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4)_2
태식은 손을 툴툴 털고 일어나 길을 열고 건너갔다.
“아후! 어디 갔었어요!”
“야, 술 냄새. 오지 마 인마.”
“악! 냄새 나요?”
“그럼 그렇게 퍼마셨는데 안 나 겠냐?”
“아잇, 양치 세 번이나 했는데.”
“거 앉아. 사람 없으면 그냥 먹 으면 되지. 수저 떠 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냐.”
그래도 나쁜 기분은 아니다. 왜 아니겠나. 같이 밥 먹자는데 기 분 좋지.
“ 먹자.”
“잘 먹겠습니다.”
국물 한 수저 맛을 본다. 맛이 괜찮다.
연지는 양손으로 숟가락을 꼭 쥐고는 눈망울을 말똥거리는 중 이다.
“맛있네.”
“그죠? 필살 레시피라니까요.”
“알았으니까 먹어. 니가 제일 많이 먹어야 돼.”
“안 그래도 많이 먹을 거거든 요.”
다들 술국이 고팠는지 후루루륵 사발로 들이켠다.
한 냄비를 끓인 게 금세 완판이 다.
“정리는다 한 거야?”
“예, 일단 바자회장은 정리 끝 냈습니다. 그런데 면담을 요청하 는 헌터들이 상당해서요. 면담 요청은 좀 받아야 될 것 같습니 다.”
사혁이 답했다.
“그래, 일 미룰 건 아니니까. 면 담은 유성이 직접 하고?”
“아닙니다. 그건 사혁이랑 깡패 가 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6층 길드들 면담을 진행할 생각입니 다. 조직 정리도 좀 해 줘야 할 것 같고요.”
“그럼 그렇게 해. 종범이는? 벌 써 나갔어?”
“피치 레이서 쪽은 어제 이벤트 한 것들 그대로 자기네 부지로 옮긴다고 했습니다.”
“다들 바쁘구만. 연지는?”
“저요? 뭐 해야 되는데요? 시키 세요.”
“됐고, 승주. 너는?”
“사장님 일 도와드리고 싶어요. 중계기 보시는 거요.”
“휴일인데 일할 생각들만 하냐. 우리 직원들 아주 바람직해.”
태식은 쿠쿡 웃었다.
“어른들은 일이 중하니 어쩔 수 없고. 꼬맹이들은 좀 놀까? 모처 럼 넘어왔는데 관광이라도 하고 넘어가야지.”
“어, 진짜요?”
연지가 반색하며 펄쩍 뛰었다.
“거창하게 말고. 대충 몇 군데 돌아 보고 오는 거지.”
“좋아요. 언제 가요? 지금 가 요? 잠깐만요. 나 모자만 쓰고 올게요.”
연지는 두 팔을 너풀거리며 후 다닥 뛰어갔다.
출발을 하려던 태식은 순간 꼬 맹이 하나가 더 떠올랐다.
봉춘이 말이다.
태식은 바로 봉춘을 찾아갔다.
“뽕춘이!”
“네.”
“너는 이 좋은 날 방에만 있 냐.”
“왜 그러시는데요? 일해야 돼 요?”
“우리 막내들 해서 심계 관광 좀 시켜 주려고 하는데, 너도 같 이 가야 될 거 아냐.”
“저, 저도요?”
“빨리 옷이나 갈아입고 와.”
“네? 옷 입고 있는데요.”
“거 두꺼비 가죽 좀 벗고 오라 고.”
“벗어야 돼요?”
“뜯어 줘?”
태식이 허공을 쥐어뜯는 시늉을 했다.
“아, 아니요. 그러지 마세요.”
봉춘은 두꺼비 가죽을 벗어 놓 고는 제 몸을 잔넝쿨로 쫀쫀하게 짜 올렸다.
“이러면 돼요?”
“그래. 껍질만 벗었으면 충분하 지.”
태식은 봉춘을 들고 승주, 연지 와 합류했다.
“인사는 어제 다 했지?”
“네? 어제 못 본 얼굴인데요?”
“봉춘이. 내가 인형 옷 뒤집어 쓰고 다닌다고 했잖아.”
“아, 아아-! 아, 그게 인형 옷 이었어요? 나는 완전 사람 얼굴 인 줄 알았는데. 그런데 왜 그런 옷을 뒤집어쓰고 다닌담?”
“사생활인데요……
연지는 봉춘을 빤히 바라보다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 친구 별로 없지?”
“치, 친구……
“나랑 친구 할래?”
“네, 네‘?”
“싫어?”
“아, 아니요. 그게 아니라……
“그럼 친구 하는 거. 나이 는…… 뭐, 서로 모르기로 하자. 설마 민짜는 아니지?”
“아닌데요.”
“친구끼리 아닌데요가 뭐람. 말 놔.”
연지가 봉춘의 옆구리를 쿡 찔 렀다.
봉춘은 몇 발자국이나 뒤로 밀 려 나갔다.
“어, 응, 으응. 아, 알았어.”
“아자, 나도 능력자 친구 생겼 다!”
연지는 주먹을 꽉 말아 쥐며 소 리쳤다.
봉춘은 그런 연지가 영 부담스 러운지 적당히 거리를 벌렸다.
“안녕하세요. 어제 인사를 못 드렸어요.”
승주가 봉춘에게 슬며시 인사를 건넸다.
“아, 네. 안녕하세요.”
“형이 건물 다 지었다는 거 들 었어요. 정말 대단하세요.”
“별거 아닌 건데……
“수도관이랑 화장실도 다 형이 만들었다고 들었는데요.”
“그건 사장님이 억지로 시켜 서……
“사장님, 그래서 어디로 가요? 너네는 뭐 가고 싶은데 있어? 나 는 심계가 처음이거든.”
“저도 처음이에요.”
“야, 봉춘아. 너는? 너도 처음이 야?”
“아니. 나는 2층에만 있어 가지 구……
“2층은 됐고, 3층부터 한 바퀴 씩 쭉 돌자.”
태식은 셋을 옆에 끼고 3층 하 늘로 나왔다.
시티 투어를 하는 것처럼 높은 상공을 빙 둘러 천천히 이동한 다.
“가다가 내려 보고 싶은 곳 있 으면 말해.”
셋은 각자의 시선으로 3층의 풍 경을 구경했다.
태식의 시선도 3층의 지상에 머 무른다.
전체적으로 부산했다.
3층 전역에서 수많은 헌터들이 움직이는 게 한눈에 그려진다.
개미들의 행진처럼 줄지어 이동 하는 그들의 궤적은 2층으로 통 하는 문을 향해 있었다.
다들 2층으로 향해 가는 것이 다.
‘다들 빠르네.’
하룻밤이면 소문이 나기 충분한 시간이긴 하다.
어떠한 결정을 떠나, 당장의 소 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서라 도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저 사장님. 여기 사진은 못 찍 어요?”
“응?”
“사진요, 사진. 여기 핸드폰 가 지고 들어오면 고장 난다고 해서 핸드폰 안 들고 왔단 말이에요.”
“사진 찍고 싶어?”
“당연하죠!”
“인터넷에 올리면 안 된다.”
“바보도 아니고……
“올리려고 그랬지?”
“스위스라고 하면 되지 않아 요?”
“퍽이나.”
“그러면 근접 샷으로 찍은 거만 올릴게요. 풍경 안 보이게.”
연지는 발을 동동 굴렀다.
“언제 또 올 줄 알고요. 사진 한 장 찍을 수 있잖아요.”
“그래, 그러자. 언제 또 오겠 냐.”
태식은 핸드폰을 건네줬다.
“찍어 놔. 나중에 보내 줄 테니 까.”
“아싸! 오늘 우리 사장님 완전 짱이네. 착한 사장님이다.”
“까불지 말고 인마. 그래서 어 디서 찍을 건데?”
“저기, 호수 있는데 좋지 않아 요?”
사실 별것 없는 호수다. 호수로 따지면 5층에 있는 협곡 호수가 더 낫다.
“아니면 저기 멀리 있는 산도 좋구요.”
만년설이 덮인 산을 찾는 거면 4층이 났다.
그 만년설 쌓인 산 앞으로 마그 마 호수가 있어서 풍경으로 치면 심계 전체에서도 손에 꼽을 만하 다.
“3층에서는 빅트리 하나만 보면 끝나.”
“빅트리요? 아, 저〜 기 있는 나 무 말하는 거죠? 엄청 큰 나무 요.”
“정답.”
태식은 휘리릭 날아 빅트리 앞 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 화면에 다 잡히나. 승주, 너 가 내 뒤에서 서고. 봉춘아, 너가 내 앞으로 와. 내가 가운데 있을 게.”
“네, 누나.”
“이, 이렇게?”
“좀 바짝 붙어. 니 얼굴만 화면 에 다 차잖아.” 연지는 봉춘의 어깨를 잡아 자 신 앞으로 당겨 왔다.
그러곤 카메라를 이리저리 돌리 며 구도를 잡는다.
“사장님!”
“왜 또.”
“셀카봉 없어요? 손으로 하려니 까 구도가 안 나와요.”
“줘 봐, 찍어 줄게.”
“찍어 주는 거 말고요. 그러면 각도빨이 안 나오잖아요. 셀카봉 같은 거 없어요?”
“봉춘아, 그렇댄다. 하나 만들어 줘라.”
“제가요‘?”
“그럼 누가 만들어 줘?”
“아…… 네. 저, 잠시……
봉춘이 슬그머니 손을 내밀었 다. 연지가 핸드폰을 툭 건넸다.
봉춘은 숨 쉬는 것처럼 쉽게 셀 카봉을 만들었다.
“이열-. 끝내 주는데. 원격 버 튼도 만들 수 있어?”
“어‘?”
“원격 버튼 말이야. 타이머로 어느 세월에 찍고 있어.”
“아, 어어. 스위치처럼 만들어 볼게.”
봉춘은 금세 구조를 바꿔 촬영 버튼을 물리 조작하는 방아쇠를 붙여 줬다.
“진짜 끝내준다. 뭐든 뚝딱이네. 빨리 서 봐, 찍는다.”
연지는 이리저리 사진을 찍는다 고 부산을 떨었다.
그동안 태식은 3층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폈다.
“사장님! 저희 다 찍었어요. 다 음 가요!”
“그래, 넘어가자.”
태식은 4층의 만년설 산을 끼고 있는 용암 호수로 넘어갔다.
만석이 마그마 다이브를 하고 마그마릭이라는 위명을 얻은 바 로 그 호수다.
“딱 여기서만 놀아. 여긴 주변 에 사람 많다.”
“네, 알았어요. 여기 사진 찍고 그다음에 저 산 위에 올라갈 수 도 있어요?”
“알았다. 놀고 있어.”
“네. 봉춘아, 너 여기에 번지점 프대 같은 거 만들 수 있어? 호 수 위로.”
“마그마 호수로? 위험해.”
“뭐가 위험해, 진짜로 번지를 하는 것도 아닌데. 안전하게 만 들고 각도 조절해서 트릭 주는 거지. 그런 거 몰라? 절벽 설정 샷 같은 거?”
“알긴 아는데……
“그럼 빨리해 봐, 시간 없어. 사 장님 마음 바뀌면 또 금세 돌아 가야 된단 말이야.”
연지는 거침없이 봉춘을 볶아 댔다.
봉춘도 부담스러워하긴 하지만 딱히 싫은 눈치는 아니다.
잘 놀고 있지 싶다.
태식은 녀석들을 두고 4층을 살 폈다.
4층은 3층과 비교해 이렇다 할 큰 움직임은 없었다.
“사장님, 산에 올라가요!”
연지가 손을 휘저으며 태식을 불렀다.
신나 죽겠다는 표정이다.
태식은 녀석들을 다시 만년설 쌓인 산 정상으로 올려줬다.
“봉춘아, 여기에 통나무집 지을 수 있어?”
“여긴 나무가 없어서 안 되는 데••…
“안 돼?”
“나무가 없으니까……
“그럼 뭐가 되는데?”
“으, 응‘?”
“뭐가 되냐니까. 시간 없어, 빨 리. 뭐 할 수 있어. 뭐든 배경으 로 쓸만한 거.”
봉춘은 땀을 뻘뻘 흘리며 머리 를 굴렸다.
“그, 그럼 눈 집이라도 지을까? 내가 틀은 짤 수 있을 거 같아.”
봉춘은 옷을 이루고 있는 넝쿨 일부를 풀어 이글루의 뼈대를 잡 았다.
“좋아, 좋아. 머리 좋으면서 빼 기는. 승주야 빨리 눈 쌓아.”
“누나.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 요?”
“모르는 소리 하네. 남는 건 사 진밖에 없어. 빨리 눈 덮어!”
“그것도 내가 해 볼게.”
봉춘이 넝쿨로 큰 삽을 짜서 단 번에 이글루 틀 위에 덮어 씌웠 다.
톡톡 다지니 봐줄만한 이글루가 금세 완성되었다.
연지는 밖에서 찍고 안에서 찍 고 지붕 위에서 찍고 아주 난리 를 폈다.
“하아-. 하아. 사장님 다음이 요!”
“너 안 힘드냐?”
“안 힘들어요. 여행에서 남는 건 사진뿐! 다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