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3)_10
30기의 전마병이 동시에 작업하 고 있는데도 말이다.
“시원찮네 이거.”
태식은 승주를 소환했다.
“우와-. 사장님 이게 다 뭐예 요?”
“뭐긴 아이템이지. 일단 거기 쌓인 부품 검수 좀 봐.”
“저기 있는 거요?”
“그래, 그것들.”
“혈관 열어서 보면 되는 거죠?”
“튜닝할 수 있으면 좀 하고.”
“가이드라인은요?”
“내가 조율하면서 쓰면 되니까 기본 튜닝만 잡아.”
“네!”
승주는 소매를 쓱쓱 걷어붙이고 바닥에 털썩 자리를 잡았다.
바로 혈관을 열어 작업을 시작 한다.
태식은 승주가 기본 튜닝을 본 부품을 새로 조율하여 마법진 곳 곳에 하나씩 배치했다.
“사장님, 저 다했어요.”
그간 귀환석을 만든다고 반복 작업을 질리도록 해서 그런가 손 이 엄청 빨라졌다.
“금방이네, 수고했다. 먼저 들어 가서 쉬어.”
“괜찮아요. 더 할 거 있으면 할 게요.”
“밥은 먹어야지.”
“사장님도 안 드셨잖아요.”
태식은 그 말에 손을 툭툭 털었 다.
“그럼 같이 먹고 다시 오자.”
“네. 그런데요 사장님, 지금 만 들고 있는 건 뭐예요?”
“중계기.”
태식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툭 던지곤 길을 열었다.
기착지 (5)
바자회의 아침이 밝았다.
태식은 밤을 꼬박 새웠고 승주 는 새벽 3시쯤 되어서 태식이 억 지로 들여보냈다.
6층에 남겨 둔 유성과 이현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태식도 바 자회에 신경 쓸 상황은 아니었 다.
자꾸 일이 커지는 게 짜증스럽 다.
이걸 막으려거든 더 이상 확장 되지 못할 곳까지 단번에 처리해 버리면 된다.
그것을 위한 키포인트가 바로 지금 만들고 있는 중계기다.
그리고 태식은 이것을 이왕이면 가장 극적인 상황에서 최대의 효 과를 낼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그게 오늘 저녁이다.
그러니까 바자회가 전부 끝난 마지막 식순에서 말이다.
그때까지 시간이 빠듯하다.
“내가 오늘 이거 끝낸다, 진짜.” 이걸 한다고 해서 앞으로 더 신 경 쓸 게 없겠냐마는 그래도 지 금처럼 일이 계속 증식하듯 번지 는 일은 없을 거다.
태식은 집중을 놓지 않았다.
사혁은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 이 올까 했다.
아무리 소문이 많이 퍼졌다고 한들, 종범이 안절부절못할 정도 로 많은 손님은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보기 좋게 빗 나갔다.
“저, 저 사람들이 전부 우리한 테 오는 거예요?”
“아마…… 그런 것 같은데.”
여행 가이드의 그것과 같은 깃 발에 수많은 사람들이 군집해 있 다.
그 군집이 서서히 다가오는 중 이다.
왜 아니겠나.
회원들 가이드하라고 보낸 수혁 이 그 깃발을 들고 있는데.
“족히 500명은 될 것 같은지 않아요? 당장 점심 어떻게 해 요?”
넉넉하게, 정말 넉넉잡아 350인 분을 준비해 둔 상태였다.
“다들 도시락 정도는 싸 오지 않겠냐.”
라고 말하기엔 참 궁색하다.
회원들한테는 중식 제공이라고 이미 공지를 해 놨으니 말이다.
“자! 회원분들은 개장을 앞서 이곳에서 대기해 주시기 바랍니 다!”
수혁은 우렁찬 공지를 남겨 두 고 사혁에게 왔다.
“인원이 왜 저렇게 많아? 다해 서 몇이야?”
“일단 500명 끊어서 왔어.”
“끊어서?”
“어. 지금 인원으로 커버가 안 될 것 같아서, 1차로 한번 온 거 야.”
사혁이 이마를 짚었다.
“그래서 지금 몇 명이 남아 있 는데?”
“내가 출발할 때는 100명쯤 남 아 있기는 했는데……
“했는데?”
“아마 지금은 더 많을 것 같 아.”
“내가 회원들만 가이드해서 오 면 된다고 했잖아. 회원 명단 확 인해서 회원들만.”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이미 저렇게 모여든 걸 어떻게 해. 무 작정 따라붙는 걸 저리 꺼지라고 쫓아 보낼 수도 없잖아. 아는 얼 굴도 상당하고.”
“그렇다고……
“저기요, 바자회장이 여기 맞 죠? 시작한 겁니까?”
사혁은 뒤통수를 때리는 목소리 에 고개를 돌렸다.
얼추 50명쯤 될까 싶다.
“어디서 오신 겁니까?”
“뭐 어디서 와요, 건너편에서 놀다가 건너왔지.”
“듣자 하니까 아이템은 회원들 만 살 수 있다는데. 구경은 해도 되죠?”
“뭐 이것저것 많이 준비했네. 그런데 얼굴이 눈에 익은데, 어 디서 봤지.”
“어, 저 옆에 페가수스 흑곰 아 니야? 맞죠? 아이구 안녕하십니 까. 어제 건너편에 있다는 말 듣 고 인사 한번 드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사라지셨다고 해 가지고, 아하하하하. 반갑습니다.” 그중 몇이 수혁을 알아보곤 인 사를 건네려 했다.
“어허!”
수혁은 거친 호통으로 말을 잘 랐다.
“저희가 정말 힘들게 준비한 행 사입니다. 본래 회원 한정 행사 였던 것을 개방한 것인 만큼 통 제에 따라 주셔야죠!”
그리곤 엄히 타이른다.
페가수스의 이름이면 이래도 통 한다.
“아, 아아, 죄송하게 됐습니다. 그럼 저희는 어디로 가면 됩니 까‘?”
“일단 따라오십시오. 대기장으 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수혁은 팀원 하나를 불러 그들 을 인솔시켰다.
“부장, 그럼 나는 일단 2차 인 솔 갈게. 그런데 암만 해도 사람 많을 것 같아. 지금도 사람 몰리 는 거 보고 여기저기서 몰려오는 것 같더라고.”
“미치겠네, 이거.”
사혁의 시선이 승주에게 향했 다.
“안 될 것 같은데요. 사장님 지 금 엄청나게 집중 중이세요. 어 마 무시한 걸 만들고 계시거든 요.”
“형은 어디 가서 아직도 안 오 고……
“저, 매니저님. 일단 게임이라도 먼저 시작해야 되지 않겠습니 까?”
종범이 의견을 냈다. 뭐가 되었 든 지금 상황에선 들어 줄 만했 다.
“게임을요‘?”
“예. 경품 이벤트는 오후에 시 작한다 치더라도 세팅은 되어 있 으니까 게임 자체는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손님이 좀 분산되겠군 요. 그렇게 해 주세요.”
“그럼 나는 일단 가서 밥 더 준 비하라고 전할게요.”
“네. 연지 씨도 그렇게 해 주시 고요.”
“거 너무 걱정하지 말자고. 우 리 준비 잘했잖아.” 방우가 초조해하는 사혁을 위로 했다.
“종범이, 그냥 경쟁 이벤트도 지금부터 시작해.”
“그렇게 합니까?”
“어쩌겠어, 이미 판이 이렇게 됐는걸. 그리고 페가수스 길드가 주관하는 행사라고 소문이 다 났 을 테니까 크게 사고 터지진 않 을 거야.”
“예, 알겠습니다.”
“승주, 컨디션 괜찮아?”
“네, 지금은 괜찮아요.” 새벽까지 혹사 아닌 혹사를 했 다. 회복이 조금 더 필요하다.
“아이템 감정 이벤트는 빼고, 그냥 튜닝 이벤트로 바꾸자. 이 왕 일어났으니까 한 다섯 개만 해 주고 일단 들어가서 좀 더 자 고 저녁때 나와. 추가로 할지는 그때 컨디션 보고 하자고.”
“네, 그렇게 할게요.”
“자, 그럼 오픈하자고.”
“ 벌써요?”
“저 성질 급한 인간들을 500이 나 모아 놨는데, 시간 끌면 사고 밖에 더 나겠어? 미리 아이템 구 경도 좀 시켜 주면 시간 좀 더 벌겠지.”
방우의 말이 맞다. 사혁은 고개 를 끄덕였다.
“네, 그래요. 그렇게 하죠. 오픈 합시다!”
사혁은 예비 오픈이라는 이름으 로 행사를 시작했다.
준비한 개회사나 인사말 같은 것은 생략했지만, 아쉬움이 들지 않을 정도로 뜨거운 관심과 열기 였다.
유성은 특형으로 거대한 벽을 세워 올렸다.
바람에 흔들리는 장막 같은 벽 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엔 충분했다.
유성은 루오신이 인정한 순수의 기수이니 말이다.
“길드장님, 진짜 괜찮은 겁니 까?”
“이대로 있으면 안 되는 거 아 닙니까? 어서 빨리 여기를 벗어 나야 하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또 지진이라도 일어 나면 어떻게 합니까. 일단 5층으 로라도 내려가죠.”
“길드장님은 선택받은 사람이니 길을 안내해 줄 수 있을 거 아닙 니까.”
6층의 지형이 많이 바뀌었다.
6층 어디에서 보아도 눈에 들어 왔던 두 개의 상징이 사라졌다는 것은 지형적인 변화를 떠나 헌터
들에게 큰 충격으로 각인되었다.
그것은 이 심계에도 지진과 쓰 나미에 필적하는 천재지변이 일 어날 수 있다는 공포였다.
“진노는 거두어졌습니다. 다들 마음을 진정하고 대기하십시오. 기도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겁니다.”
“자, 우리 기도합시다. 루오신께 오만했던 우리의 잘못을 고하는 기도를 드리는 겁니다.”
유성의 말에 몇몇의 헌터가 기 도를 시작했다.
평소 루오를 믿지 않는 이들도 이 순간에서만큼은 함께 모여 기 도를 했다.
그렇게 기도 소리가 퍼져 갈수 록 장내는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 다.
유성은 주변을 둘러보다 슈퍼노 바와 흑혈마의 생존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그야말로 초상집이다.
그 길드장인 박우혁과 지조근은 넋이 나가 있었다.
깃발을 빼앗긴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본거지를 잃었다. 성을 빼앗겼 다거나 물자를 약탈당했다는 개 념이 아니다.
전부 사라졌다.
성은 박살 났고 그간 모아 둔 아이템과 물자는 흙더미 속에 파 묻혔다.
그리고 그 흙더미 안에는 지금 까지 함께 키워 온 길드 원들도 포함된다.
“아쉽게 되었습니다.”
뭐라 딱히 할 말이 없긴 했다. 실상 따지고 보면 일이 이렇게 된 것의 시발점은 그들이 습격조 를 보냈기 때문이다.
“아쉽게 됐다고? 지금 이 상황 이 당신한테는 그저 아쉬운 상황 이구만. 하하, 하하하하, 거참 아 쉬운 상황이야.”
지조근은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유성을 비웃었다.
“그냥 웃지 그래. 즐거워하지 그래. 승자가 패자를 비웃어야지 동정하면 쓰나. 아아〜 선택받은 순수의 기수님라서 그러시나? 고 결하신 구원자라?”
유성은 그의 비난에 화내고 싶 지 않았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이니 말이 다.
오히려 그 비아냥에 동정심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이현은 달랐다.
이현은 바로 지조근의 팔을 꺾 었다.
“크아악-!”
“이봐!”
“뭐‘?”
“뭐가 뭐야? 당장 힘 풀어!”
유성과 이현의 시선이 공중에서 얽힌다.
“힘 풀어!”
유성은 손을 붉게 물들이며 말 했다.
“쯔 ” Z、.
이현은 혀를 차며 힘을 풀었다. 지조근은 팔을 부여 쥐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조금만 늦었어도 지조근의 팔은 완전히 뜯겨 나갔을 것이다.
“난 지금 네 백업 봐주고 있는 거다.”
“이게 백업이냐‘?”
“네가 하면 안 되는 역할을 하 는 게 사장님께서 지시한 백업이 다. 그게 이런 쓰레기들을 치우 는 일인 거고.”
이현은 감정 없이 말했다. 별달 리 감정이 들지 않아서 그렇다.
흑혈마를 장악하든, 슈퍼노바를 굴종시키든.
자신의 평가엔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고, 앞으로의 처우도 딱히 변하지 않을 것이다.
사냥이 남아서 잡지 않은 것일 뿐, 사냥이 끝나면 그와 동시에 폐기될 것이다.
아니, 그렇게 여겼던 것도 한참 전이다.
그래서 그동안의 기간에 열심히 사냥을 해 필요를 입증시키면 괜 찮지 않을까 여겼었다.
그런데 이젠 다 의미가 없다.
태식이 자신을 필요하다며 이리 저리 써먹었다지만, 실상 보니 정말로 필요했던 게 아니었음 알 아 버렸다.
태식을 처음 만난 그날, 이미 사형선고는 떨어져 있었던 것이 고 지금의 삶은 그 선고의 집행 을 기다리는 삶, 그 이상도 이하 도 아니었다.
“슈퍼노바는 몰라도 흑혈마는 같이 갈 놈들이 아니다. 어차피 나중에 다 걸러지게 될 놈들이 야. 지금 먼저 거르는 게 사장님 번거롭게 안 하는 거다.”
“그건 사장님께서 결정할 일이 지, 니가 결정할 일이 아니야.”
“어쩌다 보니 그 정도 권한은 받았다.”
으스대는 것도 아니고 기 싸움 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그저 자 신의 역할을 받아들인 것이고 자 신의 쓰임을 인정한 것일 뿐이 다.
태식이 자신을 소장이라 부르니 소장의 일을 해야 한다.
그냥 그런 기분이었다.
“나는 내가 할 일을 하러 가겠 다.”
6층에 있던 인원들 중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
6층인 만큼 나름 얼굴이 있는 인물들이고 그만큼 알음알음 많 은 행적들이 퍼져 있는 얼굴들이 다.
2층에서 했던 것처럼 그중에 한 명을 잡고 들어가 고구마 캐듯 줄기로 엮어 내면 된다.
“혈수본의 공간 안에서 유혈 사 태는 만들지 마라. 그 피가 전부 너에게 갈 거다.”
“무서운 협박이구만.” 이현은 그림자로 녹아내리며 자 리를 피했다.
“쯔 ”
X.
유성은 떠나는 이현을 보며 혀 를 찼다.
뭔가 아쉽다.
항상 태식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만, 그게 생각처럼 잘 안 되는 것 같은 기분이다.
진짜 중요한 일은 이현을 더 편 히 가용하는 것 같은 느낌은 어 쩔 수가 없다.
실상 그게 자신에 대한 배려인 걸 알아도 말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에 흔들리진 않는다.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면 된 다. 당장은 그것부터다.
유성은 다시 박우혁과 지조근을 보았다.
“나는 당신들을 굴복시키거나 흡수할 생각이 없습니다. 내 역 할은 그저 길을 안내하는 것뿐입 니다. 일단 부상자들 먼저 추리 십시오. 이중에 서포터인 헌터분 들은 부상자들을 살펴 주십시 오!”
이현이 태식에게 선택받은 악역 이라면 자신은 선택받은 선역이 다.
그러니 그것에 충실하면 된다.
이현이 하는 말에 흔들릴 필요 가 없고 태식과 같은 이동술을 쓰는 것에도 신경 쓸 이유가 없 다.
‘나는 내가 할 일을 하면 된다. 주어진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돼.’ 그저 그뿐이었다.
콰과가아앙!
우와아아아-!
대기를 타고 오는 폭발음과 함 성이 귀가에서 울린다.
이미 밤이 무르익은 지 한참인 데도 저 열기가 식지를 않는다.
밤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더해 지는 기분이다.
태식은 그게 참 다행이라고 여 겼다.
마지막 조율 작업이 잘 안 돼서 시간을 못 맞출까 봐 아주 진땀 을 빼서 말이다.
태식은 최종 조율을 끝낸 중계 기에 다크매터를 주입했다.
거대한 마법진이 갖은 빛으로 들어찬다.
그 빛이 중앙의 중계탑으로 흘 러든다.
중계탑의 끝에서 오색으로 풀려 나온 빛은 수면에 풀린 잉크처럼 중계기의 지붕이 되는 장막을 만 들었다.
“후우-. 이제 좀 제대로 나오 네.”
그 장막은 심계의 층을 나누는 문과 연결된 통로였다.
대변혁 ⑴
차원 균열이 생겨난 것은 로아 에서 이세계의 용사를 소환한 것 에 대한 반동이었다.
불안정한 식으로 인해 차원 간 의 간섭이 일어나 로아의 시공간 의 한 축이 지구와 연결되어 버 린 것이 지금의 심계다.
지구에 그렇게 심계가 생겼다면 로아는 땅을 잃어버렸다.
존재했던 땅이 갑자기 공허의 공간으로 변해 사라져 버린 것이 다.
로아에선 그런 지역을 잃어버린 땅이라고 했다.
그 잃어버린 땅이 생기게 된 원 인을 제공한 자들은 소환의 제 물, 혹은 용사의 대가라고 명명 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태식에겐 심계의 모든 것이 너무도 익숙한 것들이었고, 헌터들이 목숨을 걸고 다이브를 하는 심계의 문 또한 그다지 신 묘한 이치가 아니었다.
심계에서 층이 나뉘는 것은 시 공간의 비틀림의 정도 차이로 인 해 발생한 것이다.
2층의 아래에 3층이 있는 게 아니란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