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2)_1
“사장님께서 시키실 일이 있다 는 정도만 들었습니다.”
“시킨다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시키는 게 아니고 상호 협력 이지, 상호 협력.”
“하하, 예, 그렇죠. 상호 협력입 니다.”
태식이 반달섬에 첫 단추를 꿰 어 놓은 후에 고민하던 것은 반 달섬에 채워 넣을 콘텐츠였다. 유동 인구가 많아야 자연스럽게 상권이 형성되고, 그걸 기반으로 입소문이 타고 재화가 집중되어 다른 상권까지 흡수하게 되는 것 아니겠나.
가장 처음이 유동 인구의 확보 인데, 당장에 터만 닦는 수준의 반달섬의 실정으론 그만한 유동 인구를 확보할 요소가 크지 않았 다.
상하수도 시설이 완성되면 그것 만으로도 큰 메리트가 생기겠지 만, 그것도 오가는 사람이 없으 면 소문이 날 것도 없다. 그리고 그 이전에 그때까지 기 다릴 성미가 안 된다.
당장 뭔가를 더 채워 넣어 유동 인구 유입을 늘리고 싶었다.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올 무언 가.
그게 요 며칠 태식을 가장 신경 쓰이게 했던 것이었다.
그러다 번뜩 생각난 게 종범이 었다.
“그러면 내 패를 먼저 깔까, 니 패를 먼저 깔래?”
“당연히 제가 패를 먼저 보여
드려야죠.”
“그런 협조적인 자세 아주 좋 아. 담배 태우냐?”
“예, 태웁니다.”
태식은 웃는 얼굴로 담배 한 대 꺼내 종범에게 권했다.
종범은 넙죽 고개를 숙이곤 담 배를 받아 몸을 틀며 불을 붙였 다.
“담배 맛이 신기하네요.”
“피울 만해?”
“예. 맛이 좋은 것 같습니다.” 태식은 허공에 쑥 손을 집어넣 어 담배 한 보루를 꺼내 줬다.
“받아.”
“받아도 됩니까? 딱 봐도 특별 한 담배 같은데요.”
“일 좀 잘해 보자고 주는 거 지.”
종범은 태식이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당한 걸 생각하면 완전 막무가 내라, 방우에게 연락이 와서 일 좀 하나 같이하자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더럽게 코가 꿰었다고 여겼다.
솔직히 도망갈 수만 있다면 도 망가고 싶었다. 정말 엮이기 싫 었다.
며칠 전 같이 밥을 먹던 날 방 우에게 집은 어디냐, 결혼은 했 냐, 자식은 있냐, 등등 호구조사 를 당하지 않았으면 정말 도망을 칠까도 싶었다.
심계에 들어가서 꽁꽁 숨으면 지가 어쩔 건가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도살장 끌려가는 소의 심정으로 왔는데, 또 막상 왜 이렇게 친절 하게 대해 주나 싶다.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원하 는 걸 모두 요구할 수 있는 사람 아닌가.
“뭐 해, 얼른 받아. 왜, 모자라 서 그래? 박스째로 줘?”
“아, 아닙니다. 감사히 피우겠습 니다.”
종범은 태식에게 받은 담배를 제 무릎에 올려놨다.
“자, 그러면 한번 읊어 봐. 우선 길드원 숫자부터.”
“저희 길드는 현재 총원 17명으 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수가 많지는 않네?”
“예. 저희 길드의 길드훈이 신 용과 의리입니다. 이런 쪽으로 철저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을 선발하다 보니 수는 좀 적은 편 입니다.”
“하하하하, 그렇지. 남 사기 쳐 먹으려거든 신용과 의리가 있어 야지. 가치 판단이 확실하네.”
칭찬인지 욕인지 도무지 알 수 가 없다.
싱글싱글 웃는 걸 보며 그래도 기분이 상해서 그러는 건 아닌가 보다 할 뿐이다.
“그러면 길드 활동은 어떻게 되 는 거야? 헌팅은 아주 안 해?”
“예. 저희는 동호회 활동을 주 축으로 운영합니다. 저희들끼리 는 파티플래너라고 합니다.”
“하하하하, 참 이름은 잘 지었 다. 그래, 무슨 파티를 그렇게 플 랜들을 하시나.”
태식이 연신 웃어 주니 종범의 마음도 한결 편해졌다.
“저는 보통 익스트림 스포츠 관 련으로 해서 운영을 합니다. 바 이크, 자동차, 제트스키, 이런 것 들요.”
“레이싱 위주네?”
“아시다시피 제 특형이 빠른 발 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런 특 징을 살려서 레이싱 쪽으로 운영 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레이싱 못 해서 어떻게 하냐?”
“앞으로는 일반 공도 레이싱 동 호회는 폐쇄하고 제트스키나, 산 악바이크같이 공도 개념이 없는 종목으로 변환을 생각하고 있습 니다.”
태식은 흡족하여 고개를 끄덕였 다.
다른 놈들 같으면 어떻게든 안 걸리고 할까, 이렇게 머리를 굴 릴 거다.
그런데 종범은 빠르게 종목 변 환을 꾀하니, 이게 얼마나 기특 한 생각인가.
“사고의 유연성이 아주 좋구만. 그럼 다른 플래너는?”
“부길마인 찍새는 골프, 당구를 주로 하고 요즘에는 신규로 다트 쪽으로 좀 파 보고 있습니다. 다 트가 술자리에서 하기 좋은 게임 이지 않습니까.”
“니가 빠른 발이라 레이싱을 한 거면, 찍새도 특형 위주로 종목 선택한 거지?”
“그렇습니다.”
“찍새는 특형이 뭔데.”
“포인터 특형입니다.”
“지점 타격, 타점 지정? 둘 중 뭔데?”
타점 지정은 어떠한 물체에서 자신이 원하는 곳을 타격하는 것 이고 지점 타격은 원거리의 특정 한 지점을 원거리 투사를 이용한 타격을 말한다.
타점 지정의 경우 근접 타격가 로서의 포텐셜이 높고 지점 타격 의 경우 원거리 딜러로서의 포텐 셜이 높다.
어느 쪽이던 파티 구성에 있어 서 빠지지 않은 퓨어 딜러진이 다.
하늘을 날고 불길을 다루는 초 능력에 비해선 외적으로 보이는 효과는 크지 않지만, 그 잠재력 과 효용성을 따지면 고티어에 속 하는 특형이다.
“찍새는 둘 다 가능합니다.”
“하이브리드네. 하이브리드 포 인터면 포텐셜이 엄청난데, 왜 사기 골프나 치고 있어?”
“찍새 그 친구가, 참 그게. 노는 걸 좋아해서요. 천성이 한량인 친굽니다.”
“파하하하, 한량? 그래, 한량 좋 지〜. 다른 사람은, 또 없어?”
“다른 부길마 홍태는 테이밍 능 력이 있습니다.”
“등급은?”
“동물계입니다.”
“ 계?”
“예, 계입니다.”
“하아-. 너네는 참.”
태식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테이밍 능력에 있어서의 등급은 출력 이전에 다룰 수 있는 분류 단계에 따라 나누어진다.
종을 분류하는 계문강목과속의 단계에서 계는 최상위다.
오징어와 사람이 똑같은 동물계 이니 다룰 수 있는 범주에서 동 물계라고 하면 움직이는 생물은 전부다 다룰 수 있다는 것과 같 다.
“얘가 선천적으로 몸이 좀 약해 서요. 분류 등급은 최상위이긴 한데 출력이 잘 안 나옵니다.”
“대체 어느 정도길래 그 높은 분류 등급이 씹힐 정도야?”
“무게가 20킬로 이상 나가는 동 물은 많이 힘들어 합니다.”
“그러면 무게를 줄이고 수를 늘 리면 되잖아. 곤충류로 가서 말 벌이나 지네 같은 독충술사로 나 가도 충분히 메리트가 있는데.”
“수가 많아지면 또 힘들어하더 라고요. 그래서 저희끼리는 대조 라고 놀립니다.”
“큰새? 새대가리다 그런 뜻이 야?”
“아니요. 대조, 대물 조루요. 물 건만 크지 영 힘을 못 쓰잖습니 까.”
“풋, 별명 참.”
“저희는 다들 어울린다고 생각 하는 편입니다. 자기는 싫어하지 만요.”
“어울리긴 하네. 그래, 걔는 종 목이 뭔데?”
“계왕전이라는 이름으로 이종격 투장을 운영합니다.”
“투기장?”
“예. 요즘은 충왕전으로 해서 곤충끼리 붙이고 중간중간 막간 을 이용해 거북이 레이스나 달팽 이 멀리뛰기 같은 거 합니다.”
“달팽이가 멀리뛰기가 돼?”
“궁금하시죠? 사람들 반응이 딱 그렇습니다. 일단 들으면 이게 되나 싶거든요. 그래서 미니게임 치고는 판돈이 제법 큽니다. 그 것 말고 인기 있었던 미니게임 중에 사마귀 잔디깎이 시합도 볼 만했었습니다.”
달팽이가 멀리 뛰어 봐야 얼마 나 멀리 뛸 것이고 사마귀가 잔 디를 깎는 게 해 봐야 얼마나 신 기할까.
별것 아니라면 별것 아닌 그 소 소한 이벤트에 판돈을 올려붙이 는 건 진행자의 펌프질이 그만큼 능숙하단 증거다.
“일단 호기심으로 유입시켜서 흥으로 올려붙이는 구나.”
“예. 홍태가 그런 쪽으로 머리 가 좀 잘 돌아갑니다. 관객 의견 도 빠르게 수용하고요. 그전에 했던 쇠똥구리 이어달리기가 인 기가 좋았는데, 쇠똥 터치할 때 순위 반전이 너무 잘 일어나는 통에 운적인 요소가 너무 심하다 는 평이 많았습니다. 그러고 바 로 개편한 겁니다.”
“그런데 테이밍이면 순위는 마 음대로 정할 수 있겠는데? 돈 좀 만지겠다?”
태식은 은근히 물었다.
“아니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홍태가 다른 건 몰라도 순위 조 작에는 펄쩍 뜁니다. 우리나라가 발전이 없는 이유가 온갖 곳에 순위 조작이 판을 쳐서 그런다고 하는 놈입니다. 이건 진짜 제가 장담합니다.”
태식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면 전체적으로 손님은 어 떻게 돼? 아니, 동호회라고 했으 니까 회원이라고 해야 되나?”
“수익 대비로 말씀드릴까요, 회 원 대비로 말씀드릴까요? 사실 이게 돈을 벌려거든 머릿수보다 야 판돈이 커야 하지 않겠습니 까.”
“회원으로 물었잖아.”
“아, 예. 회원 수는 자전거 동호 회가 가장 큽니다. 총 세 개 동 호회를 운영 중인데 명부상으론 130명가량 됩니다.”
“자전거 동호회에서도 돈 걸 게 있나? 등수별로 돈내기 하는 거 야‘?”
“아니요, 이건 일반인도 포함되 어 있는 순수한 친목 동호회입니 다.”
태식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아서 말이다.
“너희 도박판 벌이는 거 아니었 어‘?”
“전부 다 그런 건 아닙니다. 홍 태의 계왕전도 베팅만 있지 사기 는 없는걸요.”
“정체성이 좀 모호하다?”
“저희 정체성은 기본이 동호회 입니다. 거기에 돈내기가 부차적 으로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절 대 동호회가 박살 날 규모의 내 기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장만석이한테 엄청 태 워 줬다며?”
“그거야, 돈도 돈이지만 내기란 게 원래 자존심 싸움 아닙니까. 끽해야 판돈 500짜린데 장 사장 같은 큰손에게 그 정도 돈은 그 냥 게임비밖에 안 됩니다. 실상 자존심 값이죠.”
태식은 턱을 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