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9)_7
노력한 바를 알아주는 리더란 뜻이니 말이다.
“예. 군산팀에서의 가장 큰 역 할은 신약 생산에 있는 바, 원료 수급과 신약 생산 및 비축을 평 소보다 300% 이상으로 잡았습니 다.”
“300%씩이나.”
“그래야 비상시에 대응하면서 기존의 수요를 맞출 수 있을 거 라 예상했습니다. 부족하시다면 500%까지 늘려 보겠습니다.”
“의욕적이시네. 그래요, 할 수 있는 데까지 해 봐요. 바짝 조일 수 있을 때 조여 봐야지.”
“알겠습니다. 이 부분은 반달팀 과 협의하여 지속해서 원자재 수 급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 다.”
“반달팀 팀장 전출 가서 좀 어 수선할 텐데.”
“예, 그 부분까지 고려하여 진 행하고 있습니다.”
“유성이라고 알아요?”
“S급 헌터 페가수스 유성을 말 씀하시는 것이라면 알고 있습니 다.”
“다 알면서 의뭉스러운 척을 하 고 계시네.”
“아…… 반달팀과 협력 관계에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유성이한테 내 이름 대고 협조 구해요. 아니다, 그냥 거기 팀장 급 페가수스 단원 붙잡고 관조자 라는 키워드 대고 협조 부탁해 요. 빠르게 해결될 테니까.”
“키워드 관조자…… 알겠습니 다. 숙지하겠습니다.”
“그럼 생산창고 좀 보죠.”
“예. 안내드리겠습니다.”
태식은 엄중한 보안으로 유지되 는 지하 창고로 안내받았다.
전보다 보안 등급이 확연히 올 라갔다.
처음엔 임시로 자리를 잡아 조 금 정리가 안 되고 어수선 했는 데, 이제는 확실히 구색과 자리 를 잡아 가는 모양새다.
급한 대로 열악한 환경 속에 실 험 장비만 들여다 뒀던 것과는 아주 딴판으로 변했다.
“원액으로 보관되어 있는 통이 어느 거예요? 혈액으로 되어 있 는 거.”
“이쪽 드럼입니다.”
200리터 통으로 세 개분. 전부 이현의 몸에서 뽑은 것 이다.
가장 고등급의 귀한 원료라 할 수 있다.
“야, 이거 귀한 거다. 먹고 힘내 야 된다.”
태식은 드럼통 밀봉을 손으로 뜯어내곤 마몬을 넣어 줬다.
“흐아아아-. 감사합니다. 이런 호사라니 r
마몬은 발끝 조금 담가 보는 것 만으로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얼른 하자. 일 많아.”
마몬은 반신욕을 즐기듯 드럼통 안으로 들어가 몇 번 발장구를 쳤다.
보라색으로 죽었던 혈색이 완전 히 본래 색으로 돌아왔다.
피부 결이 잘 익은 순대처럼 뽀 득뽀득 통통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건 다시 밀봉해서 따로 정리 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시고요.”
“예. 혹시 따로 하달하실 명령 은 없으십니까?”
“없어요. 지금처럼 하세요, 지금 처럼. 잘하고 계시네.”
태식은 씽긋 웃어 줬다.
“예, 감사합니다!”
오 팀장의 기합 있는 배웅을 받 은 태식의 다음 목적지는 교도소 였다.
“이번엔 분리수거다.”
이미 모여 있는 쓰레기 중에 재 활용이 안 되는 악성 폐기물을 골라내는 작업이다.
악당 천명 (3)
“마몬, 보이냐. 이곳에 들끓고 있는 정념이.”
“령주께서는 저에게 또 다른 호 사를 누리게 해 주실 생각이십니 까? 앞으로 있을 임무가 그 어떤 것이든, 전심전력을 다해 수행하 겠습니다.”
마몬은 짧은 팔다리를 모으며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착각할 만하다.
녀석의 눈에는 이 교도소가 식 량 창고와 다름없이 보일 테니 말이다.
“너에게 주는 상이 아니라 일감 이다.”
“일감이라 하심은……
“방금 전에 한 것과 같다. 큰 정념을 가진 놈들을 골라내라.”
“그런 임무라면 너무도 쉽습니 다. 이렇게 한곳에 모여 있으니 그야말로 수조에 가득 찬 물고기 를 뜰채로 퍼내는 것 아닙니까.”
“그래, 그런 일이다.”
태식은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였 다.
“예. 이런 일이라면 령주님의 손을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제 힘만으로 걷어 내겠습니다.”
작게 솟아오른 마몬의 뿔이 붉 게 빛을 낸다.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검붉은 연기는 거미줄을 따라 흐르는 것 처럼 교도소 안으로 퍼져 나갔 다.
그 연기가 적잖은 사람들의 머 리 위에 붉은 징표가 되어 남았 다.
그것을 회수하는 것은 태식의 몫이다.
“령주시여, 직접 보니 더욱 감 탄할 만한 목장이었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감탄스럽냐?”
“높은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토록이나 철저한 관리를 하는 목장은 마왕님의 영도에도 없었 습니다. 위생 관리와 영역 격리 를 통해 최상의 품질을……
“여긴 리즘을 키우는 목장이 아 니다.”
“그럴 리가요……. 이 리즘들의 절반 이상이 이즘으로 쳐도 될 정도로 좋은 품질들입니다.”
마몬은 동그란 눈을 빙빙 굴리 며 말했다.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 이다.
그럴 것이다.
태식도 로아에 처음 갔을 땐, 이것저것 이해 안 되는 것들투성 이였으니 말이다.
“여긴 마족이 없는데 누가 이런 목장을 만들겠냐?”
“령주께서 만드신 것 아니십니 까?”
“이놈아, 내가 마족이냐?”
태식이 마몬의 볼을 꼬집어 쭉 늘렸다. 마몬은 대롱대롱 매달려 짧은 팔다리를 버둥거렸다.
“아읏-. 죄송합니다. 그러하면 이 목장을 인간들이 만들었다는 것인데……. 대체 왜 이런 시설 을 만든 것입니까? 이즘은 인간 들에게 위험한 존재일 텐데요.”
저런 자들은 마족이 동화되기 쉬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언제고 마족이 빙의되어 큰 사 달을 만들어 낼 존재인 것이다.
힘없는 하위 마족이라도 사람의 몸을 점거하기만 하면 마을 하나 쑥대밭을 만드는 것은 너무도 쉽 다.
우물에 독을 풀어도 되고 밤에 불을 질러도 될 것이며, 아낙이 나 서방을 유혹해 분란거리를 만 들어도 된다.
이리저리 몸을 옮겨 가며 도둑 질과 험담을 해 대는 것은 공동 체를 파괴하는 가장 클래식한 방 법이다.
그렇기에 로아에서는 죄질의 크 기에 상관없이 잘못을 하고도 죄 책감이나 수치심을 느끼지 못하 는 자는 마을에서 쫓아내거나 심 한 경우 자체적으로 처단하기도 했다.
그들에겐 자신들의 목숨이 달린 일이니 영주의 명령문 따위로 막 을 수 없는 일이었고, 멀리 있는 영주의 기사단 보다는 가까이에 있는 자신들의 낫과 곡괭이가 더 빠른 답이었다.
“인간으로서의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있으니까.”
“신성 왕권과 같은 개념인 것인 가 보군요. 하기야, 인간들은 그 런 계율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 죠. 하지만 이건 너무……
“너무 뭐.”
“한심한 작태이지 않나 하는 생 각입니다. 전략적으로 말입니다. 노동력으로 사용하는 것도 아니 고, 협상품이나 함정용 미끼로 사육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곳엔 마족이 없으니까요.”
“그렇지.”
“인간은 사이해서 이즘들을 이 렇게 모아 두면 그 힘이 융성해 지는 법인데, 무엇이 이득인지 모르겠습니다.”
“말했잖냐.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 인권이라고. 이런 놈들마저도 내치지 않고 보호해 줘야 한다는 절대적인 규약 같은 거다.”
“그럼 이 시설은 절대 규율을 위한 상징인 것이군요.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뭐?”
“이런 인간은…… 능히 셰즘이
될 만한 그릇입니다.”
마몬이 징표 하나를 가리켰다.
그 붉은 명찰엔 유상철이란 이 름이 선명하다.
태식도 아는 이름이다. 아마 이 나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름 한 번은 들어 봤을 것이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이코 패스 연쇄살인마니 말이다.
저런 괴물 또한 지켜 주는 것은 인간의 생명을 또 다른 인간이 함부로 다루는 것에 그 어떠한 예외도 두지 않겠다는 의지다.
그래야 그 빈틈을 파고들어 악 용하는 자들을 막아 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이해는 한다.
식민지를 겪었고 그 후엔 독재 를 겪었던 만큼, 법과 국가의 치 안력이 그대로 폭력이 되어 돌아 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 다.
태생이 그렇고, 겪은 아픔이 그 러하니 이런 부분에 있어서 민감 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벌어지는 일까지 납득하기는 어렵다.
연쇄살인을 저지른 사형수가 성 인물 반입을 요구하며 난동을 피 운다거나, 간수들을 인권위에 신 고하며 제멋대로 군다거나.
사형수라는 붉은 명찰이 명예로 운 위명이 아닐진대, 그것을 가 지고 교도소 안에서 왕처럼 군다 거나 하는.
그런 일화들이 밖으로 새어 나 올 때마다 그 괴물에게 상처받은 피해자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진다는 표 현으로 표현이 될까.
태식이 보았던 표정은 그것으로 표현할 수 있는 표정이 아니었 다.
비록 TV 화면으로 본 모습임에 도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치우려고 하잖 냐.”
지켜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만으 로도 숨 쉬기조차 힘들 텐데, 벌 주지 못했다는 것마저 알게 되면 그야말로 심장이 멈추는 느낌일 테지.
저 괴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 라지지 않는 이상 사건은 끝났어 도 피해자의 고통은 끝나지 않는 다.
그 피해자들의 삶이 그러했다.
고작해야 2시간짜리 다큐멘터리 에 담긴 삶임에도 그 안에 가득 차 있는 절망감이 감당되지 않을 정도였었다.
저런 괴물도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권을 누리는데, 매일마다 악몽을 꾸고 죄책감에 신음하며 고통 속에 살아가는 피해자 유족 들은 과연 인권이 보장받는 삶이 라 할 수 있을까.
저런 괴물의 인권을 지켜 주는 것으로 이 나라의 인권의 가치가 보전된다면, 반대로 피해자의 인 권을 지켜 주지 못하는 것으로 그 인권의 가치가 손상된다는 뜻 이기도 한 것은 아닐까.
인권이란 상징을 지키기 위해서 범죄자를 보호하는 행태가 그보 다 많은 선량한 인권을 유린하는 것은 아닐까?
인지하고 있지만, 전자의 가치 가 너무도 커 타협할 수 없는 선 상에 있는 문제인 것일까?
그렇다면 지키고자 하는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는 선 안에서라도 어느 정도의 케어는 해 줘야 하 는 것 아닐까?
이런 생각들.
태식은 그 프로그램을 본 날부 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찼던 생각들 때문에 한동안 밤잠을 설 쳤더 랬다.
“몇 번이나 할 수 있었지. 하려 거든 몇 번이나 할 수 있었는데 말이야.”
태식은 담배를 물며 쓰게 웃었 다.
할 수 있음에도 하지 않았던 것 은 시스템을 허물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때 할 걸 그랬어. 어차피 선 넘길 거였는데.”
태식은 한숨에 빨아 당긴 불똥 을 튕겨 내곤 서둘러 다음 장소 로 이동했다.
아직 들러야 할 곳이 많은 탓이 다.
-심계의 2차 재앙인가, 아니면 누군가의 계획된 범죄인가. 이번 주 피디노트에선 현재 대한민국 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 사건 인, 무차별 실종 사건에 대해 다 뤄 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주는 TV 볼륨을 높였다.
방송 시간이 되기 전부터 주전 부리와 맥주를 준비해 놓고 기다 리고 있던 중이었다.
“아들, 아들, 이리 와 봐.”
“왜, 뭔데.”
“이리 와서 좀 앉아 봐, 이 녀 석아. 지금 이게 보통 일이니. 지 난 일주일간 사라진 사람이 천 명도 넘는다더라.”
태식은 맥주 캔을 집으며 미주 옆에 앉았다.
뭐라고 떠드는지 궁금하긴 하 다.
방송은 피디의 시선으로 지금까 지 사라진 사람들에 대한 흔적을 찾아가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었 다.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어머니이자 누군 가의 딸.
수많은 부모와 자식들이 하루아 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일이었 다.
방송의 톤은 무거웠고 진중했 다.
이름 난 교수들을 초빙해서 자 문을 듣거나 관련 행정 부처와 경찰의 인터뷰도 빠지면 안 된 다.
물론 국과심 조사관의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모든 것들이 두루뭉 실하고 상투적인 말뿐이다.
마땅히 할 수 있는 답이 없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할 것이다.
“나라가 망하려고 이러나. 아들, 이거 아들이 나서서 해결 못 하 니? 저 봐, 하루아침에 가장이 사라졌으니 얼마나 가슴이 미어 지겠어. 어떤 곳은 사장이 사라 져서 회사가 망했다더라.”
저 화면 속에서 가슴이 미어지 게 우는 딸자식은 태식도 아는 얼굴이다.
공장에서 일하는 김 씨 아저씨 에게 먹다 남은 쉰 밥을 개밥처 럼 내다 주던 여자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저년도 잡아 넣을 걸 그랬네.”
“응? 그게 무슨 말이니 너.”
“이럴 줄 알았으면 저년도 잡아 넣을 걸 그랬다고. 젖먹이 딸려 있어서 봐줬어, 직접적인 가해자 가 아니기도 했고. 애비가 무슨 짓 하는지 뻔히 알면서 저 뻔뻔 한 거 봐.”
“너, 너. 너!”
미주가 태식의 허벅지를 찰싹 때렸다.
“아, 왜.”
“왜는 지랄이 왜야! 니가 했니? 이거 네가 한 거야?”
“어.”
“왜!”
“나쁜 놈들이니까.”
“나쁜 놈들?”
“어. 엄마가 맨날 그랬잖아, 저 런 놈들은 호랑이가 물어 가야 되는 놈들이라고. 사람 잡아다가 노예 부리고 그런 놈들.”
“그, 그게 진짜야?”
“내가 왜 엄마한테 거짓말해. 그리고 그런 거 아니면 내가 나 섰겠어?”
“하기야. 너처럼 게으른 녀석이 제 발로 전국 팔도를 해집고 다 니진……. 그런데 왜 저 방송국 놈들은 그건 이야기 안 해? 저렇 게 해 놓으니까 불쌍한 사람들 같잖아.”
“딱히 가이드라인을 안 줬어. 취재하는 대로 취재해서 내보내 는 걸 거야.”
태식이 움직이고 만 하루가 지 나서부터 온갖 곳에서 난리가 났 다.
특히나 교도소 같은 경우는 안 으로 쉬쉬하며 묵히고 넘어갈 수 없는 규모의 사건이었던지라 밖 으로 터져 나오는 것이 순식간이 었다.
그럼에도 피디노트는 교소도에 서의 실종 건은 다루질 않고 있 다.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송을 하는 입장에서야 실종 사건을 순수한 실종 사건 그대로 비추기 위한 정제된 톤을 유지하 는 게 가장 나은 선택이었으리 라.
“취재를 개떡같이 한 거 아니 니?”
“그럼 저기서 천벌받을 놈들이 천벌받아 사라졌습니다. 다같이 박수 칩시다, 그래?”
“그건 좀 그렇긴 하네.”
“다음 거 봐, 다음 거. 100분 썰전은 좀 재미있게 하잖아.”
미주는 채널을 고정해 둔 채로 캔 맥주 두 개를 더 가지고 왔 다.
-이미 여러 매체와 뉴스에 무 차별 실종 사건에 대해서 다루었 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조금 더 미시적으로 들어가 이 사건의 발생보다는 앞으로 닥쳐올 여파 에 대한 토론을 해 보겠습니다.
사회자가 시작종을 울림과 동시 에 홍 코너와 청 코너의 열띤 토 론이 시작되었다.
-저는 이게 누군가의 계획된 큰 그림이다. 그렇게 보고 있습 니다. 다른 곳은 다 차치하고 교 도소에서 실종된 사람들을 보자 고요. 사형수들 그리고 흉악 범 죄자들, 거기에 전과 10범 이상 의 교화 불가능한 범죄자들이 주 대상이었습니다.
-보세요, 사람이 사라졌습니다. 아무리 범죄자라 할지라도 적법 한 절차로 보호받을 권리가 있는 겁니다. 지금 뉘앙스가 슈퍼 영 웅이라도 나온 것처럼 말씀 하시 는데, 이 나라는 엄연한 법치국 가입니다. 슈퍼맨이 필요한 나라 가 아니에요!
-법치국가! 좋은 말이지요, 법 치국가. 하지만 그 법치가 제대 로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진정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전관예 우라는 단어 하나만 놓고 이야기 해도 끝난 것 아닙니까?
-그것에도 적당한 선이 있는 겁니다. 전관예우란 것도 그 선 을 넘기면 문제가 되고 처벌을 받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사건 을 보십시오. 살인자와 사기 전 과자가 똑같이 실종입니다. 이들 이 어떤 상태인지 우리는 하나도 알지 못합니다. 청 코너께서는 이러한 상황을 환영하시는 겁니 까? 우리나라가 피와 땀으로 반 백년간 쌓아 올린 질서가 누군가 의 독선으로 허물어지길 바라는 거냔 말입니다.
토론의 열기가 점점 더해 가더 니 기어코 또 옷을 벗어 던지고 삿대질에 인격 모독을 쏟아 낸 다.
예능 프로이기에 극화시켜 보여 주는 게 아니다.
사람 몇이 모여 있는 곳이면 다 들 비슷비슷하다.
작금의 실종 사태가 재앙이나 인재냐.
만약 인재라면 이 일을 환영해 야 하느냐 대항해야 하느냐.
수없이 많은 설전과 토론이 오 고 가는 중이다.
이렇게 대대적으로 방송까지 탔 으니 더욱더 뜨겁게 불타오를 것 이다.
사람들이 충분히 사건을 인식했 다.
“뜸은 충분히 들었으니 밥뚜껑 을 열어야겠네.”
“뭐? 또 뭘 하려고?”
“답도 못 낼 걸 백날 싸우게 둘 수는 없잖아.”
태식은 늘 그렇듯 가볍게 피식 웃었다.
악당 천명 (4)
태식은 푸르스름한 새벽에 눈을 떴다.
모처럼 뒤척거리는 것 없이 푹 잔 덕인지 꾸물거리는 것 없이 벌떡 일어났다.
바로 샤워실로 가 찬물을 뒤집 어쓴다.
몸에 열이 많아서 찬물 맞는걸 좋아한다.
머리를 식히기에도 이만한 게 없다.
기분대로 일을 저질렀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나 몰라라 하지 않는다.
이린이 수습을 한다고 하고 진 인이 손을 거들어 준다고 한들, 그것들이 마음에 쏙 들 리가 없 다.
마냥 맡겨 두는 것이 성미가 아 니기도 하다.
오늘이 분기점이다.
오늘을 넘기고 나면 다시 이전 으로 수습이 안 된다.
태식은 쏟아지는 찬물을 맞으며 오늘 이후를 다시 한번 예상해 봤다.
“이대로만 가도 충분해.”
태식은 거울을 보며 젖은 머리 카락을 쓸어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