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3)_2
“감기 막아 주는 마스크 같은 거야. 착생식이니까 떨어질 염려 는 없다.”
“갑자기 왜요?”
“뭐가 갑자기야?”
“내놓은 강아지처럼 대하더니 왜 갑자기 챙겨 주냐고요.”
“야이 꼬맹아. 혼자 착각 좀 하 지 마라.”
태식은 연지의 이마에 가벼운 딱밤을 먹여 주곤 자신의 자리로 왔다.
소파는 언제나 그렇듯 눅눅한 느낌으로 푹 꺼진다.
전선에서 아무렇게나 조달해 쓰 던 그 느낌 그대로다.
그간 몸 풀 일이 많아서 그런가 금세 로아에서의 감각들이 깨어 났다.
준비는 되어 있고 거칠 것은 없 다.
-령주시여! 찾았습니다!
마몬의 목소리가 크로우의 음성 을 타고 전해졌다.
태식은 다시금 일어났다.
“또 어디 가요? 커피 내렸는 데……
태식은 연지가 가져온 잔을 단 숨에 비웠다.
“알 필요 없는 걱정거리야.”
태식은 빈 잔을 건네곤 가볍게 공간을 건너뛰었다.
대한수호단 (5)
태식은 옥상에 올랐다.
담배 한 대 물고 숨을 당긴다.
“후우우-.”
들이쉰 흰 연기는 죽음의 검은 연기로 되뿜어진다.
-령주님!
“호들갑 떨지 말고 제대로 확인 해. 벨제르가 맞는 거냐?”
-예, 맞습니다. 11대장군의 일 좌 역병의 왕 벨제르입니다.
“잘했다.”
태식은 멸마검에 숨을 타고 나 온 죽음의 기운을 엮어 즉살마법 식을 연성했다.
-빨리 움직이셔야 합니다! 놈이 령주님의 권속을 인지했습니다!
크로우로부터 좌표가 들어왔다.
태식은 망설임 없이 검을 찔러 넣었다.
츠적.
묵직한 느낌이 손끝을 타고 전 신으로 전해졌다.
태식은 공간을 재단한 검을 타 고 넘어갔다.
“끄으윽- 멸절자……
사람의 몸에 빙의하고 있었지만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다.
온몸의 감각이 그 역겨운 향내 를 기억한다.
태식은 검을 비틀어 벨제르의 마혼에 즉살마법식을 걸었다.
“벨제르, 니놈을 또 보는구나.”
“이렇게 보니 반갑지 않나? 필 생의 적수였잖나.”
“그래, 필생의 적수였지. 평생의 후회이기도 하고.”
태식은 빙긋이 웃었다. 살기가 넘실거린다.
“하하하하, 이거 영광이군. 마왕 님이 아닌 내가 멸절자의 후회가 되다니.”
“그럼, 후회하지. 니놈을 왜 그 리 쉽게 죽였을까 하는 후회. 반 갑냐고? 너무 반가워 소름이 돋 을 지경이다.” 즉살마법식이 벨제르의 마혼을 완전히 점거했다.
태식이 검을 뽑으니 벨제르의 육신이 엮여 나왔다.
“아버지, 보고 싶었어요.”
태식의 눈동자가 잘게 떨렸다.
그 음성, 그 얼굴.
모든 것을 담아내려 했던 아들 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버지, 그간 잘 지내셨어요? 저는 아버지가 너무 그리웠어 요.”
예전의 기억들이 단번에 쏟아져 들어온다.
아들을 처음 안았던 그 순간부 터 첫 뒤집기와 첫 걸음마.
처음으로 아빠라고 불리었던 그 순간까지.
직접 마법과 검을 가르치고, 장 군의 시야와 사령관의 판단력을 전수했으며 함께 전장에 섰던 그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온다.
태식이 그리워했던 아들의 기억 은 항상 거기까지였다.
그래서 이 빌어먹을 술수에 몇 번이나 휘둘렸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전쟁이 끝났음을 알고 이곳이 로아가 아님도 알고 있다.
오늘의 태식은 미주와 함께 밥 을 먹고 전당포에서 일하는 태식 이다.
태식은 항상 마주 보지 않고 밀 어 두려 했던 기억을 받아들였 다.
검게 타 들어간 아들의 시신을 보았던 기억이다.
모든 것을 쥐여 주려 했던 분신 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미 받아들인 지 한참이다.
“어휴- 한심한 새끼. 여전하네, 여전해.”
태식의 시선에 경멸이 가득 들 어찼다.
분노나 혼란 따위는 없었다.
벨제르의 몸이 다시 휘리릭 바 뀌었다.
“여보, 혼자 외로웠죠.”
“더 해 봐. 그다음은?”
또다시 모습이 바뀐다.
이번엔 검은 피를 흘리는 청년 의 모습이다.
“사령관님, 저 너무 고통스러워 요. 이제 그만 보내 주세요……
“처자식도 안 통하는데 마빈이 통하겠냐.”
살기가 아닌 한심함 가득한 어 투다.
벨제르는 그제야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래도 식을 발동시키지 않는 걸 보면 원하는 게 있다는 뜻이 겠지?”
“당연하지. 니놈 하던 짓을 내 가 다 기억하는데.”
“그럼 계약이 성립될 수 있겠 군.”
“일단 니놈 그 뿔은 좀 뽑아 놓 고 시작하자.”
“신사적으로 하지. 협상에 그런 위협이 어울리는 것은 아니잖 나.”
“이게 협상으로 보이냐?”
“심문이라고 해도 통하지 않음 을 알 텐데. 내가 고통에 무감각 함을 알지 않나.”
“심문? 크하핫, 웃기고 있네.” 태식은 놈을 어둠으로 감싸 심 연 깊은 곳으로 끌고 내려갔다.
그리곤 우람하게 자란 뿔 먼저 꺾어 냈다.
“분풀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분풀이는 무슨. 그것도 반응이 있어야 하는 거지.”
“그러면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 는 이유가 뭐지?”
“가지치기랄까? 보기 좋게 재단 해 놓는 거야. 크로우.”
“먹어도 되는가?”
“머리만 남겨 놔.”
“몸통도 남겨 놔야 사지가 빨리 자란다.”
“그러면 몸통도 남기든가.”
크로우의 부리가 놈의 어깨를 파고든다.
“악취미로군.”
“니놈은 벌레처럼 바닥을 기어 다니는 모습이 어울리니까.”
크로우는 몇 번의 입질로 벨제 르를 벌레로 만들어 놨다.
태식은 벨제르를 내려다봤다. 별다른 감정이 녹아 있지는 않았 다.
“시설은 폐기했으면서 마궁은 남겨 뒀더라?”
“보았나? 잘 키운 마궁이라 아 까워서 말이야.”
“헛소리하지 마 이 새끼야. 역 병 담아 놨잖아.”
“후훗. 퍼지진 않은 모양이군.”
바닥을 기면서도 면면한 웃음을 짓는다.
“실실 쪼개는 거 보니까 뭐 많 이 쌓아 놨나 보네.”
“말하지 않아도 알지 않나.”
“하기야. 니놈이 그 비루한 능 력으로 대장군 자리에 오른 게 그런 성실함 때문이지.”
“인신공격이라면 통하지 않을 텐데.”
“얼굴 똥 씹은 거 보니까 통하 는 것 같은데?”
“마음대로 지껄이시지.”
“여기서는 어때? 마왕도 없고 다른 대장군들도 없으니 니놈 세 상 같이 느껴졌었겠네? 왕이라도 되고 싶었나? 역병의 왕이란 위 명은 니놈이 스스로 지은 거잖 아.”
“역병에 있어선 내가 질서다. 그런 내가 왕임을 자칭하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
“그런데 아직도 왕이 못 되었 네‘?”
“뭐‘?”
“그렇잖냐. 꼴을 보아하니 넘어 온 지 한참 된 것 같은데. 아직 도 왕이 못 되었어.”
태식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
다. 경멸이자 비웃음이다.
“숨어서 마궁이나 키우고 역병 마인이나 만들고 있었겠지. 니놈 하는 게 그런 것밖에 없으니까.”
“멸절자가 이렇게 혓바닥을 잘 놀리는 놈인지 몰랐군. 릴리트에 게 배운 것인가?”
“몽마의 여군주가 혓바닥만 잘 놀릴까. 아, 너는 모르나? 너하 곤 겸상도 안 한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참을 수 없는 구린내가 난다나?”
“더럽구나-!”
“뭐래냐-.”
태식은 귀를 후벼 팠다.
“니 놈 주둥이에서 토해지는 말 이야 말로 역병이다!”
“그럼 역병의 왕이란 타이틀도 나한테 넘길래? 그러면 너는 뭐 가 되냐? 역병의 공작 정도 시켜 줄까? 파하하, 어울리는 것 같기 도 하고.”
“네노오음-!”
벨제르는 고함을 지르다 검은 피를 토했다.
“나를 조롱하지 못한 게 네놈의 한이었더냐? 오냐, 조롱해라. 마 음껏 멸시하고 비웃어라! 너의 눈에선 피눈물이 흐르게 될 것이 다!”
“통할까? 여긴 로아가 아니잖 아.”
“그렇기에 통한다. 여기는 마족 의 법을 탈취한 도둑놈들이 없기 에 통할 수밖에 없다.”
“대신에 인간의 긍지로 쌓아 올 린 의학이란 게 있지. 아, 공중보 건이란 말은 기억하지? 내가 니 놈 때문에 강제 지침으로 내렸던 거. 여긴 그게 기본이거든.”
“나에겐 그 모든 것을 뛰어넘을 힘이 있다!”
“웃기지 마 인마. 그런 힘이 있 으면 왜 한국에 안 있고 여기에 숨어 있어.”
“멍청한 놈! 이 땅이야말로 역 병을 키우기 최적의 장소다. 전 략적 요충지에 대한 선택을 설명 하랴!”
“그러니까, 니놈은 그게 문제라 고. 정면으로 부딪치질 못하잖아. 쉬운 곳만 찾아다니고, 몰래 독 이나 뿌리고 도망치고. 솔직히 말해 봐. 한국에서 도망친 거. 나 때문이지?”
“오만하다-!”
“너 스스로도, 니가 넘어왔으니 멸절자도 넘어올 수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을 거 아니냐. 불안했겠지. 그러니 최대한 멀리 도망친 거 아니겠어?”
“오만하고 또 오만하다! 마왕께 서도 이러시진 않았다! 나는 그 이름 높은 11대장군이다-!”
“그래 봐야 겸상도 못 하는 말 석—.”
태식은 노골적으로 비웃었다.
벨제르의 눈에서 초록의 진물이 흘러내린다.
그것은 눈물이라 볼 수 없다.
“벨제르, 솔직히 말해 봐. 영광 스럽지? 마왕을 참한 멸절자와 독대 중이잖아. 겸상이라도 해 줄까?”
“저주한다. 너를 저주하고 또 저주하리라. 영원히 되돌아와 너 만을 저주할 것이다.”
벨제르의 눈이 툭하고 빠졌다. 얼굴이 녹아내리고 몸통마저 초 록의 진물로 녹아 사라졌다.
즉살마법식이 풀린 것을 보면 마흔까지 소멸된 영멸을 자청한 것이다.
“후우-. 됐다, 영멸했다.”
“이제 수습만 하면 되는 것인 가?”
크로우는 염려를 담아 물었다.
“그래, 이제 수습만 잘하면 돼. 시간이 너무 오래되지 않았길 바 라야지.”
태식은 숨을 몰아쉬곤 심연을
거두었다.
“영감님, 사태가 제법 심각합니 다.”
“방금 귀하는 그 역병의 왕을 영멸시켰다고 했지 않나? 그러면 일단락된 것 아닌가.”
“아니요. 그놈은 항상 자신의 죽음에 모든 장치가 발동되도록 트리거를 걸어 놉니다.”
“그 마물의 영멸이 기폭 스위치 라는 겐가?”
“네.” “어허허허, 그렇다면 귀하가 기 폭 스위치를 누른 것 아닌가. 귀 하의 뜻이 있기야 하겠지만, 그 리 급히 일을 진행한 연유가 있 는가? 사전에 준비를 마친 후에 공격했어도 됐을 법한데……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로아에서의 태식도 그러했고 다 른 사령관들이나 원로회에서도 그러했다. 그게 패착이다.
“바이러스입니다. 아무리 준비 를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겁니다. 아시죠? 감기약도 해독제가 아닌 것.”
“그러한가?”
“예. 감기 또한 매번 변하는 새 로운 바이러스의 개념입니다. 다 만 치사율이 낮을 뿐이죠. 개념 이 이해가 되십니까?”
“발동하지 않으면 대비할 수 없 는 공격이란 말이로군?”
“오히려 대비를 하면 할수록 놈 에게 시간을 더 줄 뿐입니다. 부 족하다면 기억을 넘겨 드리죠.”
“아니네, 이해했네. 귀하의 말이 맞겠어.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 겐가? 대비책은 있겠지?”
“역병 인자를 막아야죠.”
“말씀해 보시게. 귀하의 술법을 설명해 주면 나름 흉내는 내보겠 네.”
“특형으로 걸러 낼 수 없을 겁 니다.”
“그건 무슨 소린가? 놈이 죽으 면 놈이 심어 둔 바이러스가 발 동된다며.”
“영감님은 가장 위험한 바이러 스가 어떤 종류인지 압니까?”
“그야 치사율과 전염률이 높은 바이러스겠지.”
“아니요. 절대적인 한 가지 기 준이 빠졌습니다.”
“무엇인가?”
“병증이 약해야 됩니다.”
“병증이 약해야 된다?”
“예. 그래야 일반 감기로 인식 하고 대책이 늦어집니다. 대책이 늦어지는 만큼 감염자가 늘어나 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폭 발적인 치사율이 나오게 되죠. 그놈이 어떤 바이러스를 장치해 놨겠습니까?”
“허허허허, 이거 보통 일이 아 니구먼. 그럼 방법이……
“모든 입출국 루트를 봉쇄해야 합니다. 공항이든 항만이든, 하다 못해 밀입국 루트까지도. 대호에 서도 정부와 바이러스에 대한 논 의를 하고 있을 겁니다. 영감님 도 힘을 더해 주십시오.”
“정부를 설득하란 말인가?”
“예.”
“될 거라 보나? 아직 발생도 안 한 바이러스를 가지고 쇄국령이 라니.”
“안 되도 되게 해야죠.”
“무작정은 안 될걸세.”
태식은 진인에게 몇 가지 이야 기를 마저 전달했다.
“후우-. 귀하에게 너무 무거운 짐만 지우는 것 같구먼.”
“오지랖 떨면 사서 고생하는 거 죠.”
“알겠네, 먼저 움직이시게.”
“그럼 부탁드립니다.”
태식은 곧바로 푸른 지붕의 관 저로 향했다.
“접니다.”
“흠흠, 청와대를 저승사자처럼 드나드는구먼.”
“며칠 논의를 하신다고 해 놓고 가타부타 답변이 없으니 어쩝니 까. 찾아야지.”
“그거야……! 흠흠-. 이럴 게 아니라 자리를 다시 정하지요. 보는 눈이 많습니다.”
“공간을 차단했으니 상관없을 겁니다.”
태식은 모습을 드러내며 앞으로 나왔다.
“거참. 그래, 좋습니다. 말해 보 십시오.”
“대우가 박해서 말입니다.”
“홀리랜드에 대한 어떠한 제재 도 가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재 를 가한다는 지침을 내리지도 않 았고요. 이만하면 템포에 맞는 것 아닙니까?”
“공동체적인 입장이지 않습니 까. 정부 주도로 기간 사업을 좀 해 줬으면 좋겠는데요. 협상 체 결이라고 하면서 말이에요.”
“보세요! 밥상을 차리는 것에도 절차와 단계가 있습니다.”
버럭 역정을 낸다만, 그걸 들어 줄 상황이 아니다.
“그냥 해 달라고.”
“뭐, 뭐요?”
“상황이 그래서 그래. 나도 좀 이름값도 좀하고 그래야지. 사람 들이 벌써부터 별 볼일 없는 놈 이라고 날 씹어 대잖아.”
“그거야! 아니, 나라님도 욕하는 세상인데, 그 정도로!”
“그럼 인터넷에 실명제 같은 거 해 주든가. 내가 잡아서 조지게.”
성을 내려던 그의 눈매가 다시 금 차분해졌다.
“하아—.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조건을 거는 이유가 뭡니까?”
이쯤 했으면 됐을 것 같다.
“좋게 좋게 하니까 날 너무 우 습게 보는 거 같아서 말이야. 내 가 그렇게 인도적이지 않은 놈인 걸 보야 줘야겠달까? 뭐 그런 이 유입니다.”
태식은 비릿하게 웃어 보였다.
대한수호단 (6)
“이제 와서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게! 대한민국 대통령이 우스워! 대한민국 정부가 우습냐 고!”
VIP는 목에 핏대를 세워 가며 소리를 쳤다.
그 탓에 말끔하게 빗어 넘긴 올 백 머리가 흐트러졌다.
얇은 티타늄 안경테가 흘러내린 것을 느낀 그는 아차 하며 안경 을 다시 고쳐 쓰곤 머리를 쓸어 넘겼다.
“흠흠, 원하는 걸 말하십시오. 서로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건 원만하게 가자는 겁니다. 당 신도 한국인일진대 한국 사람이 다치면 안 좋지 않습니까.”
태식은 코를 찡긋했다.
“가족 걸고넘어지면 재미없습니 다. 그러는 대통령님은 가족 없 을까, 손자까지 있잖아요. 나는 처자식도 없는데.”
“가족은 운운하지 않았습니다. 괜한 오해한 것 같군요.”
“오해의 소지를 주지 말아야죠. 정치하는 분이 말 한마디에 목숨 왔다 갔다 한다는 것 정도는 잘 아실 텐데.”
태식은 일부러 더욱 기분 상한 티를 냈다.
그래서 더 두려워하기를, 이 상 황이 정말 심각한 상황이라 인지 하기를 바랐다.
“알겠습니다. 당신을 욕하는 사 람들. 그 악플러인지, 키보드 워 리어인지, 그런 놈들이 문제라 그거죠? 그거라면 수배를 해서 넘겨드리죠. 잡으려거든 다 잡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간단하게 들어줄 수 있 는 겁니까?”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불법 영업 을 하는 사이트도 다 잡아들이는 데 그 정도 못 잡겠습니까. 당신 에 대한 악플은 전부 삭제……
“아니, 아니. 내가 잘못 전달했 나 보네. 나는 성의가 보고 싶은 거야, 성의가. 얼마나 어려운 일 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성의.”
“말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파투 낼까요?”
“후우-. 말이나 해 보시오. 지 금 그래서 나더러 뭘 해 달라는 겁니까?”
“쇄국령쯤이면 어떨까 싶은데.”
“뭐요?”
“쇄국령 말이에요. 모든 항구와 공항을 닫아 버리라는 겁니다.”
쾅-!
거칠게 책상을 내리친다.
“이 사람이 보자 보자 하니까! 입으로 뱉으면 다 말인 줄 알아! 되는 걸 요구해야 될 거 아니야, 되는 걸!”
“안 된다는 겁니까?”
“이 나라가 누군가의 기분 맞춰 주려고 돌아가는 나라라고 생각 하는 거요? 당신이 아무리 슈퍼 맨 같은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그럴 순 없소. 이건 국가 근간에 대한 문제라 이거요!”
“그렇죠. 그럼 한번 겨뤄 봅시 다. 나는 그쪽 입에서 쇄국령이 떨어지게 해야겠으니까, 한번 버 텨 보쇼.”
“지금 이거 선전포고인 겁니 다!”
“방아쇠는 먼저 당기는 사람 지 분이고-. 그럼 피차 수고해 봅시 다.”
태식은 게임을 권하는 사기꾼의 얼굴로 자리를 떠났다.
“후우-. 염병. 쇼를 하네, 쇼를 해.”
태식은 가장 큰 파이프에 연초 를 꾹꾹 눌러 담았다.
코르크 덩어리를 빠는 것처럼 뻑뻑하다.
어디 화풀이할 대상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짜증을 달랜다.
“이제 영감님이 전염병 정보 넣 을 거고, 그러면 대호에서 보고 한 것까지 확인이 되면.”
이번 전염병 사태가 자신이 한 일이 되어 버린다.
벨제르가 한 일을 덤터기 쓴 꼴 이지만, 이렇게 해서라도 역병을 막을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환영 이다.
“사람 많은 곳은 무조건 피하게 하는 게 좋으니까, 테러 공지라 도 좀 해야겠구만. 쯧.”
악명도 위명이라는데 돌아가는 걸 보면 악명 가지고 끝나지 않 을 판이지 싶다.
홀리 랜드로 범죄자를 모으려 했던 것도 악당으로서 선망의 여 지가 있어야 가능한 것인데, 전 염병을 뿌린 생화학 공격자를 누 가 다가가고 싶어 할까.
범죄자 몰이 계획은 뒤로 물리 든가 폐기하더라도 일단 역병 사 태를 막는 게 더 중요하니 어쩔 수 없다.
“저주든 뭐든. 쯧, 염병할 놈. 이번은 내 완승이다, 이 새끼야.”
태식은 파이프의 재를 털어 내 며 오랜 후회 또한 함께 털어 버 렸다.
* 半 *
“대통령님!” 민정수석 정해준이 허락도 없이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찾았나!”
“예. 아무래도 이것인 것 같습 니다!”
정 수석은 여러 건의 기밀 문건 을 쫙 풀어 놨다.
“이건 국정원에서 넘어온 보고 입니다. 중국에서 생화학 바이러 스가 발견되었다는 내용.”
정 수석은 다음 문건을 가리켰 다.
“이건 질병관리본부에서 넘어온 것입니다. 대호생약에서 새로운 바이러스를 발견해서 보고해 왔 다는 내용입니다.”
“대호에서?”
“예. 중국에서 들여온 물품에서 발견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건 미국에서 넘겨받은 정보입니 다.”
“이것도 바이러스인가?”
“아닙니다. 이 파일이야말로 키 포인트입니다.”
정 수석은 잔뜩 긴장한 얼굴로 파일을 열었다.
“능력자들이 전투 중인 사진인 데. 여기에 뭐가 있는 거지?”
“자세히 보십시오. 여기 이 능 력자들, 몸이 이형이지 않습니 까.”
“능력자들이 신체 변형을 하는 거야 이상한 것도 아니잖아. 아 무거나 다 가져다 붙이면 안 돼. 신중하게 접근해야 혼란이 없 어.”
“예, 대통령님. 신중하게, 자세 히 한번 보십시오. 이곳은 중국 입니다. 이 수를 보십시오.”
정 수석은 사진을 촤라락 펼쳤 다.
“언뜻 보기에도 수십 명이 넘습 니다. 지금 중국에 수십 명의 능 력자가 있는 겁니다. 그리고 서 로 싸우는 진영을 잘 보면 더 많 은 쪽이 전부 기형적인 신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파가 나뉘어 있군. 설마……?”
“예. 이놈들이 테러범의 사조직 이 아닐까 예상합니다.”
세간에 드러난 저승사자가 단독 으로 움직이긴 하지만 그 누구도 그가 혈혈단신이라 여기진 않았 다.
나름의 조사를 했지만 국내에서 는 꼬리를 잡을 수 없어 국외에 조직을 두었다고 잠정 판단을 내 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