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_10
“그렇지? 나도 치킨만 사려다가 냄새가 좋아서 한번 人} 본 거거 든.”
태식은 국물 한 입 먼저 맛을 봤다.
“야, 됐어. 이거 된 거야.”
“하하, 된 겁니까?”
“먹어 봐.”
유성도 맛을 보더니 수적을 탁 내려놨다.
“된 집이네요.”
“한잔 받아.”
“제가 먼저 드리겠습니다.”
“그래그래.”
유성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두 손으로 공손하게 술을 따랐다.
“선배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 니다.”
“그런 거 하지 말고. 니가 무슨 건달이야? 이런 것도 적당히 해 야 기분 좋지.”
“아, 예. 불편하시다면 적당히 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진심입 니다. 발록을 간단하게 제압하시 는 걸 보고……
“됐다니까, 인마. 닭이나 먹어.”
내장도 탱글탱글 고소한 게 칼 칼한 국물과 아주 딱 맞았다. 그 야말로 술안주다.
별 기대를 안 했는데 이렇게 입 에 딱 맞으니 절로 기분이 좋다.
“이런 집을 왜 이제 찾았나 몰 라.”
술 한 병은 금세 떨어졌다.
“제가 나가서 술 사 오겠습니 다.”
“됐어. 맥 끊어져.”
태식은 허공에 쑥 손을 넣어 술 병을 꺼냈다.
“오래된 술이긴 한데, 밀봉을 잘해 놔서 맛은 안 갔을 거다.” 야전 보급용으로 통조림을 기획 할 때 함께 기획한 보급주다.
물론 태식이 가지고 있는 건 장 교들에게 보급되던 고급 브랜디 다.
그래서 통조림임에도 술병의 형 태로 만들어져 있다.
“이거 따 봐라.”
“예, 알겠습니다.”
태식은 장난스럽게 통조림 술병 을 건넸다.
“이거 어떻게 따면 됩니까?”
“그냥 돌려서 따면 돼.”
유성은 낑낑거리며 주둥이를 돌 렸다. 뚜껑이 없으니 따질 리가 없다.
u | _=- _=丄 _=. -=- 99 크으으으으.
“정말 그냥 돌리면 따지는 겁니 까‘?”
“그렇다니까.”
“정말 그렇다고 하신 겁니다.”
“아후, 그렇다니까.”
유성의 손에서 뭉글뭉글 피어난 핏방울이 톱날처럼 자라났다.
까드득.
유성이 병목을 잡아 뜯어 버렸 다.
“거봐, 열리잖아.”
태식이 잔을 내밀었다.
“그러네요. 정말 잘 열리네요.”
유성은 크홋 거리며 잔을 채웠 다.
“그래, 그 정도는 돼야 나랑 대 작도 하고 그런 거지.”
“예, 향이 아주 예술입니다. 이 것도 분명 좋은 최고급 술이겠 죠?”
“이거? 그냥 장교용 보급주야. 별거 아니니까 그렇게 호들갑 떨 거 없다. 어디 보자. 진짜 좋은 건 따로 있는데.”
태식은 또 허공을 뒤적거려 술 병을 꺼냈다.
“어, 이거. 이게 좀 좋은 거지. 이건 장군급 보급주거든.”
“제가 따겠습니다.”
“어허, 이건 그렇게 먹는 거 아 니다. 몇 병 안 남았다고.”
태식은 그것을 다시 아공간 안 에 넣고는 장교 보급주로 잔을 채웠다.
잔을 비우고 습관처럼 담배를 물었다. 유성은 냉큼 라이터를 켰다.
“큭큭, 하나같이 불붙이는 건 빨라 가지고.”
태식은 좋지 싶었다.
예의 있고 일도 센스 있게 잘하 고. 마냥 심각하기만 해서 유머 감각이 없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 술도 하고 담배도 피우 고.
용주가 통금도 생기고 금연도 하는 통에 이 즐거움을 함께할 친구가 남지 않아서 조금 아쉬운 판이었는데, 딱 좋지 않나.
태식은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좀 착해 (1)
“예, 손님. 맡기신 물건이 발골 단도 맞으신 가요?”
“예, 맞습니다.”
“예, 차징 완료되었으니 확인해 보시고요. 혹시 선금으로 1,200 만 원 지불하셨나요?”
“예, 맞습니다. 1,200만 원.”
“그러면 잔금 3,400만 원 되겠 습니다.”
“3,400만 원요? 잠시만요.”
손님은 차징 상태를 확인하고는 헬쭉 웃었다.
“생각보다 싸게 나왔네요. 감사 합니다.”
그는 흥정 없이 바로 값을 치렀 다.
“저, 그런데 제가 어디서 본 적 이 있던가요?”
“저를요? 저는 손님을 처음 뵙 는데요.”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제가 흔한 얼굴이라 그런 소리 를 많이 듣습니다. 자, 다음 손님 기다리고 계셔서요. 다음 손님.”
어제 그렇게 퍼마시고도 유성은 태식보다 먼저 출근해 청소까지 말끔하게 끝내 놓고는 태식을 맞 이했다.
거기에 손님 응대까지 흠잡을 곳이 없으니 뒤통수를 보고만 있 어도 속이 편하다.
“야, 유성아.” 태식은 그에게 이린에게 준 것 과 같은 목걸이를 던져 줬다.
“이게 뭡니까?”
“일할 때는 차고 일해라. 얼굴 가려 줄 거다.”
유성 덕에 태식은 신경 쓸 것 없이 목록 정리에 집중할 수 있 었다.
지금은 손님들이 맡긴 물건들에 대한 실측을 기재하는 중이다.
오전 손님을 받고 점심 마감을 잡았다.
오늘 점심은 보리밥 양푼이 집 이다.
세월에 풍파를 고스란히 맞은 것 같은 좁은 가게는 열무김치가 특히나 맛있었다.
“저, 선배님.”
“선배님 말고 사장님. 몇 번을 말하냐.”
“예, 사장님. 그런데 사장님께서 는 따로 홍보 같은 건 안 하시는 겁니까?”
“홍보?”
“예, 전당포들은 대부분 다팔아 어플을 사용하거든요. 그거 아니 더라도 헌터 스페이스에서 홍보 활동도 하고요.”
“ 귀찮아.”
“그럼 제가 한번 해 볼까요? 제 가 다팔아에 셀러 아이디는 없지 만, 이용자 아이디로는 등급이 꽤 높습니다. 헌터 스페이스에서 도 나름 이름값 좀 하고요.”
“가게 홍보를 하겠다?”
“예, 사장님 실력이시면 물량 좀 밀려 들어온다고 소화 못 할 것도 아니고요.”
“뭐 그렇긴 한데…… 오늘도 아침 장사만으로 2억을 땡겼다.
어제 예약받은 물건들의 잔금이 다 들어오면 5억 정도는 찍지 싶 다.
이 추세면 한 달에 100억이라 고 어렵겠나.
돈은 이렇게만 벌어도 충분히 차고 넘치지 싶었다.
그것에 비해 손님이 너무 많아 지는 것은 부산스러워서 딱히 마 음에 들지 않았다.
“됐다, 아직 홍보까지는 생각 없다. 딱히 돈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니라서.”
눈앞에 떨어진 돈을 줍는 것과 돈을 벌려고 혈안이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별개의 문제다.
태식은 전자에 있어서만 적당히 적극적인 수준이다.
“예, 저도 혹시나 해서 말씀드 려 본 것입니다. 나중에라도 생 각나시면 말씀 주십시오.”
“그래.”
밥을 먹은 태식은 주변을 살피 며 거리를 걸었다.
“혹시 뭐 찾으십니까?”
“커피 아줌마 있거든. 어 저기 있네. 이모!”
“어머머, 태식 총각! 어서 와. 점심 먹고 나왔어?”
“네. 커피 두 잔 말아 주세요.”
“두 잔?”
“여기 직원 하나 뽑았거든요.”
“직원도 태식 총각처럼 훤칠하 게 생겼네. 아주 장부 둘이 있으 니까 눈이 훤해지는구만.”
“그렇게 띄우면 날다가 떨어져
요.”
유성은 태식의 너스레가 자못 어색하다가도 이내 이런 사람이 구나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
“이모, 내일 봐요.”
“그랴, 들어가.”
태식은 유성에게 잔 하나를 건 넸다.
“여기 커피가 담배랑 궁합이 좋 아.”
“아, 그렇습니까?”
“가끔 텁텁한 맛이 땡길 때가 있잖냐.”
태식은 가게 앞에 기다리고 있 는 손님들을 지나쳐 계단을 올랐 다.
“아직 점심시간이라서요. 잠시 더 기다려 주십시오.”
유성도 말 한마디 붙이며 태식 을 따라 옥상으로 올라갔다.
“다 차징 손님들이지?”
“예, 눈치가 그런 것 같았습니 다.”
“봐라. 벌써부터 이렇게 복작거 려서 이거, 장사할 맛 나겠냐?”
“예? 복작거리면 좋은 거 아닙 니까?”
“뭐가 좋아. 손님 적고 돈 많이 버는 게 좋은 거지.”
“손님 적고 돈 많이 버는 장사 도 있습니까?”
“있잖아. 너.”
“예?”
“너 같은 호구 말이야. 건당 30 억짜리. 아, 그러고 보니까 10억 덜 받았구나.”
“아-. 죄송합니다. 계좌 알려 주시면 지금 바로 송금드리겠습 니다.”
태식은 피식 웃었다. 유성은 그 제야 태식이 장난을 쳤구나 이해 했다.
“보니까 손님 응대도 잘하더 라?”
“예전에 카페를 운영했었습니 다.”
“그래? 언제?”
“심계가 열리기 전에요.”
“아아. 하기야, 다들 비슷비슷한 사연이지.” 태식은 담배 한 모금 길게 빨아 뿜어냈다.
누군들 그 사연에 기구함이 없 겠냐마는, 태식은 자신의 사연이 한 손에 꼽을 정도는 될 거라 여 겼다.
“그럼 가게 운영하는 건 뭐 빠 꼼하겠네.”
“어느 정도는 합니다.”
“그럼 전당포 운영도 너 알아서 해.”
“전당포 운영을요? 그런 큰일까 지 전부 저에게 일임하시는 건……. 제가 그만한 신뢰를 드 렸는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 신뢰? 나는 그 말 안 믿어. 신뢰도 주머니 두둑하고 배부를 때나 신뢰지.”
태식은 웃으면서 이야기했지만, 유성은 그 안에 녹아 있는 응어 리가 느껴져 따라 웃을 수가 없 었다.
“전당포 일하는 거, 백수 짓 하 기 모양 빠져서 하는 거니까 딱 히 열심히 할 것도 없다. 그냥 편하게 해, 돈도 적당히 벌어서 적당히 쓰면 되는 거니까.”
“그 적당히가 얼마 정도인 것입 니까?”
“한 1억 정도면 적당하지 않 냐?”
“하루에요?”
“이야-. 잘나가는 헌터 길드장 정도 되니까 억이 그냥 억억 하 는구만.”
“그럼 일주일로 잡으신 겁니 까?”
태식은 한 달을 기준으로 말한 것이었다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래. 뭐, 일주일이면 어떻고, 열흘이면 어떠냐. 하는 거 보니 일은 잘하겠어서 하는 소리다. 너도 솔직히 나한테 얻을 게 있 으니까 온 거 아니냐. 마냥 장사 만 시키면 좋겠냐?”
“그, 그거야……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리고 열을 보아도 하나를 모 를 때도 있다.
그건 닥쳐 봐야만 알 수 있다.
태식이 본 유성의 하나는 나머 지 열을 짐작하게 했고, 아직 보 지 못한 하나는 어차피 상황이 닥치지 않는 이상 볼 수 없으니 당장은 의미가 없다.
그러니 끙끙거리고 있을 걸 뻔 히 알면서 질질 끄는 건 성미에 맞질 않다.
“솔직히 말해 봐. 내가 어제 술 맛이 좋아서 선심 쓰는 거니까. 발록 잡는 기술이 궁금하냐? 기 술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 혈수 본?”
피를 다루어 물리력 만들어 내 는 기술.
태식도 익히 알고 있는 기술이 다.
그것은 마왕의 대장군 중 하나 였던 피의 주인 블라디의 기술이 었다.
블라디는 자신의 피뿐 아니라 타인의 피, 나아가 동물의 피까 지 모든 혈액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었다.
피가 낭자한 전장일수록 더욱더 강해지는 괴물 같은 놈이다.
그렇기에 태식은 유성의 기술인 혈수본의 궁극 형태를 알고 있 다.
조언해 줄 것도 많고, 더 높은 경지로 이끌어 줄 수도 있다.
블라디의 혈액 조절을 끊어 낸 경험을 역으로 치환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그게 간단한 것은 아 니다.
지금의 유성의 실력이라면 아무 리 자신의 조언을 들어도 반년은 지나야 조금이나마 감을 잡을 것 이다.
지금 당장 조언 몇 마디 들었다 고 해도 유성은 어딜 가지 못한 다.
오히려 더 열심히 매달리겠지.
그러니 태식은 유성을 신뢰하는 게 아니다.
그저 알려 줘도 되는 상황이라, 오히려 그게 더 나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 그리 말하는 것뿐이었 다.
다만, 예상하지 못한 것은 유성 의 목적이 무력에 있음이 아니라 는 것이었다.
“저, 혈수본이 맞긴 합니다만, 제가 사장님을 찾은 이유는 그것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무력 때문이 아니라고?”
“예, 저는…… 그러니까. 그 포 션 때문에……
“어떤거? 세 가지 다?”
“예, 이왕이면 세 가지 다 관심 이 있었습니다. 혹시 수량이 더 있으십니까? 개당 10억이라고 해도 구매할 용의가 있습니다.”
태식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런 사람을 한두 명 본 게 아
니다.
어제의 유성이나 지금의 유성이 나, 그건 변함이 없다.
“너, 니가 쓸 거 아니지?”
“……예.”
“누가 쓸 건데? 하기야, 뭐 뻔 하겠지. 이렇게 목을 매는 거 보 면. 가족?”
“그렇습니다.”
“쯧, 그놈의 가족.”
태식은 유성의 처절함을 기억한 다.
하도 많이 본 것이라 딱히 애달 파 할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에 가족이란 요소가 들어가면 태식 은 좀처럼 무던하질 못한다.
“그래도 가족만 한 게 없지.” 난간에 팔꿈치를 기대고 있던 태식은 낡은 의자에 털썩 앉았 다.
그러곤 유성의 눈을 지그시 쳐 다봤다.
“누군데? 누구한테 쓸려고? 아 니 그 이전에 왜 쓰려고? 아무렇 게나 쓰는 거 아니다.” 장난기는 없었다.
“암흑중독입니다.”
심계가 열리고 그 틈으로 신비 한 힘인 다크매터가 흘러나왔다.
그 힘은 사람들에게 초능력과 같은 특형을 발현시키기도 했지 만, 세포를 붕괴시키는 질병을 초래하기도 했다.
그것이 암흑중독이다.
그중에는 암흑중독을 이겨 내고 특형을 발현하는 능력자가 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그러 지 못했다.
“암흑중독? 그 병에 걸렸는데 아직도 살아 있다고?”
육체를 붕괴시키는 증상. 그것 은 어떠한 은유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표현이었다.
세포의 붕괴는 조직의 괴사와 같은 의미였고, 그것은 산 채로 살이 썩어 들어간다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산 사람이 시체가 썩듯 산 채로 썩는 것이다.
“예, 살아 있습니다.”
“발병이 최근에 된 거야?”
“그건 아닙니다. 심계가 열린 초기 때 발병했습니다.”
“그럼 암흑중독이 아닌 거지. 살아 있을 수가 없는 병인데. 증 상만 비슷하고 다른 병이겠지.”
“그건 그렇지가 않습니다.”
“뭘 그렇지 않아. 우길 걸 우겨, 내가 누구보다 그 병에 대해 잘 알아.”
“우기는 게 아니라 진짜 암혹중 독이 맞습니다.”
“거, 우기기는. 그래, 가서 보자 인마. 어디 병원에 입원해 있는 데? 대호병원?”
“병원이 아니라 심계에 있습니 다.”
“심계에? 어이구 가지가지 한 다. 무슨 민간요법이냐? 심계 어 디?”
태식은 별 대수롭지 않다고 여 겼다.
본래 가족이 아프면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법이잖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