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_8
돈은 싸게 해 달라면서 질을 높 여 달라는 것도 아니고, 웃돈을 줘서라도 잘만 봐 달라고 하니 장사꾼 입장에선 흐뭇한 일이다.
아무리 놀고먹으려고 일을 한다 지만, 그것도 수중에 돈이 있어 야 하는 법.
더욱이 앞에 쌓인 돈이 정말 눈 먼 돈이다. 줍지 않으면 바보라 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태식은 어렵지 않게 아이템을 충전해 줬다.
그 모습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이 정도 고수님은 처음 봅니
“거봐, 내가 정말 대단한 실력 자라고 했지.”
“칭찬은 됐습니다. 받은 만큼 일한 것뿐입니다.”
태식은 자연스럽게 돈을 쓸어 주머니에, 아니 서랍에 넣었다.
“원래 이 바닥에서 인건비 후려 치는 것들은 죄다 개잡놈들 아닙 니까. 오히려 값이 적었나 생각 이 들 정도입니다. 잘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은 기분 좋게 웃었다.
인상은 팍팍하게 생겨서는 좋아 하는 장난감을 받은 아이의 얼굴 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럼 제가 일이 바빠서……
“아, 예예. 감사합니다. 제 명함 하나 놓고 갈 테니까, 좋은 물건 들어오면 연락 한번 주십시오.”
태식은 그의 명함을 장부 안에 대충 찔러 넣고는 다시 하던 일 에 집중했다.
그러길 두어 시간, 또 손님이 왔다.
괜히 주변을 두리번거린다.
눈치를 보아하니 느낌이 딱 소 개로 온 사람이다.
“저…… 사장님, 오늘 컨디션 어떠신가요?”
이 손님은 들어오자마자 이것부 터 물었다.
한 번 잘라야 할 것 같았다. 벌 써 입소문을 탄 것 같은데, 이 사람을 받아 주면 또 다음 손님 이 꼬리를 물고 오지 않겠나.
“오늘은 차징 작업 더 안 합니 다.”
“아…… 그럼 예약은 받으시나 요?”
“예약은……
태식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 가 가방을 통째로 올려놨다.
“열 개 정도 됩니다. 사장님께 서 보시고 되는 것만 해 주셔도 됩니다. 대금은 통상의 +30%로 드리겠습니다.”
인상은 산적같이 생긴 사람이 허허 웃는 모습이 영 어색했다.
‘열 개면 개당 3천씩만 잡아도 3억인데……. 이러면 외근 나가 는 것보다 더 나은 거 아닌가?’
심계까지 발품을 파는 것보다 알아서 사람들이 물건을 가지고 오니 얼마나 편한가.
거기에 대금도 두둑하다.
누가 봐도 합리적인 계산이다.
“저 헌터청에 정식 등록되어 있 는 월야 길드의 길드장입니다. 선급도 미리 챙겨 왔습니다. 저 희가 승급준비 중입니다.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그는 자신의 명함을 먼저 내밀 고는 가방을 열어 보였다.
가방 안에는 그가 의뢰할 아이 템들과 함께 파우치 두 개가 들 어 있었다.
파우치가 알찬 잉어 마냥 퉁실 퉁실하다.
“예, 한번 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 찾으러 오면 될까요?”
“3일 후에 오세요.”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히려 돈을 내면서 감사 인사 를 한다.
태식은 담배를 물었다.
“후우- 이래서 사람이 기술이 있어야 해.”
태식은 가방에서 파우치만 꺼냈 다. 선반에 돈 파우치만 네 개가 쌓여 있다.
수중에 돈이 없긴 했다. 안 그 래도 외근 한번 나가려고 했던 참이긴 했다.
국밥만 먹는다고 해서 입에 가 시 돋는 성격도 아닌지라, 당장 할 일 먼저 하려고 미뤄 둔 참이 었는데, 이렇게 돈이 파도치듯 들어오면 마음이 또 싱숭생숭하 잖나.
“물이 이렇게 들어오는데 노는 저어야지. 일단 예약만 받지, 뭐.”
예약으로 왕창 받아 놨다가 한 번에 처리하면 크게 귀찮을 것도 없는 일이긴 했다.
띠리링-.
“사장님-. 오늘 차징은 가능하 실까요?”
“두고 가세요.”
띠리링-.
“사장님, 안녕하세요. 낙월 길드 장님 소개로 왔는데요, 차징 예
약 가능하실까요?”
“두고 가세요.”
띠리링-.
“안녕하세요. 저, 여기가 그 차 징 마스터님이 계신 곳 맞나요?”
“차징 마스터? 아, 예, 전데요.”
“아, 생각한 것보다 젊으셔서. 예약 가능할까요? 하늬 님 소개 로 왔습니다.”
“두고 가세요.”
태식은 놓고 가라는 말을 몇 번 이나 반복했다.
“자, 이쯤이면 언더풋 아이템 목록은 얼추 정리됐고.”
태식은 기지개를 켜며 일어났 다. 몇 시간을 쉬지 않고 목록 정리를 하니 눈이 뻑뻑하다.
아직 국과심 목록과 헌터청 목 록이 남았고, 전당포 거래 사이 트에 들어가서도 목록 정리를 한 번 해야 한다.
지겨운 작업이다.
어차피 해야 할 일이니 코에 바 람 넣는 일 먼저 하며 한숨 돌리 고 싶다.
태식은 심계로 들어갔다.
5층과 6층은 제법 자세히 마킹 을 해 놨지만, 7층은 그에 미치 지 못한다.
위상변환기에 쓸 오브를 찾느라 작업한 게 전부였다.
7층으로 넘어간 태식은 다크매 터의 기운이 강한 곳을 돌며 마 킹을 했다. 당장 아이템을 찾아 서 쟁여 놓는 것까진 하지 않았 다. 그러기엔 일이 너무 많다.
지형 마킹을 하면서 몬스터 도 감도 간략하게 작성했다.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닌 태식 은 오브를 찾았던 산정상의 담수 호로 땀을 식혔다.
“오늘 일 진짜 많이 했네.”
태식은 뿌듯함으로 물기를 털어 내고 가게로 돌아왔다.
“이게 뭔……
진열장 위에 온갖 것들이 수북 하게 쌓여 있었다.
명함이 붙어 있는 아이템들.
차징을 하려는 손님들이 놓고 간 것들이다.
물건이야 그렇다 하겠다. 그런 데 왜 돈뭉치도 같이 놓고 간 것 일까.
“맨 처음이 누구야, 이거?”
아이템을 걷어 내 봤지만 이미 한데 섞여서, 제일 처음 물건을 놓고 간 사람을 찾는 건 웃긴 일 이었다.
CCTV도 없는 가게 시설을 탓 할 것이 아니다.
막무가내로 물건과 돈다발을 놓 고 간 사람들도 탓할 게 없다.
“문단속을 안 한 내 잘못이지.
그래, 내 잘못이야.”
태식은 큰 자책과 함께 수북이 쌓인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했다.
물건 하나 들 때마다 돈뭉치가 하나씩 떨어진다.
적게는 두 개짜리부터 많게는 파우치 하나짜리까지.
“이 사람들 이거, 대책 없는 사 람들이네. 무슨 생각으로 돈다발 을 그냥 막 던져 두고 간 거야?”
돈다발을 툭툭 쌓아 보니 쇼핑 백 하나 정도가 나왔다.
이러면 정말 외근을 나가지 않 아도 된다.
태식은 곰곰이 머리를 굴렸다.
아무래도 입소문은 더 퍼질 게 뻔하다.
내일은 오늘보다 더 바쁠 것이 고, 쟁여 둔 아이템이 있는 사람 들이 한동안 찾아오게 될 가능성 이 크다.
그냥 버리기엔 아깝다.
다 돈 아닌가.
그것도 켕기는 것 하나 없이 정 당하게 일해서 버는 돈이다.
“당장 며칠은 알바가 하나 있어 야겠는데••••.”
퍼뜩 떠오르는 사람은 방우였 다. 하지만 썩 내키지 않았다.
특형도 가지고 있고 주변머리도 있어서 옆에 놓고 부리기는 좋다 만, 온몸에 문신을 두른 깡패를 계속 붙여두고 싶진 않았다.
그러자니 마땅히 사람이 없었 다.
김 팀장을 불러다 일을 시키는 것도 그랬고, 어머니는 특형이 없으니 아이템을 다루게 할 수가 없었다.
띠리링-.
또 현관문이 열렸다.
“오늘은 그만요. 일주일 치 예 약은 이미 다 찼습니다.”
“ 예?”
“차징 때문에 오신 거……:
“어? 저, 저 기억 하시죠! 저!”
알바생 (2)
“후우-. 여기까진가.”
“진짜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건 지……. 대장, 고생했어.”
“다 너희들 덕분이지.”
“우리 덕분은 무슨. 대장 아니 었으면 우린 다 죽은 목숨이었 지.”
“그래그래. 일단 징표 찍고, 지 표 정리하자. 이 이상은 새로 준 비해서 진입해야 할 것 같아.”
유성은 이번 원정의 공식적인 종결을 결정지었다.
심계 7층 다이브에 성공했다.
공식적으로 아무도 성공하지 못 한 7층 다이브다.
모은 정보라고 해 봐야 겨우 7 층 초입의 정보들뿐이지만, 이것 만 해도 엄청난 가치를 가진다.
“사혁이는 시료 추출한 것들 다 시 한번 확인하고.”
“알았어. 어제까지 열 번도 넘 게 확인했지만, 다시 한번 더 확 인할게.”
다들 마지막 귀환 준비에 집중 했다. 물건 놓고 갔다고 유턴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니 말이다.
특히 시료가 중요하다. 지구상 에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물질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것이 다이브의 가장 큰 목적 이나 다름없다.
“다 됐지?”
“응, 다 확인했어.”
“그럼 다 모여. 귀환하자.” 유성은 5층 귀환석을 꺼냈다. 심계 5층의 구역 중 임의의 공간 으로 이동시켜 주는 귀환석이다.
등급으로 따지면 아티팩트고, 값으로 따지면 2억쯤 된다. 그나 마 제조 공식이 밝혀져서 가격이 많이 내려간 것이다.
“ 기도하자.”
다들 손을 마주 잡고 경건하게 고개를 숙였다.
“심계의 신이시여. 어린 양이 신의 보살핌을 믿고 귀환을 하려 합니다. 평안한 곳까진 바라지 않으니 부디 안전한 위치에만 보 내 주옵소서. 루오-.
“루오-.”
“루오!”
“루오.”
“자, 그럼 간다.”
유성이 귀환석을 사용했다.
밝은 빛이 그들을 감싼다. 마주 잡은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눈을 떴다.
“여기가 어디야?”
“여기, 여기가……. 여명의 정 원?”
“됐어!”
“신이시어 감사합니다. 감사합 니다.”
다들 하늘을 향해 고개를 몇 번 이고 고개를 숙였다.
여명의 정원은 이미 공략이 끝 나 있는 루트다.
준비한 물품을 전부 소모한 지 금 상태로도 뚫고 지나가는 데 별 무리가 없다.
“다들 진짜 고생했다. 이제 안 전하게 돌아가기만 하면 돼.”
유성은 진심으로 자축했다.
그간의 피로가 단번에 날아가는 기분이다.
“대장, 그러면 시료는 어디로 보낼 거야?”
“요즘 대호 쪽에서 헌터에 직접 관여하기 시작한다던데?”
“그거야 예전부터 암암리에 다 하던 거잖아? 대호에 능력자로 이루어진 특수팀이 있는 거 모르 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아니, 그런 뜻이 아니라, 이제 공공 인정을 받아서 공개적으로 움직이려고 한다는 소문 말이야. 대장도 아는 거잖아.”
이런 소문이 도는 것은 대호에 서 일부러 퍼트렸다고 봐야 한 다.
그게 아니고서야 대호의 엠바고 를 어길 간 큰 조직은 없다. 그 리고 그걸 막지 못할 대호도 아 니고 말이다.
“그래도 국과심으로 가야지. 어 차피 국과심도 대호 자금이 상당 부분 유용되잖아. 국가심으로 가 도 대호에서 다 안다.”
“이건 대장 말이 맞아. 그리고 우리가 왜 7층 다이브를 했는 데?”
사혁이 유성의 말에 힘을 보탰 다.
“최초 타이틀 때문이잖아. 우리 가 최초야, 우리가 최초로 7증을 공략한 거라고. 이걸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려거든 국과심으로 가야 지.”
“그래, 우리가 최초다.”
“맞아, 우리가 최초야!” 팀원들이 주먹을 맞대며 소리쳤 다. 유성의 얼굴에 순간 그늘이 드리워졌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런 그늘을 눈치채지 못했다.
“총 340억 받았다. 이중 초기 투자금 120억은 우리 길드 공금 끌어 온 거 알지? 그거 제하고 220억 n분 한 거다. 통장 확인들 해 봐.”
포션 값으로 30억이 더 나갔지 만, 유성은 그것을 언급하지 않 았다.
“그럼 다음 원정은 언제쯤 나갈 생각이야?”
“못해도 반년 정도는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 우리 모두 한계를 경험했잖아.”
“맞아. 발록은 진짜 지옥 같았 지.”
“그런 거 보면 대장이 정말 대 단하다니까. 그런 괴물을 끝끝내 처리했잖아.”
“자 자, 잡설은 이 정도에서 끝 내자고.”
“이렇게 끝? 얼마를 벌었는데 한잔하자고.”
“다음 준비해야지. 너희도 준비 철저히 해. 기준에 안 되면 함께 못 하는 거 알지?”
“하여간 빡빡하다니까.”
유성은 제이슨과 존슨에게 주먹 을 맞댔다.
“갓 블레스 유. 항상 신의 가호 가 함께하길.”
“너희도 복받을 거다.” 그 둘과 헤어진 유성은 사혁과 함께 길드 사무실로 왔다.
파방. 파바바방-!
“축하드려요, 대장!”
길드원들이 유성의 무사 귀환을 축하했다.
유성은 케이크 한 덩이 먹는 것 으로 그 자리를 끝냈다.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온 유성은 금고를 열어 봤다.
현금이 하나도 없다. 물건은 딱 히 없어지지 않은 것 같았다만 그건 별 의미가 없다.
“정말 다녀갔구나……
유성의 안주머니엔 지금도 빈 포션병이 자리 잡고 있다.
다른 파티원들에겐 말하지 못했 다.
그것은 부길마이자 친동생처럼 생각하는 사혁에게도 마찬가지 다.
“이럴 줄 알았으면 CCTV라도 설치해 두는 건데……
건물 CCTV가 있긴 하지만 찍 혔을 것 같지가 않다.
“형, 들어가도 돼?”
“어, 사혁아. 들어와.”
“더 안 놀아? 우리를 위해 준비 한 자린데.”
“별로 생각 없다.”
“너무 그렇게 신경 쓰지 마. 결 국은 형이 발록을 무찔렀잖아.”
“순전히 운이 좋았을 뿐이라니 까. 운이 아니었으면 절대 못 이 겼어.”
“운도 실력이라잖아.”
“그런 운은……! 아, 아니다. 미 안해 내가 좀 신경과민인가 보 다.”
“아, 아니야. 미안. 피곤할 텐데 그럼 쉬어.”
“사혁아.”
유성은 밖으로 나가려는 사혁을 붙잡았다.
“응?”
“당분간 길드 좀 비워야겠어.”
“갑자기?”
“수련을 해야겠어. 이대로는 절 대 7층 진행 못 한다. 7층 첫 번 째 존도 제대로 훑지 못하고 나 왔잖아.”
“알았어. 길드는 걱정하지 말고 수련에만 집중해. 내가 알아서 할게.”
유성이 수련을 위해 길드를 비 운 적은 지금까지 몇 번씩 있다. 그럴 때마다 유성은 몇 단계씩 성장해서 돌아왔다.
사혁은 이번도 전과 같은 그런 경우라 여겼다.
“고맙다.”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쯤은 연 락 주고.”
“그래, 부탁한다.” 사혁은 간단히 챙길 것만 챙긴 후 밖으로 나왔다.
“공인 헌터 중에는 절대 그런 실력자가 없어.”
확신한다.
갑자기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경 우도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 이 전부터 일정 이상의 두각은 나타 내야 한다.
적어도 그 정도 눈에 띄는 인물 이라면 자신이 모를 리가 없다.
어쩌면 지금까지 은거하고 있었 던 사람일지도 모른다.
분명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부 터가 공인 헌터가 아니라는 방증 이다.
공인 헌터는 헌터청에 공식 등 록이 되어 있어야 공인 헌터다.
그러면 남은 경우의 수는 단 하 나다.
언더마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