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4)_1
“자자, 다들 다시 잔 채워 봐.”
태식이 잔을 들었다. 다들 그와 같이 잔을 든다.
“성군 유성의……!”
“사장님-!”
“뭐 인마, 건배사 자르지 마. 자 다시. 성군 유성의 바른 통치를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다들 단숨에 술잔을 꺾는다. 그 야말로 축하주이니 한 방울도 남 기지 않는다.
“키야아아 좋다〜. 맛있다 이 거.”
연지는 머리 위에 잔을 털어 보 이곤 술병을 다시 들었다.
“매니저님, 제가 한 잔 따라 드 릴게요. 승진한 거 축하드려요.”
“무슨 승진이에요 이게.”
“승진 아니에요?”
연지가 태식을 보며 눈을 껌뻑 거렸다.
“승진이지. 보직은 심계의 왕.”
“사장님 왜 그러십니까. 부담스 럽습니다 진짜.”
“부담스러우라고 하는 거야. 부 담스러워야 잘하지.”
“여하튼 승진 축하드려요!”
연지는 유성의 잔을 가득 채웠 다. 그러곤 바로 짠 술잔을 마주 했다.
연지가 술을 들이켜니 유성도 잔을 내려놓질 못한다.
“냥꾼이 팔자 폈네. 아이스크림 배달하던 게 엊그제인데, 이제는 임금님이야.”
이번엔 방우가 술잔을 채워 준 다.
“너 뒈진다 진짜. 적당히 해라.”
“하여간 싸가지라고는 개가 싹 핥아먹어 가지고 말이야. 그래, 임금님이니까 봐준다.”
“이 새끼 진짜.”
방우는 연신 낄낄거리며 잔을 꺾었다.
유성은 또 그냥 잔을 내려놓을 수가 없어 잔을 비웠다.
“형, 축하해.”
이번엔 사혁이다.
그렇게 또 한 잔.
“대장님 축하드립니다.”
수혁이 줘서 또 한 잔.
“축하드립니다. 반달섬의 국민 으로 앞으로 좋은 통치 부탁드리 겠습니다.”
종범이 줘서 한 잔.
석훈이 주고 홍태가 줘서 또 한 잔.
“우리 임금님이셔? 앞으로 이쁘 게 보여야겠네〜. 잘 부탁드려 요〜 유성 님.”
미향이 와서 따르고, 숙미가 와 서 따르고.
“봉춘이 인마! 넌 일로 와서 인 사 안 하냐!”
“저, 저도요? 저는 얼굴도 모르 는데요……
“지금 봤잖아. 일로 와!”
그렇게 끌려온 봉춘이 따라서 또 한 잔.
유성의 얼굴은 금세 붉게 달아 올랐다.
그래도 혀가 꼬부라지지는 않는 다.
태식이 있는 자리이니만큼 더욱 더 정신을 번쩍 차려야 한다.
그래도 기분이 들뜨는 건 어쩔 수 없다.
“사장님, 그런데 정말 이거 해 도 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왕이란 게 말이야, 스스로 앉 고 싶다고 앉을 수 있는 게 아니 야.”
“그렇습니까?”
“당연하지. 아까 보니까 다들 너 좋아하더만. 내가 용주 형이 난리 피우는 거 봐서 너 인기 좋 은 줄은 알았는데, 그렇게까지 좋은 줄은 몰랐다.”
“저는 그냥 제 욕심 하나 채우 려고 달려온 것뿐인데요.”
“그 과정에서 나쁜 짓 한 적 없 잖아.”
“그거야……
“사기 친 적도 없을 거고.”
“사기라뇨. 저 그런 놈 아닙니 다!”
“그럼 된 거다. 어차피 일은 그 아래 실무자들이 하는 거고. 왕 은 중심이자 상징이야. 너면 충 분해. 그냥 앉아만 있어도 니 역 할 다 하는 거다.” 자신감을 북돋아 주려고 하는 말이 아니다.
태식은 유성이기에 괜찮다고 여 겼다.
더러운 피가 묻지 않은 깨끗한 손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저,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되 는 겁니까?”
“뭐가 어떻게 돼?”
“이 난리가 났는데 정부에서 가 만히 있을 리가 없지 않겠습니 까? 입단속을 한다고 해서 소문 이 안 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야, 냥꾼아. 우리 사장님이 계 신데 그게 무슨 걱정이냐.”
“맞아요. 우리 이모도 있는데
연지는 얼굴이 붉게 익어서는 냅다 소리를 질렀다.
“꼬맹이 술 작작 안 마시냐? 이 독한 걸 지 혼자 다 깠네.”
“아 왜요! 나 민증에 잉크도 다 말랐는데! 술도 마음대로 못 마 셔요?”
머리를 들이민다.
“오늘 내가 얼마나 활약했는데! 보여요? 지문 닳아 없어진 거? 목도 쉬었고만!”
손바닥을 쭉 펴서는 흔들질 않 나 귀에 대고 알짱거리며 소리를 지르질 않나.
아까부터 맛있다고 홀짝거리더 니 제정신이 아닌 모양이다.
“얘를 어쩌냐 어휴-.”
태식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미향 을 찾는다.
“방에 데려다 놓을까요?”
미향의 말대로 숙소에 넣어 놓 으라 할 생각이었는데 막상 미향 이 다가오니 영 내키질 않는다.
“됐다.”
태식은 연지의 뒷덜미를 잡아 들었다.
“꼬마는 이제 잘 시간이다. 들 어가 자자.”
“아 왜요! 뭔데! 승주도 아직 안 자는데!”
“승주는 어른이지. 마스터 엔지 니어인데.”
“아 뭐야! 나도 마스터 알바생 인데!”
투닥투닥 주먹질까지 해 댄다.
뒷목을 때려서 기절을 시켜야 하나 싶었다가 진짜 닳아 버린 지문을 봐서 참기로 한다.
“방우야, 방 남았지?”
“예. 저희 어제 잤던 숙소 그대 로 쓰면 됩니다.”
“마시고들 있어. 던져 놓고 올 테니까.”
태식은 연지를 들고 숙소로 이 동했다.
연지의 방에 툭 밀어 넣으려 하 니 이 녀석이 문틀을 잡고 버틴 다.
“힘쓰게 하지 말지.”
“내가 무슨 짐짝인가? 바람이라 도 좀 같이 쐬 주고 들여보내는 게 사람 인정 아니에요? 너무한 다 진짜. 나한테만 일부러 더 그 러는 거 같아.”
눈꼬리가 파르르 떨린다.
“어디서 눈물을 짜려고. 뚝 안 그치냐.”
“서럽단 말이에요! 나도 오늘 진짜 열심히 일했는데에-! 라운 드 걸도 했는데에-! 갑자기 토너 먼트한다고 해서 꽃목걸이도 직 접 짰는데-!”
“누가 일을 못했대? 술주정을 부리니까 그러는 거잖아.”
“그러니까 같이 바람이라도 좀 쐬자구요! 아람이한테는 오로라 도 보여 주고! 썰매도 태워 줘 놓고! 꼬맹이 취급을 할 거면, 놀아 주는 것도 꼬맹이처럼 놀아 주든가! 일만 직싸게 부려 먹고! 완전 악덕 사장!”
다른 말은 다 차치한다지만 악 덕 사장이란 말이 콕 귀에 거슬 린다.
“악덕 사장‘?”
“맞잖아요. 아니에요? 맞잖아요. 매니저님들 월급도 없다며요. 연 차도 없고, 4대 보험도 없고. 그 렇다고 무슨 특별한 복리 후생이 있나? 에베베베, 완전 악덕 사 장!”
“ 흐음
태식은 볼을 긁적였다.
“그것만 들으니까 순 악질 고용 주이긴 하네.”
“그러니까 복리 후생. 술에 취 했을 땐 그냥 짐짝처럼 던져 넣 지 않고 산책을 같이 해 준다. 이게 어려워요? 나 오늘 진짜 열 심히 했단 말이에요! 안 해 주면 내일부터 출근 안 해요!”
“어, 진짜?”
“아, 아니. 내일은 어차피 일요 일이니까!”
“그럼 내일부터 언제까지 출근 안 할 건데?”
“으익 진짜!”
“그래서 언제까지?”
“내일 아침부터 내일 자정까지! 됐어요? 진짜 치사해. 어떻게 한 번을 안 져 줘요? 아람이한테는 다 맞춰 주면서.”
“지금 이게 맞춰 주고 있는 거 야, 꼬맹아.”
태식은 연지의 뒷덜미를 휙 낚 아채 하늘로 날아올랐다.
“우, 우와-! 우와!”
연지는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좋아했다.
눈동자 속에 별무리가 반짝거리 는 것 같다.
“됐냐?”
“네, 됐어요. 이거면 충분해요.”
한 번 받아 주면 더 찡얼거릴 줄 알았더니 그러진 않는다.
“하아-. 하늘을 나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연지는 그대로 몸을 뉘었다. 허 우적거리며 중심을 잡지 못한다.
“크큭, 얜 진짜 방심을 못 하겠 네.”
“웃지만 말고 좀 잡아 줘요!”
태식은 키득거리며 연지를 잡아 줬다.
연지는 균형을 잡은 후에도 태 식의 손을 놓으려 하지 않으려 했다.
“언제까지 잡고 있을 건데?”
“놔야 돼요?”
“남녀가 유별한데. 놔야지.”
“와- 남녀 유별이래. 청학동이 세요?”
“또 까부네. 들어갈래?”
“됐거든요.”
연지는 태식의 손을 툭 뿌리쳤 다. 볼에 잔뜩 바람을 넣는다.
그러곤 한참 말없이 하늘을 본 다.
태식은 재촉하지 않고 기다려줬 다.
“저, 그런데 말이에요.”
“응.”
“어마, 웬일로 그렇게 부드럽게 대답해요? 또 뭐? 왜? 이럴 줄 알았는데.”
“또 왜 인마.”
“키르륵. 그래요, 그렇게요.”
“들어갈래?”
“아, 잠깐만요. 하나만. 하나만 물어볼게요.”
“하아-. 들어 보나 마나 실없는 소리 할 것 같은데. 그래, 해 봐 라. 뭔데?”
“내가 진짜 그렇게 매력이 없어 요?”
“들어가자.”
태식은 고도를 휘리릭 낮춰 지 면으로 내려앉았다.
“아이 진짜. 내가 그렇게 별로 예요? 나 이쁘지 않아요? 우리 사촌들 중에 내가 제일 이쁜데.” “그러니까 니가 꼬맹이라는 거 야, 이 녀석아. 내세울 게 얼굴밖 에 없냐?”
“그럼 뭐요? 우리 집안요? 그건 진짜 싫거든요!”
“됐어 인마, 들어가. 충분히 놀 아 줬어.”
태식은 연지를 방에 욱여넣고는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다녀오셨습니까.”
“한잔 따라 봐라. 꼬맹이 놀아 주기 힘드네, 진짜.”
“사장님 좋다고 그러는 건데 요.”
“좋아하기는 무슨. 지 감정이 뭔지도 모르는 꼬맹인데.”
“그래도 싫어하는 건 아니지 않 습니까. 일도 싹싹하게 잘하고, 사장님 자리 비울 때면 소파며 테이블이며 전부 연지가 치웁니 다.”
“그래, 그거. 그것 좀 하지 말라 고 해. 보려고 엎어 둔 만화책까 지 자꾸 치우더라.”
“잘 보이고 싶어서 그러는 거 죠. 일도 빼는 거 없이 열심히
하지 않습니까.”
“직원이라 그런가 직원 편드 네.”
“하하하하. 저야 사장님 편이 죠.”
방우는 연지 편을 들었다.
잘 보이고 싶고 이쁨받고 싶은 마음이 다르질 않아서 말이다.
“사장님!”
연지가 숨을 헐떡이며 문을 열 고 들어왔다.
“취했으면 곱게 자 인마!”
“술 다 깼어요!”
성큼성큼 다가와 턱하니 제자리 에 앉더니 다시 술을 퍼마신다.
“매니저님, 말해 봐요. 나 안 이 뻐요? 나 이쁜데. 이쁘잖아요. 선생님, 나 안 이뻐요? 승주야. 누나 안 이쁘니?”
연지는 아주 술병을 들고 사람 마다 돌아다니며 자신이 이쁘냐 며 물어 댔다.
그러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술병 에 수저를 꽂고는 노래를 불러 댔다.
춤까지 춘다.
아주 고삐 풀린 망아지 같다.
하기야, 항상 고삐가 매여 있었 을 것이다.
아람이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사장님, 제가 들여다 놓을까 요?”
태식을 살피던 방우가 물었다.
“그냥 둬라. 한번 쪽이 팔려 봐 야 정신을 차리지.”
“예, 그러겠습니다. 그런데 진짜 배우라 그런가 노래도 잘하네 요.”
확실히 듣기 싫은 소음은 아니 었다.
그리고 있기 싫은 분위기도 아 니었다.
로아에서의 전승 기념회 따위와 는 비교도 안 된다.
“나쁘지 않지. 나쁘지 않아.”
태식은 꽤 늦은 시간까지 바자 회 뒤풀이를 즐겼다.
대변혁 (3)
“사장님, 여기 계셨습니까?”
아침을 훌쩍 넘긴 시간, 유성이 찾아와 물었다.
“손봐 둬야 할 게 있어서.”
태식은 중계기에 시선을 고정해 둔 채 대답했다.
“해장국 해 놨습니다. 같이 드 시죠.”
“됐어, 하던 거 마저 하련다. 너 희끼리 먹어.”
“연지가 일부러 북어하고 계란 을 챙겨 왔다고……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너는 그 꼬맹이 등살도 못 이 겨서 나 찾으러 온 거냐?”
“사장님께서 보셨어야 됩니다.”
“또 얼마나 진상을 폈기에?”
“아침에 북엇국이라고 외치면서 일어나더라고요. 어제 막판에도 계속 아침 해장국은 자기가 끓인 다고 한 천 번은 말했을 겁니 다.”
“꼬맹이 참 손 많이 간다.”
엄밀히 따지면 주말이다.
악덕 사장이란 말이 귀에 콕 박 혀서 그런가, 적당히 놀아 줄까 싶기도 하다.
“같이 가시죠. 다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쯧. 그래 가자,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