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2)_9
국가에서 운영하는 오픈마켓은 그 규제가 굉장히 강해서 해외 기관과 기업들이 마음껏 물건을 사들이지 못한다.
국력과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제한을 두는 것이다.
하지만 강력한 규제엔 그만큼의 반발이 생기기 마련이다.
능력 있는 헌터들이 전당포를 만들어 사설 마켓을 활성화 시켰 고, 대부분의 헌터들의 여론과 지지를 모아 그 권리를 공식적으 로 인정받았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지금의 아이템 전당포다. 그리고 그 아 이템 전당포보다 더 깊은 곳에 있는 마켓이 바로 언더마켓이다.
혹자들은 진짜 능력자들은 언더 마켓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존심 강한 능력자들인 만큼, 국가기관에 얽매이는 것에 거부 감을 가진 진짜배기들은 전부 언 더마켓이 있다고 하면서 말이다.
유성도 처음에는 그 소문이 말 지어내기 좋아하는 자들의 헛소 리라고 여겼다.
아니, 여겼었다. 유성은 이젠 그 말을 헛소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 껄끄럽긴 해도 어쩔 수 없지……
서울의 삼대 전당포 거리, 인사 동, 종로, 압구정.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전당포 거리가 생겨난 종로.
유성은 종로의 1번 전당포이자 지금의 전당포 시대를 만든 전당 포왕의 전당포인 마그마 전당포 를 찾았다.
“이게 누구신가. 그 이름 높은 페가수스의 적혈마 유성 님이 아 니신가.”
“오랜만입니다, 장 사장님.”
“장 사장이라니. 우리끼리는 그 냥 마그마 릭이라고 부르라고.”
“이제 엄연히 소속이 다른데 어 떻게 그럽니까.”
“자네하고 나하고 그래도 서로 원터치 쪼개던 사인데, 그 정도 는 괜찮아.”
“그때는 제가 혈기만 앞서던 때 라……
“하하하. 그래, 무슨 일로 날 찾 아왔어? 그때 국과심 쪽으로 붙 은 다음에는 영영 볼일 없을 줄 알았는데.”
장만석은 비릿하게 웃었다.
그가 국가로부터 아이템 소유권
을 인정받으려 헌터들의 지지를 모을 때, 유성은 그 반대편에 섰 었다.
서로 죽이네 마네 해도 미운 정 이 들었다고 생각하여 손을 내민 것이었는데, 유성은 그것을 매몰 차게 거절했었다.
이미 다 지난 일이고 해묵은 감 정이긴 하지만, 만석의 입장에서 는 유성을 반가워할 것도 아니 다.
“종로에 언더마켓이 있다고 알 고 있습니다. 아는 게 있으면 귀 띔 좀 부탁드릴까 해서요.”
“공식 등록 헌터께서 언더마켓 에? 이거 국과심에서 알면 등록 취소야. 알아? 그뿐이야? 헌터청 에서도 내사 들어가.”
“알고 있습니다.”
장만식이 날카로운 눈으로 유성 을 살폈다. 유성의 눈동자는 흔 들리지 않았다.
“뭔가 있구만?”
“없으면 찾아오지 않았겠죠.”
“그렇겠지. 그만큼 큰일이란 건 데……. 이걸 맨입으로? 내가 박 한 게 아니라, 자네가 뻔뻔한 거 야. 내가 도와 달라고 할 때 자 네 어떻게 했어? 감정은 없어도 기억은 있어.”
“이거면 충분할 겁니다.”
유성은 준비해 온 것을 내밀었 다.
“이게 뭔데?”
“7층 시료입니다.”
장만석이 두 눈을 부릅떴다.
“다이브를 성공했다고?”
“묻지 말고 시료를 확인해 보십 시오. 그게 더 확실할 것 아닙니 까.”
“자네가 거짓말할 사람은 아니 지.”
“그러니 알려 주십시오. 언더마 켓. 어떻게 가야 합니까? 교집점 에 있는 전당포 말고, 진짜 언더 마켓으로 가는 길 말입니다.”
언더마켓으로 가는 루트는 종로 에도 몇 가지 존재한다. 그리고 그중 하나의 루트가 바로 만석이 다.
만석은 자신에게 들어온 물건 중 괜찮다 싶은 것은 언더마켓으 로 보낸다.
그중에는 출처를 물어서는 안 되는 물건도 많다.
그런 물건을 가져오는 사람 중 에는 헌터청이나 국과심에서도 파악하지 못한 능력자들도 있다.
그러니 장만석이야말로 유성이 찾는 언더마켓의 실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장만석은 유성에게 그것 을 말해 줄 생각이 없었다.
유성의 태도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말이다.
“이유는 좀 알아야겠는데.”
“개인적인 이유입니다.”
“자네 설마…… 아직도 성배를 찾는 거야? 그런건 없다니까. 아 무리 심계라고 해도 죽은 사람을 살리는 오파츠는……
까드드득-.
유성의 손톱이 진열장을 긁었 다. 방탄유리로 만들어진 진열장 이 두부처럼 긁혀 나갔다.
“죽지 않았습니다.” 유성의 어깨로 검붉은 피의 손 이 생겨났다.
“미쳤구만. 아무리 내 말이 거 슬리기로서니 남에 업장에서 특 형을 발현해?”
장만석의 민머리가 붉게 달아오 르더니 불꽃이 피어올랐다.
“특형 거둬라.”
“대가는 충분했다고 생각합니 다. 쓸데없는 질문은 사족입니 다.”
“특형 거두라고.”
유성이 특형을 거두었다. 장만 석의 머리에서 피어올랐던 불꽃 도 차츰 사그라들었다.
“하실 말씀이 없다면 돌아가겠 습니다.”
유성이 시료를 갈무리하려 했 다. 장만석이 그의 손을 잡았다.
“성격 급하기는. 두 블럭 건너 가면 옛날 먹자골목 있어. 사설 금고 거리랑 이어지는 곳 말이 야. 거기에 반값전당포라고 있거 든. 거기서 박 사장을 찾아.”
“그게 전부입니까?”
“자네는 이 바닥 생리를 모르잖 아. 박 사장부터 만나. 그다음 단 계를 알려 줄 거야.”
“고맙습니다.”
“맨입으로 가지 말고.”
“그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유성은 고개 꾸뻑 숙이고 돌아 섰다.
“건방진 건 여전하구만. 뺑뺑이 치다가 다시 오라고. 그러면 태 도가 좀 달라지겠지. 훗.”
만석은 유성이 얼굴을 시뻘겋게 해서 다시 올 거라 생각했지만, 유성은 다시 오지 않았다.
알바생 (3)
“백수님!”
유성은 손을 덜덜 떨었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뭐야, 너.”
“배, 백수님이야말로 어떻게 여 기에……
오만가지 생각이 머리에 가득 들어찬다. 하지만 다 잡생각이다. 지금은 행동을 먼저 해야 한다.
“이, 일단 절부터 받으십시오.”
유성은 먼지 뭉치가 둘둘 굴러 다니는 바닥에 이마를 마주하며 절을 올렸다.
“덕분에 목숨을 건지고 목적한 바를 이루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목청이 쩌렁쩌렁하다. 신입사원 이 부장에게 인사를 하는듯한 태 도다.
태식은 이런 사람을 많이 겪어 봤다.
태식도 총사령관이 되기 전에는 일인의 용사이자 마족을 토벌하 는 영웅이었다.
그런 영웅 곁에는 언제나 영웅 을 흠모하는 인사들이 모여들기 마련이다.
지금 유성의 눈이 그때 그 사람 들의 눈과 다르지 않았다.
태식은 여유로운 몸짓으로 입을 긋는 제스처를 했다.
유성이 얼른 입을 다물었다.
태식은 느긋하게 창가에 기대어 담배를 물었다.
유성은 태식의 행동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마른침을 삼켰다.
“담배 피우냐?”
“예, 피웁니다.”
태식은 담배 한 대 유성에게 튕 겨 보냈다.
“숨 좀 골라라. 텐션 너무 높아 서 부담스럽다.”
“예, 감사합니다.”
유성은 고개를 돌리며 담배를 물었다.
담배 연기를 바닥에 뿜는 것까 진 그렇다 하겠는데, 담뱃재를 자기 손바닥에 터는 것은 뭘까.
“날 찾아온거냐?”
“예, 맞습니다. 백수님의 은혜에 감사하여 인사를 드리고자……
“파하하하! 되지도 않는 소리 하고 있네. 내가 너 같은 이를 한둘 겪었을까.”
태식은 손사래를 쳐 가며 웃었 다.
정말 웃겨서 웃은 것이다.
유성의 눈동자 가득 차 있는 것 이 어떠한 감사의 감정이라기보 단 특정한 열망이었기 때문이다. “무의 극치를 알고 싶다거나. 진리를 깨닫고 싶다거나. 뭐, 악 을 멸하고 싶다는 사람이 제일 많긴 했다만 대부분 그런 부류 지. 한 수 가르쳐 달라는.”
“예, 부디 제자로 받아 주십시 오!”
뻔히 아는 대사가 나왔다. 어쩜 이런 대사는 로아나 여기나 토씨 하나 틀리질 않는다.
“예전 같았으면 한둘 받아 줬을 법도 한데, 지금은 내가 은퇴를 했거든.”
“하지만 심계에는……
“그건 장사하러 간 거였고. 목 구멍이 포도청이니 일은 해야 할 거 아냐.”
태식은 여유롭게 재를 털며 말 했다.
“그렇다고 하기엔 그곳은 심계 6층이었습니다.”
“이봐, 꽉 막힌 친구야. 날 잘 봐 봐. 내가 뭘로 보여?”
무릎 나온 추리닝에 삼선 슬리 퍼. 거기에 보풀 일어난 저지.
유성은 두 눈을 껌뻑껌뻑하다 어렵게 입을 뗐다.
“사람을 겉모습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푸하-. 헛소리하고 있네. 선문 답하지 말고.”
“그냥 곁에만 둬 주시면 성심껏 보필하겠습니다.”
“성심껏 보필하겠다?”
“예, 성심껏 보필하겠습니다.”
“어떻게 보필할 건데?”
“예? 그러니까……
“너 같은 사람 많이 봤다니까. 말로만 일단 어떻게든 들어가려 고. 그렇지? 말해 봐. 어떻게 보 필할 거냐고.”
“시키는 것은 뭐든지 하겠습니 다!”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말 고. 너, 내가 가서 누구 죽이고 오라고 하면 묻지도 않고 죽이고 올 거냐?”
“그, 그거야……
“그러니까 말 같은 소리를 해야 지.”
유성은 입술을 씹었다.
태식을 떠올리며 아마도 보통 성격은 아닐 거라고 짐작했다.
그만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 외 판원 노릇을 한다는 것도 그랬 고, 추리닝에 슬리퍼만 끌고 다 닌다는 것도 그랬다.
“힌트도 다 줬는데. 떠먹여 줘 도 먹질 못하니, 이건 뭐 씹어서 넘겨줘야 하나.”
태식은 재를 툭툭 털었다. 유성 은 태식의 담배가 꼭 폭탄의 심 지처럼 느껴졌다.
‘힌트를 줬다고? 아. 추상적인 개념에 대해 질책하는구나. 맞다. 그러고 보면 그때도 그랬어. 두 루뭉술한 걸 싫어하는 성격이다.’
유성은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임기응변 능력과 위기 대처 능력 이 부족했다면 지금의 위치에 있 지도 못한다.
“우선 청소를 하겠습니다!”
“청소?”
“예, 바닥에 먼지가 굴러다니고 있습니다. 저를 거둬 주신다면 바닥에 먼지가 없도록 하겠습니 다.”
태식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그리고……
다시 눈동자를 굴린다.
진열 테이블에 아이템이 수북이 쌓인 게 눈에 들어왔다.
“상품 진열 같은 것도 도울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도 아이 템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 또.”
“또, 또요? 또……. 그러니까.” 이번엔 설거지거리가 쌓여 있는 싱크대다.
“설거지도 할 수 있습니다.” “ 또.”
“쓰레기통도……
“쓰레기통은 아까 청소하는 거 에 포함되어 있는 거지. 다른 거.”
“아, 그렇죠. 그러면……. 담배 심부름? 커피 심부름 같은 것도 하겠습니다.”
“크흐흐흐, 프하하하하.”
태식은 대소했다.
이렇게 자기 입으로 말을 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잔심부름을 시키는 걸로 삐치질 않는다.
화장실 갈 때 다르고 나올 때 틀린 놈을 제법 많이 봤다.
자신이 고개를 숙일 때는 이런 걸 하려고 한 게 아니라나 뭐라 나.
물론 그런 말을 했던 놈들은 엉 덩이를 차서 내쫓아 버렸다만, 그게 유쾌한 기분은 아니잖나.
“좋아. 그 마음가짐 잊지 마라.”
“예, 그럼 청소를 먼저 하겠습 니다.”
“아니, 그건 됐고. 엑셀 다룰 줄 아냐?”
“엑셀요? 제 식견에는 처음 듣 는 아이템 이름입니다만, 보여 주시면 최대한 다룰 수 있게 노 력하겠습니다.”
“야이-. 전당포에서 엑셀이라고 하면 뭐겠어.”
태식이 컴퓨터를 쳐다봤다. 아 직 닫지 않은 엑셀 창이 열려 있 다.
“아! 엑셀, 엑셀요.”
“그래. 엑셀 다룰 줄 아냐고.”
“저 컴활 2급 자격증 있습니다. 함수까지 다룰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앉아, 저기.”
태식은 유성에게 바로 컴퓨터 자리를 내줬다.
“자, 엑셀 새 문서 열고. 사진 파일 넣는 것도 다 할 줄 알지? 사진 다 찍어서 아이템북 같은 것 좀 만들어 봐.”
“물품 장부 같은 개념으로 생각 하면 되는 것입니까?”
“그렇게 간단하게 말고, 아이템 도감같이. 특징이나 성능 같은 것도 들어가야 하니까. 아이템에 대해서 좀 아나?”
“대충 여기 있는 것들은 한 번 씩 다 만져 본 것들입니다.”
“그래, 사람이 노력하면 하늘이 알아주는 법이지. 자, 시작하자.”
“그럼 우선 정리 먼저 하고 사 진을 찍어 준비하겠습니다.”
“그래그래, 그렇게 능동적으로 하라고. 내 일 같이 능동적으로.” 태식은 시계를 봤다. 하는 김에 오늘 일감 다 끝내 놓으면 내일 이 편할 것이다.
유성은 빠른 손놀림으로 아이템 을 늘어놓더니 다다닥 사진을 찍 었다.
이런 작업을 많이 해 봤는지 손 도 빨랐고 막힘도 없었다.
굳이 쳐다보고 있을 이유가 없 었다.
“그럼 하고 있어.”
태식은 저녁거리를 사러 나갔 다.
잠깐 보았지만 일머리가 좋다.
전투력만 높은 근육 바보는 아 닌 모양이다.
태식은 옛날 통닭집으로 갔다.
지금까지 딱히 사 먹을 일이 없 어서 먹은 적이 없었다.
“어서 오세요. 드디어 와 주셨 네요.”
“아, 저 아세요?”
“요 앞에 전당포 건물 아니세 요?”
“예, 맞긴 한데.”
“다니시는 거 봤어요. 아무리 냄새를 풍겨도 방문을 안 해 주 셔서 치킨을 안 드시는 줄 알았 지 뭐예요.”
여사장의 손님 응대가 좋았다. 튀김 솥 앞에는 남편이 열심히 튀김채를 놀리는 중이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코를 자극하 는 냄새는 따로 있었다.
“무슨 탕 냄새도 나는데. 탕도 파나 봐요?”
“내장탕 해요. 술안주로 끝내주 거든요.”
“크흠, 냄새 좋긴 하네요.”
진하면서도 칼칼한 냄새가 완전 히 취향이었다.
“국물 자작하게 나오는 거죠?”
“자작하게요? 아아, 한강물처럼 나오진 않아요.”
“아 좋다. 그것도 포장돼요?”
“당연히 되죠. 포장해 드릴까 요‘?”
“그럼, 옛날 통닭 하나랑 내장 탕 포장이요.”
“술은 안 하시고요?”
슈퍼에서 사도 될 건데, 발품 팔기 귀찮다.
“술요? 뭐, 한 병만 주세요.”
태식은 음식을 받아 들고 가게 로 돌아갔다.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아 니었는데, 유성은 벌써 문서 작 업을 하고 있었다.
확실히 손이 빨랐다.
“너, 이런 작업 많이 해 봤냐? 일 잘하네.”
“장부 작성 같은 경우는 길드 운영의 기본이라 많이 해 봤습니 다.”
“꽤 큰 길드 아니야? 그걸 길드 장이 직접 했어?”
“처음부터 큰 길드는 아니었습 니다. 규모 면으로 보면 지금도 그렇게 큰 길드라고 하긴 부족하 고요.”
“덩치만 쭉정이처럼 크지 않다. 뭐, 그런 말인가?”
“그렇게 들리셨습니까? 그런 의 미는 아니었습니다.”
“농담이다. 와, 먹고 하자.”
태식은 오래 손발을 맞춘 동생 대하듯 유성을 불렀다.
유성은 그게 어색하면서도 불편 하지 않았다. 오히려 격 없이 대 해 주는 것이 더 편한 느낌이었 다.
“치킨도 치킨인데 탕 냄새가 좋 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