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_3
“응응.”
미주는 바로 불판을 꺼내며 말 했고, 태식은 의자에 앉으며 방 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 모았냐?”
-형님, 일단 총 24개 모았습니 다. 모은 것부터 보내 드리면 되 겠습니까?
“그래. 가게로 보내 놔.” 전화를 끝낸 태식은 연달아 마 이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전화하셨었네요?”
-네, 태식 씨. 다름이 아니라 일단 초안이 나와서요. 한번 검 토해 주시면 바로 추진하려고요.
“그냥 믿고 맡길 테니까 알아서 준비해 주세요.”
-아…… 그, 그럴까요? 그런데 이게 아무래도 기획마다 시간 편 차가 좀 있어서요. 급한 거라고 하면…….
“늦어도 모레 아침까지는 완성 해서 들고 갈게요.”
-아, 네. 알겠어요. 저도 그 시 간에 최대한 맞춰 볼게요.
태식은 통화를 끝냈다.
“그 사람은 누구니?”
“ 누구?”
“방금 통화한 사람. 여자 목소 리던데.”
“그냥 이번에 알게 된 거래처 사장.”
“거래처? 목소리가 젊던데 결혼 은 했대?”
“결혼했지. 애도 있을걸.”
“아이고, 그렇구나.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니까 인간적으로 잘 대 해. 얼굴 볼 때는 옷도 좀 깔끔 하게 입고.”
“뭐 한다고 그래. 고기나 좀 더 얹어 줘. 오늘도 철야라 왕창 먹 고 가게.”
미주는 한 대접 사 둔 것을 단 박에 불판에 얹었고, 태식은 미 디엄 레어로 익은 고기도 개의치 않고 입안에 욱여넣었다.
“그럼 나갈게. 밥 먹을 때 되면 올게요.”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못된 짓하고 돌아다닐 아들이 아니다. 뭐가 되었든 바쁘게 움직이니 좋 다.
“그래, 고기 사다 놓을게.”
“네넵. 그럼 다시 갑니다요.”
가게로 온 태식은 자신이 보유 한 무구들을 분해하여 부속을 만 들었다.
그러던 중에 방우가 물건을 가 지고 찾아왔다.
“네 개는 못 구했다고?”
“예, 형님. 죄송합니다.”
“아예 물건이 없는 거야, 아니 면 있는데 못 구한 거야?”
“그게…… 그것도 정확하게 모 르겠습니다. 이게 저희가 쌓은 신뢰도로는 밑장까지 다 까 볼 수가 없는 거라서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대 호더러 움직이라고 하면 돼?”
“아마 대호도 힘들 겁니다. 대 호에서 그게 되었으면 처음부터 자신들이 하지, 저희한테 일을 주지 않았을 테니까요. 이럴 때 박 사장이 있었으면 순식간에 해 결하는 것인데……
“박 사장? 박 사장이 하면 좀 다른가?”
“박 사장은 언더마켓 내에서 쌓 아 둔 신뢰도가 있어서 뭔가 더 비벼 볼 수는 있을 겁니다.”
“박 사장이 있으면 된다는 거 지?”
태식은 다시 아공간을 뒤졌다.
부지런한 강태식 (2)
아공간을 뒤적거리던 태식은 보 온 물병같이 생긴 것을 꺼냈다. 밴시의 둥지인 밴시하이브다.
한번 흔들어 본다. 츠칵 츠칵 모래 알갱이 소리가 요란했다.
태식은 밴시하이브에 다크매터 를 주입했다. 검붉은 마법진이 빛나더니 음산하고 음울한 오라 가 풍겨 나왔다.
위이이이잉-.
이어 벌 떼가 우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태식이 밴시하이브의 입구를 열 었다. 기형적으로 긴 더듬이가 먼저 입구 주변을 스캔했다.
“괜찮다, 이 녀석아.”
태식이 다크매터를 조금 더 주 입했다. 긴 더듬이가 파르르 떨 렸다.
여왕 밴시가 작은 날개를 퍼드 득거리며 태식의 손 위로 올라왔
“형님, 그게 뭡니까?”
방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 었다. 태식의 것이라면 뭐든지 신기하다.
“추적기 같은 거다.”
정확하게는 마족들이 사용하는 추적용 생체 병기다. 그러니까 엄밀히 따지면 마물이다.
마빈의 병기창에서 만든 그 어 떤 추적용 병기도 이 밴시를 능 가하질 못했다.
원로원에서는 아무리 그래도 마 물을 부리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했지만, 그럴 때마다 태식은 그 러면 니들이 전쟁을 하라는 말과 함께 결정을 이어 나갔었다.
이 녀석은 특별히 태식이 직접 키운 여왕 밴시라서 이름도 지어 준 녀석이다.
“더듬아. 자, 이 책이다. 잘 맡 아 봐.”
태식은 더듬이를 박 사장이 놓 고 간 장부 위에 올려 줬다.
태식은 은은한 다크매터를 주입 하며 더듬이의 탐색을 응원했다.
위윙 날개가 떨린다 싶더니 홀 쩍 날아오른 더듬이는 실내 이곳 저곳을 날아다니며 긴 탐색을 끝 내고 다시 태식에게 돌아왔다.
“자, 그럼 찾아와라.”
태식이 용기를 완전히 열어 줬 다.
하루살이 같은 작은 곤충이 검 은 물결을 일으키며 쏟아져 나왔 다.
“저,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형님?”
“기다리면 된다.”
“아, 알겠습니다.” 방우는 한쪽으로 가서 무릎에 손을 모아 앉았다. 곰 같은 녀석 이 하는 짓은 왜 저리 여우같은 지.
“야, 멀뚱히 있지 말고 와서 이 거나 좀 거들어.”
“예, 형님. 뭘 하면 되겠습니 까‘?”
“여기 보이지? 이 보석들. 안 다치게 잘 떼어 내라. 여기 홈 파인 거 손상 가면 안 된다.”
“예, 형님. 알겠습니다.”
방우가 맨손으로 낑낑거린다. 태식은 작은 소도 하나 던져 줬 다.
태식은 굴 까는 할머니들의 손 놀림처럼 빠르게 오브를 분리해 냈다.
그에 비하면 방우의 손은 나무 늘보처럼 느리기만 했다.
“형님, 이거 하실 일이 많으시 면 제가 동생들 좀 데리고 올까 요?”
“복작거리는 거 싫다.”
“아…… 예, 형님.” 가내수공업처럼 한창 손을 꼼지 락거리고 있던 때에 태식이 불현 듯 허공을 쑥 갈랐다.
“어, 어-! 어어-! 어!”
워프 게이트 너머에 박 사장이 있었다.
“너, 이 껍질을 까 뒤집을 새끼 야!”
“어어! 어!”
박 사장의 두 다리가 부풀어 오 르려던 찰나, 방우가 쏜살같이 뛰어 들어가 멱살을 부여잡고 허 벅지에 소도를 박아 넣었다.
“크악!”
“이 개잡놈의 새끼. 니가 은혜 를 원수로 갚아!”
“지 사장, 그게 아니야. 그게 아 니라니까-!”
“닥쳐, 이 새끼야!”
방우는 그대로 손잡이를 비틀었 다.
“끄아아악-.”
“야, 빵우야. 그만하고 넘어와 라.”
“형님, 이 자식 능력이 공중 밟 기입니다. 다리 붙어 있으면 금 방 도망갈 겁니다.”
“됐다고, 인마. 넘어와.”
방우가 박 사장을 끌고 워프게 이트를 넘어왔다.
“보, 보시오. 이게 그러니까 눈치 빠른 박 사장은 태식의 바 짓가랑이를 부여잡았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 꼴인지는 몰라도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게 태식임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거.”
“예?”
“이거. 보여? 빈 리스트. 이거 구해야 한다.”
“그러니까……
“이 새끼야! 형님 말씀 못 들었 어! 니 잘하는 사입 하라고 인 마!”
방우가 박 사장의 뒷덜미를 끌 어다 낡은 컴퓨터 앞에 앉혔다.
“빵우, 목소리 왜 이렇게 크냐.”
“죄송합니다, 형님. 이 자식 얼 굴을 봤더니 창자가 꼬이는 것 같습니다.”
“넌 와서 이거나 마저 하고 있 어.”
태식이 손가락을 까딱하자 방우 의 몸이 둥실 떠올라 태식을 지 나쳤다.
태식은 박 사장 옆으로 가 그의 어깨에 팔꿈치를 기대었다.
“내가 안 그래도 한번 접속해 보려고 했는데, 뭘 알아야지 이 거. 그러게 왜 인수인계도 안 해 주고 가서 서로 얼굴 붉혀?”
“죄송합니다만 피, 피가…… 대 동맥이.”
박 사장이 움켜쥔 허벅지 사이 로 피가 줄줄 뿜어져 나왔다. 태 식은 칼을 쑥 뽑더니 회복 포션 하나 꺼내 상처에 부었다.
금세 피가 멈추었다.
“자, 내가 성의를 보였으면 당 신도 성의를 보여야겠지?”
“아, 알겠습니다. 일단 여기, 토 르 브라우저라고, 이걸로 들어가 야 합니다.”
“비밀번호 같은 건 없네?”
“이건 그냥 우회시켜 주는 프로 그램일 뿐입니다. 여기 들어가서 여기 메모장에 적어 둔 주소를 붙여넣기 하시면 됩니다.”
“마켓이 꽤 여러 곳 있나 본 데‘?”
“예, 크고 작은 지역 마켓마다 이런 장터 하나씩은 다 있습니 다. 그런데 어차피 그 물건이 그 물건이라 서울 마켓인 언더풋만 들어가도 상관없습니다.”
생각보다 게시글이 상당히 많았 다.
“딱 보시면 알겠지만 글 양식은 물건을 가지고 있다, 혹은 뭐가 필요하다. 이렇게 간단하게 올리 고 다른 정보는 올리지 않습니 다. 그리고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가 어설픈 글이 있는데, 이런 건 대부분 외국인이 올린 거라고 보 시면 됩니다.”
“외국인도 많이 하나?”
“사실, 이 언더마켓이란 게 외 국인들 상대로 장사하는 것 아닙 니까. 한국인들이야 그냥 전당포 가서 사면 되니까요.”
“그렇구만. 그러면 나는 그냥 여기에 사고 싶은 물건 등록하고 무작정 기다려? 판매하는 사람이 없을 때 말이야.”
“가장 원시적인 방법이 그거긴 하지만, 여기도 다 사람이 장사 하는 거라 일단 신뢰도를 쌓는 게 중요합니다. 작은 거래부터 터서 신뢰도를 쌓아야 큰 거래도 가능하고 허위 매물이나 허위 매 수라는 의심도 덜 받습니다.”
“허위 매물은 그렇다 하는데 허 위 매수는 뭐야?”
“산다고 하고서 강도질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파는 사람들도 큰 거래는 신중하 게 하는 편입니다.”
“사람 하는 일이 다 거기서 거 기니까 그거야 그렇겠지. 알았다. 일단 여기 있는 물건들 최대한 빨리 매수해라.”
“알겠습니다.”
박 사장으로서는 선택지가 없었 다.
당장 태식은 둘째 치더라도 방 우의 살기가 너무도 험한 탓이 다.
박 사장은 게시판을 뒤질 것도 없이 여기저기 전화를 돌렸다.
안부를 묻는 대화라던가 너스레 를 떠는 대화가 몇 번씩 오갔다.
“저, 사장님. 일단 사입은 끝냈 습니다. 제가 가서 대금 치르고 받아 오면 됩니다.”
철권파가 종일 뛰어도 구하지 못한 것을 박 사장은 단 몇십 분 만에 전부 구했다. 확실히 이 바 닥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임은 분 명했다.
그리고 그런 만큼 그 속에 능구 렁이가 수십 마리는 들어 있을 것이다.
“ 얼마?”
“총 46억입니다.”
“방우. 돈 남았냐?”
“예, 형님. 60억가량 남아 있습 니다. 가져오겠습니다.”
방우는 냉큼 차로 가서 돈 가방 을 가지고 왔다.
“가서 물건 사입해 와.”
“형님. 저도 같이 다녀오겠습니 다.”
“너는 남아서 이거 마저 해야 지, 가긴 어딜 가.”
“하, 하지만……. 저 자식을 저 렇게 그냥 혼자 보내도 되는 겁 니까? 이런 거금까지 쥐여 주고 요.”
“미치지 않고서 다른 생각 하려 고.”
태식은 별 대수롭지 않게 박 사 장을 밀어냈다.
“자자, 박 사장님은 얼른 다녀 오시고. 괜히 손 많이 가게 하지 맙시다.”
태식은 옅은 살기로 박 사장을 독려했다. 태식의 기준에선 아주 옅었지만, 박 사장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형님, 아무리 그래도……
“빵우.”
“예, 형님.”
“너 내가 편하냐?”
“죄, 죄송합니다.”
“잠 못 자서 피곤해 죽겠고만. 시킨 거나 해.”
“예, 형님.”
방우는 목을 움츠리며 부품 해 체에 집중했다.
원래 칼을 쓰는 녀석이라 그런 가 손이 금방 익었다. 아니면 원 래 손재주가 좋든가.
태식은 부품 해체는 방우에게 넘기고 조립 작업에 들어갔다.
부속을 재단하는 것은 검술로 해결하고, 결합하는 것은 마법으 로 해결한다.
태식은 금세 틀을 짜고 형태를 잡아갔다.
그다음은 마법진을 새기는 일이 다. 전자 기기의 기판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다.
설계도가 있지만 마법진은 주어 진 환경과 오브에 따라 가변적이 다.
태식은 보유하고 있는 오브의 성질과 출력을 고려하여 세심하 게 마법진을 새겼다.
그 모습이 어찌나 진지한지 숨 소리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그 맥을 깬 것은 다시 돌아온 박 사장이었다.
박 사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캐 리어를 내려놓았다.
“전부 구해 왔습니다.”
“빠른데?”
“제가 구름발입니다.”
태식은 상자를 열어 봤다. 자신 이 원하는 물품을 제대로 구해 왔다.
“이건 쓰고 남은 돈입니다. 흥 정해서 총 3억 정도 깎았습니 다.”
“그 와중에?”
“최, 최선을 다했습니다. 살려만 주십시오.”
박 사장은 바닥에 넙죽 절을 했 다.
“어유, 박 사장님. 이거 초면에 반말하던 때랑은 많이 다르시 네?”
“그, 그때는 죄송했습니다. 제가 몰라보고 그랬습니다.”
태식은 피식 웃었다.
“가 봐.”
태식은 워프 게이트를 열어 줬 다.
“혀, 형님!”
“뭐?”
두 눈에 힘을 팍 준다.
“아, 아닙니다.”
“집중해야 하니까 신경 거슬리 게 하지 마라.”
태식은 다시 작업에 집중했다. 마법진을 완성하고 부위마다 조 심스럽게 오브를 장착했다.
작업을 끝낸 태식은 조심스럽게 시험 가동을 해 봤다.
웅웅 울리는 진동과 동시에 실 내의 대기가 전부 떨었다.
“빵우, 가서 싱크대에 물 좀 틀 어 봐.”
방우가 수돗물을 틀었다.
태식은 위상변환기의 파장을 수 돗물에 집중시켰다.
“어, 어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던 수돗물 이 역으로 위로 솟구쳤다.
“혀, 형님. 물이 위로 솟구칩니 다.”
“이런 거 처음 보냐?”
“당연하지 말입니다.”
“분수도 위로 솟구치잖아.”
“이, 이거랑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 아닙니까?”
“크큭. 됐고, 몇 시냐?”
“오후 7시입니다.”
“밥이나 먹자.”
“뭘로 드시겠습니까?”
“간단하게 먹지, 뭐. 요 앞에 코 끼리만두 가서 왕만두나 좀 사 와라.”
“예, 형님.”
“단무지 많이 달라고 하고.”
“알겠습니다.”
방우가 만두를 사러 간 사이 태 식은 컵라면을 준비했다. 방우는 컵라면이 다 익기 전에 다시 돌 아왔다.
“ 먹자.”
“예, 형님, 감사히 먹겠습니다.”
둘은 말없이 배를 채웠다. 아침 점심 다 거르고 일에만 집중했던 탓에 허기가 많이 졌었다.
“그래도 저 정도면 깔끔하게 잘 뽑혔어. 수고했다.”
태식은 남은 라면 국물을 안주 삼아 담배를 더했다.
쩐맛이 난다. 원래 일을 빡세게 할 때는 좀 쩔어 줘야 제맛이다.
“제가 한 게 뭐 있겠습니까. 형 님께서 다 하신 것 아닙니까.”
“아니다. 도움이 안 되지 않았 어. 한 3% 정도는 지분 있다.”
“아하하하, 높게 봐 주셔서 감 사합니다. 그런데 혹시 저게 무 슨 용도로 쓰이는 것인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방우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물었 다. 태식은 방우의 이런 태도가 거북하지 않았다. 태식뿐 아니라 누구라도 좋아할 것이다. 정말로 공손했으니 말이다.
“이 사회에 공헌이 되는 일이 지. 쉽게 말해서 착한 일.”
“착한 일…… 말씀입니까?”
“왜, 깡패가 착한 일 하려니 두 드러기 날 것 같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