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8)_3
“이 중에 교도소에 잡혀 있는 놈 있냐?”
“현재 수감 중인 인원 중에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세 명 은, 이미 처리한 인원입니다.”
“그래?”
“예, 확실합니다. 둘은 중국 말 썼었고 하나는 말투가 어눌해서 조선족인 줄 알고 있었습니다.”
“유성, 그렇다네. 확인 끝났지 그럼.”
“예, 사장님. 이러면 비등록자만 세 명 남습니다.”
“됐어, 그 정도는 신경 안 써도 된다.”
“ 예.” 태식은 쉽게 자리를 정리했다. 유성을 먼저 보내 놓고 이현을 본다.
그 눈빛이 여전히 회색빛이다.
“이 소장, 특이 사항 있어?”
“없습니다.”
“관리는 잘되고?”
“예. 저 스스로는 하자 없이 운 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부심이나 자긍심이 녹아 있지 않는 목소리다.
그보다는 주어진 일이 그것이기 에 마땅히 해내야만 하는 부담만 이 걸려 있다.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발목에 커 다란 족쇄가 매달려 있는 꼴이나 다름이 없다.
바람직한 태도다.
“ 교도소는?”
“특이 사항 없습니다.”
“운영하는 데 애로는 없고?”
“예. 인권이니 어쩌니 하는 것 없으니 편합니다.”
“너 없으면?”
“아…… 이제 사냥이 끝난 겁니 까?”
이현은 죽음을 직감하며 물었 다.
솥으로 들어갈 사냥개의 태도치 고는 온순하다.
태식은 피식 웃고 말았다.
“사냥터가 좋아서 그런가 사냥 감이 계속 나와.”
“아…… 예. 뭘 하면 되는 겁니 까?”
“대기하고 있어. 필요하면 부를 테니까.”
“예.” 창천 하나로 버겁다 싶을 때 보 내면 자기 몫은 충분히 할 것이 다.
가게로 돌아온 태식은 소파에 축 늘어졌다.
자신의 차례에서 쓸 만한 패는 전부 사용했다.
이제 상대의 패가 어떻게 나오 나 기다리면 된다.
어떤 패를 가지고 나올지 예상 하며 그 카운터 픽을 생각한다. 골려 줄 생각으로 가득하니 머리 가 아프기보단 즐거운 놀이에 더 가깝다.
그렇게 정신을 집중하는 도중.
지지직-.
또다시 노이즈가 섞인 음성이 의식 끝에 걸렸다.
‘도와…… 들어 주세요.’
한 번이면 우연이다만 연속적으 로 일어나면 유연으로 치부할 수 가 없다.
더욱이 여기서 마족의 향내가 느껴진다면 더욱더 그렇다.
태식은 그 먼 목소리에 의식을 집중했다.
‘누구라도 제발. 목소리를 들어 주세요. 도와주세요. 이제는 버티 기가 너무 힘들어요.’
앳된 목소리는 어린 남자아이의 목소리인지, 젊은 여자의 목소리 인지 잘 구분이 안 되었다.
그건 어떻든 상관이 없다.
주목해야 할 것은 마족의 기운 이 걸려 있다는 점이다.
마족은 어린아이의 형상을 하고 나타난다.
아름다운 여인의 형상을 하기도 하고 병든 노파의 형상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 는 것에 현혹되어선 안 된다.
로아에선 그렇게 현혹되어 잡아 먹힌 사람이 수천, 수만이었다.
“어떤 시건방진 마족 놈이 내 구역에서 낚시질을 하나.”
태식은 겨우 붙인 엉덩이를 다 시 일으켰다.
불쾌했던 옛 기억이 잔뜩 떠올 라 버렸으니, 그냥 넘어갈 수 없 는 일이었다.
살구 ⑴
태식은 하늘 높이 올랐다.
멀리 지구의 곡면이 보일 정도 의 높이다.
저 너머에서 어둠이 밀려오는 것이 눈에 보이는 높이 말이다.
태식은 깨어 있는 의식을 확장 했다.
이 찜찜한 기분.
별것 아니겠거니 하고 넘겼다가 가슴에 얹은 돌덩이가 하나 추가 된 것이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엔 무심히 넘어가지 않는다.
이미 아그니가 넘어와 있는 것 을 확인했다.
아그니 힘이 약해져 있었고 순 수한 마족이라기보단 자연계에 더 가까운 존재였지만, 놈을 마 족과 분리해서 생각할 것은 아니 다.
아그니보다 가진 힘이 약해도 치명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는 마족은 수두룩했고 몬스터라 지 칭되는 마물들이 심계 밖으로 나 와 활개 쳤었던 것은 지금도 영 상으로 남아 있다.
그러니 순수한 마족이 넘어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불러라, 어서. 니놈들의 사냥이 집요하단 건 잘 알고 있다.’
태식은 의식을 닫지 않고 기다 렸다.
목소리가 들릴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인간을 사냥하는 마족은 절대 그 사냥을 그만두는 법이 없다.
이번 사냥이 끝나면 그다음 사 냥이 있다. 그다음 사냥이 끝난 다고 해도 역시 그다음 사냥이 있다.
그러니 멈출 수 없는 일이다.
‘도와주세요. 목소리를 들어 주 세요.’
들었다. 확실하다.
이번에는 분명하고 또렷하게 감 지했다.
태식은 그대로 그림자를 풀었 다.
태양이 드리워져 있다고 한들, 그림자는 끊임없이 이어지기 마 련이다.
이 세상의 어떠한 목소리도 그 림자의 영역에서 벗어날 순 없 다.
그것은 은밀하게 소근거리는 목 소리일수록 더욱 그렇다.
그런 목소리일수록 그림자 속에 숨어서 낼 테니 말이다.
‘ 도와••••••
“주세요.” 의식으로 들어온 목소리가 귀 끝에 걸렸다.
“잡았다!” 허공을 찌른 태식은 움켜쥐어지 는 감각 그대로 확 뽑아 당겼다.
“신이시여-.”
목소리처럼이나 앳된 소녀였다.
살구꽃이 피는 때에 입소했다고 해서 살구.
소녀는 그렇게 쉽게 지어진 이 름인 살구였다.
“성모님, 옥체 보증하신데 음식 을 남기시면 쓰십니까.”
“죄, 죄송해요. 속이 너무 안 좋 아서요.”
“다 드셔야죠.”
살구는 권 목사, 아니 그 이전 엔 원장님이라 불렀던 남자의 웃 음 뒤에 숨어 있는 폭력성을 너 무도 잘 알고 있다.
“어서요. 저녁 예배 때 전처럼 쓰러지기라도 하면 신도를 볼 면 목이 없지 않겠어요.”
권 목사는 인자하게 웃었다.
입꼬리는 부드럽게 말려 올라가 고 눈매는 호선으로 기운다.
신도들 모두가 평안을 느끼는 그 미소가 살구에게는 살인자의 광기와 다름이 없다.
“네, 네, 먹을게요. 먹어요.”
살구는 허겁지겁 미음을 들이켰 다. 그래 봐야 그마저도 금방 게 워 내지만 지금 당장은 권 목사 가 짓누르는 압박감을 이겨 낼 수 없었다.
“크으윽, 다…… 다 먹었어요. 다……
“그래요. 쌀 한 톨도 신도분들 의 정성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양 식이지요. 그 성의를 무시하지 말아요. 그래서야 성모라고 할 수 있어요.”
“네, 소중하게 할게요.”
“자, 그러면 기도합시다.”
권 목사는 살구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권 목사의 손이 큰 것인 지, 아니면 살구의 머리가 작은 것인지.
살구의 머리는 권 목사의 한 손 에 움켜쥐어졌다.
“기도합시다! 거룩하신 어버이 여호와께서 이 땅에 고통과 시련 을 내리시니!”
권 목사의 손에 힘이 콱 들어간 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의 힘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정정하다.
살구는 관자놀이를 파고드는 고 통에 제 무릎을 움켜쥐며 기도문 을 외웠다.
“성모께서 재림하여 고통받은 신도들을 굽어 살피시나이다.”
권 목사가 강요하고 살구가 신 음하는 기도는 살구가 먹은 것을 게워 낼 때까지 계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