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_7
“시키는 대로 해 봐요.”
이린은 운동화와 양말을 벗고는 물에 발을 담갔다. 아직은 물이 차다.
“ 차갑죠?”
“네, 아직은 물이 차네요. 계속 담그고 있어요?”
“네. 지금 저한테 물 맞은 겁니 다.”
태식은 다른 어투로 말했다.
이린은 대뜸 말을 받지 않고 잠 시 태식의 말을 곱씹었다.
“고마워요.”
“ 뭐가요?”
“이렇게 부드럽게 혼내 준 거 요.”
“혼내는 줄 알면서 웃기 있습니 까?”
“그러네요. 제가 왜 웃고 있 죠?”
“그걸 왜 저한테 물어요?”
“후훗, 이번엔 쫓겨나지 않아서 요. 그래도 조금은 인정받고 있 다는 거겠죠?”
“칭찬받을 타이밍은 아닌데요.”
“네, 그럼 더 혼나고 있을게요.”
이린은 찬물 속에서 물장구를 쳤다.
태식의 얼굴이 조금 더 딱딱하 게 굳었다.
“나를 행운이라고 했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요?”
“물론이죠. 엄청난 행운인걸요. 태식 씨가 아니었으면 이런 규모 의 일을 어떻게 단번에 해결하겠 어요.”
“그럼 행운을 행운으로 받아들 여야지, 왜 상시적인 걸로 염두 하고 일을 진행해요?”
어투는 그리 날이 서 있지 않았 지만, 내용은 잘 벼린 칼처럼 날 카로웠다.
이린의 표정이 대번 긴장으로 물들었다.
이린은 그 순간 김 팀장의 말을 떠올렸다. 태식이 사람을 죽여 봤다는 말. 그것도 최소 수십 단 위의 사람을 말이다.
그만한 생사의 선을 넘긴 사람 일수록 자신의 경계가 뚜렷하다.
이린은 자신이 태식이 가진 어 떠한 선을 넘었음을 인지했다.
그리고 그나마 이렇게 말 몇 마 디로 타일러 주는 것이, 그간 기 회가 있을 때마다 좋은 이미지를 열심히 쌓아 둔 덕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게…… 미안해요. 나 혼자 너무 들떴나 봐요. 혼자 의욕이 너무 앞서서, 그래서 그런 것 같 아요.”
태식이 엉덩이를 들고 일어났 다. 마이린도 마주 일어나려 는 것을 어깨를 살짝 눌러 일어나지 못하게 했다.
“사장님은 열 좀 더 식히고 일 어나세요. 나중에 보자고요.”
태식은 그대로 혼자 걸어갔다. 그럼에도 이린은 찬물에서 발을 빼지 못했다.
가게로 돌아온 태식은 바로 옥 상으로 올라갔다.
언제나 그렇듯 옥상 문을 나서 면서 담배를 문다.
담배가 유독 빨리 탔다.
태식은 하나 더 입에 물려다 되 려 다시 집어넣고는 아공간을 뒤 졌다.
생각할 거리가 많을 때, 태식은 오래 타는 파이프를 애용했다.
참 오랜만에 문 파이프인데 어 금니 자국이 틀로 찍어 둔 것처 럼 딱 맞물린다.
연초를 꾹꾹 눌러 담는다. 생각 할 거리가 많을수록 더 단단하게 눌러 담는 편이다.
뻑뻑한 파이프를 물고 숨을 들 이마셨다. 파르륵 불꽃이 튄다.
뭉게뭉게 연기를 뿜는 파이프는 테이블에 그냥 올려 둔다. 그저 연기가 고픈 것일 뿐이다.
태식은 마이린에 대해 생각해 봤다.
함께 일할 동료로서 뺄 것 없이 출중하다.
다만 과하게 의욕적이라는 것. 그리고 능력자가 아니라는 것과 이쪽 방면으론 이렇다 할 경험도 없다는 것.
하지만 가진 바 권력은 상당하 다.
가진 힘이 큰 사람이 미숙한 부 분에 의욕을 불태우면 언제고 한 번은 사고가 크게 터지는 법이 이게 걱정이라면 잘라 버리면 그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 말고는 딱히 단점 이 없다.
일부러 단점을 찾으려 해도 퍼 뜩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면 없는 거다.
무엇보다 어울리지 않게 겸손해 서, 그리고 말을 잘 들어서. 거기 에 눈치까지 빠르지 선을 넘질 않는다.
선을 넘었다 해도 눈치를 보곤 금세 뒤로 돌아간다.
그리곤 다시금 선을 넘기 위한 기회를 엿보려 하지 않는다.
인정하고 반성한다. 사죄한다.
가장 엮이지 않아야 하는 사람 이랑 엮인 거다.
마음에 드는 사람 말이다.
“이래서 그냥 눈감고 살려고 한 건데……
태식은 눈을 감았다.
잔디밭을 아장거리는 아영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필이면 또 삼촌 발음을 못 해 서 아빠〜 아빠〜 거린다.
안겨 들기는 왜 그렇게 잘 안겨 들고, 생글거리긴 왜 그렇게 생 글거리는지.
“아이는 죄가 없어. 죄가 없으 니 벌을 받을 이유도 없지……
태식이 전쟁을 치르는 동안 수 백, 수천만 단위의 사상자를 볼 때마다 읊조린 말이었다.
천성이 어딜 가질 못한다.
인간성이 말살되고도 남을 전쟁 통에서도 태식은 아이를 보면 흐 뭇해 웃기도 했고 가슴 뭉클한 눈물을 쏟아 내기도 했었다.
그게 꼭 잃어버린 피붙이 때문 만은 아니었다.
“그래, 하자, 해.”
태식은 허리를 튕기며 벌떡 일 어났다.
일할 때는 확실하게.
두 번 손 가는 일 없이.
그■리고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 부터.
당장은 얕더라도 폭넓게, 그리 하여 숲을 볼 수 있도록.
태식은 사령관으로 임무를 수행 할 때 가졌던 신조들을 읊조리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위상변환기에 문제가 생긴다거 나, 앞으로 그에 준하는 또 다른 장비를 만들려면 어느 정도의 자 재는 미리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태식은 언더풋의 게시글들을 찬 찬히 다시 살폈다.
핸드폰 메시지가 띠링띠링 울리 는 것은 무시했다. 마이린이 보 낸 것이니 나중에 봐도 된다.
띠리링-.
그러던 중 손님이 왔다.
태식은 딱히 응대하려 하지 않 았다.
지금까지 온 손님들은 박 사장 소문의 진위 파악만 하고 갔던, 손님이라고 부르기 어려운 방문 자들이 대다수였다.
그런데 이번은 그렇게 무시할 수가 없었다.
“사장님, 안녕하세요!”
더없이 반가운 어투. 아직 앳된 목소리는 세상 물정 모르는 손님 이었던 승주였다.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승주 옆에 그 아버지도 함께 있 었다. 목발을 짚고 있긴 했지만,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아들 녀석에게 말씀 잘 전해 들었습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 니다, 선배님. B급 헌터 이만수 라고 합니다. 위명은 그레이 울 프 쓰고 있습니다.”
만수는 자신보다 한참 어려 보 이는 태식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 태식이 그토록이나 뻔한 호의를 베풀어 준 게, 불쌍한 후배에게 보내는 선배의 온정이라 파악한 것이다.
그러지 않고서야 말도 안 되는 일 아니겠나.
“선배 말고 그냥 사장님이라고 하세요. 저는 헌터 일을 안 합니 다.”
“아…… 예, 알겠습니다. 저, 그 리고 이거는 빈손으로 오기가 죄 송스러워, 변변치 못하지만 준비 했습니다.”
“그렇다고 하기엔 너무 좋은 선 물인데요?”
한우 갈비 세트였다.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오늘은 선물이 많 이 들어오는 날인가 보다.
“원래는 수술하고 남은 돈을 돌 려 드리려고 생각했는데, 비보험 치료가 많아서 돈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푼돈만 가지고 와서 드리는 것도 애매하고…… 시간 좀 넉넉히 주시면 꼭 갚겠습니 다.”
“승주야.”
태식은 만수가 아닌 승주를 불 렀다.
“네, 사장님.”
“너희 아버지께서 이렇게 바른 분이시다.”
“그럼요. 우리 집 가훈이 정직 신뢰 의리인걸요.”
“그것참 쉽지 않은 가훈인걸?”
“지켜 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 다.”
만수는 태식의 능청스러운 한마 디에 적지 않은 위로를 받았다.
“일 바쁘실 텐데, 가 보겠습니 다.”
“그래요. 그 돈 굳이 갚을 필요 없으니까. 아니, 애당초 내가 돈 을 빌려준 것도 아니고 그냥 운 이 좋았던 거니까 부담 가질 필 요 없습니다. 회복에만 집중하세 요. 몸 쓰는 사람은 몸이 생명이 잖아요.”
“예, 선배님. 조언 새겨듣겠습니 다.”
“그래요, 살펴 가세요. 멀리는 안 나갑니다.”
태식은 잠깐 쉴 겸 해서 담배를 들고 창가에 섰다.
함께 걷는 부자의 걸음은 눈에 차게 보기 좋았다.
“아빠, 그죠? 막 장사가 잘되는 집은 아닌 것 같죠?”
“원래 저렇게 사람 좋은 분이 돈 버는 데는 소질이 없는 거다. 막 퍼 주니 뭐가 남겠냐.”
“착한 사람이 잘살아야 하는 건 데요. 아빠도 그랬잖아요. 정직한 사람이 잘살아야 제대로 된 사회 라고요. 어떻게 안 돼요? 삼촌들
한테 소개해 준다거나.”
“솔직히 물건으로 소개는 조금 어려울 것 같다. 슬쩍 봤는데 B 급 헌터들이 쓸 만한 물건은 딱 히 없더라.”
“그래요? 그럼 차징은요?”
“차징?”
“네. 다크매터 충전해 주는 기 술은 정말 최고잖아요. 아빠도 그렇게 말했고요. 그 기술로는 돈 못 벌어요?”
“사짜가 많아서 그렇지, 진또배 기라고만 하면 돈은 그냥 긁어 담지.”
“그거네! 그럼 그걸로 입소문 좀 퍼트려 줄 수 있는 거 아니에 요?”
“어, 그렇지. 그거 좋겠다. 일단 빙장이한테 한번 연락해 봐야겠 다.”
듣지 않으려고 해도 귀가 좋아 서 들리는 건 어쩔 수가 없는 일 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 줘도 되는데. 훗.”
태식은 테이블에 있는 한우 갈 비 세트가 기분이 좋았다.
승주가 안타까워서 오지랖을 피 운 것뿐이다. 이런 선물은 상상 도 하지 않았었다.
딱히 은덕을 베푼다고 해서 그 것이 나에게 돌아오는 세상을 경 험했던 게 아니라서 말이다.
기분 좋은 일이었다.
“자〜 그럼 마저 일해 볼까.”
태식은 퇴근 시간을 넘길 때까 지 정보 취합에 집중했다.
“사장님, 영업하시나요?”
“마감 시간이긴 한데, 괜찮습니 다.”
그는 물건을 둘러볼 것 없이 바 로 태식에게 왔다. 처음부터 태 식에게 용무가 있는 것처럼 말이 다.
“저, 사장님. 아는 사람 소개로 왔는데요. 사장님께서 차징 능력 자시라고……
‘이렇게 빨리?’
만수가 전화한다 싶었다만 이렇 게 즉각적으로 반응이 올 줄 몰 랐다.
빚을 갚는 마음으로 소개를 한 것이니 얼마나 사정을 했을까 싶 다.
잡아떼기가 애매하다.
“그게 본업은 아니고요. 누구 소개로 오셨다고요?”
“그레이울프 이만수입니다. 그 친구 말이 사장님께서 정말 실력 있는 차징 마스터라고 해서요.”
“보시다시피 전당포가 본업이긴 한데요. 일단 줘 보세요.”
그가 내놓은 것은 별다른 장식 이 없는 조끼였다.
헌터들은 언더웨어라고 분류하 는 필수 방어구다.
능력에 따라 방탄, 방염, 방냉, 방수가 가능하고 정말 좋은 아이 템은 감염 방지와 같은 상처 보 호 능력까지 있다.
“길이 잘든 언더웨어네요.”
“예, 주름 하나도 제 움직임에 딱 맞게 길든 것이라 새로 구할 수가 없는 놈이죠. 아, 그리고 여 기 있는 대미지도 좀 봐 주실 수 있을까요? 고쳐 달라는 건 아니 지만, 장인분께서 보시면 어떤 식의 처방이 들어가야 할지 아실 까 해서요.”
태식은 잠시 뜸을 들였다.
수리할 능력이 없진 않다만 손 이 많이 가는 일이다.
“아, 대금을 먼저 드려야 되 죠‘?”
턱. 턱.
손님은 손가방에서 돈다발을 꺼 내 진열 테이블에 올려놨다.
서너 뭉치면 끝날 줄 알았던 돈 뭉치가 열 다발이 쌓이고 나서도 끝나지 않았다.
“대단한 장인분이라고 하셔서 통상보다 20% 더 넣었습니다. 잘 좀 봐 주십시오.”
마냥 감수해야 할 귀찮음 보다 는 무거운 돈이었다.
알바생 ⑴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보다 정확 한 계량 단위가 없다.
돈을 많이 내는 것은 그만큼 가 치를 인정하고 정성을 보인다는 뜻이다. 기분 나쁠 리가 없다.
“이리 웃돈을 얹어 주니 돈값은 해야겠네요.”
오버차징을 해 준 태식은 조끼 의 대미지도 두루 살펴봤다.
“오버차징을 해도 다크매터가 새지는 않네요. 대미지가 혈관까 지 건드린 건 아니니까, 덧방만 해 줘도 크게 무리 없을 겁니다. 주름 잡히는 부분은 아니까 되도 록 탄탄한 가죽 구해서 아교로 붙이세요.”
“ 아교요?”
“네. 본드 써도 되긴 하는데 웬 만하면 심계산 아교 쓰세요. 바 느질은 절대 안 됩니다. 혈관 터 지면 수습도 안 돼요.”
“혈관요? 제가 이쪽 방면으론 가락이 없어서 처음 듣는 표현이 라……
로아에 있을 때 쓰던 은어다. 태식은 아차 했지만, 딱히 상관 은 없을 거라 여겼다.
“다크매터가 흐르는 길을 가리 키는 겁니다. 쉽게 표현하면 전 기 장판의 전선 같은 개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아〜 그럼 바느질로 하는 사 람들은 대부분 야매라는 건가 요‘?”
“혈관을 잘 보고 하면 야매는 아니겠죠. 그런데 괜히 위험부담 감수하느니 아교를 쓰는 게 낫다 는 겁니다.”
“그럼 수리도……
“수리는 안 해요, 장비도 없고 요. 특별히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니까, 그냥 시중에 파는 거 사다가 붙이셔도 됩니다.”
“그런데 이게 그렇게 간단한 건 가요? 다른 데서는 안누빔 외누 빔에 다크매터 무두질까지 넣어 서 1,200 달라고 하던데요.”
“혈관이 안 나갔는데 굳이 그렇 게 할 필요가 없죠. 더 찢어지지 않게 잡아만 줘도 충분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괜히 바느질하지 말고요.”
“예, 감사합니다. 혹시 내일도 영업하시나요?”
“평일이니까 하죠.”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 하세요.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번창하세요, 사장님.”
그는 몇 번이나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돈 받고 일해 준 것치고는 과한 인사를 받는구나 싶었다.
“부수입이 짭짤하구먼, 이거.”
태식은 돈다발을 한우 갈비 상 자에 착착 넣었다.
“우리 마마님, 조은 아줌마한테 가서 어깨 좀 세우라고 해야겠는 걸.”
태식은 묵직한 선물 꾸러미를 들고 하루를 마감했다.
출근한 태식은 이른 아침부터 건물 앞을 서성이고 있는 몇 명 의 사람들을 보았다.
하나같이 능력자들인 것을 봐서 3팀 사람들인가 했는데, 통일된 복장이 아님을 알고 그들이 헌터 임을 인지했다.
일반인들이 봐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헌터 복장을 한 사람들 을 보고도 한번 꼬아서 생각한 것은 저들이 손님일 리 없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잖나. 아침 일찍부터 가게 가 오픈하길 기다리고 있는 손님 들이라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사장님, 지금 오픈하시는 거 죠?”
어제 왔던 손님이 또 왔다.
“네. 일찍 오셨네요?”
“혹시나 다른 사람이 먼저 올까 해서요. 컨디션은 어떠십니까?”
“나쁠 거 있나요.”
“그러시면 물건 좀 봐 주시겠습 니까?”
그는 두 개의 장갑과 목걸이 하 나를 꺼내 놓았다.
“저희 것도 부탁드립니다.”
함께 온 손님 둘도 각각 하나씩 아이템을 꺼내 놓았다.
“당연히 한 번에 다 봐 달라는 건 아닙니다. 일단 사장님 손에 맞는 것 먼저 봐 주시면 좋겠습 니다.”
컨디션을 묻는 것부터 손에 맞 는 것 먼저 봐 달라고 하는 것도 모두 능력의 한계치 때문에 그렇 다.
일반적인 차징 기술자들의 작업 량이 하루에 두 개에서, 많아야 네 개를 넘지 못하니 말이다.
물론 태식에겐 상관없는 일이었 다. 모처럼 신경 써야 할 일도 있고, 이런 간단한 걸 두고 질질 끌 이유도 없다.
하지만 여기서 더 손을 댔다간 일이 더 많아질 거란 것도 잘 안 다.
“그런데 제가 차징은 제 본업이 아니라서요.”
“이 친구들아, 나야 늑대 소개 로 왔다지만 당신들은 아니잖아. 성의 표시를 해야지.”
그가 같이 온 일행의 옆구리를 푹푹 찔렀다.
“아, 사장님. 그러면 매장 물건 을 좀 팔아 드리면 될까요?”
“거, 참! 눈치 없기는. 자본주의 시대에서 이것보다 더 큰 성의가 어딨나? 사장님, 물건만 잘 봐 주시면 섭섭지 않게 드리겠습니 다. 저희야 이놈들이 목숨줄 아 닙니까.”
그는 자신의 아이템 위에 빵빵 한 손가방을 통째로 올려놨다.
5만 원권이 빽빽하게 들어 있 다.
현금 장사를 하는 헌터들의 거 래 단위인 파우치 하나. 큰 거 한 장이다.
“이 정도 돈이면 비슷한 걸로 새로 사셔도 될 건데요.”
“좋은 물건 구하는 게 어디 쉽 습니까. 사기꾼도 많고, 장물인 경우도 있고. 처음엔 괜찮은데, 쓰다 보면 말썽인 경우도 있고. 이런 부분은 사장님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흔한 일이다.
능력자가 작정하고 힘을 쓰면 일반 경찰은 막을 수가 없다. 초 창기에는 군이 움직여야 하는 상 황도 종종 있었다.
그렇기에 헌터들의 세계는 일반 세계 속에 속해 있으면서도 동떨 어져 있다.
꼭 무협지의 무림 같달까.
그러다 보니 그 안에선 법보다 주먹이, 정리보단 실리가 우선인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심계 안 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고 말이 다.
“이 친구 말이 사장님의 실력이 정말 확실하다고 들었습니다. 오 버차지까지 해 주셨는데 내구도 손상도 없었다고요. 저도 이 바 닥에서 꽤 잔뼈가 굵었다고 자부 하는데, 그 정도 실력 되는 차징 능력자는 본 적이 없습니다. 성 의가 부족하다고 하시면 2천 정 도는 더 내어 드릴 용의가 있습 니다.”
태식은 잠시 뜸을 들였다.
돈을 더 내놓으라는 제스처는 아니었지만, 그는 안주머니에서 돈다발을 더 꺼내 놓았다.
“사장님도 헌터 일도 해 보셨을 테니, 이런 장비가 우리에게 얼 마나 소중한지 잘 아시지 않습니 까. 차징이 부하가 많이 걸리는 일이건 잘 압니다. 부탁 좀 드리 겠습니다.”
오는 말이 이렇게 고운데 가는 말이 모질게 나오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