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1)_9
“어, 이거 암흑 슈트라고. 사장 님께서 사냥할 때 쓰라고 주셨 어.”
“이야- 당신은 대우 잘 받는구 만! 역시 사람이 기술이 좋아야 된다니까.”
‘부러워하지 마, 미친놈아……
이현은 그 생각을 말로 꺼낼 수 없어 너털웃음만 지었다.
서울시 심계구 반달동 (3)
“형님, 형님, 달걀바위에 월척입 니다.”
초저녁, 배성은 칼을 갈고 있는 기선에게 가서 은근히 속삭였다.
“총 네 명이고 장비한 아이템으 로 보건대 최소 4층 이상입니 다.”
기선은 가만히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준비합니까?”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인다.
배성은 밖으로 나가 난잡하게 퍼질러 있는 부하들을 소집했다.
기선은 잘 벼린 뼈단도를 가슴 과 허벅지에 주르륵 착용했다.
허리춤에는 워해머가 달랑거리 고 왼팔엔 작은 라운드 실드가 있다.
일반적인 헌터의 복장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진하다.
그건 장비를 철저하게 구비한 것과는 다른 느낌이다.
심계에 절여져 있는 느낌.
심계 밖의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은, 그런 이질적임.
기선에겐 그런 분위기가 있었 다.
그게 비단 기선만 그런 건 아니 다.
기선이 이끄는 거미단의 단원들 전부가 그러했다.
“대장, 꽃순이가 작업 들어갔습 니다. 두어 시간 있으면 다들 곯 아떨어질 겁니다.”
기선은 턱짓으로 단원을 움직였 다.
오늘은 어둠이 깊다. 평소보다 소리는 멀리 퍼지지만 그림자는 더 짖게 진다.
그들은 모두 신발에 가죽 덧신 을 씌운 채다.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닌 듯, 야간 보행에 노련하다.
서로 스치는 것 없이 소리를 내 지 않고 대형 또한 헝클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포위하는 형태로 달걀바 위를 감쌌다.
길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 았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지도 않 을 거리.
지대는 다른 곳보다 약간 높아 경계와 방어에 유리한 자리.
달걀 모양의 커다란 바위 덕에 유사시 엄호물로 쓰기 좋은 자 리.
거기에 제법 꼼꼼한 헌터의 손 길이 묻은 듯 퍽 아늑한 쉘터까 지.
기선이 신경 써서 만든 함정이 다.
기선의 영역엔 이렇게 만든 함 정이 여럿이다.
그리고 이런 지형적인 함정만 있는 건 아니다.
달걀바위에서 작은 그림자가 소 리 없이 다가왔다.
꽃순이다.
머리에 꽃을 꽂고 다녀서 꽃순 이다만 정신이 이상한 건 아니 다.
함정을 이루는 기믹일 뿐이다. 머리에 꽃을 달고 있는 여리여 리한 여자.
아무리 심계라지만 그런 상대를 밤새도록 경계할 이들은 적다.
특히나 자신의 능력이 출중하다 고 여기는 이들일수록 그렇고 힘 든 여정의 끝자락이라 할 수 있 는 2층이라면 더욱더 그렇다.
거기에 가린 면적보다 드러낸 면적이 더 많은 의상으로 몸의 대화를 요구한다면 그 경계심을 더 빨리 허물 수 있다.
“요즘 들어 페가수스가 너무 설 치고 다닌다고 했어요. 서로 이 름은 부르지 않았어요.”
꽃순이가 배성에게 귓속말을 했 다.
그제야 다른 단원들도 참았던 숨을 내쉰다.
목표가 완전히 잠들지 않았다면 꽃순이는 입을 열지 않는다.
“누가 선이야?”
“오른쪽 뺨에 흉터 있는 남자 요. 침대를 쓸 거예요.”
배성은 말없이 꽃순이를 비켜 냈다. 꽃순이는 입을 닫고 뒤로 물러나 완전히 장내에서 벗어났 다.
배성은 기선 옆으로 바짝 붙었 다.
“대장, 페가수스더러 설친다고 할 조직이면 슈퍼노바나 흑혈마 정도일 겁니다.”
페가수스가 공격적인 신규 길드 원 영입을 하는 중이다.
아예 층마다 거점 구역을 두고 길드원이 상주하며 영업을 하고 있다.
산골 구석에 처박혀 있어도 소 문을 들었을 정도로 가열차다.
그것 때문에 상위 길드들이 다 들 민감하다.
헌터청의 공식 등록 길드들을 말하는 게 아니다.
심계에 뿌리박고 심계 밖으로 나가지 않는 길드와 조직들. 하 운드들 말이다.
그중에서도 최상위에 있는 슈퍼 노바와 흑혈마는 대놓고 페가수 스의 행태를 씹어 댔었다.
지금까지 양몰이나 하던 것들이 이제 와서 갑자기 사냥개인 척을 하려 한다고 말이다.
“잘못 엮이면 어려울 수 있습니 다. 그래도 합니까?”
현재의 심계는 격동기의 폭풍전 야다.
수많은 헌터들이 심계에 적응할 대로 적응하였다.
아무리 질서가 없는 곳이라곤 하지만 그렇다고 서로 간의 불문 율도 없을 정도의 무질서도 아니 다.
겉으로 보이기엔 평화의 시대라 할 만하다.
하지만 그 속은 그야말로 격류 가 소용돌이친다.
심계 내부에 대한 정부의 간섭 을 실질적으로 막아 냈고 막아 낼 수 있다고 확신하는 헌터들이 늘어난 지금.
수많은 헌터들은 심계에 자신들 만의 왕국을 세우려 준비 중이 다.
위로 올라가려거든 지금 치고 올라가야 된다.
이 시기에 타이밍을 늦으면 영 영 올라갈 길은 나오지 않을 것 이다.
먼저 오른 놈들이 어떻게든 짓 밟으려 할 테니 말이다.
그렇게 되기 싫다면 먼저 올라 서 먼저 밟아야 한다.
슈퍼노바든 흑혈마든, 어차피 올라가면 만나게 되어 있다.
기선은 천천히 움직였다.
평소보다 더 신중하다.
다이브가 아닌 헌팅 기준 4인 파티의 등급 구성은 강중중약이 일반적이다.
1강이 리더를 하고 2중이 중심 을 잡고 1약이 서포트를 보는 거 다.
슈퍼노바와 흑혈마라면 최소가 B급이고 S급까지도 포진한 최상 위 길드다.
강중중약의 구성을 생각하면 S 급까지의 가능성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래서 놓칠 수가 없다.
기선은 숨을 죽이고 쉘터 안으 로 들어갔다.
쉘터 안은 침대가 한 개다. 일 부러 한 개로 뒀다.
여러 경우의수가 있지만, 특별 한 부상자가 없는 한 침대를 차 지한 자가 1강이다.
조심스레 얼굴을 살피니, 꽃순 의 말대로 얼굴에 흉터가 있다.
기선은 숨을 죽이며 뼈단도를 뺐다.
한 번에 들어가야 한다.
위치는 심장 바로 옆.
심장을 찔러도 안 되고 너무 멀 어도 안 된다.
기선은 단숨에 네 개의 뼈단도 를 침대 위 사내의 가슴에 찔렀 다.
“크홉!”
창건은 반사적으로 주먹을 내질 렀다.
퍼엉!
창건의 주먹이 기선의 옆구리를 때리며 폭발했다. 쉘터의 절반이 날아갈 정도의 폭발이다.
기선은 충격으로 날아가 바닥을 뒹굴었다.
“습격! 적습이다!”
“조여! 칼은 들어갔다! 조이기 만 하면 된다!”
부상을 입은 기선 대신 배성이 나서서 부하들을 지휘한다.
기선은 터져 나간 옆구리에 뼈 단도를 여럿 박아 넣었다.
그 뼈단도가 부러진 기선의 뼈 와 융화되어 단단하게 굳었다.
“이 새끼들 뭐야! 우리가 누군 지 알고 기습이냐!”
“팀장님, 괜찮습니까?
“다 쳐 죽여!”
창건이 몸을 날렸다. 당장에 포 위를 파고들어 발을 구른다.
퍼버버엉!
거대한 폭발은 흡사 다이너마이 트가 터진 듯했다.
“퍼져라! 시간만 끌면 된다!”
“니가 대장이냐!”
창건은 쓰러진 기선을 신경 쓰 지 않고 배성에게 몸을 날렸다.
그러다 심장을 부여 쥐며 바닥 을 뒹굴었다.
“크헙, 끄으윽.”
“잡았다! 나머지는 그냥 돌려!”
“크으]1 크아아아악!”
창건은 피를 토하며 일어났다.
“너냐!”
창건이 기선에게 몸을 날렸다. 기선이 마주 던진 뼈단도가 허공 에서 그물처럼 퍼져 나갔다.
창건은 뼈그물에 뒤엉켜 바닥으 로 떨어졌다. 뼈그물은 서로 융 합되어 단단하게 창건의 온몸을 옥죄였다.
“너희 대장 떨어졌다!”
“멈추라고! 우리가 원하는 건 몸값이다. 목숨 걸고 싸울 생각 없어!”
배성은 부하들을 산개시키며 다 시금 외쳤다.
“우린 슈퍼노바다! 고작해야 2 충 하운드가 우리한테 입질을 하 고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냐!”
“그러니까 싸우지 말자고. 몸값 만 적당히 주면 우리도 끝을 볼 생각은 없어.”
배성은 뱀처럼 긴 혓바닥을 날 름거렸다.
“너희도 조장이 죽는 것보단 그 게 낫잖아.”
기선이 타이밍에 맞춰 뼈 단도 를 창건의 목에 들이밀었다.
“협상하면 아무도 다치지 않는 다. 고작해야 돈 몇 푼 잃을 뿐 이야. 그 정도는 너희에게 푼돈 이잖아.”
“염병할. 고작 2층에서 뒤통수 를 맞아. 쪽팔려서 말도 못 하겠 구먼!”
그들은 무기를 내려놓았다.
팀장인 창건이 잡혔다는 것도 이유였고 자신들이 슈퍼노바라는 것도 이유였다.
미치지 않고서야 고작 2층 하운 드가 슈퍼노바의 단원을 죽일 리 는 없다고 여긴 것이다.
그리고 그때.
촤라라락!
기선이 날린 뼈단도가 그들의 몸을 옥죄였다.
“후우-.”
배성이 식은땀을 닦으며 경계를 놓았다.
“그 짧은 사이에 난장 난 거 보 소. 대장, 달걀바위는 어떻게 해 도 수습이 안 되겠습니다. 다른 곳을 새로 파야죠.”
기선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 였다.
그의 시선은 사로잡은 셋에게 고정된 채다.
기선은 남은 뼈단도가 여덟이 다. 셋, 셋, 둘로 나누면 딱 맞 다.
기선이 그들에게 뼈단도를 심으 려는 순간.
“얘 보호자가 누구냐?”
한 사내가 꽃순이를 앞세우며 불쑥 튀어나왔다.
다들 눈을 껌뻑거린다.
“이, 일행이 있다! 다들 공격 해!”
배성의 명령에 태식을 향한 집 중 공격이 쏟아졌다. 하나 그 무 엇도 태식에게 닿지 못했다.
“꼬마야, 이놈들이 같은 편 맞 냐? 한 놈 망설이는 새끼가 없 네.”
태식은 쯧쯧 혀를 찼다.
우드득—.
뼈마디 바스러지는 소리가 따라 붙었다.
“뭐, 뭐야? 일행이 또! 대, 대 장. 일이 틀어진 것 같습니다!”
“틀어진 건 니들 모가지가 틀어 진 거고.”
우드득, 우드득 뼈마디 분질러 지는 소리가 연속으로 이어졌다.
어둠 속에서 어둠보다 더 진한 그림자가 일렁거리며 태식에게 다가왔다.
“사장님, 주변에 있는 놈들은 전부 처리했습니다. 저놈 하나입 니다.”
“수고했다. 대기.”
“예, 대기하겠습니다.”
이현은 어둠으로 녹아들어 갔 다.
암흑 슈트가 아무나 입는다고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무구가 아 닌데, 벌써 적응해서 자유롭게 다룬다.
실력만 보면 난놈은 난놈이다.
태식은 기선에게 다가갔다. 기 선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았다. 체념한 듯 보이기도 했고 포기 한 듯 보이기도 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별다른 기대감 이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태식은 뼈감옥에 갇혀 있는 창 건을 살폈다.
가슴에 박혀 들어간 기선의 뼈 단도가 심장을 완전히 움켜쥔 채 였다.
“뼈부림을 이렇게 세밀하게 쓰 는 녀석은 또 처음 보네.”
뼈를 다루는 뼈부림 능력은 마 족의 기술 중에는 가장 하위에 있는 기술이었다.
군대의 분류로 따지면 공병대 같은 느낌이랄까.
전장의 어디를 가도 시체가 즐 비하니, 그 시체의 뼈를 가지고 여러 골조로 사용하는 것이다.
“보아하니 살상용은 아닌 것 같 고〜.”
태식은 목이 돌아간 자들의 가 슴을 헤쳐 봤다. 그들의 가슴에 도 뼈장이 있었던 흔적이 남아있 다.
“헌터면 자식아. 곱게 몬스터나 잡을 것이지 사람을 잡고 다녀.” 기선은 일언반구 말이 없었다.
그 시선이 태식에게 잠시 머물 렀다가 꽃순이에게 갔다.
“꼬마야, 저 사람이 네 보호자
냐?”
꽃순은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기선 옆으로 갔다.
혹시나 하는 생각이 스쳐 꽃순 을 살폈다.
뼈장은 없었다. 이게 다행이라 고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 아-.”
기선은 짧은 공명음을 냈다.
꽃순은 고개를 저었다.
“아, 어. 어어—.”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원래 벙어린가 싶었는데, 가만 보니 혀가 잘려 있다.
전투 중에 팔다리가 잘리는 경 우는 흔해도 혀가 잘리는 경우는 흔치 않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남겨야만 남 는 상처다.
“흐음-.”
이게 기선을 살려 둘 참작의 여 지가 될까?
딱히 기선이든 아니든 상관은 없다.
지금은 잡아야 할 사냥감이 많 아서 사냥개가 많이 필요한 시즌 이다.
“똥개야, 어떠냐?”
“야, 벙어리. 너 뼈 움직이게 하 는 거 계속 힘주고 있어야 되는 거냐?”
기선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현은 염력으로 꽃순이를 거꾸 로 들어 올렸다.
“끼약-.”
“나도 너 못지않은 나쁜 놈이거 든. 순순히 협조하자. 바빠.”
“어으-. 어으.”
기선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한번 변형시켜 놓으면 그대로 유지된다는 거냐?”
“아-. 아-.”
고개를 끄덕인다.
이현은 꽃순이를 내려놓았다.
“활용성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제압 후 후송이나 결박 능력으로 쓰면 딱이지 않습니까.”
“그럼 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