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1)_11
“자, 작품 활동요?”
“제 표현이 틀렸나요?”
“아, 아니요. 그냥, 그런 말 처 음 들어 봤어요……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에겐 대 단한 작품이죠. 제가 장인님이라 고 불러야 할지 작가님이라고 불 러야 할지 모르겠네요, 후훗. 어 떤 게 좋으세요?”
이린이 한 발 더 거리를 좁혔 다. 봉춘은 슬그머니 뒤로 물러 났다.
그러다 보니 처음 대화를 시작 했을 때보다 몇 걸음이나 뒤로 나간 상태다.
“사장님, 그쯤이면 인사는 된 거 같으니, 나중에 또 하죠. 아직 개념 잡을 게 많아요.”
“도시계획에 대한 거죠?”
“그렇죠. 목적성에 맞게 구획도 나누고 규모도 정해야 지원 규모 산정이 수월할 거 아니에요.”
“그러면 작가님도 같이 이야기 하는 게 좋지 않나요? 어차피 함 께 건설에 참여할 테니까요.”
“그렇죠. 봉춘아, 테이블 하나 올려 봐라.”
봉준은 구시렁거리는 것 없이 테이블을 올렸다.
이린은 신기한 듯 박수를 보냈 다.
이린은 나무 넝쿨이 엉켜져 만 든 인위적인 조형이 인위적인 느 낌이 들지 않는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테이블 상판을 반달섬 조형도 처럼 만들 수 있냐? 입체 조감도 같이 말이야.”
봉춘은 상판에 넝쿨을 반달 모 양으로 일으켰다.
“이렇게요?”
“그렇지. 이쯤이 여기.”
태식이 러브 파크가 되는 지점 을 찍었다.
“일단 반달섬을 경계로 시설을 채울 거예요. 그 밖의 붉은 나무 는 전부 독성이 있어서 위험하거 든요.”
“그러면 면적이 한 개 동 정도 되겠네요. 시설은요? 단순히 거 주지만 두진 않을 거 아니에요.”
“거주지가 어느 정도 있어야겠 지만, 그보다는 라스베이거스 같 은 유흥의 도시가 목적이에요.”
“통치 중심지가 아니라요?”
“통치를 위해 만드는 게 아니에 요. 미리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목적이에요. 그래야 다른 곳을 누르면 다 여기로 모여들겠 죠.”
“그런 목적이면 통제 인력이 많 이 필요하겠어요.”
“딱히 엄격하게 통제할 생각 없 어요. 통제는 본래 취지에 어긋 나요. 살인이나 착취 행위만 아 니라면 뭘 하든 전부 자유. 그 정도는 돼야 업장 깔고 놀 만하 죠.” “중앙 통제 시스템이 아니네 요‘?”
“지배할 목적이 아니라니까요. 나는 그냥 판만 깔아 주고, 쓰레 기 같은 놈들만 처리할 뿐이에 요. 나머진 모인 사람들이 알아 서 하는 거고요. 직접 다 통제를 하려거든 어르고 달래면서 이것 저것 맞춰 주거나, 힘으로 눌러 서 독재정치를 해야 되는 건데, 그 둘 다 나랑 안 맞아요.”
이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옳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시장에 너무 많은 자유를 주면 반드시 독과점과 같은 시장 장악 세력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평 소에 꾸준한 견제와 관리가 필요 해요.”
자신들이 하는 방법이 그것이니 누구보다 잘 안다.
“그건 심계랑 안 맞아요. 심계 에 들어와 있는 사람들은 기본적 으로 기질이 드세야 돼요. 거기 다 전부 특형 능력자예요. 그런 사람들을 일일이 규제하려거든 내가 여기 상주하고 있어도 안 돼요. 아니면 군대라도 주둔시키 든가.”
“흐음……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네요.”
“애당초 심계는 목숨 걸고 들어 와서 노는 곳이에요. 자잘한 법 률, 자잘한 형벌 따위에 쫄 배포 면 헌터 일을 할 수가 없어요.”
“그것도 그러네요. 그러면 문제 는 어떻게 해결하시려고요?”
“무한대의 자유와 무한대의 책 임. 몇 가지 굵직한 절대 규칙만 주고, 그걸 어기면 무조건 사형.”
“사, 사형요?”
“그 정도 아니면 씨알이나 먹히 겠어요? 그리고 그렇게 하려거든 잡다한 규제와 법률이 없어야 되 고요. 절대 규칙만 지켜라, 나머 진 다 봐준다. 성질 더럽고 드센 놈들한테는 이래야 먹혀요.”
그것이 태식이 군을 다루던 방 식이었다.
군량미 횡령, 부녀자 약탈, 탈 영.
이 세 가지는 무조건 극형을 내 렸고 그 외의 자잘한 것들은 전 부 현장 지휘관의 판단에 맡겨 일임했다.
만약 이 세 가지 절대 죄목을 현장 지휘관이 자의로 묵인해 준 다 치면 현장 지휘관도 목이 떨 어졌다.
이것만큼은 지휘 고하를 막론하 고 예외를 두지 않았다.
그렇기에 단체로 항명을 할지언 정 개인적인 약탈은 없었다.
남의 밥을 훔쳐 먹을지언정 군 량 창고에 있는 식량은 창고 문 을 열어 놔도 밀 한 톨 손대지 않았다.
탈영도 없었다.
아무리 불리한 전세라도 전장에 서 싸우면 1만분의 1의 승리 확 률이라도 있지만 탈영을 하면 반 드시 죽는다.
탈영범은 끝까지 추적해 사살했 고 그 고향에도 징벌을 내렸으니 예외가 없었다.
물론 완벽한 방법은 아니다. 극 단적인 방법인 것도 인정한다.
하지만 그 당시의 상황 또한 그 만큼 극단적이었다.
그리고 태식은 이 심계가 그 전 장에서의 상황과 딱히 다르지 않
다고 봤다.
말로 형용하지 못할 흉악범들이 들끓는데, 그 흉악범들이 하나같 이 초능력자들이다.
인구에 비해 땅은 넓고 숨기 좋 은 지형도 무궁무진하다.
기반 인프라도 전무한 상황이니 어중간하게 통제한다는 건 사실 상 불가능하다.
“이 방식대로 하면 법원이나 교 도소가 필요 없죠. 처결 기관만 하나 운영하면 돼요.”
“흐음…… 알겠어요, 그 부분에 선 제가 군대를 동원할 힘까진 없으니 다른 안을 제시할 명분이 없네요. 그 절대 규칙을 정말 신 중하게 정하는 게 관건이겠어 요.”
“물리적, 신체적, 경제적 약탈 행위. 모든 종류의 사기 및 기만 행위. 이 두 가지면 돼요.”
“두 가지라곤 하지만 굉장히 광 범위한데요. 세부적인 조항이나 철저한 수사가 없으면 불의의 피 해자가 많이 나올 수 있을 것 같 아요.”
태식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사장님, 목적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세요. 여기는 밖에서 도박 장이나 윤락업 차릴 놈들 모아 놓으려고 하는 곳이에요. 그리고 그런 거 하려는 놈들이 오는 곳 이 될 거고요. 소비자든 판매자 든, 애당초 선량한 피해자가 없 는 곳이에요.”
이해했다는 고개를 끄덕인다만, 입술은 오리처럼 쭈욱 튀어나왔 다.
아니, 이해를 했기에 그러는 거 다.
“왜요, 뭐가 못마땅해요?”
“아니요. 그냥 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할렘이 되겠구나 싶어서요.”
“고작 여기 풍경이 아쉬워서 그 래요? 여긴 별거 아니에요. 다른 층에 가면 더 대단한 풍경들이 사방에 깔렸어요.”
“그래요?”
“못 믿겠으면 나중에 투어 한번 시켜 줄게요. 마음에 드는 곳에 호텔을 짓든 별장을 짓든 마음대 로 하시고요. 이번 일 해 주는 보답으로 그 정도는 도와줄게 요.”
쭉 튀어나왔던 입술이 쏙 들어 가다 못해 활짝 핀다.
“아후-. 이런 걸로 좋아하면 안 되는데. 너무 티 났죠?”
“네, 엄청 티 났어요.”
“제가 좋은 풍경 보는 거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오로라 도……
이린은 말을 하다 얼른 입을 닫 았다. 봉춘을 의식한다.
“공적인 자리에서 사적인 이야 기를 했네요, 미안해요. 이사님, 마저 진행해 주세요.”
“도시의 목적 자체가 유흥과 쾌 락이니 아주 열정적인 놈들이 모 일 거예요. 확실하게 판만 깔아 주면 나머지 준비는 알아서들 할 테니까, 우린 그 판만 깔아 주면 돼요. 현재의 심계 수준이면 상 하수도만 깔아 줘도 차고 넘쳐 요.”
상하수도는 인간으로서 아주 기 본적인 본능과 연결되어 있다.
청결과 배설이다.
이 두 가지는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다.
현재의 심계에서 청결은 강이 있어야만 해결할 수 있고 배설은 야산에서 볼일을 보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그나마 쉘터가 모여 마을의 형 태가 된 곳은 푸세식 화장실을 만들어 쓰는 편이지만, 처리가 안 된다.
화장실이 꽉 차면 그냥 묻고 그 옆에 다시 파는 거다.
별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걸 두 고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은 딱히 없지만, 누구나 불편해하는 요소 인 것도 분명하다.
“거창할 것도 없어요. 로마 시 대 수준만 되어도 충분할 거예 요. 그다음은 차차 발전시켜 나 가면 될 거고요. 그러니까 사장 님은 자문단 정도면 구성해 주세 요. 대규모 인력이 동원될 상황 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 요.”
“건설을 하는데 고고학 전문가 를 섭외해야 할 줄을 몰랐네요.” “혹시, 미리 건설팀 준비해 놨 어요?”
“인명만 조금 추려 놓은 수준이 에요. 진행된 건 없으니까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자문단은 바 로 구성할 수 있게 할게요. 그래 도 자문단에 도시공학자는 있는 게 좋겠죠?”
“물론이죠. 당장은 반달섬 먼저 시작이지만, 이게 잘되면 영역을 확장해 나갈 생각이거든요. 반달 섬만 가지고는 도시라고 할 수 없는 규모잖아요.”
“그러면 아까 말한 3대 규칙이 확장된 도시에도 다 일괄 적용되 는 건가요?”
“반달섬은 그대로 두되 추가로 건설되는 지역들은 점점 더 세분 화된 시스템을 구축해야죠. 그때 가 되면 인력도 더 늘어날 테니 까 행정기관 같은 것도 둘 수 있 을 거구요.”
“네, 이해했어요. 점진적인 발전 방향으로 가는 거군요. 그래도 처음 도시 설계를 할 때부터 전 영역을 감안해서 디자인을 진행 할게요.”
“물론이죠. 넉넉잡아서 3만 명 규모 정도로 시작해 보자고요.”
“이왕 하는 거 그냥 10만 명으 로 하죠.”
“10만 명요? 헌터들 전부 추린 다고 1만 명이나 되겠어요?”
“특형 발현자가 지금도 계속 늘 어나고 있는 추세예요. 심계가 닫히지 않는 이상 계속 늘어나겠 죠.”
“나도 그걸 생각해서 3만으로 잡은 거예요. 10만이면 여간한 소도시 인구잖아요.” “서울로 따지면 제일 작은 구 인구도 안 되는 숫자예요. 그리 고 인구수는 어디까지나 인프라 의 규모를 나타내는 대략적인 수 치지 그 인프라를 전부 인구 수 용에만 할애하겠다는 건 아니잖 아요.”
“그거야 그렇긴 한데. 당장에 그 정도 소화가 될까 싶어서 그 러는 거예요. 괜찮겠어요?”
“태식 씨 스케일 생각하면 이렇 게 하고 싶은 기분이랄까요. 최 종적인 완성은 중장기적으로 보 더라도 초기 계획부터 크게 잡는 게 맞을 것 같은 느낌이 굉장히 강하게 드는 거 있죠.”
“흐음-.”
태식은 볼을 긁적였다.
가만 생각해 보면, 한번 여기에 터를 잡아 놓은 이상 앞으로 심 계에서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전부 여기에 갔다가 붙일 가능성 이 크긴 했다.
“그래요, 그렇게 하죠. 가능만 하다면 모자란 것보다야 남는 게 나으니까.”
“그래요.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식량은 조달이 좀 쉬워야 하지 않을까요? 당장 5천 명만 수용한다고 해도 하루에 엄청난 식량이 소비될 거예요. 그만한 식량 조달이 불가능하면 묶어 둘 수 없잖아요.”
“봉춘아, 너 과일나무도 키울 수 있지?”
“네, 돼요. 지금도 과일나무 키 워서 식량으로 쓰고 있어요.”
“그럼 니가 식량 조달도 좀 하 자.”
“그, 그것도 제가 해요?”
“나무만 키워 놔. 그러면 먹고 싶은 사람이 알아서 따 먹겠지. 아니면 애당초 집을 지을 때 과 일나무로 집을 지어도 되는 거 고.”
“아-. 네, 그러면 되겠네요.”
“그럼 식량도 된 거고. 쓰레기 처리장도 있는 게 낫죠?”
“물론이죠.”
“그것까진 내가 만들게요. 물질 분해식으로 만들면 되니까. 재활 용은 못해도 폐기물은 막을 수 있을 거예요.”
“그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봐요. 매립 아닌 게 어디에요. 그럼, 당 장 전기는 괜찮나요? 그래도 전 기는 있어야 될 것 같은데.”
“전기는 안 돼요.”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되는 거 예요?”
“네, 안 되는 거예요. 아직 테오 데움이 안 나와서 그놈 나오면 난리 나요.”
“테오데움이 뭔데요?”
“전기 정령요. 아그니 친구라고 보면 돼요.”
“아…… 괜히 발전기 같은 거 해 두면 정말 큰일 날 수 있겠네 요.”
“큰일 나는 수준 이상이죠. 상 하수도 만들어 놓을 거라 물이 거미줄처럼 깔리게 되잖아요. 그 상태에서 테오데움이 발작하면 몰살이 에요.”
“그 정도예요?”
“그럼요. 그놈 성질이 전기라서, 사방으로 뻗쳐요. 성격은 아그니 가 더 더러운데, 그놈은 지 힘을 통제를 못 하거든요. 상황에 따 라선 아그니보다 더 위험해요. 아무래도 심계 안이니까 조심하 는 게 좋아요.”
“네, 알겠어요. 그럼 전기는 진 짜 안 되겠네요.”
“해도 테오데움을 잡은 다음에 해야죠. 그리고 그놈을 잡으면 그놈으로 발전기 돌리면 되는 거 라, 전기 시설을 미리 만들어 둘 필요가 없어요.”
“네, 그럼 전기는 배제할게요. 이 정도면 얼추 당장 중요한 가 이드라인은 나온 것 같네요.” 이린은 봉춘을 보았다.
“작가님은 추가하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저, 저도요?”
“그럼요. 같이 회의하는 거잖아 요.”
“그래 봉춘이, 너도 의견 내 봐 라. 이러나저러나 노가다는 네가 다 해야 되는데, 네 의견 반영된 공간도 있어야지.”
“저는 괜찮은데……
“해 준다고 할 때 말해. 나중 가서 말 못 꺼내고 끙끙거리지 말고.”
“저, 그러면은. 극장 같은 것도 될까요?”
“영화관 말하는 거냐? 전기 안 된다니까.”
“아, 아니요. 영화관 말고요, 연 기하는 극장요. 아까 로마 시대 이야기하시던데, 로마 시대 원형 극장 같은 거 있잖아요.”
“그런 거면 쉽지. 얼마든지, 하 고 싶은 대로 해.”
“그러면 거기서 공연 같은 것도 해도 되는 거예요?”
“뭘 그런 걸 물어. 네 건물인데 네 마음이지. 왜, 설마 스트립쇼 같은 거 하려고 하냐?”
“그거는 스토리가 없잖아요.”
“아〜 스토리가 있는 에로 공연 을 올리시겠다?”
“아, 안 돼요?”
“지조 있어, 참 지조 있는 놈이 야. 왜 안 되겠냐. 해라, 해.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태식은 이때다 하며 병원 치료 를 조건으로 달지 않았다.
이렇게 먼저 요구를 하는 것만 해도 경계심이 완전히 해제된 것 이니 그건 차차 풀면 될 것이다.
“그럼 일단 이번 건은 이쯤에서 정리하죠. 사장님은 자문단 구성 되는 대로 말씀 주시고요.”
“네, 관리팀 짜이는 대로 함께 인사드릴게요. 여기 관리팀 명명 은 뭐로 할까요?”
“하던 대로 지명 붙여서 반달팀 이라고 하죠.”
“네, 그렇게 할게요.”
“자, 그럼 오늘은 이걸로 마무 리. 아후- 일 많이 했다.” 태식은 그렇게 새로운 프로젝트 의 첫 마침표를 찍었다.
구색이 딱 맞네 (1)
“흐아아암〜.”
태식은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켰다.
점심을 아랫배 두둑이 먹고, 먹 었으면 누워야지란 마인드로 소 파에 늘어졌다가 이제야 일어났 다.
“아후, 너무 열심히 잤나. 허기 지네.”
태식은 병풍을 돌아나가 매장을 가로질렀다.
손님 셋이 있다.
두 명은 이리저리 물건을 살펴 보는 중이고 한 명은 벽면에 붙 은 멤버십 신청 안내문을 보는 중이다.
“저, 사장님. 안녕하세요.”
그는 유성에게 사장님이라 하며 먼저 인사를 건넸다.
태식은 그 인사를 개의치 않고 매장을 가로질러 탕비실로 갔다. 냉장고를 열어 본다. 유성이 사 다 놓은 아이스크림이 가득이다.
먹어도 먹어도 줄질 않는다. 편 의점 매대처럼 빈틈이 없다.
“멤버십 회원 가입에 대한 문의 좀 드리고 싶어서요.”
귀가 트여 있으니 절로 그 대화 가 들린다.
“네, 말씀하세요.”
“그, 멤버십 회원이 되면 정말 아이템을 반값에 구매할 수 있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매장에 있는 물건 전부 다요?”
“멤버십 회원 대상으로 바자회 를 진행하는데, 반값 구매는 바 자회 날만 가능합니다.”
“아……. 하긴, 매장에 있는 걸 당장 살 수 있다고 하면 매일같 이 와서 반값에 사 갈 테니. 그 게 맞겠네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손님들이 더러 있더라고요.”
“그럼 바자회 품목은 어떻게 되 는 거죠? 미리 안내가 오나요?”
“일단 그 시점까지 매장에 있는 물건은 전부 포함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러면 주기는요? 한 달에 한 번이라든가……
“정확한 주기는 아직 미정입니 다. 충분한 회원 수가 모집되고 1회 바자회를 실행해 본 다음에 정확한 주기를 정할 생각입니 다.”
“그러면 회원가입은 회비가 있 고 그런 건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헌터청 에 등록되신 헌터면 아무 조건 없이 신청이 가능합니다. 대신 신청만 한다고 멤버십이 발행되 는 건 아니고요. 저희 내규에 맞 취 약간의 심사를 하고 있습니 다.”
“심사 조건은 어떻게 되는데 요?”
“헌터청 실적 조금 보는 정도 죠. 신청하실 생각 있으시면 신 청서 드릴까요?”
“네, 한 장 주세요.”
이렇게 또 한 장의 신청서가 들 어왔다.
지금까지 32장이 들어왔고 그중 에 21명이 심사에 통과했다.
‘이 추세면 50명까지는 금방 되 겠네.’
태식은 커피와 아이스크림을 들 곤 매장을 쓱 지나쳐 옥상으로 올라왔다.
허름한 옥상 벤치에 앉아 파이 프를 꺼낸다.
아이스크림을 먹어 가며 연초를 꾹꾹 눌러 담는다.
한 입 먹고 한 번 다지고, 한 입 먹고 한 번 다지고 하다 보니 기껏 파이프에 연초 넣는 것도 한참이 다.
성질 급한 사람이 봤으면 속 터 진다 할 거다.
그래 놓고는 불은 붙이지도 않 고 멍하니 하늘을 본다.
“후아아아-. 풍경 좋구만.”
그래 봐야 별다를 것 없는 풍경 이고 별다를 것 없는 하늘이다.
그럼에도 풍경이 좋은 것은 짜 증스러운 골칫거리가 없기 때문 이고 당장에 움직이지 않고는 배 지기 못할 신경 쓰이는 일이 없 기 때문이다.
커피 한 모금 홀짝 하고는 파이 프를 문다.
깊은 숨을 따라 진하게 밀려오 는 연기는 구름을 머금은 것 같 은 질감이다.
속으로 삼키지 않고 입안에서 잔뜩 둘려 후우- 내 뿜으면 말 그대로 구름을 뱉는 것 같다.
“사장님, 위에 계십니까.”
방우의 목소리다.
“어, 왜.”
“지금 소닉 길드장이 와 있는데 어쩔까요. 기다리라고 할까요?”
“아니야. 올려 보내.”
“알겠습니다.”
방우가 내려가고 종범이 올라왔 다.
“연락받고 왔습니다, 사장님.”
계획대로다.
태식은 깊게 숙인 몸을 일으켰 다.
“속도 내고 온 거 아니지?”
“아닙니다. 과속, 신호 위반 없 이 안전운전 해서 왔습니다.”
“그래그래, 왜 불렀는지는 대충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