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3)_8
더 두고 봐야 재미있는 상황은 나오지 않을 듯하다.
“죽일 듯이 살기를 풍기던 것들 이 어째 말로만 떠드네.”
어둠 속에서 태식의 목소리가 울렸다.
일순 침묵이 감돌았다.
바로 특형을 운용하며 힘을 뿜 을 준비를 한다.
이미 그림자가 먹혔다. 의미 없 는 짓이다.
태식은 그들의 그림자를 한데 뭉쳐 줄지었다.
“어, 어!”
“뭐, 뭐야. 왜 능력이!”
“서, 설마…… 설마 관조자이십 니까!”
수혁이 크게 외쳐 물었다.
그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관조자라는 존재에 대해 잊은 적 이 없었다.
어둠을 다루는 절대의 존재, 수 혁에겐 지금의 상황이 그때와 다 르지 않았다.
“쯧. 그래, 이제 와서 뭐 어쩌겠 냐.”
그때와는 상황이 많이 변했다.
이미 심계에 다리를 걸쳐 버린 상황이고 헌터들 또한 규합하려 고 마음먹은 상황이다.
계획한 것과는 전혀 다른 그림 이긴 했지만, 결과가 같으면 딱 히 상관은 없다고 여긴다.
그리고 어차피 심계 아닌가.
심계에서 있었던 일은 심계 밖 으로 나가지 않는다.
그러니 이곳에서의 일들이 히어 로 협회에 악영향을 끼칠 일은 없다.
아니, 없게 할 수 있다.
태식은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 냈다.
그 모습에 수혁은 잠시 당황했 지만 금방 제정신을 차렸다.
겉모습만으로 상대를 판단하기 엔 지금까지 경험한 것들이 너무 크다.
“관조자님을 뵙습니다. 다시 뵙 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다시 뵙기를 고대하고 또 고대하였습니다.”
“됐다.”
태식은 휙 손을 저었다.
어둠의 공간에서 페가수스 길드 원들만 사라졌다.
“당신이랑은 구면인가 싶은데.”
태식은 창건을 보며 말했다.
“날 아시오?”
“그때 정신을 완전히 잃지는 않 지 않았나? 어렴풋이는 봤을 텐 데.”
“설마. 그때 그……
그때 태식은 창건을 도와주지 않았다.
그의 동료들이 별 탈 없이 살아 있었다는 것은 그 이유가 아니었 다.
간파의 진이 말하는 그의 마족 공명도가 상당히 높았기 때문이 었다.
그 정도가 소시오패스의 평균값 과 비슷했었다.
지금 다시 확인을 해 봐도 결과 가 같다.
“아무리 심계라고 해도 무턱대 고 죽이긴 좀 그렇지? 그러니까 묻자. 살기를 띄고 잠복해 있던 이유가 뭐냐?”
“우선 이 환각 마법이나 풀고 말합시다.”
“이봐, 오 팀장. 아는 사람이 야?”
“오며 가며 얼굴 한 번 본 사이 야, 굳이 경계할 건 없어. 이봐 요, 일단 이 환술부터 좀 풀자니 까.”
이러면 고개가 갸우뚱해질 수밖 에 없다.
눈이 있으니 방금 전 고수혁의 태도를 보았을 것이고 마찬가지 로 귀가 있으니 그의 말 또한 들 었을 것이다.
그러면 뭔가 눈치를 채야 정상 인데, 저리 고압적으로 나오는 것은 알량한 자존심이라고밖에 생각할 도리가 없다.
“내가 치료는 안 해 줬어도 목 숨은 구해 주지 않았나? 태도가 왜 이러지? 이거 이해가 안 되 네.”
“그러니까 일단 이 환술부터 좀 풀자니까. 환술 풀고 이야기하면 될 거 아니오.”
“허, 거참. 좋게 하려고 해도.”
태식이 손을 뻗었다. 꿈틀거리 는 어둠이 창건을 움켜쥐었다.
“꼴같잖은 자존심 때문인 건지, 아니면 다른 켕기는 게 있는 건 지……. 이러면 머리를 안 열어 볼 수가 없잖아.”
태식은 창건의 기억을 뽑아 올 렸다.
역순으로 흘러나오는 기억에선 흑혈마와 회담을 하는 장면을 넘 어 슈퍼노바 길드장과의 대담 장 면이 이어졌다.
회담 내용의 초석이 되는 대화 이니 굳이 귀담아 들을 말은 아 니었다. 그런데 그 와중 한 대사 가 귀에 콕 박힌다.
뒤통수 맞고 팀원을 잃었다는 말.
그중에서도 팀원을 잃었다는 말.
태식이 기억하기로 그때 치명상 을 입은 것은 창건 하나였다.
나머지는 심장에 뼈장이 들어차 기 전에 간섭을 했기 때문에 뼈 감옥에 구금당해 있던 게 전부였 다.
구태여 풀어 주진 않았지만, 그 렇다고 못 풀고 나올 상황도 아 니었다.
이미 습격을 하려 했던 이유는 파악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궁금하다.
이 이상 무리하게 기억을 끄집 어 올리면 뇌가 손상되기 시작할 것이다.
상관없다. 이번은 봉춘이 때와 다르다.
습격을 하려 한 것만으로도 전 면전을 선포한 것이나 마찬가지 다.
항복을 권함에도 투항하지 않으 니 죽여 달라는 것과 별반 다르 지 않다.
태식은 그대로 더 깊은 기억을 뽑아 올리려다, 이내 손을 내렸 다.
“하아-. 이거, 이놈 하나 처리 한다고 끝날 게 아닌 판이구만.”
어째 일이 계속 커진다.
상관없다.
어차피 일하려고 넘어온 것, 하
는 김에 해치우면 그만이니 말이 다.
기착지 (3)
태식은 어둠을 헤쳐 냈다.
“관조자님!”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던 수혁 은 태식이 나타나자 얼른 다가와 부복했다. 그 뒤로 길드원들이 주르르 부복한다.
“부디 저희를 종자로 받아 주십 시오! 떳떳함은 부족할지 모르나 의지와 끈기만큼은 자신 있습니 다!”
태식은 손짓 한 번 휙 저어 그 들을 일정 반경 밖으로 밀어 냈 다.
그러곤 담배를 빼 문다.
하얗게 타 들어간 연기가 검게 그을려 나온다.
“여봐, 너. 보아하니 흑혈마 팀 장급 되는 거 같은데. 맞아?”
“그, 그렇소만……
“그렇소만?”
“그……렇습니다.”
일부러 살기를 뿜는다거나 위협 을 가한 건 아니다.
그저 몸을 푼 것뿐이다.
어쩌면 오늘 하루 뻑쩍찌근하게 움직여야 할지도 몰라서 말이다.
몸 안의 힘을 억누르지 않으니 스멀스멀 제멋대로 흘러나온다.
그저 내쉬는 숨과 내비치는 눈 빛에도 죽음이 깃들어 있다.
“반달섬에 유성이 있으면 선제 공격을 가하란 명령이지?”
“그, 그걸 어떻게……
“선전포도고 없이 기습을 작당 했으니 이건 전쟁도 뭣도 아닌 살육전이다. 너희가 먼저 시작했 으니 서운하다고 하진 않을 거 다.”
뭉클- 검은 연기가 기성을 휘 감았다.
“사, 살려! 살려 주시오. 살려 주십시오! 끄, 끄아아아-. 끄아 아악!”
기성은 미라처럼 비쩍 곯아 바 닥에 주저앉았다.
그 한순간 초로의 노인이 되어 버렸다.
“사기꾼아. 이것도 환술이냐?”
창건은 감히 그 눈을 바라보지 못했다.
다닥다닥 이빨 부딪히는 소리만 요란하다.
“흑곰.”
“예, 예! 부르셨습니까!”
“길드원은 몇이나 모았어?”
수혁은 순간 무슨 소린가 했다. 그러다 금세 자신들의 신규 모집 현황에 대해 묻는 것임을 깨달았 다.
역시나 지켜보고 있었다. 수혁 은 그간 열심히 한 것이 뿌듯했 다.
“현재 총원 224명입니다. 이번 주중으로 80명의 신규 유입을 목표로 했었습니다.”
“반달섬에서?”
“그,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 저 희는 몰랐습니다. 그 행사가 관 조자님께서 주관하시는 행사인지 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만약 알았다면 그렇게 있지 않았 을 것입니다. 제일 먼저 관조자 님을 찾아뵙고 인사를 전했을 것 입니다.”
“관조자니 뭐니, 그런 소리 말 자. 그거 그냥 지어낸 거다.”
태식은 김빠진 콜라처럼 뱉어 냈다.
“그, 그렇습니까. 하지만 분명 종결자이신 것은……
“그래, 그래. 그놈의 종결자. 전 쟁 하나 끝내고 왔으니 종결자인 셈치자고.” 태식은 허공에 손을 쑥 넣었다 가 뺐다.
“후우우-. 깜짝 놀랐습니다.”
태식의 손에 딸려 나온 이현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숙였 다.
태식은 또 한 번 손을 넣었다가 뺐다.
이번엔 유성이 딸려 나왔다.
“대장!”
“어, 수혁아. 사장님 이게……?” “알아서 짜 맞춰. 조금 있다가 다시 부를 테니까 대기하고 있어 라.”
태식은 슈퍼노바와 흑혈마의 길 드원들을 전부 싸잡아 아공간에 넣어 두곤 공간을 갈랐다.
심계 6층이다.
“이 소장, 가자.”
“예, 사장님.”
이현은 당연하다는 듯이 먼저 길을 건넜다.
이현은 사냥꾼의 명령을 받은 사냥개가 튀어나가듯, 허공을 가 로질러 수직 고원으로 날아갔다. 흑혈마 길드의 본거지다.
태식은 그 고원과 대칭을 이루 고 있는 부유섬을 보았다.
슈퍼노바 길드의 성이 저 위에 자리 잡고 있다.
오늘 할 게 많다.
테이블이 오와 열을 맞추고 있 는지 봐야 되고 상품들이 분류별 로 보기 좋게 진열되어 있는지도 확인해야 된다.
무엇보다 연지가 파티용 풍선을 얼마나 맛깔나게 달아 놨는지 아 주 면밀하게 검사해야 된다.
그러려거든 시간이 빠듯하다.
태식은 허공에 마법진을 그렸 다.
한 겹, 두 겹, 마법진이 하나씩 겹쳐질 때마다 주변의 다크매터 가 진동한다.
“ 전투인가.”
크로우는 너울거리는 검은 날개 로 마법진을 감싸며 내려앉았다.
“왜 나왔어.”
“길이 열려 있기에 나왔다. 전 투인가?”
“아니, 징벌.”
“누군가 또 약탈을 했나 보군. 아니면 탈영을 했거나.”
둘 다 아니다만 정정해 줄 필요 는 없다.
크로우가 관심 있는 것은 과정 이 아니라 결과다. 전투라는 결 과.
더 근원적으로는 전투로 인해 생겨날 죽음이라는 결과를 말이 다.
크로우는 마법진에 깃들었다.
모처럼 나왔으니 다시 들어가라 하고 싶지 않다.
태식에게 크로우는 분신이나 마 찬가지 다.
“적당히 해.”
“늘 하듯, 8할만 취하겠다.”
늘 하듯.
그렇기에 정정하지 않는다. 늘 상 그랬으니까.
태식은 응축된 다크매터를 터트 렸다.
순간 암전이 된 듯 빛이 사그라 졌다.
콰아아아-.
하늘이 열리고 밤하늘보다 짙은 어둠이 부유섬에 내리 꽂혔다.
부유섬의 중심부가 그대로 녹아 내리며 섬 전체가 바스라졌다.
콰르릉 천둥 치는 듯한 소리와 함께 부유섬이 붕괴했다.
크로우의 어둠이 붕괴하는 섬을 집어 삼켰다.
그 안에서 몇 줄기 섬광이 터져 나왔지만 그뿐이다.
크로우의 어둠을 뚫어 내지 못 한다.
그러다, 태양 빛의 그것과 같은 강렬한 빛무리가 터져 나왔다.
크로우의 날갯살 사이로 환한 빛이 새어 나온다.
크로우는 즐거운 듯 몸을 한 번 비틀었다. 그 또한 역시 그뿐이 다.
부유섬은 지축을 흔들며 지상으 로 추락했다.
“여봐, 이 소장. 아직 멀었냐.”
-거의 다 했…… 크읏!
정신이 없는지 말을 채 끝내지 못한다.
“큰 거 한 방 날릴 테니까 알아 서 피해라.”
태식은 7자루의 검 중 하나인 테르모토를 뽑았다.
숏소드 형태의 짧은 검을 가볍 게 휘둘렀다.
먹선을 튕긴 듯, 그 궤적을 따 라 검은 선 하나가 그어졌다.
구르르릉- 지축이 울린다.
땅거죽이 뒤집어지고 구름이 흩 어진다.
태식이 불러온 지진은 드높은 자존심의 상징을 하잘 없이 부러 트렸다.
쩌저저적-.
대지의 비명과 함께 갈라진 지 층은 허물어지는 수직 고원을 그 대로 집어 삼켰다.
태식은 묻지도 않은 피를 털어 내곤 테르메토를 아공간으로 갈 무리했다.
검병이 떠난 손에 담배 한 개비 대신 자리 잡는다.
“시원〜하구만.”
시야가 시원하게 탁 트이니 그 야말로 가슴이 뻥 뚫린 것 같다.
-사장님. 죄송합니다만 저 좀 꺼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말을 해 줘도 묻히면 어떻게 하냐. 대비하라니까.”
-길드기를 사수하려다 보니 태식은 이현을 그림자에 녹여 내 불러왔다.
“감사합니다. 여기, 흑혈마의 길 드기입니다. 슈퍼노바의 것도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
이현은 이미 허물어진 잔해가 된 부유섬으로 날아갔다.
굳이 말릴 이유는 없다.
“마귀야, 포로 좀 쓸어 담자.”
잔해 더미 사이로 검은 빛이 번 쩍 거린다.
그럴 때마다 태식의 그림자에서 초주검이 된 사람들이 하나씩 튀 어나왔다.
태식은 그에 맞춰 구금하고 있 던 두 길드원들을 풀어 줬다.
“어, 어어—.”
“으아악. 으아아악-!”
그들은 허물어진 자신들의 성을 보곤 경악에 찬 비명을 질렀다.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 않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의 허탈함이 참으로 우습 다.
남의 행사장에 칼춤을 추러 온 놈들이 자기 집이 불살라질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은 추호도 안 해 봤나 보다.
“싱겁군, 싱겁다.”
크로우가 태식에게 돌아왔다.
영 성에 안 차는 표정이다.
“그래도 간만에 몸 좀 풀었잖 아.”
크로우는 대꾸 없이 심연 속으 로 들어가 날개를 포개고 누웠 다.
이 녀석도 태생이 게으른 녀석 이다.
-사장님, 길드기를 찾은 것 같 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지고 가 진 못하겠습니다.
“그냥 와라. 이미 붕괴된 길드 의 길드기가 무슨 필요야.”
이현은 두말없이 태식 옆으로 복귀했다.
“너무한 거 아닙니까. 이건 진 짜 너무한 거 아닙니까?”
창건은 눈물을 흘리며 원망을 쏟아 냈다.
“물러 터졌네. 이런 걸로 질질 짜고 말이야.”
태식은 두 길드의 길드장을 끌 어 왔다.
지조근은 붕괴에 휘말려 사지가 곤죽이 되어 있었고 박우혁은 무 리하게 힘을 끌어 쓴 탓에 다크 매터가 역류한 듯 보였다. 내부 장기와 혈관이 전부 찢겨 나갔을 것이다.
쿨럭, 쿨럭 피를 토하는 모습이 처량하다.
누구나 그렇다. 누구라도 죽을 때는 처량하고 초라하다.
태식은 그러한 죽음에 충분히 적응한 생태다.
“이봐, 길드장님. 정신 좀 부여 잡아 봐. 일부러 당신 보여 주려 고 살려 왔어.”
태식은 창건을 잡아 기억을 열 었다.
창건이 우혁과 대담을 하던 시 점보다 더 이전.
혼자 살아남아 길드로 돌아와 비통함에 젖어 잘못을 뉘우치는 모습을 넘어.
퍼억-!
주먹 한 방에 부하의 등을 터트 려 버리는 장면에서 멈추었다.
“이 새끼들이 빠져 가지고. 내 가 잔다고 니들도 같이 자냐? 작 전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가 되도 경계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가 안 돼!”
“미쳤습니까? 그렇다고 지금 기 술을 씁니까?”
다시 연달은 주먹이 휘둘러졌 다. 창건을 구해 준 셋은 그렇게 자신들을 습격했던 이들과 같은 자리에 누웠다.
“화내는 게 아니라 화내는 척을 하네. 다분히 의도적으로 죽인 건데. 왜? 니 추태가 밝혀질까 두려워서 그랬냐?”
물어 봐야 대답은 돌아오지 않 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