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1)_7
“지금까지랑 다를 것 없어요. 내가 할 일은 내가 하고, 사장님 이 해 줄 수 있는 일은 사장님이 도와주고. 그뿐이죠.”
태식은 이린에게서 시선을 거둬 미향으로 시선을 옮겼다.
“복잡한 거 치우자. 다른 거 다 차치하고 그냥 당신이 아는 가장 나쁜 놈 하나만 우선 말해 봐, 거기서부터 한번 털고 시작해 보 게.”
복잡한 문제든 민감한 문제든 상관없다.
간단하게 시작하면 그만이고 간 단하게 해결하면 그 또한 그만이 다.
태식에겐 그럴 만한 힘이 있었 다.
서울시 심계구 반달동 (1)
“개장수요, 개장수.”
미향은 고민할 것 없이 즉답했 다. 고민하지 않을 정도로 뇌리 에 박혀 있다는 뜻이다.
“뭐 하는 놈인데?”
“인신매매요. 인신매매를 하는 놈이에요.”
“마담은 어떻게 알고?”
“저한테 와서 여자를 팔려고 했 으니까요.”
“잡으러 가야겠죠?”
태식은 이린을 보며 물었다.
“알았어요, 더 이상 안 말릴게 요. 대신 하나만요.”
“말해요. 내가 사장님이 하는 말은 또 잘 듣죠.”
그 별것 없는 농담이 이린의 마 음을 조금은 풀어 준다.
그 덕에 이린은 엷게라도 웃을 수 있었다.
“이번엔 어디까지 하실 생각이 세요?”
태식은 움직이는 기본 단위가 크다.
그리고 그 한 번으로 끝나지 않 는다.
지금까지 벌인 모든 일이 그랬 다.
“그게 어떤 일이든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잖아요. 어느 정도 규 모인지 알아야, 이번 조직 개편 에 감안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요.”
“일단 2층 먼저 정리하고 시작 을 해야겠죠.”
그럴 줄 알았다.
“2층을 정리하는 게 시작이면 결국 전 층 전부 정리하겠다는 뜻인 거죠?”
“상황 봐야죠. 전 층을 제가 다 뛰어다닐 수는 없잖아요.”
“알겠어요. 감안할게요.”
이린은 태식이 오늘 하루 바쁘 게 움직일 것을 알기에 말을 길 게 하지 않았다.
“그럼 수고하세요. 집무실은 항 상 열려 있으니까 언제든 편히 오셔서 몸 풀고 가시고요.”
“네, 사장님도 수고하세요.”
반달숲으로 넘어온 태식은 우선 심연 속에 넣어 뒀던 여자들 먼 저 풀어 줬다.
그림자 속에서 우르르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들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 인지 분간하지 못하며 주변을 두 리번거렸다.
잠을 재워 놔서 그렇다.
“얘들도 이제 꺼내 줘도 되겠구
먼.”
태식은 어제부터 넣어 둔 종범 일행도 꺼내 놓았다.
“과속을-!”
“하지 말자!”
“죽으려든!”
“혼자 죽자!”
몰골은 반쪽이 되었어도 기합은 아주 빳빳하게 들어가 있었다.
크로우의 조교 실력은 여전하 다.
“자 자, 정신들 차려. 밖이야.” 태식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제 야 그들은 화들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절대 과속 안 하겠습니다. 사, 살려 주십시오.”
“설마 과속했다고 사형까지 가 려고.”
“예, 예, 예, 예. 절대 과속 안 하겠습니다.”
태식은 가게로 연결되는 길을 열었다.
아직 점심시간이 안 되었다. 방 우와 유성, 빡꾸가 그대로 있다. 태식은 종범 일행을 가게로 넘 겼다.
“방우는 얘들이랑 안면 트고 연 락처 받아 놔. 유성이는 좀 넘어 오고.”
“예! 사장님!”
“예, 알겠습니다.”
유성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카운터를 훌쩍 뛰어 넘어왔고 방 우는 실망한 기색 없이 담담히 대답했다.
그사이 미향은 소란을 떠는 여 자들을 정리해 해산시켰다.
“사장님, 제가 뭘 하면 되겠습 니까?”
유성은 의욕적으로 물었다.
“너 사람 죽여 봤냐?”
“예? 가, 갑자기요?”
“확인은 하고 시켜야 될 거 아 냐.”
“전투 중에 중상을 입힌 경우는 많습니다.”
“그런 거 알고. 확인 사살 말이 야.”
“아니요. 그런 적은 딱히……
“에이, 그럼 안 되겠네.”
태식은 다시 길을 열었다.
“돌아가.”
“사, 사장님. 전투라면 저도 할 수 있습니다. 클럽 때도 잘했지 않습니까.”
“그런 거 아니야 인마. 들어가.”
“사장님의 적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싸울 수 있습니다. 진심입 니다.”
“그런 거 아니라니까 그러네. 손에 피 안 묻혀 봤으면 영영 안 묻히는 게 나아. 들어가.”
“사장님, 저 진짜 사장님께 도 움이……
“거 말 안 듣네.”
태식은 유성을 밀어 버리곤 문 을 닫았다.
그러곤 이현을 소환했다.
이현은 별달리 건방을 떨지 않 았다.
명령을 기다리는 군견처럼 부동 자세다.
“웬일로 안 까불어?”
“저 사장님께 까불 생각 없습니 다. 말 잘 듣겠습니다.”
“허이구.”
이현은 아직도 태식이 진심으로 화난 모습이 생생하다.
목이 떨어지고 자시고의 개념이 아니었다.
죽음이란 호수에 영혼이 빠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 모습이 잘 잊히지 않는다.
“진짜 군소리 안 하고 말 잘 듣 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뭐?”
“아, 아닙니다. 그냥 말 잘 듣겠 습니다. 주는 것만 먹고 얌전히 따라가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론 태식이 봉춘을 간호해 주는 것을 봤다.
미향이 조잘거리는 것을 끝까지 들어 주며 참는 것도 봤다.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괜히 트집을 잡아서 괴롭히는 거라고 여겼는데, 태식 의 기준에선 정말 말을 안 듣는 다고 생각해서 혼내는 걸 수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한번 정말 말을 잘 들어 보려고 말이다.
“허이구, 퍽이나 사람 고쳐 쓰 겠다.”
원래 같았으면 바로 맞받아칠 말이 나왔을 법도 하다만, 이젠 정말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검붉은 안광을 뿌리던 태식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뭐, 일 시킬 자세는 되어 있 네.”
“예. 뭐든 시켜 주시면 성실히 하겠습니다.”
일은 시켜 두면 곧잘 하긴 한 다.
방우를 도와주라 했을 때도 일 적으로 실수를 한 것은 없었다.
이번엔 유성을 주로 두고 그 보 조를 맞추게 할 생각이었다만 유 성이 손에 피를 묻힌 경험이 없 으니 혼자 써야 할 판이다.
통제가 잘되지 않을 가능성이 문제이긴 한데 그건 암흑 슈트로 보완이 가능하긴 하다.
마냥 내어주는 게 내키지 않긴 했다만, 사냥을 보내는 사냥개에 게 방호구를 입히는 셈 치기로 했다.
사냥감이 좀 많아서 말이다.
“여우 할망. 얘랑 같이 가서 그 개장수라는 놈 잡아 와.”
태식은 이현에게 암흑 슈트를 던져 줬다.
“잘 물어 와라. 사냥개가 사냥 못하면 된장 발린다.”
“이 무구까지 지원해 주셨는데, 당연합니다. 절대 실패하지 않겠 습니다.”
“실패는 당연히 안 되는 거고. 실수도 하지 마.”
“예. 가능한 한 사살 없이 전부 포획해서 가져오겠습니다. 마담, 안내해.”
이현은 미향을 염력으로 들어 앞세우며 하늘을 날아갔다.
태식은 휘파람을 휘이 불었다.
“내 결국 이리 될 줄 알았지.” 굳이 심계까지는 직접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다.
페가수스 길드에 바람을 넣어 둔 게 있으니 그 열매가 잘 영글 면 유성을 통해서 정리를 하게끔 하면 될 거라고 내심 계획했던 참이었다.
야생과 날것 그대로의 심계를 인정하기 때문이고, 구태여 목숨 걸고 들어가는 난장판인 곳에 일 일이 신경 쓰고 싶지 않았던 탓 이기도 하다.
당연히 일반인이 심계에 엮여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굳이 일반인이 심계와 연결되어 있다면 범죄자가 심계로 도피하 는 정도랄까?
그런 경우야 태식이 신경 쓸 바 가 아니다.
오히려 응원해 줄 일이다. 쓰레 기가 알아서 쓰레기통으로 들어 가는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현의 머릿속 에서 끄집어 낸 기억이라, 기억 속의 여자들이 일반인일지도 모 른다는 생각에 퍼뜩 나선 것이 다.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결국은 결론이 이렇게 나 버렸고, 태식 의 예상은 틀린 것이 되어 버렸 다.
일반인이 겁도 없이 제 발로 찾 아와 있을 줄이야.
참 한심하고 한숨 나오는 일이 다만, 사람이 어디 말 잘 듣는 사람만 있겠나.
“이 대책 없는 사람들을 어떻게 해야 되려나.”
암흑 중독 검사를 했고 치료제 도 있다지만 일반 여성들을 이 안에 계속 두는 것은 내키지 않 는다.
안쓰럽고 도와주고 싶어서 그러 는 게 아니라, 한심해서 못 봐주 겠다.
일반인들은 전부 내보낼 거다. 주기적으로 추적해서 암흑중독 검사도 받게 할 거다.
그게 그들의 이력에 꼬리표를 붙이는 짓이라고 해도 개의치 않 는다.
그 꼬리표가 걱정이었으면 애당 초 이 일을 하지 않았어야 된다.
“이러나저러나, 오지랖 부리게 생겼구먼.”
러브 파크를 휘이 둘러본 태식 은 하늘로 올라 반달섬을 내려다 봤다.
그 범위가 상당히 넓다. 여간한 동 하나 정도는 충분히 들어가고 도 남는다.
반달섬이 있는 붉은 숲의 범위 는 큰 크기의 구 정도 되는 범위 다.
면적만으로 따지면 상당한 대지 다.
이 안에 심계에 있는 모든 사람 을 수용한다고 해도 남을 정도의 면적이다.
“쥐어짤 때 쥐어짜더라도 부풀 곳은 남겨 두고 쥐어짜는 게 맞 긴 한데.”
한 깡패 조직을 완전히 소탕한 다고 해서 깡패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지진 않는다.
그 자리에 다시 다른 깡패가 들 어찰 뿐이다.
유흥업소도 그렇고 도박장도 그 렇다.
그래서 국가에서도 불법이라 명 시하지지만 무작정 소탕이 아닌 적절한 통제와 관리를 하는 식으 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그게 현실이다.
지금까지 태식이 일들의 방향도 그와 맥이 같다.
그러니 여기라고 해서 다를 것 도 없다.
이러나저러나 개입을 해야 할 판이다.
“이거 참.”
태식은 담배 한 대 빼 물었다.
이것도 결국 이린에게 가겠지 싶다.
자신이 반달섬으로 출근 도장을 찍을 수야 없으니 말이다.
“마약 유통시켜, 업소 영업시켜. 로비시키고 여론 공작에. 어휴, 내가 악당이네, 내가 악당이야.”
가만 보면 이린에게 정말 온갖 일을 전부 다 떠넘기는 것 같기 도 하다.
어쩌겠나. 몸이 하나라 그 많은 일을 혼자 다 할 수가 없는걸.
결국은 자신이 손을 봐서 이린 의 손에 넘겨주게 될 거다.
지금까지 그랬고 앞으로도 그렇 게 되겠지.
그러자니 이린이 했던 말이 계 속 맴돈다.
대호가 아직도 쌀집이라 불린다 는 것 말이다.
자기야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거다만 이린은 괜히 자신 때문에 함께 엮이는 꼴이잖나.
자신은 상관없는데, 이린이 되 도 않는 헛소리를 들을 게 영 신 경 쓰였다.
결국은 이린이 염려했던 것과 같은 마음이다.
“후우우-.”
태식은 반달섬, 아니 붉은 숲 전체를 내려다보며 길게 담배를 태웠다.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자원들 을 잘 활용하면 얼추 그림이 나 올 것 같기도 하다.
그 그림의 중심에 봉춘이 있다.
아니, 그림이 아니라 물감이라 고 해도 틀리지 않다.
태식의 계획은 봉춘이 없으면 성립이 불가능했다.
태식은 봉춘에게 갔다.
“너 또 왜 그러고 있냐.”
봉춘은 어제와 같은 두꺼비 모 습을 하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그건 여벌 옷이냐? 왜 그러고 있냐니까. 오늘도 영업하게?”
“아, 아니요. 그건 아니고요. 이 게 편해서요.”
특수 분장이다.
몸이 편해서 편하다고 하는 건 아닐 테다.
“평소에도 그러고 있는 거냐?”
“네. 저는 이게 편해서요.”
“너 다이어트도 성공했잖아. 그 러면 자랑하고 다녀도 모자랄 판 에 왜 일부러 숨겨.”
“자랑할 사람도 딱히 없구요. 그냥 저는 이게 편한걸요.”
자신이 편하다는데 억지로 뜯어 낼 건 아니다.
마음의 상처가 있으니 그걸 가 리려는 가면일 수도 있고 말이 다.
“쯧, 그래라. 그건 너 편한 대로 하고. 너 출력이 얼마나 되냐?”
“출력요?”
“그래. 어제 보니까 보통 이상 은 되는 것 같던데, 실력 좀 한 번 보자.”
봉춘은 볼을 긁적였다.
“통하지도 않는 공격을요?”
주눅 들어 있다. 위로가 필요하 다고 여기진 않는다.
저리 가면을 쓰고 있으니 어디 위로를 한다고 그게 올곧게 들어 가기나 할까.
그냥 편히 대하면 그만이라 본 다.
“좀 시키면 그냥 해 봐라. 다 계획이 있고 생각이 있어서 시키 는 건데.”
봉춘은 영 내키지 않는다는 표 정으로 발을 굴렀다.
벽을 이룬 넝쿨들이 사방에서 출렁거린다.
“이 정도면 돼요?”
“모자라. 건물 하나 새로 올려 봐.”
“그럼 밖에 나가야 되는데 요…… “거 주눅 좀 들지 말고.” 태식은 봉춘을 들어 밖으로 러 브 파크 외각의 숲으로 나갔다.
“해 봐.”
봉춘이 발을 궁궁 굴렀다.
꾸드득 나무줄기 휘어지는 소리 가 요란했다.
뿌린내린 나무가 뿌리를 들고 일어나 서로 엉키고 얽힌다.
2층짜리 건물이 순식간이었다.
구조는 컨테이너를 쌓아 둔 것 처럼 간단했지만, 인테리어야 꾸 미면 그만이다.
“너 이거 한 번에 몇 번이나 할 수 있겠어?”
“열 번 정도는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