박받 을 정도는 아니다.
-네, 태식 씨. 일찍 전화 주셨 네요. 설마 철야하신 거예요?
“그냥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어 요. 출근하셨어요?”
-그럼요. 6시에 출근했는걸요.
“그럼 지금 사무실이에요?”
-네. 넘어오시겠어요?
태식은 이린의 집무실로 넘어갔 다.
“사장님이 6시에 출근을 하면 기사님은 몇 시에 출근을 하는 거예요?”
“5시 반쯤?”
“ 퇴근은요?”
“저 퇴근할 때 같이하죠.”
“와, 기사님이 진짜 고생하네. 먹고살기 쉬운 게 아니라니까.”
“원래는 2교대였는데 인원을 줄 여서 조금 힘들긴 하죠. 그래서 일한 만큼 더 챙겨 주고 있어
요.”
“인원을 왜 줄였어요? 돈이 없 어서 줄였을 리는 없고.”
이린이 눈을 껌뻑거렸다.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무슨 말을 하는 지 알 만하다.
“아, 나 때문이구나.”
“에이, 꼭 그런 건 아니고요.”
“이미 눈빛으로 다 말해 놓고 아니에요?”
“100%는 아니라는 뜻이죠.”
“그럼 그거지, 뭘. 그래서 오늘 일정은 어떻게 돼요?”
“제 일정이야 태식 씨 기준이 죠. 태식 씨 일정은 어떻게 되는 데요?”
“오늘은 사장님한테 큰 일감 하 나를 주려는 일정인데요.”
“저도 그럴 줄 알고 조직 개편 안의 볼륨을 크게 잡았죠.”
“그럼 잠깐 가기 전에.”
태식은 어둠으로 이린을 훑었 다. 저번에 붙여 준 호신부는 문 제없이 잘 있다.
하지만 이번엔 심계 안으로 직 접 들어가야 하니 조금 더 철저 히 하는 게 좋다.
태식은 반달섬의 다크매터 농도 와 비슷한 정도의 다크매터를 투 사하며 이린의 보호 장구를 세팅 해 줬다.
“넘어가죠.”
둘은 붉은 숲의 높은 상공으로 나왔다.
“여기가 심계 2층이에요. 그중 에서도 붉은 숲이라고 부르는 지 역이죠. 감상이 어때요?”
“풍경이 정말 좋네요. 꼭 스위 스의 평화로운 숲지대 같아요. 자연을 테마로 호텔을 건설하면 딱 좋겠어요.”
“호텔만 해서 되겠어요?”
“그럼요?”
“도시 하나 정도는 들어 채워야 죠.”
이린의 미간이 둥글게 기운다.
“흐음-. 그냥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은 건 기분 탓인 거죠?”
“직감인 거죠.”
“정말 도시를 지으려고요? 이 좋은 풍경에요?”
“문제의 포커스가 거기에 있는 거예요?”
“대호건설 기술력은 세계 최상 위권인걸요. 사막 한가운데에도 도시를 만들어 봤는데, 그 정도 는 충분히 하죠.”
“그렇지, 내가 이래서 사장님이 랑 같이 일한다니까. 한번 쭉 둘 러봐요, 어떨지.”
“우리나라는 이렇게 나무가 곧 고 이쁘게 자라는 숲이 없거든 요. 세계적인 기준으로 보면 땅 도 척박한 편이라, 억센 넝쿨류 가 많고 이렇다 할 평지도 없고 요.”
이린은 풍경에 대한 평을 길게 늘어놨다.
“웬만하면 자연과 조화되게 가 면 좋겠어요. 스카이라인도 지금 있는 나무 라인과 어우러지게 가 고요. 아, 이런 곳에 한옥으로 쭉 들어차면 정말 멋지지 않겠어 요?”
“ 한옥요?”
“네, 제2대호호텔은 한옥호텔로 준비하고 있거든요. 10년째 계류 중이긴 하지만. 내려가서 좀 볼 수 있을까요? 나무가 좋은 나무 인지 가까이 보고 싶어요.”
큰일을 주어 부담스럽지 않았을 까 했는데, 오히려 이린이 더 반 색하는 기분이다.
이러면 태식도 마음이 한결 가 볍다.
태식은 부드럽게 활강해 반달섬 안으로 내려앉았다.
“나무가 진짜 곧네요. 굵기도 다들 일정하고.”
“좋아 보여요?”
“금강송보다 좋을지는 모르겠지 만, 상당히 좋아 보이긴 해요. 정 확한 건 전문가가 봐야겠지만요. 그러고 보면 심계에서 나오는 나 무는 작은 토막으로만 한 번 봤 지, 이렇게 온전한 나무로는 처 음 보네요.”
“그러면 도시 건설은 오케이 되 는 거예요?”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태식 씨가 심계를 통치하려거든 그에 맞는 기관이 있어야겠다 염두했 거든요. 도시급 정도까진 생각 안 했지만, 도시급도 상관은 없 어요. 설마 세 달 안에 도시 하 나 뚝딱하자거나 그런 건 아니 죠?”
“그 정도까진 아니고요. 일단 계획 먼저 잡고 구획별로 늘려 가고 확장하는 거죠.”
“그런 거라면 돼요,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아, 그런데 노동력이 문제긴 하겠네요. 심계에서 공사 를 하려거든 그것 먼저 해결이 돼야 할 테니까요.”
“그 부분에 대해선 소개해 줄 사람이 하나 있어요. 상처가 많 은 애라 첫인상이 좀 안 좋을 수 있는데 감안해요.”
“그럼요, 제 일이 사람 접객하 는 건데요.”
태식은 이린을 봉춘의 러브 파 크로 데리고 갔다.
이린은 짐짓 당황한 듯했지만 그게 겉으로 티가 나진 않았다.
“아, 여기가 거기군요.”
이린은 지나가던 여자를 알아보 곤 태식에게 물었다.
“맞아요.”
“그래서 도시도 여기에……. 아! 도시로 업장을 묻어 버릴 생각인 거죠?”
“정답. 이렇게 찰떡같이 알아들 어 주니까 얼마나 좋아.”
태식은 이린과 함께 신전을 올 랐다. 그 와중에도 이린은 주변 의 건물들을 살피기 여념이 없 다.
이린은 외설적인 조각상에 시선 을 뺏겨 본질을 등한시하지 않았 다.
건물의 구조와 건설 방식에 집 중해 건물들을 살핀다.
“이 건물들 사람의 기술로 지을 수 있는 건가요? 구조는 인위적 인데, 세밀하게 뜯어보면 자연스 럽게 얽혀 있는 형태이고. 신기 하네요. 꼭 리빙 브릿지를 보는 것 같아요.”
“리빙 브릿지?”
“자연 발생된 나무다리 있잖아 요. 인도에 있는 거요. 나무끼리 엉켜서 만들어진 다리요.”
“아아, 맞아요. 그거랑 같은 개 념이죠. 자연 발생이 아니라 특 형 발생이란 차이가 있지만요.”
“이런 식의 건축법으로 도시를 채운다는 거죠? 완전 숲속 나라 가 되겠어요. 그러면 지금 만나 는 사람이 이 능력의 기술자인 거죠?”
이린은 기대감으로 눈을 반짝였 다.
“봉춘아, 방에 있냐. 있으면 좀 나와 봐. 봉춘!”
“저 약 안 할 거예요!”
“약 아니고 인마. 소개해 줄 사 람 있어서 그래.”
“의사죠!”
“의사 아니야. 너도 아는 사람 이니까 빨리 나와.”
아는 사람이라는 말에 대꾸가 없다.
벽면의 나무넝쿨이 바람에 나부 끼는 주렴처럼 출렁거렸다.
“TV에서 봤지? 대호호텔 사장 님. 빨리 나와 봐, 너 보고 싶다 고 해서 온 거야.”
“안녕하세요. 이사님이 굉장히 뛰어난 건축가분을 소개해 준다 고 해서 찾아왔어요. 미리 연락 을 드리고 왔어야 했는데, 경황 이 없었네요. 빈손으로 온 것도 죄송하고요.”
이린은 낭랑한 목소리로 태식이 가리키는 벽을 향해 인사를 건넸 다.
한참 대답이 없다가 스르륵 벽 이 갈라졌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반가워요.”
이린은 먼저 다가가 봉춘에게 악수를 건넸다.
봉춘은 못 이기는 척 손을 내밀 었다. 손이 달달 떨린다.
이린은 그 손을 가볍게 쥐고 흔 들었다.
“반가워요. 저도 이사님하고 호 흡 맞추고 있어요.”
이린은 봉춘의 외견에 눈살을 찌푸리지 않았다.
표정 관리 수준이 아니다. 정말 인식을 하지 않는 것이다.
“앞으로 큰 프로젝트를 함께할 텐데, 모쪼록 잘 부탁해요.”
“네, 네…… 봉춘은 손을 후다닥 빼고는 뒤 로 멀찍이 물러났다.
“그럼 소개는 됐고.”
“이렇게요? 괜찮으면 여기 장인 분과 몇 마디 더하고 싶은데요.”
“그래요?”
“네. 건축 기술부터 인테리어까 지 관심이 많이 가네요.”
태식은 이린의 말이 자신이 했 던 말을 의식한 배려인가 싶었 다.
그런데 반짝거리는 눈동자를 보 면 그게 아닌 것 같다.
“호텔 사장님이라 그런지 이런 거에 관심 많나 보네요.”
“그럼요. 이런 식의 한 가지 테 마로 특색 있는 인테리어 조성하 기가 어디 쉬운가요.”
“그 정도예요?”
“그럼요. 인도의 락슈미나 사원 하고 비교해도 부족할 게 없는걸 요. 보세요. 여기 보면 그냥 외설 적인 목상이 아니라, 스토리가 있잖아요.”
이린이 입구 쪽의 목상 띠를 가 리 켰다.
태식은 의식하지 못한 부분이었 다.
가만 보니 입구에선 옷을 입고 있던 석상이 안쪽으로 들어오면 서부터 옷이 하나씩 벗겨지고 스 킨십의 정도가 심해진다.
“와-. 난놈이네, 난놈이야.”
태식은 질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지만 이린의 눈동자는 여전 히 초롱초롱했다.
서울시 심계구 반달동 (5)
“직접 다 손으로 했다니 대단하 네요.”
“대단한 건 아니고요. 제가 원 래 조형미술 전공이거든요.”
“조형미술요? 혹시 아버님이나 어머님이 그쪽으로 조예가 있으 신가요?”
“그건 아니고요. 그냥, 어렸을 때부터 뭐 만드는 거 좋아해서 요. 취미 같은 거였어요.”
“취미만으로 이 정도 경지에 오 르는 건 정말 특별한 재능이 있 거나, 단순한 취미가 아니란 뜻 이겠죠. 대단해요. 개인적으로는 봉춘 씨가 다른 주제를 가지고도 한번 작품 활동을 해 봤으면 하 는 기대가 들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