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3)_4
“예, 알고 있습니다.”
“바자회의 취지만 해치지 않으 면 적당히 벌어 가는 건 이해해 줄 테니까 알아서 해 봐.”
“그러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이번 일은 사장님께 저희의 실력 을 보여 드리는 기회로 여기고 열심히 임하겠습니다.”
“공짜로 부려 먹는데 뭐라도 손 에 쥐어 가야 될 거 아니냐. 과 하지 않은 선에서 알아서 챙겨 가.”
“알겠습니다. 그러면 토너먼트 게임 몇 개 열고 저희는 관리 수 수료 정도만 먹겠습니다.”
도박판을 벌려도 지적할 생각은 아니었다.
오히려 바라는 바이기도 하다. 그것이 시험이 되기 때문이다.
멤버십 회원이 히어로 선출의 후보군인 만큼, 도박에 얼마나 내성이 약한지에 대해서도 파악 해 둬서 나쁠 건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종범이 이야기한 게임은 도박의 범주보다는 경쟁의 범주 에 더 가까웠다.
이건 이것대로 회원들의 실력을 체크해 볼 기회가 된다.
호승심이 강한 이들을 파악하기 도 수월하다.
“그것도 좋은 생각이네. 이왕이 면 스타일 다르게 여러 가지 해 서 재미있게 꾸며 봐.”
“알겠습니다. 바로 준비해서 지 매니저 편으로 보고드리겠습니 다.”
“건의 사항은?”
“지금은 딱히 없습니다.”
“그러면 생각해서 말해 봐.”
태식의 어투며 표정이며 다 좋 았다.
종범은 지금 태식이 자신을 챙 겨 주려 한다는 것을 느꼈다.
주는 건 줄 때 요령껏 받아먹는 것도 처신이다.
“저, 그러시면 그 귀환석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저희에게 좀 팔아 주실 수 있으십니까?”
“파하하하하. 뭘 팔아, 팔기는. 한 300개 주면 되냐?”
“300개요‘?”
돈을 떠나 그만한 수량이 준비 되어 있다는 게 더 놀라운 일이 다.
“행사 때도 많이 쓰신다고 하셨 는데, 그만한 물량이 더 있는 겁 니까?”
“있으니까 준다고 하지. 모자 라? 더 줘?”
“아닙니다, 그것만 해도 충분합 니다.”
태식은 아공간에서 오브를 쏟아 냈다.
대충 봐도 300개는 넘어 보인 다.
“1층 가서 빈 가방 좀 달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태식은 오브에 일괄적으로 반달 섬의 좌표를 욱여넣었다.
힘으로 쑤셔 넣는 것과 다름이 없다.
강력한 마법력에 오브는 제멋대 로 우그러졌다.
그러다 힘을 버티지 못한 것들 은 그대로 바스라져 녹아내렸다.
대충 만들었다고 해서 성능에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모양이 못나지고 내구도가 좀 하락할 뿐이다.
어차피 일회용 소모품이니 별 상관없는 단점이다.
“사장님, 가방 가져왔습니다.”
태식은 홍태가 가져온 캐리어에 오브를 담아 줬다.
“일반 귀환석보다 충격에 약하 긴 한데 막 집어던지지 않는 이 상은 괜찮을 거다.”
“예, 감사합니다. 요긴하게 쓰겠 습니다.”
태식은 금방 다시 부를 거라는 말과 함께 그들을 배웅했다.
말이 잘 통해서 그런가 대화가 일찍 끝났다.
말 몇 마디만 들어 봐도 주어진 일을 답답하게 처리할 것 같진 않다.
관리하는 입장에서 잔손 안 가 는 인력만큼 좋은 것도 없다.
“이러면 일 하나 더 치울 수 있 겠구만.”
태식은 휘파람을 부르며 가게로 내려왔다.
손 많이 가는 녀석이 떡하니 눈 에 들어온다.
“감독님!” 연지는 아주 의기양양하게 태식 을 불렀다.
“넌 여기에 꿀 발라 놨냐. 왜 자꾸 찾아와.”
“산재 신청하려고 왔어요!”
“산재?”
연지는 진단서를 꺼내 활짝 펼 쳤다.
“내가 열이 38.7도까지 올라갔 어요. 의사 샘 말이 먼지 많이 먹고 더러운 거 만져서 그런 거 라고 했거든요. 딱 그날 여기서 일한 다음에요. 그러니까 뭐 때 문이겠어요.”
“감기?”
“그냥 감기가 아니라, 상세 불 명의 바이러스성……
“ 영수증은?”
“예?”
“산재 신청하러 왔다며. 병원비 달라는 거 아니야.”
“아니, 그게 아니라요. 사람이 아팠다고 하면 걱정을 먼저 해 줘야죠!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 죠?”
“소리치는 거 보니까 팔팔하구 먼. 유성아, 얘 병원비 챙겨 주고 아까 이야기했던 거 한번 물어봐 라.”
“아, 예, 사장님 알겠습니다.”
“아까 이야기했던 거요? 무슨 이야기 했는데요? 나 없을 때 내 이야기 했어요?”
“나 외근 간다.”
“예, 사장님. 다녀오십시오.”
“감독님! 감독님!”
오늘은 놀아 주기엔 할 일이 많 다.
태식은 발을 동동 구르는 연지 를 유성에게 밀어 두고 호텔로 넘어갔다.
미리 이야기 한 대로 새로 구성 한 반달팀을 소개 받았다.
“새로 팀장을 맞게 된 장창천입 니다. 최선을 다해 맡은바 과업 에 임하겠습니다.”
창천은 경직된 태도로 태식에게 인사했다.
전에도 몇 번 봤던 얼굴이다. 딱히 긴장을 해서 그렇다기보다 는 본래 좀 딱딱한 인물이다.
“산불 진화 때 날아다니던 거 봤다. 그때처럼만 해도 충분할 거다.”
“아…… 예, 알겠습니다.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뭘 감사까지야. 눈에 띄었으니 까 기억을 하지. 자, 내 이이야기 는 다들 들었을 거라고 생각합니 다. 그냥 오지랖 부리기 좋아하 는 한량이라고 여겨들 주시고. 서로 맡은 일만 빵꾸 없이 잘 처 리하자고요.”
“알겠습니다!”
인사는 그렇게 간단히 끝냈다.
“자료 챙길 거 있으면 챙기시 고. 핵심 인원만 넘어가자.”
태식은 창천과 반달팀의 설계 총괄인 소은찬 교수 둘만 대동하 여 반달섬으로 넘어갔다.
“장 팀장은 알아서 쭉 한번 둘 러보고 와.”
“예, 이사님.”
창천은 바람으로 몸을 감싸 날 아갔다.
“소 교수님은 어떠세요? 지금까 지 만든 컨셉 디자인하고 실제 건설 부지하고 매치가 잘되나 요?”
태식은 일반인인 소 교수에게 호신부를 붙여 주며 물었다.
소 교수는 처음 경험하는 모든 것에 당황하지 않으려 부단히 애 썼다.
“부, 부지 자체는 설명을 들었 던 통에 예상했던 것과는 다름이 없습니다. 다만 지반의 강도를 면밀히 검토해볼 필요가 있고, 수원지가 어디인지……
소 교수는 안경을 고쳐 쓰며 수 원지를 찾았다.
아무리 봐도 10만 명 단위의 인구를 감당할 수원지가 눈에 들 어오지 않은 탓이다.
“물은 지하수 뽑아서 쓰면 됩니 다. 이 붉은색 숲 아래에 지하수 줄기가 다 있으니까 어디서 시작 하든 상관없다고 보면 돼요.”
“아, 그렇습니까? 모듈 생산 부 지 먼저 선정하는 게 좋을 것 같 습니다.”
“모듈 생산요?”
태식의 반문에 소 교소는 연신 흘러내리는 안경을 고쳐 썼다.
“나무로 건설을 하신다고 하시 지 않으셨습니까? CLT 모듈 생 산 공장이 있어야……
“CLT가 뭔지는 모르겠는데, 교 수님이 생각하는 그런 방식은 아 닐 겁니다. 사장님이 보안을 철 저히 해 주셨네.”
태식은 소 교수와 함께 봉춘을 찾았다.
소 교수는 봉춘의 사원에 들어 서면서부터도 연신 안경을 고쳐 썼다.
“봉춘아, 집에 있냐.”
태식은 발을 구르며 봉춘을 불 렀다.
벽면이 일렁거리며 봉춘이 나왔 다.
“그냥 부르세요. 그냥 불러도 나오는데.”
“들어오는 거 뻔히 알면서 모르 는 척하니까 그러지. 여기 인사 해라, 앞으로 너하고 호흡 맞추 실 교수님이다. 교수님, 인사하세 요.”
“반갑습니다, 도시공학 전공한 소은찬입니다.”
“안녕하세요.”
소 교수는 점잖게 인사했고 봉 춘은 어색하게 고개만 숙였다.
제법 오랜만에 찾아왔음에도 테 이블은 변한 것 없이 그대로였 다.
이런 건 보기 좋다.
태식은 테이블 위에 점 하나를 찍었다.
표지판이 있는 위치이며 제1회 반값 바자회가 열릴 위치이기도 하다.
“일단 여기까지 상하수도 라인 들어갈 겁니다. 테스트라고 생각 하고 편히 상의해 보세요.”
태식은 둘을 남겨 두고 밖으로 나갔다.
지면 속으로 어둠을 밀어 넣어 수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붉은 숲을 관통하는 거대한 지 하 수맥이 있고 붉은 숲 너머의 지하에 거대한 지하호가 있다.
물은 부족하지 않다.
“하수도만 잘 처리하면 되겠 네.”
아무리 정화를 했다고 한들 수 원지인 지하수로 다시 되돌려보 내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렇다고 붉은 숲에 뿌리는 것 도 석연찮다.
더 먼 곳으로 가야 된다.
태식은 붉은 숲을 넘어 적당한 하수처리 부지를 살폈다.
이왕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이 좋을 거다.
거기에 수원이 없는 메마른 땅 이라면 약간이라도 상부상조하는 느낌도 들지 않겠나. 태식이 그렇게 고른 지역은 돌 산이 겹겹이 들어차 있는 이름 없는 땅이었다.
아무도 찾지 않으니 아무도 이 름을 짓지 않은 그런 땅 말이다.
거리가 조금 먼 것만 빼면 황량 한 게 딱 좋다.
태식은 어둠을 불러내 몸을 감 쌌다.
일렁거리는 어둠 그 자체가 되 어 지면으로 녹아든다.
솨아-!
소나기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일대의 지반이 하늘로 뿜어져 올 라갔다.
촤라라-.
칼날 같은 돌산에 흙비가 내렸 다.
“흐음…… 좀 작나?”
축구장 두 개는 들어갈 정도 크 기였다만 뭔가 성에 차지 않는 다.
모자란 것보다야 남는 게 낫다 는 주의다.
태식은 더 깊고 넓게 땅을 파냈 다.
그리곤 경질화 마법으로 표면을 코팅했다.
물의 하중이 어마어마할 테니 두꺼울수록 좋다.
태식은 그렇게 하수 저장소를 완성했다.
“흐아아-.”
태식은 어깨를 돌리며 뻐근함을 풀었다.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저장소까지 하수가 흘러 들어올 하수도가 필요하다.
저장소 안으로 들어간 태식은 거리와 각도를 세밀히 조율했다.
거리가 상당하니 1도만 틀어도 오차가 상당하다.
잘못 뚫으면 붉은 숲에 도달하 기도 전에 지상으로 연결될 거 다.
괜히 귀찮다고 눈대중으로 하다 가 일 두 번 하기 십상이다.
태식은 좌표 입력 마법진을 그 려 정확하게 궤도를 설정했다.
“예전 출력이 나오려나 모르겠 네.”
태식이 마법진을 향해 손을 뻗 었다.
그 손에서 흘러나온 어둠이 허 공에 몇 개의 마법진을 겹쳐 연 성했다.
“읏차!”
태식의 손이 마법진을 밀었다.
파르르 떨리던 마법진은 천벌이 역류하듯 검은 빛줄기가 되어 쏟 아져 나갔다.
거창한 충격파나 굉음 따위는 없었다.
죽음의 힘은 소멸과 같아, 소리 마저 사그라트린다.
후드득 떨어지는 돌가루 소리만 길게 뚫린 지하도 속을 울릴 뿐 이었다.
직경 3미터의 크기이니 하수도 가 막히는 일은 없을 거다.
태식은 하수도 안으로 들어가 경질화를 하며 나아갔다.
중간중간 가스가 올라갈 숨구멍 을 뚫어 주는 것도 놓치지 않았 다.
태식은 그렇게 하수도의 시작점 에서 지면을 뚫고 올라왔다.
다시 한번 좌표를 가늠해 본다. 완만한 경사로 반듯하게 잘 뚫렸 다.
이러면 또 기분이 좋다.
“똥개야, 뭐 하냐.”
태식은 암흑 슈트로 목소리를 전했다.
-아, 예, 사장님. 오랜만이십니 다. 저 지금 훈련하고 있습니다.
“훈련?”
-예. 정신교육 겸해서 말입니 다.
“그래서 바빠?”
-아닙니다. 바로 찾아가겠습니 다. 반달섬이시죠?
태식은 암흑 슈트의 좌표로 길 을 열었다.
이현이 냉큼 길을 넘어 왔다.
길 너머로 팬티 바람의 사내들 이 굵은 통나무를 들고는 목봉 체조를 하고 있는 게 보인다.
그 수가 제법 많다.
“많이도 모았다.”
“100명 조금 안 됩니다.”
“뭐 그렇게 많이 모았어?”
“제가 마음대로 판단해서 처리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구석이 있 어서요. 그래서 일단 모아 놨습 니다.”
“잘했네.”
“예, 감사합니다.”
태식은 이현의 몸에서 암흑 슈 트를 걷어 냈다.
“사, 사장님?”
“왜?”
“반납해야 되는 겁니까?”
“없으면 안 되냐?”
“그, 그게…… 잡아 놓은 놈들 수가 많아서요. 맨몸으로 100명 까지는 좀 버겁습니다.”
“쫄기는. 쓰고 줄 거니까 걱정 마라.”
태식은 봉춘에게 향했다. 이현 은 그 옆을 쫄래쫄래 따라 붙었 다.
소 교수는 강의를 하듯 봉춘에 게 도시 설계에 대한 기본 개념 을 설명하는 중이었고 봉춘은 공 대 신입생처럼 소 교수의 설명을 들고 있었다.
“봉춘이, 대충 이해했어?”
“듣긴 했는데요. 너무 어려워서 요.”
“그러면 몸으로 때우면 되지 뭘. 어차피 테스트니까 마음 편 히 먹고 해도 된다. 일단 껍데기 나 좀 벗어 봐.”
“벗어야 돼요?”
“싫으면 내가 뜯어 주고.”
“아, 아니요, 벗을게요. 뜯지 마 세요. 만들기 어렵단 말이에요.” 봉충이 두꺼비 옷을 벗었다. 고 치에서 나비가 나오는 것 같다.
태식은 암흑 슈트를 풀어 봉춘 의 몸을 바짝 조였다.
“아앗. 아, 아파요.”
“참아. 리프팅 효과를 제대로 받으려거든 좀 빡빡하게 감아야 돼.”
태식은 이리저리 신경을 써 가 며 슈트의 모양을 잡아 줬다.
이현은 그 모습을 빤히 바라봤 고 소 교수는 그저 안경만 고쳐 쓸 뿐이었다.
반값 바자회 (4)
“움직여 봐.”
봉춘은 고장 난 인형처럼 삐그 덕거리며 움직였다.
“모, 몸이 터질 것 같아요. 피가 안 통해요.”
뽀얀 얼굴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붉게 달아올라 있다.
눈까지 충혈된 걸 보면 엄살은 아니다.
태식은 다시금 슈트를 재조정해 줬다.
손이 많이 간다만, 이 뒤에 손 을 덜 쓰고 싶으면 지금 꼼꼼히 신경을 써 놔야 한다.
태식이 조율을 다시 하는 사이 정찰을 끝낸 창천이 돌아왔다.
창천과 이현의 눈이 마주쳤다.
이현은 창천을 모르지만 창천은 이현을 안다.
이현은 3팀 내에서도 유명인이 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이번에 반 달팀으로 배정된 장창천입니다.”
창천은 이현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이현은 시큰둥하게 창천을 보며 악수를 받았다.
“조 팀장하고 같은 소속이오?”
“전임 군산팀장님을 말씀하는 거라면 아닙니다.”
“대충 눈치 보니까 그쪽 식구 같은데, 아니오?”
“그런 뜻이라면 맞습니다. 호텔 직속 3팀 소속입니다.”
“쩝, 알겠수다.”
조 팀장과의 기억이 좋지 못한 탓에 대호 쪽과는 그다지 엮이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