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2)_11
“연지야, 맥락 없이 무슨 말이 야.”
태식은 그 맥락 없는 말을 바로 이어 받았다.
“사장님, 얘가 저 좋대요? 하아 이놈의 인기. 어딜 나다니질 못하겠네 이거.”
태식은 멋들어지게 머리를 쓸어 넘기며 너스레를 떨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한때, 온갖 왕가의 공주들에게 연정 듬뿍 담 긴 편지를 받던 때도 있었으니 말이다.
“저, 아직 좋아한다고는 안 했 어요, 왜 갑자기 좋아하는 걸로 확정인데요?”
“알아, 알아. 어쩌겠어. 내가 잘 난 탓인데. 사람 좋아하는 게 뭐 흉인가.”
“아니라니까요. 좋아하는 거.”
“그런데 얼굴은 왜 빨개져? 아 람아, 누나 이마 만져 봐.”
아람의 손이 연지의 이마로 간 다.
“야야, 아람! 누나 얼굴에서 손 떼!”
“아람아, 뜨겁지?”
“네.” “아람이 너, 없는 말 지어낼래?
뭐가 뜨거워.”
연지는 제 이마를 짚으려다 한 손으로 아람을 들지 못해 버둥거 렸다.
“태식 씨, 연지 많이 당황했어 요. 장난 그만해요.”
이린은 후훗 웃으며 태식을 말 렸다.
“장난이었어요?”
“네 감정인데 장난인지 아닌지 는 네가 더 잘 알지. 설마 너 나 한테 장난친 거야? 이야〜 얼굴 이쁘다고 사람 마음 막 가지고 놀고. 그러는 거 아니다.”
“이, 이모, 이것도 장난이에요?”
“후훗, 나도 모르지. 그러게 왜 대뜸 그러니? 그런 것도 통할 사 람한테 해야지.”
“히잉-.”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같이 갈 거야? 같이 갈 거면 타고. 이렇게 적극적으로 대시를 해 주는데, 내가 밥이라도 같이 먹어 줘야지, 하하하.”
“좋아요! 밥 먹어요!” 연지가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찰 나.
“연지 씨! 어디 있었어. 한참 찾았네. 다른 감독님들이 연지 씨 좀 보자고 해. 빨리 와 봐.”
이 감독이 연지를 불렀다.
“들어가 봐. 다른 감독님들이 찾는다는 거 보면 작품 이야기하 려나 보다.”
이린이 손을 뻗었다. 아람은 자 연스럽게 이린의 품으로 들어왔 다.
“누나, 안녕.” “아이, 진짜. 이사님, 진짜 밥 먹어요. 저 기억력……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태식 의 팔꿈치가 닫힘 버튼 위에 있 다.
“태식 씨-.”
“조카 까불거리는 거 잘 받아 주네요?”
“까불거리긴요. 애가 순수해서 그렇죠.”
“순수……의 범주인가. 뭐, 사장 님이 괜찮다니까.”
태식은 별반 신경 쓰지 않았다.
이린도 신경 쓰는 눈치는 아니 다. 이쁜 조카가 버둥거리는 게 귀여워 보일 뿐이다.
주차장으로 나온 태식은 간단히 호텔로 돌아왔다.
“사장님, 다음 일정 있어요?”
“가까이 잡진 않았어요. 일적으 로 상의드릴 게 있어서요.”
“어떤 거요?”
“조직 개편에 대한 거요. 반달 팀 구성이 끝났어요.”
“그건 그냥 다음에 공사 시작할 때 듣죠. 오늘은 일 이야기하러 나온 게 아니라서요.”
“네, 그래요.”
“아람이는 일정이 어떻게 되나? 학원 가야 해?”
“두 시간 있다가 수학 선생님 와요.”
“그럼 아저씨랑 좀 놀아도 되겠 다. 사장님 괜찮죠?”
“네, 태식 씨 괜찮으면요. 그럼 어디로 갈까요? 이번엔 북극요?”
“둘이 놀 건데요. 사장님은 일 보세요.”
“네? 저는 빼고요?”
“사장님은 호랑이 대장이 누구 인지 알아요?”
“호랑이 대장? 실버요?”
웹툰 호랑이 대장을 물은 건데 유토랜드 사파리의 호랑이 대장 이 나온다.
“거봐 모르시네. 아람인 누군지 알지?”
“네, 알아요.”
“아저씨한테만 이야기해 줄래?”
태식이 고개를 숙였다. 아람은 태식의 귀에 작은 소리로 속닥거 렸다.
“뭐야, 아람아. 엄마도 알려 줘.”
“쉬잇, 비밀. 아저씨랑만 아는 거야.”
태식은 아람을 안아 들고 길을 열었다.
“잘 놀다가 시간 맞춰서 보낼게 요, 걱정 마세요.”
“아니, 걱정한다는 게 아니라요 —I”
태식은 씨잇 웃어 주곤 아람과 함께 전당포로 넘어왔다.
“사장님? 벌써 오셨습니까?”
“그 애는 누구입니까?”
“안녕하세요. 영훈초등학고 1학 년 3반 정 아람입니다.”
아람은 방우와 유성에게 배꼽인 사를 했다. 반자동이다.
“친구야, 친구. 죽이 잘 맞더라 고.”
“예? 친구요?”
“니들 호랑이 대장님이 누군지 아냐?”
“호랑이 대장님요? 야수 몬스터 말씀하시는 겁니까?”
“방우, 너는 알아?”
“선배 중에 한 명 돌범이란 형 님이 있긴 한데요. 사장님께서 그 형님을 말씀하실 리는 없 고……
“거봐라, 대화가 통해야 같이 놀지. 아람이 손. 가자, 아저씨가 어른의 맛을 알려 줄게.”
“넵!”
태식은 아람의 손을 잡고 밖으 로 나갔다.
한 블록 건너서 영화관이 있는 거리로 가면 커다란 만화카페가 있다.
어릴 때 엄마 몰래 다녔던 만화 방하고는 그 분위기가 천지 차이 다.
어두운 조명도 없고 검게 찌든 패브릭 소파도 아니다.
담배 쩐내와 퀴퀴한 단무지 냄 새도 없다.
아람이와 같이 와서 놀고 가기 좋다.
“우와, 이게 다 만화책이에요?”
“그럼, 보고 싶은 데로 골라 봐. 핸드폰으로 보는 거랑 종이 넘기 면서 보는 거랑 맛이 다르지.”
아람이는 만화책 한 권을 골라 왔다.
“그게 아니야. 쌓아 놓고 봐야 맛이지.”
태식은 그 뒷권을 전부 빼 와 테이블에 쌓아 줬다.
“이거 다 봐도 돼요?”
“정액제라고 알아? 시간만큼 노 는 거야.”
“그러면 많이 볼수록 이득이겠 네요.”
“그렇지, 이득이지.”
아람의 눈이 빙빙 돌아간다.
소파가 높아 땅에 닿지 않는 발 을 동동거리며 페이지를 넘기기 바쁘다.
태식은 그 옆에서 키득거렸다.
“사장님, 이제 끝났습니다!”
“뭐가?”
“선거 유세 말입니다. 이제 바 자회를 본격적으로 진행하겠습니 다.”
유성이 지금껏 밤잠 줄여 가며 준비한 서류를 가지고 왔다.
“뭐가 이렇데 두껍냐. 그냥 바 자회 한 번 하는 건데.”
“사혁이한테 부지 설정하신 것 전해 들었습니다. 그것에 맞춰서 행사 진행을 다시 정리했습니다. 단순 상품 판매뿐 아니라 회원들 간에 장비 교환이나 정보 교류의 장도 만들어 봤습니다.” 열성적이다. 건성으로 봤다간 단단히 토라지겠구나 싶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승낙해 주 신다면 차징 이벤트도 추가하고 싶습니다!”
“이야, 아주 날을 잡는구나. 날 을 잡아.”
유성의 보고서를 보고 있으니 질리도록 썼던 포트폴리오가 떠 오른다.
그만큼 정성이 들어가 있다.
“그래, 하자, 해. 너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라. 이왕 하기로 한 거 제대로 해야지.”
“감사합니다! 제 이름을 걸고 반값전당포의 간판에 누가 되지 않게……
“그러니까 기합 좀 배]I. 이번엔 중간에 그만두라고 안 할 테니 까.”
“예, 사장님. 알겠습니다.”
유성은 히죽 웃으며 돌아섰다. 본격적으로 바자회에 들어갈 물 품 정리를 시작한다.
그 탓에 가게 일을 보는 건 방 우가 전담이다. 태식도 손님이 몰릴 때면 카운터를 지켰다.
“오늘도 수고했다. 퇴근하자.”
“예, 수고하셨습니다. 마감치겠 습니다.”
손님이 영업 종료 시간 직전까 지 나가질 않아서 평소보다 마감 시간이 늦다.
태식도 손을 거들며 마감을 했 다.
띠리링-.
가게문이 열린다.
“죄송하지만 영업 끝났습니다.”
“여기, 강태식 감독님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