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9)_11
또 한 번 욕지거리가 쏟아진다. 분풀이를 하려고 해도 마땅히 집 어 던질 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이년도 진짜 독한 년이네. 어 떻게 야반도주도 아니고 세간살 이까지 챙겨 나갔어 그래?”
“새벽마다 뭘 야금야금 나른다 했더니만, 짐 빼는 거였구만. 짐 을 빼는 거였어!”
“경주댁, 경주댁은 뭐 봤어?”
“아니, 저번 주부터 밤마다 무 슨 상자를 몇 개씩 빼더라고. 나 는 무슨 묵은 쓰레기 버리는 줄 알았지.”
“나라가 뒤숭숭하다 했더니, 이 참에 들고 날랐구만!”
“그러게, 그동안 눈치 살살 보 다 딱 오늘로 잡은 거지! 이 살 쾡이 같은 년!”
“당장 경찰 불러 당장! 당장!’’
모인 아주머니들은 전부가 경찰 에 전화를 걸었다. 한 명만 걸어 도 충분하다는 이성적 사고는 저 아득히 날아간 마당이다.
“아들, 아들.”
그사이 미주가 뭔가 번뜩하더니 태식을 불렀다.
“너 그, 그 누구야. 빵식인지 누 군지 그 건달 동생 있지. 그 왜 안마 그거 선물해 준 동생.”
“딱히 동생은 아니고.”
“이눔이 이게 사람 급해 죽겠는 데 말장난하니?”
이미 열이 바짝 올라 있어서 그 런가 단번에 정색이다.
“알았어 알았어, 방우. 걔는 왜.”
“그 애한테 부탁 좀 못해? 사람 좀 찾아 달라고.”
“으하하하하. 와- 우리 마마님. 건달 풀어서 사람 찾아 달라시 네.”
“너 웃니? 여기 피해 본 사람들 안 보여?”
“태식이 엄마, 그게 무슨 소리 야. 아는 건달이 있어? 그럼 이 년 잡을 수 있는 거야?”
아이고 귀도 밝으셔라.
“아 거 진짜.”
태식은 미주의 손을 끌고 현관 밖으로 나왔다. 다른 아줌마들이 어딜 가냐고 성화다.
“있어들 봐!”
“엄마, 내가 건달이랑 엮인 티 안 내려고 얼마나 신경 썼는데. 엄마는 아들내미 이미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 속을 몰라 주시 네.”
“허튼소리 말고 좀! 장난칠 기 분 아니야.”
“얼마나 뜯겼길래 그래?”
“지금 액수가 문제니? 니 아빠 가 혼자 외롭게 배 타면서 벌어 준 돈인데! 니 결혼 자금하려고 따박따박 모아 논 거란 말이야!”
“아휴, 알았어 알았어. 소리 좀 치지 말고. 엄마 아들이 누구야, 마왕을 잡고 온 용사 아니야. 부 당한 피해를 받은 사람들을 도와 주는 게 바로 용사의 소임……
미주가 태식의 귀를 잡아 비틀 었다.
“아따따-! 아 엄마!”
“지금 나만 심각해?”
“엄마도 진짜, 아들 능력 몰라? 뭐 이런 거 가지고 세상 무너진 것처럼 그래. 좀 웃어, 땅 꺼진 거 아니고 하늘 무너진 것도 아 니잖아.”
“그래서 찾아 줄 거야 말 거 야?”
“알았어, 알았어. 찾아 줄게. 찾 아 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귀를 잔 뜩 열고 있던 아줌마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태식 총각, 그 말이 진짜야? 아는 동생 중에 해결사가 있다 고?”
“아휴, 무슨 해결사요. 건너 건 너 흥신소 하나 아는 거예요.”
“그럼 찾을 수 있는 거야?”
“일단 경찰에 신고는 하신 거잖 아요.”
“경찰 놈들 소용없지! 지금 죄 다 그 여의도 가 있는 판인데!”
“그래, 원래 이런 건 경찰 신고 해 봐야 시간만 오래 걸리지. 태 식 총각이 힘 좀 써 봐.”
“알았어요. 자, 진정들 하시고 요. 밤늦었으니까 일단 파하시죠.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가 되는 부 분이잖아요. 지금 이런다고 당장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 그러자고. 우리 태식 총 각이 이렇게 사리에 밝아.”
“고년 그게 고향이 부산이라고 했거든. 부산으로 내려가면 좀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래그래그래. 그럼 태식 총각, 우린 총각만 믿고 들어갈게.”
“언니, 아들 진짜 잘 뒀다. 훤칠 하고 능력도 좋고!”
“이제 와서!”
“아이, 뭐 이제 와서야. 언니 그 럼 내일 다시 봐. 자, 일단 우리 태식 총각에게 박수 한번 쳐요!”
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우렁차 다.
하여튼 아줌마들 담합은 당해 낼 수가 없다.
“아들, 꼭 잡아. 꼭 잡아야 돼.”
“알았어, 금방 잡아 줄게.”
잡으려거든 얼마 걸릴 일도 아 니다.
태식은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 다.
싱크대도 한번 보고 찬장이며 냉장고도 한번 열어 보고.
빌트인 장롱엔 뭐가 남았나 살 펴보고 다용도실에 쌓여 있는 잡 동사니 같은 것들도 한번 뒤적여 본다.
채취가 묻은 물건을 추려 밴시 를 뿌렸다.
금방 신호가 잡혔다.
방향은 남서쪽. 거리는 상당하 다.
“그사이 멀리도 갔네.”
태식은 얼추 거리를 가늠하여 공간을 건너뛰었다.
밴시가 먼저 태식을 맞이했다. 태식은 어둠에 녹아 밴시를 쫓 았다.
고향이 부산이라고 들었는데 왜 서쪽인가 싶다.
태식은 거리를 가늠해 가며 속 도를 올렸다.
달빛 어스름히 떨어진 풍경 속 으로 눈에 익은 군도가 비쳐진 다.
며칠 전 한바탕 들쑤신 섬들이 다.
태식은 단번에 계주 아줌마를 잡아냈다.
바다를 가르는 통통배 안이었 다.
“여보, 아무래도 부산으로 가는 게 낫지 않았겠어? 그쪽은 내가 아는 사람 몇 있는데.”
“사방에 CCTV 깔린 곳을 왜 가. 섬으로 가면 절대 못 찾아. 그리고 중국 어선이 신안 앞바다 까지도 내려오나 봐. 그거 타고 중국으로 넘어가자고. 지금 세상 이 어수선하니까 경찰도 신경 쓰 지 못할 거야.”
“이야- 다 계획이 있으셨구나.” 태식은 짝짝 박수를 치며 배 위 에 내려앉았다.
“섬으로 튀면 못 잡을 줄 알았 나 봐?”
악인이여 오라 (4)
“다, 다, 당신 뭐야!”
“죄진 놈이 궁금한 것도 많네.”
태식은 그들을 손쉽게 갈무리해 넣었다. 그러고 나니 선장이 남 는다.
태식은 선장을 보며 턱을 쓸었 다.
“저, 저는 몰랐습니다.”
“뭘 2”
“예?”
“묻지도 않았는데 대뜸 뭘 몰 라.”
“저, 저기 그러니까…… 그게.”
태식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러고 보면 그렇다. 이런 사람 이 한둘이었을까 싶다.
범죄를 저지르고 도망을 쳐 온 작자들 말이다.
조폭이 사고를 치고 산으로 숨 어들어 스님이 되는 것처럼, 산 이 아닌 바다로 도망치면 결국 오게 되는 곳은 이런 섬이 아닐 까.
확실히 산보다는 섬이 안전하긴 더욱 안전할 것이다.
여차하면 밀입국을 하기에도 좋 고 말이다.
그러자면 중국과 가까운 섬이어 야 하는데, 이 다도해의 섬들이 딱이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무인도까 지 수없이 많은 섬이 있는 곳이 니 말이다.
이게 뭐 얼마나 거창한 생각일 까 싶다.
도망자 신세의 사람들 대부분이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봐요, 선장님. 이런 사람들 여 기 많이 옵니까?”
“이, 이런 사람들요?”
“이렇게 야반도주하는 놈들요.”
“밤중에 와서 웃돈 주며 배편 찾는 사람이면…… 말 다 한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이런 사람 많이 오냐 고요.”
“섬이다 보니까……
어느 정도는 범죄자임을 눈치채 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렇게 일을 받았다.
경찰에 신고할 생각은 안 해 봤 느냐는 질문은 해 봐야 아무 의 미가 없다.
각각의 사람을 붙잡고 정의를 늘어놓는 것만큼 하잘 없는 짓이 다.
그보다는 신고 포상제를 만드는 게 훨씬 효율적일 것이다.
태식은 쯧쯧 혀를 차고는 집으 로 돌아왔다.
“벌써 왔어?”
“뭐 별거라고.”
태식은 식탁 의자에 턱 앉았다.
식탁은 물론이고 싱크대까지 말 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전문 호텔 주방의 마감 상태를 보는 것 같다.
평소 미주의 솜씨는 아니다.
“살구는?”
“얘가 과하게 어른스럽더라. 그 사이 이렇게 정리를 다 해 놓은 거 있지 않니.”
“부엌 정리?”
“그래. 내가 깜짝 놀라서 하지 말라고 했어.”
미주는 말하면서 욕실을 가리켰 다.
“씻으러 들어간 거야? 그런데 왜 물소리가 안 들려?”
“반신욕이라도 하나 보지.”
태식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처음 방문한 집에서 반신욕을 하는 사람도 있을까?
있을지도 모르겠다만 적어도 살 구는 아닐 것이다.
“살구야, 오래 걸려?”
“화장실 쓰시려고요? 죄송해 요.”
살구가 욕실 문을 열었다.
얼굴에 땀이 훙건한 살구 뒤로 티끌 하나 없이 번쩍거리는 거울 이 눈에 들어왔다.
“뭐 해?”
“네? 정리요.”
“그러니까 그걸 왜 하냐고.”
“썼으니까 정리……하는 건데 요.”
몸에 배어 있는 듯 말한다.
“아이고 얘야. 내가 멍청했네 내가 멍청했어. 이런 거 안 해도 돼.”
미주가 태식의 어깨너머로 살구 를 보더니 제 허벅지를 때리며 호들갑을 떨었다.
“너는 씻은 거야?”
“네.”
“씻고 나서 이러면 무슨 의미가 있어. 땀 다시 다 났네. 얼른 다 시 씻고, 청소 안 해도 되니까 그냥 나와.”
살구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 다.
“우리 집은 욕실 청소를 일주일 에 한 번만 하는 규칙이야. 우리 집에 왔으니까, 우리 집 규칙을 따라야지.”
“네, 그럴게요.”
살구는 고개를 끄덕였고 태식은 욕실 문을 닫아 줬다.
그리곤 짧은 물소리가 있었다.
군대에서 씻는 시간보다 더 짧 았지 싶다.
저것도 다 몸에 배서 그런 것일 테다.
“속이 텁텁하구만.”
마즙을 먹은 것처럼 입안이 떫 었다. 태식은 찬물 한 잔 벌컥벌 컥 들이켰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놈을 너무 쉽게 보내 버린 것 같다.
하여간 욱하는 성질이 문제다.
“살구야, 방은 일단 이 방 쓰 자.”
태식은 빈방으로 있는 창고 방 을 내 보였다.
잡동사니라고 해 봐야 빈 박스 같은 것 몇 개 쌓아 놓은 것뿐이 라 당장 자는 데도 별문제 없다.
“엄마, 괜찮지?”
“일찍도 물어본다.”
“애 마빡에 이런 혹을 만들어 놨으면 책임을 져 줘야 되잖아.”
“꼭 엄마 잘못한 걸 짚어야 속 이 편하지.”
미주는 태식의 옆구리를 푹 찔 렀다.
“안방에서 이불이나 내다 줘. 그건 그렇고 그것들은 잡아온 거 야?”
“당연하지.”
태식은 아공간을 열어 잡아 둔 부부를 보여 줬다.
미주는 태식의 엉덩이를 토닥였 다.
“내가 아들내미 잘 뒀네, 오호 호호. 어디서 잡은 거야?”
“신안 앞바다에서. 섬으로 들어 가고 있더라고.”
“옛날부터 죄지은 놈들이 섬으
로 도망치고 그랬다더니. 어째 사람이 생각하는 게 거기서 거긴 가 보다.”
“그러게 말이야. 늦었으면 못 잡을 뻔했어. 중국으로 밀입국까 지 할 생각이었더라고.”
“저저저, 글러 처먹은 것들. 남 의 피 같은 돈 떼먹고 잘살 줄 알고.”
잘살더라.
남의 피 같은 돈 떼먹어도 잘살 놈은 정말 잘살긴 하더라.
사기를 쳐서 마을 하나를 쑥대 밭을 만들어 놓고 해외 나가 살 면서 뻔뻔하게 tv에 출연하는 경우도 있지 않나.
어느 연예인의 부모가 그랬고, 산속에 사는 자칭 자연인 이란 사람도 그랬고.
그런 사람들 보면 하나같이 변 명거리들은 있더라.
자신도 타지에 와서 고생을 했 다느니, 사람한테 치여서 산으로 들어왔다느니.
그런 사람들에게 당한 피해자들 로서는 정말이지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오는 상황 아니겠나.
“아들, 그러면 이것들 단단히 붙들어 놓고 있어. 나는 당장 계 꾼들 보러 갈 테니까.”
“아 잠깐, 내일 하자, 내일. 내 가 이렇게 잡아 놓은 게 물리적 으로 말이 안 되잖아. 내일 잡아 오는 걸로 하자고.”
“얘는, 니 엄마가 바보니? 지금 불러온다는 게 아니라, 잡았다는 것만 알려 주려고. 우리 아들이 전국으로 연락망을 딱 펼쳐서 밀 항선을 타는 그 찰나의 순간에 잡아채 놨다고.”
“스토리를 그렇게 각색할 건 뭔 데?”
“그럼 요술 부려서 잡아 왔다고 해?”
어떻게든 말을 하고 싶어서 못 참겠다는 투다.
하기야, 밤새 마음 졸이고 걱정 하고 있을 사람들 생각하면 말해 주는 게 낫을 듯싶기도 하다.
괜히 이것 때문에 부부싸움이라 도 크게 벌어질 수도 있고 말이 다.
“그러세요. 여하튼, 말 너무 이 상하게 하지 마시고. 사람은 내 일 점심쯤 해서 방우 편으로 보 낼게.”
“그래, 그래. 살구야〜 아줌마 나갈 테니까 편히 있어. 내 집이 다〜 생각하고 있어도 되니까. 냉 장고에 있는 거 막 꺼내 먹어도 된단다. 오호호호.”
미주는 살구의 볼을 마구 비비 더니 이마에 쪽 뽀뽀를 해 주고 는 현관을 나섰다.
괜히 태식의 볼이 씰룩거린다.
“우리 마마님이 마음에 드는 사 람 있으면 스킨십이 좀…… 저 래.”
“푸풋. 아니에요, 좋아요. 편하 게 대해 주시는 거 같아요. 고맙 습니다.”
그나마 살구가 자신을 불편해하 지 않는다는 것은 다행이지 싶 다.
“TV라도 볼래?”
태식은 멀뚱히 앉아 있는 살구 에게 리모컨을 건넸다.
살구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요 괜찮아요. 저는 오빠 보는 거 볼게요.”
“ 오빠?”
“네? 아…… 죄송해요. 선생님 요.”
“아니야, 무슨 선생님씩이나.”
그러고 보니 살구에게 처음으로 불려 본 것 같다.
불리어질 상황이 없었던 아니지 싶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식사를 할 때부터 살구가 태식을 부르려 거든 얼마든지 호칭할 수 있었 다.
아마 고민했으리라.
뭐라고 부를까, 뭐라고 부르는 게 나을까 싶어 여러 가지 단어 를 두고 고민하고 고민했을 것이 다.
살구가 동생으로 두기 불편한 사람이 아니니 오빠라는 호칭도 딱히 불편한 것은 아니다.
“그냥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
“……네.” “자, 리모컨도 좀 가져가고.” 태식은 억지로 리모컨을 쥐여 줬다.
그러곤 쓸 곳 없는 설명도 붙여 줬다. 살구를 구해 온 방에 TV 가 없었던 탓이다.
“그럼 놀고 있어.”
“어디 가시게요?”
“응. 일 처리를 하나 해 놨어야 했는데, 깜빡한 게 있어서.”
살구는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 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