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2)_10
“이야〜. 아람이가 아저씨보다 더 바쁘구나. 대단한데.”
태식은 엄지를 치켜세워 줬다.
“그럼 아람이는 언제 놀아?”
“일요일 날 놀아요. 그리고 숙 제를 다해 놨으면 토요일도 놀아 요.”
“놀 때는 뭐 하고 놀아?”
“그림 그려요.”
“아람이 그림 잘 그려?”
“조금요. 그런데, 호준이가 재미 있다고 했어요.”
“그림이 재미있다고? 아〜 만화 그리는구나? 아저씨도 만화책 엄 청 좋아하는데.”
“저는 웹툰 좋아해요. 자기 전 에 9시 30분부터 10시까지 웹툰 보는 시간이에요.”
“뭐가 제일 재미있어? 아저씨도 추천 좀 해 줘.”
“저는 호랑이 대장님이 제일 재 미있어요. 아저씨도 아세요? 토 요일날 나와요. 그런데 원래 금 요일 11시에 나오는데, 저는 일 찍 자야 돼서 토요일날 볼 수 있 어요. 숙제가 남아 있으면 숙제 끝나고 봐야 되요.”
“아저씨는 미리보기로 다 보는 데〜.”
“그러면 다음 주 것도, 그다음 주 것도 다 봤어요?”
아람의 표정이 이제야 좀 개구 진 초등학생같이 보인다.
“다 봤지. 보여 줄까?”
“웹툰 보는 시간 아닌데, 봐도 돼요?”
“그럼 아람이가 아저씨한테 읽 어 줄래? 아저씨가 나이를 먹으 니까 눈이 침침해서 말이야.”
아람의 표정이 확 밝아진다.
태식은 핸드폰을 건네줬다.
아람이는 구연동화를 하듯이 대 사를 읽었다.
태식은 우와〜 우와〜 해 가며 추임을 넣어 줬다.
“연지야, 조금 더 있다 가도 되 겠다.”
이린은 그런 태식의 모습에 걸 음을 멈추었다. 이린의 시선이 태식에게 고정된다.
그리고 그 옆의 연지의 시선도 태식에게 고정되어 떨어지질 않 았다.
뭐래니, 꼬맹아 (4)
“저렇게 웃는 얼굴도 있네 요……
“응‘?”
“표정이 완전 애기처럼 웃잖아 요. 저렇게 웃을 수도 있는 사람 이구나 싶어서요.”
“아, 으응. 그렇지. 아이랑 잘 놀아 주더라고.” 연지는 그걸 말하는 게 아니었 다.
아이와 잘 놀아 주는 것과 아이 같은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건 분 명 다르다.
굳이 그 다름을 설명하고 싶진 않았다.
연지는 그냥 태식을 보았다.
대단한 사람이고, 무서운 사람 이고, 신기한 사람이다.
저렇게 아이 같이 웃고 떠들고 있는데 왜 가벼워 보이지가 않을 까.
‘이모 말이 이 말이었구나. 가벼 워지려고 해도 가벼워지지 않는 다는 게……
연지는 다시 이린을 보았다. 정 확하게는 그 눈이다.
태식을 바라보고 있는 그 시선 말이다.
그 안에 어떤 감정이 녹아 있는 지 여자의 감으로 살핀다.
혹여나 연애 감정인가 했지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고마움이랄까, 감사의 감정이 더 컸다. 그리고 어려워한다. 조 심스럽다.
그러고 보면 오늘 이린이 입은 옷도 그렇다.
분명 태식과 분위기를 맞추려 한 것 같은데, 그 느낌이 연인과 커플룩을 하고 싶어 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조심스럽게 격식을 차린 느낌이다.
스포츠 웨어를 입고 격식이란 단어를 쓰자니 조금 그렇다만 느 껴지는 느낌은 분명 그랬다.
“이모.”
“응?”
“감독님이랑 사귀어요?”
“으응-? 무슨 소리야.”
“그럼 좋아해요?”
“얘가 점점. 어디가 그렇게 보 였니?”
긍정을 하지도 않고 정색을 하 는 것도 아니다.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거예요. 아람이랑 엄청 친해 보여서요. 아람이가 저렇게 신나 하는 건 나만 볼 수 있는 건데.” 일찍부터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 고 자유를 찾아 다녔던 연지이 다.
연지에겐 태식의 자유로움이 더 욱더 크게 다가올 수도 있지 싶 다.
“왜, 관심 가니?”
“아직은 호기심? 이모가 인정한 사람이니까, 분명 좋은 사람일 거잖아요.”
이린은 후후훗 웃었다.
다른 의도는 없다. 그냥 이 상 황이 재미있다.
이린은 태식이 좋다.
배려있고 따뜻한 사람이라고 생 각한다.
능력적으로는 더 말할 것도 없 다.
맹물같이 헐렁한 척하지만 기본 적으론 야수 같은 남자다.
사업가로서도, 사람으로서도, 여 자로서도 매료될 만한 여지는 충 분하다.
“연지가 속앓이 좀 하겠는데.”
“속앓이요?”
이린도 태식과 어떻게든 엮여 있으려고 하지만 연인으로써의 관계는 생각하지 않는다.
태식이 아무리 친한 척을 받아 줘도, 아무리 부탁을 들어주고 아람이와 잘 놀아 줘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브 앤 테 이크의 개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따금 내비치는 태식의 과거에서도 공고한 벽을 느낀다.
태식이 치유를 바라는 사람이 아니라서 그렇다.
이미 그 상처가 다 굳어진 사람 이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마주하면 마주할수록 그 부분이 도드라지게 느껴진다.
“저 혼자 좋아하다 끝날 거란 말이죠?”
“후훗, 마음대로 해석하렴.”
“좋아하는 거 아니라니까요. 그 냥 호기심이에요, 호기심.”
“그래, 알았대도.”
이린은 멈추었던 걸음을 떼었 다.
아람이와 눈이 마주쳐서 말이 다.
“태식 씨, 오래 기다렸죠. 감독 님하고도 한마디 하고 나오느라 요.”
“아람이가 놀아 줘서 지루하지 않았어요.”
아람은 이린에게 옮겨 가지 않 았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연지 씨, 내가 정정해 줄 게 하나 있는데.”
“네? 저요?”
“네, 그쪽요.”
“ 뭔데요‘?”
“연지 씨 분량 편집하라고 한 거. 내가 한 거예요. 귀가 뚫려 있으니까 안 들으려고 해도 들려 서 말이죠.”
“아……
“전체이용가 받아야 돼서 말이 에요.”
“괜찮아요. 이미 다 털어 냈어 요.”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감독판 에는 실려서 나올 거니까 너무 상심 말고요. 연기는 좋았어요, 표정이 살아 있더라고요.”
태식은 칭찬 몇 마디를 더해 줬 다.
연지의 표정은 도토리를 잃어버 린 다람쥐 같았다.
“저, 감독님.”
“왜요?”
“다음 작품은 언제 하세요?”
“감독님 호칭은 편의상 쓴 거구 요. 나 감독 아니에요. 작품 활동 할 생각 없습니다.”
“저도 눈치가 있는걸요. 이번 영화 전부 감독님……
“감독 아니라니까 그러네.”
“그럼 이사님은요. 아니면 오빠 라고 할까요?”
이린은 고개를 숙이며 씽긋거렸 다.
대놓고 끼를 부린다.
태식은 이마를 긁적였다.
“여하튼 작품은 안 하니까, 그 쪽으론 나한테 이야기해 봐야 나 올 거 없습니다.” 태식은 아람을 안아 들었다.
“여기 사장님이랑 이야기하는 게 빠를 거예요.”
태식이 먼저 엘리베이터 쪽으로 등을 돌렸다.
연지가 뽀르르 와서 아람에게 손짓했다.
“아람아, 누나한테 오자.”
아람은 냉큼 연지에게 넘어갔 다.
“이사님, 말씀 편히 하세요. 제 가 나이 한참 어린데.”
“나랑 이야기하지 말고 사장님 이랑 이야기해요. 그게 편하고 빠르지.”
“이모랑은 이미 이야기 끝났어 요.”
“응? 연지야. 나랑 어떤 이야 기?”
“사귀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