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4)_10
이번엔 또 조교 같은 표정으로 손가락을 까딱거린다.
“이럴 때는, 그래 한 번 더 먹 자. 널 빼놓은 게 말이 되냐. 이 래야죠.”
연지는 앙증맞은 고리눈으로 방 우의 옆구리를 찔러 댔다.
터울 많은 막내가 투정 부리는 꼴이니 그걸 험상궂게 받을 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좋다. 이건 기다리 던 기회였다.
“사장님, 연지가 그렇다는데, 오 늘 한 번 더 드시겠습니까?”
“어제 먹은 집?”
“말 나온 김에 오늘은 1층도 같 이해서 먹으면 좋지 않겠습니까. 어제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일 어나지 않을 겁니다.”
뭐가 그리 불미스러웠냐 하려던 찰나, 띠리링 가게 문이 열렸다.
매콤 쌉싸름한 치킨 냄새가 확 풍겨 들어온다.
“저…… 아, 맞게 왔네요. 안녕 하세요.”
양손에 치킨 봉지를 든 사장님 은 방우에게 다가오며 고개를 숙 였다.
“어제는 제가 경황도 없고, 일 도 바빠서 잘 말씀 못 드린 거 같습니다. 기분 푸시기 바랍니 다.”
“아니, 뭐 이런 걸 다…….
“어어, 잠깐. 그게 웬 거예요?”
태식이 병풍 밖으로 나오며 물 었다.
“어제 상품에 실수가 있었던 것 같아서 서비스 드리는 겁니다. 죄송합니다.”
중년의 점주는 고개를 숙이는 게 익숙해 보였다. 괜히 속이 짠 하다.
“바쁘면 그럴 수도 있죠 뭘. 방 우야, 너 대체 얼마나 진상을 피 웠길래 사장님이 직접 찾아오기 까지 하냐.”
“아, 아닙니다, 진상은 아니었습 니다. 그냥 가서 점잖게 물어본 겁니다.”
“너 거기서 안경 벗었어, 안 벗 었어.”
“그, 그거야……
“그럼 행패지 자식아. 치즈볼 하나 가지고 뭘 찾아가기까지 해. 얼마나 행패를 부렸으면 치 킨을 두 마리나 들고 오시냐고.”
“그게 아니라요……”
“이건 저희가 맛있게 잘 먹겠습 니다. 이렇게까지 신경 써 주실 거 아닌데, 리뷰는 확실하게 해 드릴게요.”
태식은 서글서글 웃는 낯으로 치킨을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쉬이 발을 돌리 지 못했다.
“더 하실 말씀이 있으세요?”
“저 그게, 다름이 아니라…… 배송 문제는 여기서 잘 마무리되 었으면 해서요. 저희가 배달 업 체에 대고 쓴소리를 하기가 좀 어렵습니다.”
이게 무슨 소린가 싶다.
“방우야, 너 어제 뭐 했냐?”
“아니, 아니요. 저, 원래 배달 사고 내는 놈들은 버릇을 고쳐 노!“Og ”
“그러니까 뭘 하긴 했다는 거 네?”
“그게, 그러니까……
방우의 입꼬리가 억울함으로 씰 룩거렸다.
방우의 억울한 치킨 (4)
“뭐 했어, 두 번 묻게 하지 말 자.”
“배달부가 음식을 중간에서 빼 먹은 거였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잡아 조졌어?”
“딱 따귀 두 대만 때렸습니다. 치즈볼에 한 대, 치킨에 한 대. 치킨은 네 조각이나 먹었다고 했 습니다.”
“아, 그놈의 치즈볼이니 치킨이 니 그만 좀 해라. 속 잘은 놈 같 잖아.”
덩치는 산만 한 놈■이 손가락 두 마디 되는 치즈볼 하나 두고 치 즈볼 치즈볼 그러는 걸 보고 있 자니 영 속이 답답하다.
“죄송합니다.”
“됐다. 사장님께서는 일단 돌아 가시죠. 뭘 걱정하시는지 대충 알 것 같으니 탈 안 나게 해 놓 겠습니다.”
치킨집 사장님은 나이가 한참 어려 보이는 태식에게 훈계를 듣 는 방우를 멀뚱히 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실상 여기서 그가 더 할 말은 없었다.
“예, 죄송합니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태식은 시계를 봤다.
아직 4시다.
저 사장님은 오늘 장사를 나오 자마자 이것부터 준비해 찾아왔 을 것이다.
어젯밤부터 신경 쓰여 전전반측 잠을 이루지 못했겠지.
“사장님, 이건 어떻게 할까요? 아직 영업시간인데요.”
태식은 반합을 꺼내 줬다.
“연지야, 이것 좀 옮겨 담아 놔.”
“네.”
“방우는 나 좀 보자.”
태식은 방우와 함께 병풍 뒤에 마주 앉았다.
방우는 죄 지은 사람처럼 손 무 릎을 한 채로 고개를 숙였다.
“뭐 그렇게 풀이 죽었냐. 혼내 는 거 아니다. 전후 과정이나 좀 제대로 설명해 봐. 배달부가 음 식을 빼먹었다는 게 선뜻 이해가 안 돼서 말이야. 돈이 없어서 그 랬다는 거야?”
“그게 아닙니다, 그냥 훔쳐 먹 는 겁니다. 수박 서리하듯이, 하 나씩 빼먹는 거랍니다.”
“그러니까 왜?”
“예?”
“그림이 안 그려져서 그래 그림 이. 그러면 그걸 어디서 빼먹는 다는 거야?”
“길바닥에서 몰래 빼먹는 겁니 다.”
“배가 고파서?”
“아아…… 사장님께서 뭔가 오 해를 하고 계신 것 같은데요. 불 우이웃이라거나 불쌍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냥 멀쩡한 놈들입니 다. 아니, 양아치 같은 놈들이죠. 그냥 훔쳐 먹는 겁니다. 길바닥 에서 몰래 하나씩. 어제 잡아 놓 고 이야기 들어 보니까, 어떤 놈 은 아예 보온통을 가지고 출근을 한답니다.”
“보온통을?”
“예. 배달할 때마다 한두 개씩 보온통에 쟁여 놨다가 퇴근해서 먹는다고 했습니다. 이거 그냥 도둑질하는 겁니다. 누가 치킨 한두 조각 없어졌다고 절도로 고 소를 하겠습니까. 걸려 봐야 치 킨값이나 물어 주면 되겠거니 하 면서 그러는 겁니다.”
배달 일을 하면서 얼마나 고되 고 배가 고플까, 밀린 배달에 밥 먹을 시간도 없는데 배달 음식 냄새는 얼마나 달콤했을까.
그래서 참다 못 하고 길거리에 서 눈치 보며 한 개 슬쩍 배를 채웠겠거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란다. 상습범 이란다.
누구는 아주 작정하고 보온통을 가지고 와서 다람쥐 도토리 모으 듯 모아 간다고까지 한다.
“거지 동냥질하는 것도 아니 고……
젓가락을 가지고 다니면서 먹지 않았으면 맨손으로 대충 집어 먹 지 않았겠나.
그것도 뭘 골라 먹을까 뒤적거 리며 집어먹었을 걸 생각하면 속 이 매스껍다.
“근성이 아주 양아치 같은 것들 입니다. 뒤탈 안 날 줄 알고 얌 생이처럼 그러는 게 아주 악질 아닙니까.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그런 놈들은 초장에 잡아 서 버릇을 단단히 고쳐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따귀를 쳤다?”
“예.”
“너 경찰에 명단 올라가 있다 며. 폭행으로 고소당하면 잡혀 들어가지 않겠냐?”
“설마 신고하려고요. 자기가 잘 못한 건데요.”
“그러면 그렇게 때리고 끝이 야?”
“예?”
“니가 한 조치의 끝이 따귀 두 대 때린 게 전부냐고.”
“그 이상 뭘 어떻게……. 치킨 빼먹었다고 고소하는 건 좀 웃기 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안 고쳐지는 거지. 겨우 따귀 두 대 맞았다고 그놈 이 고치겠냐? 반성이나 하겠어? 그냥 재수 없어서 걸렸다고 생각 하고 말겠지.”
“그거야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잡아다가 파묻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못 할 것 같았으면 시 작을 말아야지. 괜히 긁어 놓아 봤자 그게 네 화풀이밖에 더 되 냐.”
태식의 어투는 정확한 핀잔이었 다.
방우의 고개는 다시 수그러든 다.
“죄송합니다. 제가 주제 모르고 괜히 설치고 다녔습니다.”
“설치고 다녔다는 게 아니라, 그게 해결책이냐고. 봐라, 치킨집 사장님이 치킨을 두 마리나 튀겨 가지고 온 이유가 뭐겠냐.”
“사죄의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송 문제가 마무리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눈치 보니까 알면 서도 어쩔 수가 없었던 것 같은 데, 그렇잖아. 예전 같이 배달 종 업원을 두는 게 아니라 콜을 넣 으면 배달부가 와서 받아 가는 구조잖아.”
“맞습니다. 배달업체에서 용역 으로 뛰는 구조입니다.”
“그러면 저 사장님이 콜 띄운 거를 배달부들이 의도적으로 보 이콧해 버리면 어떻게 되는 거 냐?”
“예‘?”
“뭘 못 알아듣는 척이야. 너 눈 치 빠르잖아. 머리 좀 굴려 봐. 어떻게 되겠냐고.”
“그, 그러면…… 장사가 안 될 것 같습니다.”
“그래, 장사 접어야 되는 거야. 아니면 자체 배달 종업원을 뽑아 야 할 텐데, 그건 현실적으로 어 려울 거고.”
“예, 사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니까 보라고. 도둑질을 더 이상 못하도록 근절시킨 것도 아 니고, 다른 선량한 피해자까지 만들어 버렸네. 네가 한 행동에 화풀이 이외의 유의미한 결과가 뭐가 있냐.”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 습니다. 두 번 다시 이렇게 경거 망동하지 않겠습니다.”
방우의 고개는 무릎에 파묻힐 정도로 떨구어졌다.
“방우야, 빵우야. 이 여우 같은 곰탱이 빵우야.”
“예, 사장님.”
“내가 너한테 죄송하다는 소리 들으려고 비싼 밥 먹고 잔소리하 고 있냐.”
“죄송합니다.”
“죄송하다 소리 그만하라고.”
“넵.”
방우가 합 입술을 먹었다. 영락 없이 곰이다.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 야, 목적을 가지고 해야지. 너 그 정도 되잖아. 그 정도 할 수 있 게끔 만들어 줬잖아. 안 그러냐.”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내 옆에서 봤을 거 아니냐. 내가 그렇게 일했냐?”
“아닙니다.”
“그러면?”
“항상 후속 조치를 끝까지 다 하시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해 결책을 마련해 주려고 하셨던 것 같고요.”
“그래, 그게 아니면 그냥 화풀 이밖에 안 돼. 힘 있다고 설치는 거밖에 안 된다고. 명색이 전국 구 보스신데, 동네 양아치처럼 그러면 되겠냐?”
“죄송합니다!”
방우는 벌떡 일어나 넙죽 허리 를 접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거 죄송하다 소리 좀 그만하라 니까.”
“제가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 다!”
“오버 좀 하지 말고 앉아 인 마.”
태식이 방우를 털썩 주저앉혔 다.
“어떻게 해야 되겠어?”
“일단, 이 문제를 해결해야 됩 니다.”
“해결하고 싶어?”
“예, 해결하고 싶습니다. 저도 배달 많이 시켜 먹고, 저희 야근 할 때도 계속 배달 시켜 먹어야 되는데 그럴 때마다 찜찜하게 받 을 순 없지 않습니까.”
“그럼 이런 일이 발생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뭐라고 생각해? 넙죽 대답하지 말고 진지하게 고 민해 봐”
“관리를 안 해서 그런 겁니다.” 진지한 고민 없이 넙죽 한 대답 이다만, 태식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답이었다.
“그 배달업체 사장 놈이 직원 교육 제대로 시키고 빼먹다 걸리 면 고소한다고 으름장을 내놓기 만 해도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봅니다. 그리고 지들이 잘못한 건데, 왜 애꿎은 업체 사장님들 한테 화풀이를 한답니까. 이건 배달업체 책임자가 양아치 같은 놈이라 이렇게 되는 거라고 생각 합니다. 하아-. 뻔히 알고 있는 걸 왜 어제는 떠오르지가 않았는 지. 그걸 알았으면 배달부가 아 니라 그 사장 놈을 조졌을 건데 요.”
“지금 네 말을 간단하게 하면 시스템을 보완한다로 줄일 수 있 다. 내가 맨날 오지랖 피우면서 하는 게 그거잖아. 고착화된 시 스템을 바꾸거나, 새로 만드는 거.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만사 잘하고 다닌다는 건 아닌데, 할 거면 그렇게 해야지. 다른 사람 은 몰라도 너는 그렇게 해야지. 내 옆에 있는 놈이 말이야.”
“예, 사장님. 시스템을 보완하고 구축한다! 알아들었습니다. 이게 쉽게 말하면 나와바리를 장악해 서 새로 새끼를 치는 거랑 비슷 한 것 아니겠습니까.”
“개념적으로는 얼추 비슷하겠 네.”
“그럼, 제가 종로 바닥에 배달 업체를 내 볼까요?”
“결론이 그렇게 되냐?”
“그러면 해결되는 거지 않습니 까. 아까 그 치킨집 사장님도 괜 히 다른 배달부 눈치 볼 것도 없 고요. 저는 밑에 애들 교육 빡세 게 들어가니까 이런 추잡한 짓 일어날 것도 없습니다.”
방우의 텐션이 확 올라갔다.
“말마따나, 제 동생들이 대리고 있는 애기들 중에 오토바이 타는 놈들 수두룩할 텐데, 그런 놈들 잡아다가 교육 잘 시켜서 일하게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건당으로 돈 잘 쳐 줘 가면서 하면 문제 될 것도 없고요.”
“너 지금 너무 의욕적이지 않 냐.”
“이 정도 일은 제 힘만으로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짜로 요.”
“응원하는 거 아니야. 좀 진정 하라고 하는 얘기야.”
“아아, 예, 진정하겠습니다.”
“지금 벌이고 있는 일이 한둘이 아닌데 그렇게 급하게 뛰어들어 서 일이 되겠냐?”
“노는 애들 많습니다. 돈이 도 는 건 헌터 판이나 돈이 돌지 다 른 경기는 다 죽어 나가고 있지 않습니까. 뭐가 됐든 돈 벌게 해 주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합니 다.”
“당장 든 생각 때문에 섣부르게 나서지 말라고 하는 거야. 생각 잘 해보고 움직여. 아니면 여기 서 더 긁지 말고.”
“아닙니다. 오늘 사장님께 좋은 가르침을 받는데 실천을 해야 되 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그게 지금 텐션이 올 라가 있는 거라고. 한 일주일은 생각 버리고 있다가 그 후에도 생각이 나면 그때 움직여. 알겠 냐.”
“예, 사장님. 그렇게 하겠습니 다.”
“그래, 잔소리 듣느라 수고했 다.”
“잔소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 다. 뼈에 새겨서 가져가는 가르 침으로 여기겠습니다.”
“너는 꼭 그렇게 오버하는 게 문제야. 가 인마.”
태식은 그렇게 방우를 병풍 밖 으로 쫓아냈다.
금세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태식은 심계를 오가며 중계기의 마지막 보완 작업을 완 료했다.
유성도 심계 내의 알력과 파벌 에 대한 교통정리를 어느 정도 끝내어 세력별로 구획을 나누는 작업을 완료했다.
딱히 부지런을 떤 것도 아닌데, 시간이 징검다리 건너뛰듯 순식 간에 흘러가 버렸다.
“사장님 제가 일주일간 고민을 해 봤는데요.”
“일주일간 고민을 했다고? 내가 그때 일주일 뒤부터 고민하라고 하지 않았냐?”
“아••••••
방우가 아차 하며 입을 떡 벌렸 다. 태식은 피식 웃고 말았다.
“됐다, 됐어. 그래서? 일주일간 고민하신 결론이 어떻게 되나?”
“아직은 시기상조란 생각이 들 었습니다.”
“그래?”
“예. 제가 정말 심사숙고 해 보 았습니다. 과연 내가 이 시스템 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려고 하면 할 수는 있겠지만, 그러려 거든 제가 모든 것을 내려 두고 그것에만 전념해야 된다는 결론 이 나왔습니다.”
태식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옳 은 판단으로 들린 것이다.
지점장을 통해 직원 관리를 제 대로 하려거든, 우선 그 지점장 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되어야 한다.
방우 스스로는 양아치 짓을 하 지 않았음에 떳떳하다고 한들, 그 아래 있는 수많은 부하들까지 그러리라 장담할 수 있는 건 아 니다.
더욱이 이번에 전국적으로 세력 을 확장하면서 새로 규합하게 된 조직들의 구성원들은 더욱더 그 렇다.
그들에 대한 관리를 겨우 삐걱 거리지 않게 해내고 있는 중인 데,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일을 벌이기 위해 믿을 만한 수하들을 빼 온다는 건 그런 조직에 대한 관리를 철수시키는 결과밖에 되 지 않는다.
“그런 이유로 시스템을 바꿀 정 도의 규모로는 하지 못할 것 같 습니다.”
“정말 신중하게 생각하긴 했나 보네. 아쉽진 않고?”
“어설프게 할 거라면 안 하느니 만 못 하지 않습니까. 아쉽진 않 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배달은 제가 직접 가서 받아 오는 식으 로 하겠습니다.”
“그럼 됐다.” 그걸로 끝이다. 더 신경 쓸 건 없다.
“마감하자.”
“사장님, 오늘 그대로 들어갈 거예요?”
“또 왜?”
“영화 개봉했잖아요. 며칠 전부 터 계속 말했는데. 같이 영화 보 고 들어가요.”
연지가 팔짱을 끼려 다가온다.
“시사회 봤으면 됐지 뭘 또 보 냐.”
태식은 슬쩍 물러났다.
“내일 보자.”
그대로 퇴근이다.
집에 온 태식은 미주와 저녁을 먹고 소파에 누워 빈둥거리다 제 방으로 들어갔다.
자기 전에 담배를 태우는 건 대 부분의 애연가가 비슷할 것이다.
태식은 창문에 기대어 담배를 물었다.
공간을 가두어 연기가 퍼지지 못하게 묶어 두곤 흰 숨을 푸 내 쉬었다.
“진짜네. 진짜 저러고 있어.”
태식의 방 창문에서 보면 아파 트 놀이터와 함께 쪽문 통로인 뒷길이 내려 보인다.
그 뒷길, 그림자 가득한 곳에 배달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다.
저기서 뭘 하나 봤더니 주섬주 섬 음식을 빼먹고 있었다.
누가 볼세라 쥐새끼처럼 호로록 하고는 능청스럽게 박스를 닫는 다.
“저러고 싶을까.”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 다.
저 선량하지 못한 사람이 자리 를 차지하고 있기에, 선량한 사 람이 피해를 보는 게 아닐까 하 는. 그런 생각.
일주일이나 지났건만 갑자기 고 개를 숙이던 치킨집 사장님의 표 정이 확 밀려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