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4)_3
“그래, 가자. 가.”
태식은 5층의 협곡에서 녀석들 을 내려 줬다.
“봉춘아, 목마 하나 엮어 줘! 트로이 목마같이!”
“어, 알았어.”
이젠 좀 죽이 맞는지, 금해 멋 들어진 말을 하나 엮어 냈다. 돌진하는 기사처럼 역동성이 느 껴진다.
“잘하면서! 이건 독사진으로 좀 찍자. 승주 먼저 올라가. 왕처럼 포즈 취해 봐. 봉춘아, 검도 만들 수 있어?”
“어, 어. 돼. 갑옷도 짜 줄게.”
“하하, 거 꼬맹이들 재미나게 노네. 옜다. 이거 들고 찍어라.”
태식은 화려한 검 하나를 꺼내 던져 줬다.
“사장님 오늘 진짜 좋은 사장님 이다! 악덕 사장이라고 한 거 완 전 취소할게요!”
태식은 5층을 두루 살폈다.
헌터들의 움직임이 3층만큼이나 활발하다.
6층에서 넘어온 소식을 들은 것 이 분명하다.
30% 정도는 6층으로 향하고 있었고 40% 정도가 4층으로 이 동하고 있다.
저들이 4층에 당도하게 되면 비 교적 잠잠했던 4층도 진동 하게 될 거다.
심계 전 층의 헌터들이 반달섬 으로 모이는 형국이다.
그리고 그렇게 모여든 이들 대 부분은 반달섬에 정착하게 될 것 이다.
이렇게 판을 벌였는데 당연히 그래야 되지 않겠나.
아니, 그렇게 돼야만 한다.
그래야 더 이상 심계에 신경 쓰 지 않아도 될 테니 말이다.
“파아- 심계는 이제 좀 털어도 되겠네.”
태식은 속 시원하게 숨을 내쉬 었다.
특무원 ⑴
“얘들아, 일단 넘어가자. 여기서 더 잡아 봐야 한도 끝도 없다.”
모든 층의 헌터들이 반달섬으로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면담을 해도 대기자가 줄지 않는다.
태식도 중계기를 완벽하게 손보 려거든 며칠은 더 바지런을 떨어 야 한다.
반달섬에 있는 모두가 중계기를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만 반달섬이 심계의 수도이자 기착 지로써 작용할 것이다.
중계기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극 한까지 끌어올려 놔야 뒷손이 안 간다.
“나도 1주일은 더 손봐야 되고, 승주도 집에 가야지.”
“예, 일단 수혁이에게 뒷일은 부탁해 놨습니다. 그런데 괜히 사고가 날까 조금 걱정이 되긴 합니다.”
“무슨 사고? 습격이라도 할까 봐‘?”
“습격뿐이겠습니까. 내부적으로 도 많이 불안한 상황이지 않습니 까.”
수많은 헌터 길드가 전부 반달 섬에 모여 있다.
서로 간의 원한 관계가 있는 길 드들도 적지 않다.
그들끼리 전투를 벌이기만 해도 반달섬 내부 인력으론 감당하기 힘들다.
“그거라면 걱정 마라. 처리할 놈 따로 있으니까.”
이현을 말함이다.
유성은 그게 못내 아쉬웠지만 태식이 결정한 것이니 반론을 내 진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해.”
“예.”
태식은 다른 이들에게도 그만 돌아가자는 말을 전했다.
다들 소지품을 한 번 더 챙기며 돌아갈 준비를 했고 종범만 더 남아서 시설 작업을 하겠다고 했 다.
“이 소장, 들리냐.”
-예, 사장님.
“나, 이제 넘어갈 건데 반달섬 와서 위기관리 좀 해라.
-알겠습니다.
구구절절 설명해 줄 필요가 없 다. 태식은 짧은 통신을 끝냈다.
“사장님, 준비 다 했어요!”
“저, 사장님 그런데요, 중계기
작업은 아직 남은 거 아닌가요?” 연지와 달리 승주는 아쉬운 눈 치가 컸다.
“아직 많이 남았지. 왜? 더 하 고 싶어서?”
“네. 사장님 작업하시는 데 방 해 안 되게 있을게요. 구경이라 도 할 수 있게 해 주시면 안 될 까요?”
승주도 현재의 상황에선 자신이 손댈 수 없는 영역에 있다는 것 을 알고 있다.
감히 보조를 하겠다는 말은 하 지 못했다.
“당장 소화할 것도 많을 텐데?”
“네……
승주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숙였 다. 무작정 떼를 쓰진 않는다.
지금까지 태식이 딱 필요한 순 간에 필요한 만큼의 공부를 시켜 줬음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마디 아쉬움을 더해 본다.
“저, 그러면요. 제가 소화를 빨 리 다 시키면, 그러면 그때는 구 경할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그 때까지 사장님의 작업이 남아 있 다고 하면요.”
“이번은 넘어가자.”
태식의 어투는 다소 딱딱했다. 승주는 괜히 목을 움츠렸다.
그 움츠려진 목은 태식이 머리 를 쓰다듬어 준 후에야 다시 펴 졌다.
“사장님, 저희도 준비 다 끝났 습니다.”
유성과 사혁, 방우가 함께 왔다.
“그럼 가자.” 태식은 허공을 갈라 가게로 길 을 냈다.
그렇게 한 발 내딛는 것으로 심 계로의 외근이 끝났다.
“우와, 어쩜 이렇게 꿈꾼 것 같 지?”
연지는 그 생경한 느낌에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사장님. 저 사진 보내 주세 요, 사진.”
연지는 카운터에 뒀던 핸드폰을 들고 와 성화를 부렸다.
“시간 봐라. 늦었잖아.” 시계가 새벽 1시를 가리킨다.
태식은 승주 먼저 집으로 길을 열어 줬다.
“피곤하면 하루 쉬고 와도 된 다.”
“괜찮아요. 내일 뵐게요!”
승주는 꾸벅 인사를 하고 길을 넘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택시 타고 가겠습니다.”
“저는, 그냥 위에서 자도 그만 입니다.”
“그냥 문 열어 주는 건데 뭐 그 렇게 호들갑이야.”
태식은 그렇게 식구들을 배웅해 주곤 집으로 돌아왔다.
“아〜 집 냄새.”
괜히 숨 한번 크게 들이쉰다.
“ 아들?”
별로 소리를 낸 것 같지도 않은 데, 미주의 목소리가 방문 틈으 로 흘러나왔다.
가만 보니 방문이 열려 있다.
“안 잤어?”
“이제 온 거야?”
미주는 졸린 목소리로 물었다. 자다 깼나 보다.
“응, 일이 조금 많았어.”
“한번 들렀다가도 가지. 도깨비 걸음으로 오면 되는걸.”
미주는 눈을 비비며 열린 문을 밀고 나왔다.
“그럴 타이밍도 좀 없어서. 괜 히 나 때문에 깼네. 마저 주무셔 요.”
“저녁은 먹었어?”
“먹었지 그럼.”
“안 먹었으면 국이라도 데워 주 고.”
“먹었다니까. 얼른 들어가 주무 셔.”
태식은 미주의 등을 밀어 안방 으로 다시 들여보냈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는다.
이불 내음이 향긋한 게 포슬포 슬하다.
그사이 미주가 이부자리를 새 거로 갈아 놨다.
이러면 또 기분 좋지 않나.
“큰 거 치웠다. 진짜 큰 거 치 웠어.”
태식은 두 다리 쭉 뻗고 잠을 청했다.
“그럼 아침에 뵙겠습니다.”
유성은 태식의 배웅에 고개를 숙이며 동네로 건너왔다.
태식이 웃는 얼굴로 길을 닫는 다.
“굳이 이렇게 안 해 주셔도 되 는데. 사장님도 참.”
유성은 건물 옥상에서 풀쩍 뛰 어 내렸다.
옥상 문이 닫혀 있어서 말이다.
그러곤 다시 1층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흔하디흔한 원룸촌의 1.5룸 집. 유성이 적을 두고 있는 거처다.
본래 살던 집을 혼자된 이후로 정리하고 이사 온 게 지금의 이 집이다.
유성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건물 계단을 올라 현관문 앞에 섰다.
유성은 잠시 멈칫했다. 뭔가 이 상한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금 세 사라졌다.
어쩌면 애당초 잘못 느낀 것일 지도 모른다.
“후아, 피곤한가 보네. 하기야, 피곤하지 그럼.”
줄줄이 이어 간 면담이 꽤 피곤 했다.
정말 아무것도 정해진 것 없이 갑작스레 닥친 상황이라 면담자 들을 대응하는 게 쉽지 않았다.
“간단히 물만 뿌리고 자야겠
네.”
유성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욕 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끼이익-. 탁.
욕실 문이 닫히고.
유성은 바로 혈수본을 뻗어 내 며 문을 박차고 나갔다.
“누구냐!”
그러곤 침대 한쪽에 걸터앉아 있는 인형을 향해 혈수본을 내리 쳤다.
“워, 워. 이봐. 나야, 나. 랜턴. 오랜만이지.”
랜턴 이지헌은 하얀 이를 드러 내며 웃었다.
유성이 내리그은 피의 검이 그 가 만든 빛의 공간에서 핏방울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3년 만에 본 전우에게 다짜고 짜 칼질이야?”
“나는 침입자인 줄 알고……. 아니, 침입자가 맞잖아. 뭔데? 왜 남의 집에 허락도 없이 들어 와 있는 거야.”
“검 좀 집어넣어 봐. 나는 무기 도 안 들고 왔다고.”
이지헌은 양손을 내보였다.
유성은 혈수본을 거두었다.
그에게 무기가 없다는 사실보다 도, 특형이 소용없음을 알기에 그런 것이다.
“전화는 왜 그렇게 안 받고 그 래?”
“ 전화?”
“그래, 전화. 계속 꺼져 있던 데.”
유성은 그제야 전화기를 켰다.
“일이 있어서……
“아무렴, 바쁘시겠지.”
부재중 전화가 100통이 넘게 와 있었다.
그 대부분의 발신지가 국과심이 다.
모르는 번호도 상당수 있었다.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데. 너 국과심 소속이었어?”
3년 만에 본 얼굴이다. 헤어지 기는 3층에서 헤어졌다.
“그랬으면 오며 가며 얼굴 한 번은 봤게?”
이지헌은 자신의 명함을 꺼내 줬다.
“천리마유통……?”
“대외적으로는 그렇고. 나랑 잠 깐 어디 좀 가야겠는데, 순순히 따라가 줄 거냐?”
“너라면 이 상황에서 순순히 따 라가겠어?”
“나라면…… 순순히 따라가겠 지? 군대가 출동하면 안 되잖 아.”
“뭐!”
유성이 버럭 소리쳤다.
“그러니까 괜히 민간인 피해 나 오게 하지 말자고. 우리도 그러 면 뒤처리하기 힘들거든.”
“제대로 알아듣게 설명해. 그러 면 따르지.”
“흐음〜.”
이지헌은 잠시 골몰하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약속을 어길 사람 은 아니니까. 너는 어제부로 국 가 요주 위험 인자로 결정되었 어. 이유는 말 안 해도 알겠지?”
“설마……. 심계 안에서 있던 일 때문에?”
“잘 아네, 깜짝 놀랐다니까. 너 때문에 동북아에서 공작 중이던 세 개 팀이 다 들어왔어. 중국 팀도 두 개 팀이 복귀 대기 중이 고.”
알아듣지 못할 소리가 늘어난 다.
“소속이, 너 소속이 어딘데?”
“특무원.”
“특무원?”
“특수임무국가정무원이라고 이 름이 좀 거창하긴 한데…… 처음 듣지? 그런 조직이야.”
“아아-. 국정원 같은 거야?”
이지헌은 제법 위협의 어조를 담아 말했다. 그에 반해 유성은 덤덤했다.
“ 비슷해.”
그러자니 이지헌의 위세도 김이 빠진다.
“이쯤이면 많이 알려 준 것 같 은데. 어떻게 할래? 여기서 협조 를 안 해 주면 서로 고달파져.”
“그러면 내 주변 사람들도 고달 파지겠지?”
“그걸 말이라고.”
유성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선 안 된다.
저들을 위해서라도 그래선 안 된다.
유성은 국정원이나 청와대가 하 늘섬처럼 날아가는 건 국가적으 로 지양해야 될 부분이라 여겼 다.
“그래, 가자. 일단 가서 이야기 하자고.”
“응해 줘서 고마워. 나도 내심 긴장했잖아, 페가수스 유성이랑 싸우면 어쩌나 해서 말이야.”
이지헌은 자신의 빛을 끌어냈 다. 거미가 실을 뽑는 것처럼 빛 을 어루만져 가다듬는다.
이지헌은 그렇게 만든 빛타래를 유성에게 내밀었다.
“오랜만이라 설명 해줘야 하 나?”
“적어도 어디로 연결되어 있는 지는 알려 줘야지.”
“특무원 지하벙커.”
“고문당하고 그러는 거 아니 야?”
“코에 짬뽕국물이라도 들이부을 까 봐?”
“진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 다.”
유성은 염려 가득 담아 말했다. 정말 진심이었다.
“파하하하, 뭐야? 왜 그래. 겁이 라도 먹은 거야?”
“겁나지 그럼.” 겁난다. 괜히 일이 커지는 게 정말 겁난다.
이지헌은 빛타래의 한 줄을 잡 고 다른 한 줄기를 유성에게 던 졌다.
“그럴 거면 그 난리를 치면 안 됐지 이 친구야. 헌터들 세력 뭉 치는 걸 국가에서 얼마나 민감하 게 여기는데.”
둘은 시공간에 빨려 들어간 것 처럼 풍경이 휘리릭 말려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