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8)_4
“죄, 죄송해요. 속이 너무 안 좋 아서……
“이런 이런, 기적으로 어린양들 을 보듬으실 성모님께서 기력이 약하시어 걱정입니다. 속이 거북 할 수야 있겠지만 그래도 먹어야 기운을 차리지 않겠습니까.”
권 목사는 천장에서 늘어져 있 는 줄을 당겼다.
잠시 후, 권사가 두꺼운 철문을 열고 미음을 가지고 왔다.
끼이이익- 쿵.
찰나같이 열렸던 철문은 다시금 굳게 걸어 잠겨졌다.
그 철컹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하다.
“성모님께서는 축복받으신 것입 니다. 선택받으신 것이며, 이 땅 에 구원을 위해 재림하신 것입니 다. 다른 형제자매들을 보십시오. 성모님을 업신여기던 모든 이들 이 지금은 모두 성모님을 받들어 모시지 않습니까. 이는 태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성모님, 그러 니 부단히 떨쳐 일어나십시오.”
“기도회는, 기도회는 차질 없이 나갈게요. 제발요, 용서해 주세 요.”
“기도하겠습니다.”
살구가 바라는 용서는 없었다. 살구는 그대로 기도회가 있을 때 까지 권 목사의 설교와 기도를 반복해야 했다.
“목사님, 기도 준비 시간입니 다.”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성모 님.”
권 목사가 나가고 종자들이 들 어왔다.
그녀들 모두 한때는 살구가 언 니라고 부르던 이들이었고, 그들 이 자신을 호명할 때는 어깨를 움츠려야 했던 이들이었다.
그랬던 그들이 지금은 자신보다 높이 서지 못하고, 눈을 마주하 지 못하며, 앞서 걷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살구는 그것이 전혀 통쾌하지도 즐겁지도 않았다.
“성모님, 예배당으로 현신하시 겠습니다.”
“지훈 오빠.”
“성모님, 예배당으로 현신하실 시간입니다.”
박 장로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오빠, 미안해. 그런데 나 좀 도 와주면 안 될까. 나 몸이 너무 아파. 하다못해 약이라도……
“성모님, 예배당으로 헌신하셔 야 합니다.”
박 장로는 살구의 팔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살구는 그 우악스러 운 손길을 뿌리칠 힘이 없었다.
“아앗, 아파. 이젠 정말 몸이 너 무 약해졌어. 힘들고 지쳐.”
살구는 애원했다.
박 장로는 애원하는 살구의 눈 을 똑바로 쳐다보다 아무 미동 없는 표정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곤 속삭인다.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니가 설 거지를 하냐, 청소를 하냐. 기껏 해야 기도하는 거밖에 더 있냐.”
“아닌 거 알잖아. 나는……
“헛소리 그만해. 성모면 성모답 게 굴라고.”
박 장로는 살구를 끌고 나와 예 배당으로 밀어 냈다.
그 손길은 적군을 절벽으로 밀 쳐 내는 것과 같아, 한 톨의 망 설임이나 자비가 없었다.
“자, 기도합시다. 오늘의 기도로 성모께서 여러분에게 기적을 행 할 것이며, 그 기적으로 말미암 아 새로운 구원이 있을 것입니 다.”
예배당에 들어서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그 회장 내의 분위기에 질려 버릴 것 같은 기분이다.
살구는 현기증이 날 것 같아 벽 을 짚고 섰다.
그러자 대번 허벅지가 따끔한 다.
“아얏-.”
“정신 똑바로 차려. 네가 실수 하면 우리가 죽어 나가. 저번 주 에도 도연이는 허벅지가 찢어질 때까지 맞았어. 니가 계속 병든 닭처럼 너풀거려서.”
“미, 미안해. 피곤해서…… 너무 피곤해서……”
“너만 피곤한 거 아니거든. 징 징거리지 좀 마. 어렸을 때부터 너는 그게 문제였어. 다 같은 고 아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너 혼 자 아픈 것처럼. 너만 위로해 달 라는 듯이. 이제 다 컸잖아. 그러 니까 남의 짐은 되지 말아야지.”
박 장로는 살구를 연단 앞으로 내밀었다.
“성모님-!”
“성모님께서 재림하시었다!” 신자들의 목소리가 메아리 울려 퍼지듯 울린다.
권 목사가 순백의 법복을 입고 단상에 있다.
“거룩하신 성모께서 인세에 재 림하실지어다!”
“거룩하신 성모께서 인세에 재 림하실지어다-!”
방언이 터진 듯 읊조리는 기도 소리는 잘못을 고하고 구원을 바 라는 절실함이 그대로 녹아 있었 다.
모두에게 익숙한 이 기도가 오 직 살구에게만 끝없는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느낌이다.
“성모께서 여러분, 성도님들의 기도에 응하고자 오늘 이 자리에 재림했습니다. 성모님의 품에 안 겨 안식을 받을 자, 박말자 성도 분 앞으로 나오십시오.”
권 목사의 말에 흰머리 희끗한 중년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노 모를 부축하여 일어났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들의 인사는 살구가 아닌 권 목사에게 닿아 있다.
실로 기적을 행하는 것은 성모 이지만, 여기 모인 모두가 그 기 적을 이끌어 오는 자가 권 목사 임을 모르지 않는다.
권 목사가 기적을 불러오면 행 해짐에는 이변이 없었다.
기도의 방향이 어떠하든, 감사 의 방향은 언제나 성모의 오른 쪽, 권 목사가 있는 자리였다.
“성모시여, 여기 길 잃은 어린 양이 구원을 바라고 있습니다.” 실내의 모든 조명이 꺼지고 강 렬한 서치라이트가 성모의 연단 을 가리킨다.
이 모든 것이 잘 짜여진 연극이 다.
몇 번이고 연습하고 연습했으 며,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이제는 이 서치라이트와 찬송가 만 들어도 몸이 먼저 반응할 정 도다.
드르륵 휘장 걷는 도르래 소리 에 축 처져 있던 살구의 허리가 절로 뻣뻣하게 펴졌다.
“이 불쌍한 어린양에게 구원 을!”
권 목사가 다시 한번 소리쳤다.
살구를 향해 이글거리는 눈빛이 쏟아진다.
저들에겐 그 눈빛이 구원을 갈 구하는 목자의 눈이겠지만 살구 에겐 어깨를 찍어 누르는 위압의 경고나 다름이 없다.
‘어서 해라, 어서 간절히 빌어 라. 그렇지 않으면 어떤 방식으 로든 너를 괴롭힐 것이다.’
‘네가 간절해질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 무엇이
드,
입술 굳게 다물고 있어도 기억 에 각인된 권 목사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쾅쾅 울리는 듯하다.
살구는 현기증이 도는 와중에도 혓바닥을 씹으며 간절히 기도했 다.
오늘의 기도가 이루어지지 않으 면 또 누군가의 허벅지가 터져 나갈 것이고 손톱이 뽑힐 것이 다.
그리고 그 원망이 모두 자신에 게 돌아온다.
힘이 있는 자신이라면 할 수 있 다.
살구는 자신의 간절함을 염원으 로 담아 그 노모에게 손을 뻗었 다.
“비우십시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내려놓으십시오. 그래야 구 원을 담을 수 있습니다!”
“믿습니다! 어린양에게 구원 을!”
“어린양에게 구원을!”
환호의 찬가가 울려 퍼진다.
그 찬가의 절정에서 노모는 지 팡이를 던지고 두 발로 벌떡 일 어났다.
“축복이-! 축복이-!”
“성모께서 축복을 내리시었다 -I”
팡파레와 축포가 터져 나온다.
어디 웨딩홀에서나 볼 법할 쇼 가 펼쳐짐에도 신자들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권 목사의 설교에 녹아 있는 교 리가 다소간의 어설픔이 있는 것 도, 권사나 장로들이 그 호칭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어리다는 것도.
호법이란 어울리지 않는 직책이 있고 그 호법들의 어딘지 험상궂 기만 하다는 것도.
그 모든 것들이 그들에겐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다.
누가 보아도 살구의 얼굴이 병 자처럼 파리하다는 것 또한 말이 다.
살구는 한겨울 찬물에 들어간 것처럼 밀려드는 한기에 몸을 떨 다, 트드르륵 풀려 떨어지는 휘 장이 연단 끝에 닿는 것을 보고 서야 제 몸을 꺾었다.
“어서들 옮겨.”
박 장로의 말에 권사 여럿이 살 구를 들어 그녀의 방으로 옮겼 다.
그들의 얼굴엔 다행이라는 안도 감만 있을 뿐 살구에게 향하는 이렇다 할 감정은 찾을 수 없었 다.
침대에 몸이 뉘어지고 따뜻한 물주머니 몇 개와 따끔하게 팔뚝 을 찌르는 수액이 전부다. 딱히 힘드냐거나, 아프냐거나 하는 위로 말을 바란 것은 아니 지만, 도축된 돼지고기를 바라보 는 듯한 표정은 실로 버티기 어 려웠다.
끼이이이- 쿵.
이렇게 말 한마디 없이 두꺼운 철문이 닫히고 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외로움과 두려움 그 리고 고독함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래서 살구는 기도를 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을 위 한 기도를.
정말로 신이 있다면 자신의 목 소리를 들어 주길 바라는 마음으 로.
‘도와주세요. 목소리가 들린다면 제발 도와주세요. 너무 힘들어요, 너무 아파요. 신이 있다면 제발 목소리를 들어 주세요.’
살구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누워 그저 염원했 다.
진짜 이루어질 염원이라 믿진 않았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게 그것 뿐이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짓 눌리는 중압감에 죽어 버릴 것 같았다.
살구는 늪에 빠져 서서히 가라 앉는 심정 속에서 그렇게 구원의 염원을 읊조렸다.
그러다, 문뜩 허공에 불쑥 손이 튀어나온 걸 보았다.
헛것을 보는 건가 눈을 깜빡일 찰나도 없이 그 손이 팔뚝을 움 켜쥐었다.
뜨거운 체온이 차가운 살갗에 닿는 순간 살구는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구원이 왔음을.
“신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