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2)_8
“하급을 한 10만 원 정도 받으 면 어떻겠어?”
“그냥 이 오브 원석만 가져다 팔아도 10만 원은 넘게 받을 텐 데요.”
“돈 벌자고 하는 거 아니잖아.”
“그러시다면야……. 멤버십 가 격으로 10만 원 정도면 적당한 것 같습니다.”
“멤버십은 반값으로 해 줘야 지.”
“그럼 정가가 10만이란 것입니 까?”
“그 정도면 초보 헌터들도 쓸 만하잖아.”
“그거야 그렇지만……. 너무 싼 거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하급 가격을 너무 높게 잡으면 중급이랑 상급 가격이 본래 귀환 석이랑 비슷해지잖아. 이게 맞 아.”
“알겠습니다. 그런데 중급이나 상급은 효과가 어떻게 되는 겁니 까?”
“속도가 빨라지고 거리가 늘어 나지. 상급은 내구력이 높은 편 이고.”
태식은 몇 번에 걸쳐 귀환석을 시험하게 해 줬다.
“상급은 사용을 해도 부서지지 가 않습니다.”
“내구력이 높아진다고 했잖아.”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말씀인 거죠?”
“잘 쓰면 한 다섯 번 정도?”
“그러면 상급은 300만 원 정도 받아도 싸다고 하겠습니다.”
“미끼 상품인데 뭘 300만 원씩 받냐. 100만 원, 아니 50이면 충 분하지.”
사혁은 여전히 아쉬워했지만 사 장인 태식이 가격을 그렇게 정한 다고 하니 딱히 더 할 말은 없었 다.
“자, 그래서 아예 바자회 부지 를 여기로 잡아 볼까 하는데, 어 때‘?”
“밖에서 하는 것보다야 낫다고 생각합니다. 가게 건물에서 하기 는 인원이 너무 많지 않았습니
까. 그렇다고 건물 대관하는 것 도 마땅찮고요.”
헌터가 모여서 하는 행사라고 하면 좀처럼 대관이 되질 않는 다.
공공 기관 건물 같은 경우도 헌 터청의 협조 공문이 있어야 대관 이 되는 실정이니 사설 건물은 말 다 한 셈이다.
“나무도 많겠다, 칸막이나 테이 블 만들기도 수월하고요. 저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로 하자.” 태식이 일정 반경으로 어둠을 뿌렸다. 짙은 그림자가 일대의 나무들을 검게 물들였다.
“읏차.”
쿵—.
가볍게 발을 구르니 그림자에 물들었던 나무들이 재가 되어 바 람에 쓸려 나갔다.
“아••••••
사혁은 입을 벌리며 엷게 신음 했다.
“왜?”
“아, 아닙니다.”
“어차피 정리해야 되는 곳이라 깔끔하게 밀어 버린 거다.”
“나무 때문이 아니고요. 다시 봐도 사장님의 능력이 대단하구 나 싶었습니다.”
“나무 정도 날려 버린 게 뭐 별 거라고.”
“그럼 나머지 구획 짜는 건 제 가 하겠습니다.”
“됐어. 오늘은 그만 돌아가자.”
“이왕 넘어온 거, 온 김에 하고 가는 게 낫지 않습니까? 저 혼자 해도 충분합니다.”
“둬. 일 많이 해 두면 네 형이 서운해한다.”
“유성이 형이요?”
“그래. 얼마나 거창하게 하려고 하는지 기합 잔뜩 들어가 있거 든.”
“그러면 이번 일은 형이 주관해 서 하는 겁니까?”
“가게 관리를 유성이가 하니까 바자회도 그렇게 돼야겠지. 유세 지원 가느라 시간이 있을지는 모 르겠다만.” 태식은 손을 훌훌 털어 버리곤 가게로 돌아왔다.
사혁은 1층으로 내려갔고 방우 는 아직 바자회 물품 리스트를 뽑는 중이다.
“오늘은 이만하면 됐지 뭐.”
태식은 다시 소파에 엉덩이를 붙였다.
“유성이 요즘에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
유성의 눈가에 다크서클이 가득 하다.
지난주부터 잠을 거의 자지 않 아서 그렇다.
하루에 마시는 커피만 해도 열 잔이 넘는다.
커피를 무슨 각성제처럼 들이켠 다.
“7층 다이브할 때 생각하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체력만큼은 자신 이 있습니다.”
“이거 알바를 한 명 더 뽑든가 해야겠구만.”
태식은 농담 반 진담 반 섞어 말했다.
“가게 직원요?”
그 말을 받은 유성은 눈동자를 빛냈다.
“엄청 좋아하네. 힘들었구나.”
“아, 아니요. 힘들긴요. 체력적 으로 힘든 건 전혀 없습니다. 다 만, 저도 사람인지라 몸뚱이가 하나라서, 그게 조금 답답해서 그런 거죠. 방우도 외부 일이 많 고 해서요.”
“알았다, 알았어. 내가 시야를 한번 넓게 둬 보마.”
“저, 사장님 오늘 시사회 있지 않습니까?”
방우가 시계를 보다 말했다. 책 상 서랍에 넣어 뒀던 초대장을 꺼내 와 내민다.
“그러게, 벌써 일주일이 지났네. 놀면 시간이 더 빨리 가.”
태식은 만화책을 덮어 두고 일 어났다.
여전히 추리닝에 슬리퍼 차림이
었다.
뭐래니, 꼬맹아 (3)
이린은 슬랙스 청바지에 가벼운 블라우스를 걸쳤다. 다이아몬드 귀걸이는 아무래도 과하니 빼놓 는다.
거울 앞에서 이리 저리 옷태를 본다. 나쁘지 않다.
“실장님, 어때요?”
“캐주얼한 의상으로 아주 적절 하십니다.”
박 실장은 시사회 초대장과 테 블릿을 테이블에 놓아두며 말했 다.
“그렇게 말고요. 드레스 코드가 맞겠냐고요.”
시사회라고 한들 태식의 복장이 바뀔 것 같지 않다.
태식 혼자만 추리닝을 입고 있 다 해서 태식이 그걸 신경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걸 보고 있 을 자신이 신경 쓰인다.
“이사님의 드레스 코드에는 조 금 미흡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렇죠? 실장님이 한 번 추천해 봐요. 태식 씨하고 어 울리면서도 너무 격 없이 느껴지 지 않을 정도요.”
“예, 사장님, 잠시만 기다려 주 십시오.”
박 실장은 비서실에 호출을 넣 었다. 금세 옷이 가득한 행거와 잡화장이 들어왔다.
“이사님의 드레스 코드는 애슬 레저 스타일로 분류할 수 있습니 다. 샐럽들 사이에서도 각광받으 며 대중성이 인정된 스타일이니 시사회 참석 복장으로 과하진 않 을 것입니다.”
박 실장은 늘어선 행거에서 요 가복을 쭉 꺼냈다.
이린의 이맛살이 미묘하게 조여 든다. 그걸 놓칠 박 실장이 아니 다.
“과한 실루엣 노출이 부담스러 우시다면 트랙팬츠를 선택하실 수도 있습니다.”
박 실장이 꺼내 든 트랙팬츠의 브랜드를 보면 하나같이 명품들 이었지만 이린의 눈에는 역시나 추리닝에서 벗어나질 못했다.
“그것보다는 전자가 낫긴 하겠 네요.”
이린의 말에 구두 잡화장이 밀 려나고 운동화 잡화장이 들어왔 다.
런닝할 때 신기에는 아무리 봐 도 무거워 보이는 운동화 들이었 다.
“상의는 보편적인 오버핏 맨투 맨보다는 실루엣을 강조한 크롭 티에 무게감을 얹어 줄 가죽 재 킷을 매치하시는 것을 추천합니 다.”
거기에 더해 치렁거리지 않고 간결하게 빛나는 주얼리와 로고 가 없는 깊은 볼캡으로 마무리되 었다.
“흐음…… 윗옷 기장이 너무 짧 은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이린은 박 실장의 코디대로 옷 을 걸쳐 봤다.
평소에 입지 않는 스타일이라 어색했다.
“헤어는 포니테일로 묶는 걸 추 천드리겠습니다.”
“너무 어린애들 코디 아닌지 모 르겠어요.”
“이사님께서 동안이시니 그 분 위기에 어느 정도 맞춰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이린은 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몸을 돌려 봤다.
박 실장의 말대로 태식과 나란 히 서 있으면 잘 어울릴 것 같긴 했다.
“그래요, 이렇게 가죠. 어차피 얼굴 내는 것도 아닌데.” 항상 빼놓지 않는 태블릿은 심 플한 클러치 백으로 들어갔다.
“ 엄마-.”
“어, 아람이 왔니.”
아람은 평소와 다른 복장의 이 린을 빤히 쳐다봤다.
“왜? 엄마 이상해?”
“아니에요. 예뻐요.”
“우리 아람이도 이쁘네. 이리 와.”
아람은 그 또래 초등학생다운 옷이다. 일부러 신경 쓴 티를 낼 것 없다고 했다.
띠리링 전화벨 울리는 소리에 시계를 본다. 정확한 약속 시간 이다.
“네, 넘어오세요.”
태식의 대답은 수화기 넘어가 아닌 육성으로 먼저 돌아왔다.
“아람이 안녕〜.”
“아저씨! 안녕하세요.”
아람은 뽀르르 안겨들려다가, 다리를 멈칫하고는 배꼽인사를 했다.
태식은 그런 아람을 붕 띄워 품 에 안아 줬다.
“못 본 사이에 더 멋있어진 것 같네.”
태식은 아람에게 말하며 이린에 게 눈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