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1)_2
“야, 다른 거 뭐있어? 아니, 다 른 일 뭐 하냐. 나한테 마킹이 이렇게 들어왔는데, 이 기술을 나한테만 쓰진 않았을 거고. 뭘 얼마나 털고 다니는 거야?”
“우리 임무는 서울권에 대한 에 스퍼 대비다. 다른 임무는 수행 하지 않아.”
“그럼 다른 팀은? CIA도 들어 와 있냐? 들어와 있겠지, 전 세 계적으로 활동하는 놈들인데. 그 놈들도 이런 장비 사용해?”
“버그캠은 특수 목적용이오. 함 부로 쓰지 못하는 전략 자산 “그걸 믿을까!”
태식의 손에 다시금 힘이 들어 갔다.
“그, 그만. 이런 식의 협상은 서 로에게 좋지 않다. 당신이 아무 리 뛰어난 에스퍼라고 해도 미군 을 상대할 수는 없다.”
“한번 해볼까? 상대 되나 안 되 나.”
“흥분하지 마시오, 적대관계로 갈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한 미 동맹으로 맺어진 우방입니 다.”
“우방한테 이딴 짓거리 하고 있 냐고! 내가 지금 참고 있는 이 유는 단 하나야, 우리 엄마한테 는 마킹 안 붙여 놨다는 거. 그 거 하나라고.”
잭은 벽면의 스위치와 버튼들을 연속으로 조작했다.
모니터에 경고 문구가 뜬다.
“우방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가 르쳐 주겠습니다.”
“핵이라도 쏘실 참인가?”
“현시대에는 그런 구시대 전략 병기는 상징적 의미로밖에 가치 가 없습니다.”
잭은 보호캡으로 덮여 있는 버 튼을 눌렀다.
경고 문구가 해제되었다.
모니터에서 이동 중인 차량의 모습이 비추어진다.
지금 태식이 타고 있는 바로 그 차다.
지잉-.
팔뚝이 화끈하다 싶더니 탄내가 코를 찌른다.
어두운 실내로 작은 빛줄기가 떨어진다.
차 천장에 구멍이 나 있다. 그 뿐 아니라 그 궤적에 있는 전자 장비들도 검게 타들어 갔다.
“전략 목표 타격 시스템입니 다.”
“지금 이거 위성에서 레이저 쏜 거냐?”
“그런 기술적인 부분까진 알지 못합니다. 이런 공격 무기가 있 다는 것과 그걸 쓸 권한이 있다 는 것 정도는 알려 드릴 수 있습 니다.”
“미국 혼자 SF 찍고 있구만, 혼 자 SF 찍어.”
“공상 과학이 아닙니다. 미국은 실질적인 우주전쟁과 테라포밍 기술을 개발하고 실행하는 국가 입니다. 동맹으로 있어야 합니다. 적시하지 마십시오.”
가십거리 뉴스로 언뜻 보긴 했 다만, 그 기술력이 이 정도까지 발전했을 줄은 몰랐다.
이 수순이면 싸워 이기는 게 문 제가 아니다.
전투로 인한 무고한 사람들의 피해가 걱정이다.
그런데 왜 염려나 걱정이 아닌 흥분이 먼저 될까.
뭔가 신이 나고 설레인다.
전투 때문인가? 딱히 전투를 기 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건 홍분에 살기가 동반되어야 한다.
이 감정은 어떠한 기대다.
좋은 무구를 봤을 때, 새로운 마도구를 발명하고 개발했을 때 느꼈던 그런 감정이다.
이 마도구를 실전 배치하면 그 효과가 어떨지를 상상하며 느꼈 던 그런 희열 말이다.
아무리 전쟁을 머릿수로 하는 게 아니라는 시대가 되었지만 여 전히 병력의 수는 중요하다.
아니, 중요했었던 것이 되어 버 렸다.
지휘 체계는 지휘관들을 요격하 는 것으로 쉽게 마비된다. 지휘 체계 없는 병력은 아무리 많다 한들 무용지물이다.
한국이 이 무기 체계를 가지게 되면 중국의 인해전술을 두려워 할 이유가 있을까?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 아닌가.
“조금 생각이 바뀌었습니까?”
잭이 잠시 멈춰 있던 태식의 눈 치를 살피며 물었다.
태식은 잭을 놓아줬다.
“어. 많이 바뀌었어.” 이것 말고 뭐가 더 있을까 궁금 하다.
가만 생각해 보니 레일건을 개 발하고 있다는 뉴스를 봤던 것 같다.
전술 로봇이라든가 사이보그 로 봇에 대한 것도 떠오른다.
민간에 공개했던 로봇이 공중제 비를 돌 정도였으니, 지금쯤이면 정말 터미네이터 같은 로봇을 개 발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하기야, 이제는 공군 파일럿이 전투기를 조종하는 게 아니라 사 무실에 앉아서 미사일 버튼만 눌 러 댄다는데, 터미네이터가 얼마 나 큰 효용성이 있을까 싶다.
“역시 미제가 좋아.”
“후훗.”
“그렇게 여유롭다는 듯이 웃지 말고. 당신이 대단한 게 아니라 미국이란 나라가 대단한 거니 까.”
“나 또한 미국을 구성하는 미국 인이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이런 장 비를 만든 건 아니잖아? 그냥 설 명서대로 사용하는 것뿐이지. 그 렇게 으스대는 거 좀 웃긴데.”
태식은 어깨를 으쓱했다.
잭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당신이 협상 총책임자일 것 같 지는 않거든.”
“충분한 협상 권한은 가지고 있 다.”
“그러지 말자. 그런 사람이 이 렇게 현장까지 뛰나?”
“미국은 한국과 달리 현장 지휘 관에게 충분한 권한을 위임한 다.”
“그래서 당신이 대통령쯤 되냐 고. 총사령관쯤 되는 것도 아니 잖아. 겨우 이런 장난감 좀 다룬 다고 왜 나랑 맞먹는 듯이 행동 하지?”
그 이유를 뻔히 안다. 자존심이 상해서 그런 거다.
그리고 그걸 뻔히 아는 태식이 이렇게 그의 자존심을 뭉개는 이 유도 다른 게 없다.
카메라를 너무 많이 설치해 놨 지 않나.
첩보 활동이야 자신도 하는 것 이라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쳐도 이 정도 수는 빈정이 많이 상한 다.
이거야 말로 현장 지휘관인 잭 이 승인한 일일 테니 그에게 책 임을 묻는 게 합당하지 않겠나.
“일에는 체계가 있다. 내가 무 엇을 근거로 당신의 안정성을 확 신하고 국장에게 안내하지?”
“그럼 묻자. 돌아가는 꼴 보니 까 이미 다 알 것 같은데, 내가 대호랑 손 맞추고 있는 거 알 지?”
“그렇다.”
“신약 개발한 것도 알 거고, 그 신약을 미국에서 승인받으려고 하는 것도 알겠네?”
“미 본토는 우리의 담당지가 아 니다.”
“그런 것도 모르면서 무슨 권한 이 있다고.”
“하지만 정황으로 파악할 순 있 다.”
“아〜 그러셔? 그럼 지금까지 승인 안 내 준 게 나 때문에 막 고 있던 거냐? 아니면 미국 제약 회사에 로비한 것 때문에 막고 있던 거야?”
“ 그건••••••:
잭은 입술을 떠듬거렸다.
대화를 해 봐야 조악하기만 하 다.
볼수록 마음에 들지 않는다.
따지자면 자신에게 와서 협상을 제의하는 것부터가 이들 입장에 선 목숨을 건 위험한 임무인 것 이다.
제니가 미인계라는 목적성에 맞 게 선택된 것이라면 그 부분은 이해하겠지만, 진행 과정에 있었 던 잭의 조치들은 하나같이 나사 가 빠져 있다는 느낌이다.
계획한 시나리오와 크게 벗어났 다면 당연히 제니를 물리고 자신 이 직접 나서서 일을 진행하는 게 온당할 것이다.
“한시가 급한 타이밍에 시간 약 속이나 잡고 있는 판단력을 가져 놓고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이렇 게 거드름을 피워. 일 복잡하게 꼬지 말고 상위권자 연결해. 너 는 내가 원하는 걸 줄 권한도 없 고 능력도 없어.” 잭은 일그러진 얼굴로 입술만 씹었다.
그사이 차가 멈춰 섰다.
“다 왔어요.”
제니가 간이 벽의 중간 창을 열 고 말했다.
“ 벌써?”
“거점 사무실이에요.”
태식은 차에서 내렸다.
거리가 멀긴 해도 태식의 아파 트 실루엣이 육안으로 보일 정도 의 위치다.
“일부러 우리 집 근처로 잡은 거구나.”
제니는 혼잣말 비슷한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제니, 네가 좀 안내해 줘. 저 양반은 나랑 너무 안 맞네. 협상 을 하려는 건지 싸우자는 건지 모르겠어.”
제니는 차 안의 잭을 보았다.
잭은 될 대로 되란 식으로 반쯤 포기한 눈치였다.
제니는 굳은 입술로 고개를 끄 덕여 보이곤 태식 옆에 섰다.
“들어가요.”
제니는 보안업체 사무실로 안내 했다.
평범한 사무직을 보는 직원들을 가로질러 간다.
사장실로 들어간 후엔 비밀 문 을 열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건데. 진짜로 이렇게 하네.”
“영화가 현실을 많이 차용하 죠.”
“흥미롭구만.” 제니는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메시지를 송신했다.
잠시 후 거울에 빛이 들어오면 서 모니터로 변하였다.
후덕한 인상의 미국인이 짐짓 굳은 얼굴로 태식을 마주했다.
-반갑습니다. 존 해리스입니다.
그는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다들 한국말 잘하시네. 반가워 요. 이미 아시겠지만 강태식이라 고 합니다.”
-본 상황에 대해서는 유감스럽 게 생각합니다.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그가 먼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오는 말이 고운데 가는 말이 나 쁠 이유는 없다.
받아 내고 싶은 게 있는 마당이 니 더욱 그렇다.
“저도 반갑습니다. 여기 진 그 레이 요원이 아주 능숙하게 응대 해 준 덕에 편안한 마음으로 왔 습니다. 중간에 누구 때문에 기 분 상한 것도 있긴 한데, 그래도 진 요원 얼굴 봐서 앉아 있네 요.”
-그렇습니까? 그녀는 저도 크 게 기대하는 아주 유망한 요원입 니다. 그녀의 응대가 흡족했다 하니 저도 만족스럽습니다.
“그런데 이왕 이렇게 서로 얼굴 봤는데 화면으로 이야기 나눌 건 아니지 않나요?”
-대면을 원하십니까?
“그래도 얼굴 보고 이야기를 해 야 편하죠. 대충 보니까 멀지 않 은 거 같은데.”
해리스는 잠시 다른 곳에 시선 을 집중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앞으로 보좌 관들이 난리를 피우고 있을 거 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죠. 기다 리고 계시면 제가 그쪽으로 가겠 습니다.
“내가 갈게요. 괜찮죠?”
태식의 손이 불쑥 허공을 찔렀 다.
순순히 화상 통화를 한 걸 보면 이 기술까진 파악 못 했을 지도 모르겠다 싶었는데, 깜짝 놀라는 걸 보니 모르는 게 맞나 보다. 그렇다면 버그캠을 붙여 마킹을 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뜻도 될 것이다.
“넘어가도 됩니까?”
-으흠, 그러십시오.
태식은 허공을 갈라냈다. 그러 곤 제니를 먼저 봤다.
“가자.”
“ 저도요?”
“ O ” 흐 •
“저는 국장님을 직접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제가 가도 도움 이 전혀 되지 않을 거예요.”
“이참에 한번 보면 되지 뭘.”
태식은 제니의 손목을 잡곤 갈 라진 공간 너머로 넘겼다.
“아이고, 사람들 복작복작 하네. 긴장들 좀 푸세요, 싸울 생각 없 으니까. 아까 위성 레이저 보고 잔뜩 겁먹어서 말입니다.”
태식은 양손을 들어 보이며 너 스레를 떨었다.
잔뜩 긴장하고 있던 요원들은 해리스의 눈짓을 보고 나서야 자 세를 풀었다.
“앉으십시오.”
보좌관 하나가 의자를 가져 왔 다.
“하나 더 없어요?”
보좌관의 눈썹이 움찔한다.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의자 하나가 추가로 붙었다.
태식은 제니를 오른쪽에 앉히곤 그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자니 해리스와 제니가 마주 보고 있는 형국이다.
다분히 의도적이다.
“흠흠, 진 요원이 정말 인상적 인 임무 수행을 했나 보군요.”
“서론은 정말 길게 뺐으니까, 바로 본론 들어갑시다. 지금 나 한테 접선하는 거 한국 정부 통 하지 않은 거라 봐도 되죠?”
“그렇습니다.”
“좋아요, 원래 중간다리가 없어 야 남는 게 많죠.”
태식은 기분 좋게 웃었다.
“자, 일단 대호에서 진행하는 신약 승인 내 주시죠.”
“좋습니다.”
“그리고 버그캠이란 것도 종류 별로 챙겨 주시죠. 가지고 놀기 좋겠더라고요.”
“그러겠습니다.”
“레이저 공격 기술도요.”
“참관까진 가능합니다.”
“약하시네. 이왕이면 기술 이전 까지 해 주면 좋잖아요.”
“후훗, 그거야 비슷한 패가 있 을 때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아〜 내 패가 부족할까 봐?” 태식은 피식 웃었다.
해리스도 그에 맞춰 입꼬리를 올렸다.
잭에게서 보았던 그 특유의 자 긍심이 그대로 엿보인다.
“내가 가진 패가 더 많을 텐데
“확인이 되어야 신뢰가 가겠 죠?”
“하하. 그러시다면야.”
태식은 아공간을 갈라 자신의 무구들을 쏟아 냈다.
방이 가득 차고도 한참이나 남 는다.
“이제 국장님이 패도 한번 까 보시죠. 패가 비슷한가.”
태식은 어금니가 보일 정도로 씨익 미소 지었다.
제니 ⑴
“이렇게 대놓고 활동하고 있는 줄은 몰랐네.”
태식은 TV에 나오는 해리스 국 장을 보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지금 TV 속에 있는 그의 직함 은 주한 미 대사다.
언론 노출이 저리도 쉬운 사람 이 특수작전 조직의 최고 지휘관 이라니.
등장 밑이 어둡다는 작전이랄 까. 하기야, 걸리지만 않으면 누 가 알까 싶기도 하다.
“저렇게 미 대사가 직접 안정을 담보해 준다고 하면 시장 안정성 도 금방 회복할 거예요.”
해리스가 방송에서 하는 발표의 주 내용은 한국의 에스퍼 사태에 대한 적극적이고 빠른 대응에 대 한 공증이다.
또한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지속적인 안전 관리를 돕겠 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페가수스의 참전과 함께 정부의 협상 담화문 발표 이후 잠시 주 춤했던 주식시장의 하락세가 미 대사의 발표로 다시 반등할 조짐 을 보이는 중이다.
“이 정도면 진짜 괜찮은 거죠?”
“네. 아마 오늘 장은 상승세를 탄 채로 마무리될 거고 내일 아 침 장이 시작되면 하락한 포인트 를 대부분 회복할 수 있을 것 같 아요.”
“됐네, 그럼. 내가 싼 똥은 내가 얼추 치운 걸로.”
“히유우-. 그래도 일이 잘 마무 리되어서 다행이에요. 물론 앞으 로가 더 문제긴 하겠지만요.”
“딱히 문제랄 거 있으려고요. 이제 신약 판매도 가능하게 될 테니 돈 굴러 들어올 거잖아요. 그 돈으로 계획한 사업들 잘 굴 리면 되는 거죠.”
“그거야 그거지만, 정부나 미국 이나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되었잖아요. 저는 이렇게까지 타 깃이 되어 있는 줄은 몰랐어요.” 이린은 태식이 가지고 온 버그 캠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미국 기술력이 좋은 것이야 잘 알고 있다만, 이린이 경험한 기 술력 또한 민간에 한정된 부분이 었다.
이렇게 실전 배치된 군사 기술 력을 직접 목도하는 것은 처음이 다.
“그래도 호텔은 워낙 청소를 잘 해서 이런 버그캠이 들어올 여지 가 좀 적었던 것 같더라고요.”
“이걸 이렇게 직접 보고 있으니 그게 그렇게 다행이라는 기분도 들지 않네요. 이런 개미에까지 무선 송신 카메라가 달려 있다 니.”
“지금 개발 중인 건 더한 것도 있어요.”
똑똑똑-.
“그 대화 저도 좀 끼어도 되겠 습니까?”
석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태식의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달려온 것이다.
그 탓에 긴급 소집했던 회의들 은 전부 뒤로 미루거나 취소했 다.
어차피 그 회의의 이유가 태식 때문이니 그게 당연하다면 당연 하다.
“어서 오세요. 너무 일정 생각 안 하고 급히 오라 가라 했죠?”
“어차피 같은 건이지 않습니까. 급한 이슈가 있으면 그에 맞게 움직이는 거죠.”
석우는 소파에 앉으며 버그캠에 시선을 보냈다.
“편히 보세요. 큰 사장님 드리 면 되겠구나 싶어서 가져온 거예 요.”
“이거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 지.”
석우는 겸연쩍은 표정을 지으며 버그캠을 살폈다.
최첨단의 IT기기를 경험한 그의 눈에도 오버 테크놀로지처럼 느 껴질 정도였다.
“이 작은 몸체에 욱여넣을 수 있을 정도의 칩셋이 있다니…… 놀랍군요. 실로 놀랍습니다. 반도 체 기술은 우리 대호가 최고일 텐데……
“생체 로봇이라고 하더라고요.”
“생체 로봇요? 모터로 구동되는 로봇이 아닌 겁니까?”
“듣기론 생물의 뉴런을 구조에 맞게 배치해서 올바른 커넥텀을 이루면 명령 알고리즘을 따로 설 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작동한다 는데, 저는 들어도 모르겠더라고 요. 설계 자료는 빼 오는 데 시 간이 좀 걸리니까 천천히 넘겨드 릴게요.”
“설계도까지 가능한 겁니까?”
“달라고 해 봐야죠.”
석우는 짐짓 어두운 얼굴로 고 개를 끄덕였다.
달란다고 그냥 줄 리가 없다. 그에 상응하는 무언가를 뱉어 내 야 한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전부 태식 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게 다 빚이다.
대호의 가훈대로라면 은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석훈은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하나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면 방금 말씀한 개발 중인 것은 이것보다 더 대단한 물건인 겁니까?”
“모기를 만든다고 해요. 개미 사이즈로 날아다닐 수 있게 만드 는 건데 그걸 떠나서 진짜 놀랄 만한 건 모기의 기능을 그대로 수행한다는 거죠.”
“흡혈 말입니까?”
“흡혈에 세균 투입까지요. 모기 물린 자리가 붓는 게 세균 때문 이잖아요. 그것처럼요.”
석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 다. 이게 실용되면 대체 어떤 전 쟁의 양상이 그려질지 가늠이 되 지 않았다.
“그런 모기를 수백만 단위로 운 용하면 나라 하나 멸망시키는 건…… 일도 아닌 거 아닙니까?”
“그렇죠. 지들 말로는 고위험 전염병 대비차 만드는 거라지만, 그 말을 곧이 믿긴 어렵잖아요.”
“전염병 대비라면…… 아! 그렇 군요. 혈액 채취뿐 아니라 백신 투약까지 한 번에 가능하겠어요. 그야말로 혁신입니다. 본래 목적 대로라면 정말 인류를 구할 혁신 이 맞겠습니다.”
석우는 순수한 의미로 감탄했 다.
메르스 사태로 대호병원이 홍역 을 앓고 직접 대국민 사과문을 작성했던 게 그리 오래 전이 아 니다.
그때 이후로 고위험군 전염병 대응 매뉴얼에 신경을 쓰고 있긴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에서의 한 계를 극복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 었다.
“마음에 드나 보네요?”
“말이다마다요. 우리나라도 중 국과 인접해 있는 통에 큰 전염 사태 발생 시 위험도가 높습니 다.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 국가 재앙의 단계로 넘어가는데, 이때 는 사실상 손을 쓸 방도가 없습 니다. 그런데 방금 들은 그 모기 라면 그런 상황에서도 해결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매력적인 기 술입니다.”
석우는 있는 그대로의 감탄과 함께 노골적인 소유욕을 내비쳤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