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3)_5
이현은 고개를 돌려 다시 태식 에게 시선을 보냈다.
“됐지, 이제.”
“아까보다는 좀 나은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움직이기 어려운데 요.”
“그 정도는 돼야 해. 시간 많이 잡아먹었다. 일단 한 번 하고 안 되면 그때 다시 조절하자.” 태식은 봉춘을 띄워 올렸다.
“장 팀장이 교수님 좀 모셔.”
“알겠습니다.”
태식은 표지판 자리로 길을 열 고 넘어가 하늘로 올라갔다.
“수도관 까는 작업이다. 넝쿨 엮어 짜서 튜브 만들면 된다.”
봉춘은 특형을 발현해 나무 넝 쿨을 엮었다.
넝쿨이 서로 엮여 가며 달려드 는 뱀처럼 요동쳤다.
“집중해. 엮으면서 지면으로 파 고 들어가야지.”
태식은 암흑 슈트에 어둠을 연 결해 자신의 힘을 밀어 넣어 줬 다.
그것에서 오는 과부하는 암흑 슈트가 잡아 줄 것이다.
“으아아, 이, 이거 뭐예요? 가슴 이, 막- 막 화 한데요.”
뱀처럼 요동치던 넝쿨 튜브가 승천하는 용처럼 솟구쳐 올랐다.
“집중하라니까 인마. 땅으로 처 박아야지 하늘로 올리면 어떡하 냐.”
슈트로 연결되어 있는 이상 하 고자 하면 봉춘을 마음대로 조종 할 수 있다만, 그렇게 해서야 자 신의 것으로 습득하질 못한다.
태식은 부드럽게 힘을 끌어와 미세한 조절을 도왔다.
봉춘은 바늘귀에 실을 넣는 것 처럼 혀를 빼물곤 넝쿨 튜브를 지면으로 밀어 넣었다.
“너무 많이 넣었나 봐요. 잘 안 밀려들어 가요.”
“회전을 주면 되잖아. 터널 뚫 는 기계처럼.”
잘 이해를 못 한다.
“잠깐 내가 할 테니까 기운 빼 봐. 놀라지 마라.”
태식은 암흑 슈트를 통해 봉춘 의 모든 힘을 점거했다.
“어, 어억.”
봉춘은 숨을 턱 들이켰다. 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일 것이다.
“괜찮아, 내가 하고 있는 거야. 놀랄 것 없다.”
태식은 봉춘을 안심시켜 가며 시범을 보였다.
넝쿨을 튜브 형태로 엮는 동시 에 회전을 주어 그 회전력으로 땅을 뚫고 들어가게 하고 튜브 안으로 들어온 흙은 튜브 끝으로 흘러나오도록 했다.
세밀하면서도 다채롭고 다각적 인 운용이 수반되는 작업이다.
“이해되냐?”
“너무 복잡해요. 제가 이런 걸 어떻게 해요.”
“충분히 하지 왜 못 해. 너 그 두꺼비 껍질을 입고 벗는 실력 보면 충분히 할 수 있다.” 태식은 시범을 반복해 가며 봉 춘이 몸으로 익힐 수 있도록 정 성껏 이끌었다.
“모르면 그냥 외워. 공식처럼 할 수 있게 해 줄 테니까.”
아예 다크매터의 흐름을 순차적 으로 잘라서 설명해 주기까지 했 다.
말 한마디를 더하고 시범 한 번 을 보일수록 점점 손에 익어 가 는 게 느껴진다.
확실히 둔한 녀석이 아니다.
“이제 좀 되지?”
“그냥 감만 조금 잡았어요.”
“그럼 천천히 속도 올리자.”
태식은 다크매터 출력을 올렸 다.
봉춘의 몸이 순간 부풀어 올랐 다. 코피가 퍽 터져 나온다.
“크흥!”
태식은 슈트를 바짝 조였다.
“집중해!”
봉춘의 머릿속에 다이렉트로 고 함을 친다.
봉춘은 감전이라도 된 듯 몸을 파르르 떨었다.
“흐아아아아-!”
비명을 내지르며 힘을 발산한 다.
그 힘을 잡아 주는 것은 태식의 몫이다.
촤라라락-.
자갈 갈리는 소리가 장대비 소 리처럼 요란했다.
“어!”
“뚫렸지?”
“네, 뚫렸어요!” 넝쿨 튜브가 지하 수원까지 뚫 고 들어갔다.
파스락거리며 쏟아져 나오던 흙 더미가 흙탕물이 되어 흘러넘쳤 다.
그 흙탕물이 금세 맑은 물이 되 어 지면을 적신다.
“잘했다. 와서 물 맛 좀 봐라.”
태식은 물 한 덩이를 들어 봉춘 에게 던져 줬다.
봉춘은 솜사탕 베어 먹듯 물 덩 이를 베어 물었다.
“물맛 좋다.”
소 교수도 얼른 물맛을 봤다.
“ 맑죠?”
“예, 석회질이 안 느껴집니다. 이 정도면 바로 식용수로 써도 되겠습니다.”
“봉춘아, 마무리하자.”
태식은 튜브 끝에 거대한 물탱 크를 짜 넣는 것으로 상수도 작 업을 끝냈다.
“흐아-. 이제 끝난 거죠?”
“상수도 연결했으니까 이제 하 수도 연결해야지.”
“또, 또요?”
“이거 하나 들이켜고.”
태식은 차에 기름 채우듯 봉춘 에게 포션을 주입했다.
연료를 넣었으니 움직이면 된 다.
봉춘은 하수도 작업도 단번에 끝내야 했다.
“헤엑, 헤엑, 이제 끝이죠?”
“하는 김에 화장실도 좀 만들 자. 구덩이는 내가 팔 테니까 나 머지만 만들어.” 열 칸짜리 공용 화장실도 하나 만들고.
“건물도 하나 올리자. 너 만들 고 싶다고 했던 극장 있잖아.”
야외극장도 하나 만들었다.
“아하아아— 저 사장님, 지금 엄 청 어지러운데. 이거 괜찮은 거 예요?”
“죽진 않아. 입 벌려.”
태식은 눈이 풀려 버린 봉춘의 입에 포션 칵테일을 들이부었다.
“이제 슈트 벗긴다. 정신 붙잡 고 있어.”
등짝 한번 쫘악 후려치며 슈트 를 풀었다.
봉춘은 전신을 부르르 떨며 앞 으로 휘청 쓰러졌다.
태식은 봉춘이 바닥에 닿기 전 에 들어 올렸다.
멍석말이라도 당한 것처럼 온몸 이 피멍이다.
“이건 하루에 하나씩 먹고. 기 력 좀 찾으면 오늘 했던 거 연습 해라. 붉은 숲 전체에 거미줄처 럼 깔아야 된다.”
“으하아아아, 그랬다간 저 죽어 요.”
“죽을 생각 하지 말고. 죽게 안 둘 거니까.”
태식은 봉춘을 제 방으로 돌려 보내 줬다.
“교수님, 감상이 어떠세요?”
“아, 감상요? 예. 감상이라……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건축의 개 념을 전부 갈아 치워야 한다는 것밖에 떠오르질 않습니다.”
“교수님이시니까 개념 정리는 금방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 합니다. 앞으로 모든 건축은 지 금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 을 기본으로 염두해서 짜 주시면 돼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저는 우선 적으로 구조 하중에 대한 것부터 연구를 하겠습니다.”
역시나 바로 개념을 잡는다. 하 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으니, 소 교수에게 일임하면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을 듯하다.
“둘은 인사했나?”
태식이 창천을 보며 물었다.
“예. 아까 했습니다.”
“그럼 소개는 생략하자고. 쭉 둘러봤을 텐데 어때?”
“아무래도 사방이 트여 있고 숲 이라는 지형적 한계가 있기에 화 재에 특히 취약하다 생각됩니다. 같은 이유로 적의 화공에도 반드 시 대비를 해 둬야 할 것 같습니 다.”
“옳은 의견이긴 한데, 장 팀장 역할이 보안은 아니야.”
“지침 주시면 숙지하겠습니다.”
“사람 관리. 이 안에 많은 사람 들이 들어찰 텐데, 순한 사람은 없을 거거든. 드센 인간 군상들 이 모이면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 는 날이 없잖아.”
“예. 확실한 규율을 만들어 통 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도 아닌데.”
“아……닙니까?”
“섣부르게 통제하다 폭동이라도 일어나면 어떻게 막으려고.”
창천의 입술이 일자로 다물어진 다.
3팀 내에서 가장 전투력이 높다 는 이유로 반달팀의 팀장이 된 것이지만, 당장 이현과 붙여 봐 도 1분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현과의 비교를 차치하고서라 도 창천의 실력이 심계의 기준에 서 최상위에 있는 것도 아니다.
“통제가 아니라 민원 처리의 자 세로 임해야 해. 혹시나 해서 주 지시키는 건데 여긴 심계야. 대 호의 힘이 닿지 않는 곳이고 그 걸 신경 쓰지 않는 놈들이 있는 곳인 걸 명심해.”
“예, 알겠습니다.”
“나름 강하다는 자부심이 있는 것 같은데 괜히 실력 테스트 하 려고 간 보는 것도 하지 마. 여 긴 눈싸움만으로도 살인 나는 곳 이야.”
태식은 다시 한번 강조했다. 방 금 전 창천의 눈매가 미묘하게 꿈틀거렸기 때문이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안 되면 어쩔 수 없는 거다. 구태여 더 챙겨 줄 필요는 못 느낀다.
“이 마담은 알지?”
“예, 알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봤었습니다.”
그렇다면 인상이 좋게 남아 있 을 리가 없을 것이다.
“가서 제대로 안면 트고 인사관 리 가능하게 인원 파악해 둬. 휘 하에 있는 여자들 중에 일반인 있으면 나한테 말하고.”
전에 일반인들은 전부 다 내보 내라고 했다.
그리고 더 이상 흔히 검색되는 사이트에는 모집 공고도 내지 말 라고 해 놨었다.
둘 중 하나라도 어긴 게 있다면 추방이다.
“알겠습니다.”
“가 봐.”
창천은 미향을 찾아갔다.
혼자 남은 소 교수만 멀뚱멀뚱 이다.
“교수님은 먼저 돌아가시죠. 새 로 연구할 게 많잖아요.”
“예, 그러겠습니다.”
소 교수에겐 호텔로 통하는 길 을 열어 줬다.
소 교수는 나이답지 않게 공손 히 허리를 접어 보이곤 길을 넘 었다.
이제 이현만 남았다.
태식은 이현에게 암흑 슈트를 던져 줬다.
이현은 그것을 물끄러미 내려다 봤다.
“왜, 입는 법 까먹었냐?”
“입는 법은 아는데, 제대로 입 는 법은 잘 몰랐던 것 같습니 다.”
태식이 봉춘에게 해 줬던 세팅 이 계속 눈에 아른거린다.
모르긴 몰라도 오늘 봉춘은 자 신의 한계를 돌파했다.
암흑 슈트의 도움을 받고 포션 으로 회복을 하며 태식의 지도를 받았다.
그러니 그 한계 돌파가 한 번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현은 솔직한 감정은 부러움이 었다.
“너는 리프팅 기능 필요 없잖 아.”
“그래도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건 차이가 크지 않습니까.” 태식의 고개가 갸우뚱 기운다.
“말이 금방 바뀌네.”
“예?”
“너 나한테 얌전히 따라다니겠 다고 안 했냐?”
어투가 대번 차가워진다.
이현의 뇌리에 박혀 있던 죽음 이 상기되었다.
“해, 했습니다!”
이현은 부동자세를 취하며 대답 했다.
“개면 개답게 주는 거만 받아먹 어. 아무리 사냥 잘해도 주인 밥 상에 주둥이 들이밀면 그날로 탕 국 된다.”
“예, 죄송합니다.”
“범죄자들 잡고 다닌다고 해서 니가 경찰이 되는 게 아니야. 착 각하지 마라.”
“예.”
“가자.”
이현의 입술이 바들바들 떨린 다. 신경 쓸 이유가 없다.
태식은 이현의 훈련장으로 이동 했다.
범죄자들은 짊어지고 있던 통나 무를 깔고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와중 히히덕거리는 목소리가 귀에 팍 꽂힌다.
신경 안 쓰려고 해도 신경이 거 슬린 걸 어쩌겠나.
잔뜩 신경을 써야지.
“자, 주목.”
태식을 못 알아본 이들은 멀뚱 거리며 이현의 눈치를 살폈다.
“주, 주목! 주목!” 찢어지는 목소리가 툭 불거진 다.
꽃순이였다.
꽃순이는 기선의 손을 잡아 함 께 치켜들며 주목을 외쳤다.
태식은 둘을 비켜 세웠다.
“똥개야.”
“예, 사장님.”
“정리한 거 줘 봐라.”
“예.”
이현은 신상 명세를 적어 둔 수 첩을 꺼내 보였다.
태식이 봐야 할 건 범죄 이력이 었다.
세력전을 하다 살인을 저지른 건 참작이 된다.
시비가 붙어서 결투를 한 것도 참작이 된다.
그런데 강간과 사기는 아무리 작아도 참작이 안 된다.
이름을 호명하여 골라내니 그 수가 34명이다.
“남의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한 놈들이 웃고 다니면 쓰나.” 태식은 그들 전부를 심연으로 넣어 크로우에게 보냈다.
어차피 하수도 관리 인원이 필 요했으니 기억을 망실시켜 전마 병으로 부리면 될 듯싶다.
“더 잡아들일 놈들 있냐?”
“당장은 연결 고리가 끊어져서 없습니다. 정보를 더 수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이동하자.”
태식은 하수 저장소로 길을 내 어 전부 이동시켰다.
산비탈 한쪽에 그들을 몰아넣고 검은 선 하나를 길게 그었다.
“이 선이 교도소 담벼락이다.” 태식은 선고했고 그 선고에 토 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탈옥하면 사살해.”
“ 예.”
이쯤이면 당장 생각나는 일은 얼추 다 치웠다.
“오늘 일 많이 했네.”
태식은 홀가분하게 손을 털었 다.
야근은 안 해도 될 듯해서 말이 다.
반값 바자회 (5)
“사장님, 이번 주 목요일에 가 게 정상 영업 합니까?”
“해야지. 왜, 쉬고 싶냐?”
“그럴 리가요. 쉬고 싶은 게 아 니라 손님들한테 공지하려고 그 런 거였습니다.”
이번 주 목요일엔 보궐선거 투 표가 있다.
“너네는 투표해야 돼?”
“저는 아닙니다.”
“저도 아닙니다.”
“연지, 너는?”
“투표요? 무슨 투표요?”
“보궐선거 있잖아.”
“아〜 그게 이번 주였어요?”
“됐다. 이제 와서 찍으라고 해 봐야 공약이나 읽겠냐.”
아무리 무효표라도 가서 내는 게 옳다고는 하지만 잘생겨서 뽑 아 줬다는 사람들을 보면 차라리 가지 말라고 하는 게 낫지 싶기 도 하다.
“그런 거 신경 안 쓸 수도 있 죠. 우리 집은 해당도 없을 건 데.”
연지는 별것 없다는 듯이 고개 를 돌렸다. 그러곤 핸드폰을 만 지작거린다.
바자회 준비는 거의 다 끝내 놔 서 딱히 가게가 분답할 건 없었 다.
그럼에도 연지는 매일같이 찾아 왔다.
처음 유성과 일이 바쁠 때만 와 서 도와주겠다고 말한 것과는 전 혀 딴판이다.
“너 그런데 진짜 할 일 없어? 영화 개봉일도 얼마 안 남았는데 매일 오네.”
“홍보 영상은 이미 다 촬영 끝 냈잖아요. 지금은 SNS 홍보 중 이에요.”
연지는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쁜 척을 하고 찍은 사진은 말 그대로 각고의 이쁜 척을 해서 그런가 목적대로 이쁘게 나왔다.
“영화 홍보를 해야지 니 얼굴 홍보만 하냐.”
“감독님은……
“호칭 통일하라니까.”
“아, 사장님, 사장님요. 나는 감 독님이란 호칭이 입에 붙어서 그 렇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