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3)_4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으면 영 영 묻히지 않는 게 낫다는 말.
유성은 그게 말도 안 된다고 여 겼다.
자신의 능력이 피를 다루는 혈 수본인데, 손에 피가 마를 날이 없잖나.
“분명 어딘가에서 보고 계실 거 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제대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솟아 올린 분수가 커튼이 되어 떨어지듯 유성의 검이 피의 장막 이 되어 주변을 감싸 안았다. 거대한 피회오리 돔을 만들어 전마병과 스스로를 함께 가두었 다.
그러곤 간격을 좁힌다.
피를 다루는 경지로는 이미 논 할 자가 없을 정도다.
유성은 피의 칼날로 눈앞의 적 을 갈아 버렸다.
피회오리가 그쳤을 때 남은 건 그저 핏기 가신 고기 조각들뿐이 었다.
“단장님! 괜찮습니까!”
배치되어 있었던 요원들이 슈트 케이스로 위장된 기관단총을 들 어 보이며 유성을 감쌌다.
“아무 일 없었습니다.”
“적은 어떻게 된 겁니까.”
유성은 바닥에 널브러진 조각을 가리켰다.
한발 물러났었던 카메라맨들이 후루루 달려들며 그것을 조명한 다.
유성은 카메라를 향해 손짓했 다.
“단장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는 모양입니다!”
우르르 마이크가 달라붙는다.
“여러분, 저는 오늘 처음으로 분명한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저 는 앞으로도 이 나라와 여러분을 위해 두 손에 피 묻히는 것을 망 설이지 않을 것입니다.”
유성은 마이크를 물렸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카메라 꺼 주십시오.”
“단장님! 적과의 싸움은 어땠습 니까!”
“유성씨, 상대할 만한 적이었습 니까!”
“단숨에 해치운 것 같은데, 저 승사자와의 전투는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카메라 치우라고 했잖습니까!”
유성은 피의 장막을 세워 자신 을 가렸다.
“우읍-.”
그 덕에 헛구역질을 하며 비틀 거리는 것은 숨길 수 있었지만, 선홍빛 장막이 죽은 풀색이 되어 버린 것은 오히려 더 적나라하게 내비추고 말았다.
습관처럼 피를 거둬 버린 탓에 독액이라 할 수 있는 전마병의 피를 오롯이 흡수한 것이다.
“비키십시오. 다들!”
요원들이 와서 기자들을 밀쳐 냈다.
“분위기 파악들 못 합니까! 카 메라 치워! 이러니 기레기 소리 나 듣지!”
격양된 누군가는 카메라 렌즈를 후려치기까지 했다.
그들에겐 유성이 절대 꺾여서는 안 되는 희망의 상징이나 마찬가 지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행동
이다.
“오디오 내렸습니다.”
그 보고와 함께 방송국 인원들 이 인상을 찡그리며 헤드셋을 벗 었다.
“당신들, 이거 어떻게든 수습해! 수습 못 하면 백반 한 그릇 얻어 먹은 것까지 털어서 구속할 줄 알아!”
단단한 으름장까지 이어진다.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이런 일 이 어디 한두 번인 줄 압니까.”
유성은 그 자리에서 웃통을 벗 어 던졌다.
방송국 카메라를 막아 봐야 숨 길 수 없음을 아는 탓이다.
“내 몸의 상처들을 보십시오. 심계에서 이 정도 상처는 생채기 밖에 안 됩니다.”
“모시겠습니다. 이동하시오.”
유성은 부축을 뿌리치고 당당하 게 퇴장했다.
의전용 밴에 오를 때까지 흐트 러짐이 없었지만 차 문이 닫히는 순간 속에 든 것을 전부 게워 내 야 했다.
“괜찮습니까?”
“끄읍. 죽겠네, 이거.”
“여, 열이. 열이 42도입니다. 말 도 안 되는……
“빨리 병원으로! 대호병원으로 가!”
“팀장님, 대호 그룹 마이린 사 장도 현장에 있었습니다. 연락합 니까?”
“당연한 걸 뭘 물어! 마이린 사 장이 수호단의 가장 큰 후원자인 거 몰라!”
“예!”
전화가 바로 연결되었다.
“대호병원 응급실 외상센터로 오라고 했습니다.”
“외상이 아니잖아, 바꿔!”
“예!”
“보안팀장입니다. 지금 단장은 외상이 아닌 내상 상태입니다. 중독 증상이 분명한데 외상센터 가 맞습니까?”
-네, 맞아요. 외상센터에 종합 대응센터도 함께 있어요. 그쪽으 로 오시는 게 빨라요. 조치는 제 가 해 놓을게요.
“알겠습니다.”
밴은 교통 통제를 받으며 막힘 없이 대호병원으로 이동했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응급 의료 진들이 유성을 데리고 격리 방역 실로 이동시켰다.
“이 차에 함께 있던 분들 모두 격리 대상입니다.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티, 팀장님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검사받아야지. 거 더럽게 꼬였네. 의사 양반, 격 리실에서 면회는 됩니까?”
“시간 없습니다. 일단 격리 조 치 받으시죠.”
국정원 요원도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 앞에서는 별말을 하지 못 했다.
“팀장님, 다른 곳에서도 지금 전투가 벌어졌다는 보고입니다.”
“우린 이미 리타이어야. 의료진 지시에 따라.”
“예, 예.”
이번 테러리스트의 공격이 생화 학 무기일지 모른다는 첩보가 있 는 상황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국정원 요원들은 전부 방역 시 설에 격리되었다.
“저기, 혹시 마이린 사장 면회 좀 됩니까?”
“그건 제가 알아볼 권한이 없습 니다.”
“면회 약속은 내가 알아서 잡을 테니까 면회가 되냐는 말입니 다.”
“가능은 합니다.”
“알겠소. 이따가 사장님 오시면 바로 면회 진행해 주십시오. 국 가 대사입니다.”
“예.”
팀장은 이린에게 연락해 면회를 요청했다. 마침 이린도 병원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이린은 방호복을 입고 두꺼운 유리벽을 사이에 둔 채로 팀장을 마주했다.
“가타부타 긴말 안 합니다. 대 호에서 바이러스 관련 정보 가지 고 있는 거 알고 있습니다.”
“그거라면 이미 질병관리본부에 넘겼어요.”
“그것만 가지고 말하는 게 아닙 니다. 대호생약에서 이것저것 일 벌이는 것 다 알고 있습니다. 이 번 헌터 통합 사태가 벌어지기 전부터 헌터들 사설 고용해서 시 료 채집한 정황도 파악한 일입니 다.”
“여러 가지 알고 계시네요.”
“국가 정보 조직입니다. 알려고 하면 모르지 않습니다.”
이린은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럼에도 그들이 모르는 것은 수두 룩했기 때문이다.
“지금 웃음이 나옵니까?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제대로 인지가 안 되어 있는 모양인데, 이건 생화 학 테러입니다. 계엄령이 떨어져 도 과하지 않을 사안이고 기업의 모든 정보를 강제 가용할 수 있 는 일이기도 합니다.”
“기 싸움을 하자는 건 아니었어 요. 팀장이라고 했죠? 정보 접근 권한이 조금 얕은 것 같다는 생 각이 들어서요. 내가 왜 이번 수 호단 운영비의 80%를 부담했는 데요.”
“이미 알고 있다는 말입니까?” “정확하게는 아니지만, 예상 가 능한 범주에 넣고 준비하고 있던 일이에요. 당신 말마따나 외상센 터에 이런 방역 시설을 둘 이유 가 뭐겠어요?”
“그렇다고 해도 가지고 있는 것 전부를 공유하진 않았을 것 아닙 니까. 이번에 미국에서 승인난 의약품들! 거의 불로 영약 같은 거라던데, 그거면 해독제의 역할 을 할 가능성도 있단 말입니다!”
“그건 전문가들이 판단할 일이 라고 봐요. 협조는 아끼지 않을 게요.”
이린은 다소곳이 일어났다. 둔 한 방호복을 입고 있음에도 우아 함이 발하지 않는다.
“지금의 실례는 나라를 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할게요.”
이린은 그대로 뒤돌아 유성에게 갔다.
외부와 차단된 개인 격리실이 다.
이린은 두꺼운 방문이 닫힌 후 방호복을 벗으려 했다.
“벗지 마십시오.”
“네?”
“벗으면 안 됩니다.”
유성이 이린의 손을 낚아채며 그것을 말렸다.
“저 진짜로 중독되어 있는 겁니 다. 저니까 버티는 거지 사장님 은 죽을지도 모릅니다.”
“지, 진짜로요? 하지만 이번 일
O……”
“무른 분이 아닙니다. 차포 잡 는 데 졸을 아끼실 분도 아니고 요.”
“그럼 진짜라는 건가요?”
“콜록, 콜록, 쿨럭. 크아아악!
크악, 퉷. 아흐. 실례했습니다.”
“아, 아니에요.”
“콜록, 콜록.”
허파에 바람이 든 사람처럼 기 침을 멈추질 못한다.
그 마른기침이 얼마나 심한지 식도가 찢어지는 소리가 섞인 느 낌이다.
“콜록. 크악. 켁켁
“어어—!”
결국 각혈까지 하였다. 이미 검 게 죽은피다.
“괘, 괜찮으세요? 호출을-!”
“괜찮습니다, 버틸 만합니다. 사 장님 먼저 한숨 돌리시죠.”
“아니에요. 각혈 때문에 놀랐다 기보다는, 유성 씨라서 놀란 거 예요.”
유성은 방우와 함께 태식의 심 복이다.
그런 심복까지 이런 상황에 밀 어 넣을 줄은 몰랐다.
아니, 심복이라서 이런 힘든 임 무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일까?
여러모로 마음이 편치 않았다.
“치료 먼저 해 주시죠. 지금까 지 연구한 것들 많지 않습니까. 저를 치료하는 과정만으로도 임 상 실험이 될 겁니다.”
“정말 괜찮은 거죠?”
“예, 괜찮습니다. 쿨럭, 쿨럭. 일 부러 실험체가 되려고 피갈이를 하지 않는 겁니다. 어서 치료 준 비해 주십시오.”
“혈액은 이미 뽑아 갔잖아요. 준비라면 이미 되어 가고 있어 요.”
“그렇습니까? 후우, 예. 알겠습 니다.”
유성은 질끈 눈을 감았다.
어떻게 보아도 유성의 행동이 짜여진 연기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린은 뭔지 모를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유성이 정말 이 나라를 수호하 는 영웅의 모습처럼 비추어진 탓 이다.
출범식에서 했던 발표처럼, 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헌신하겠다 는 자세처럼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부러 고통을 참아 가며 실험 대상자를 자청하 는 건 말이 안 된다.
“저……. 유성 씨.”
“예.”
“혹시, 태식 씨의 존재를 잊고 있는 건 아니죠?”
“그럴 리가요. 저는 그냥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에서 최선의 선 택을 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런가요?”
“예. 사장님과 상관없이, 이런 일을 겪었다면. 그래도 같은 선 택을 했을 겁니다. 크읍-. 참을 만한 고통이고. 피갈이 하면 독 성이야 금방 빼니까. 아무래도 내가 1호 중독자 같은데, 임상 실험이 필요할 것 아닙니까.”
“네, 맞아요. 그러네요. 알겠어 요. 저도 제가 맡은 역할에서 최 선을 다할게요.”
이린은 복잡한 마음으로 격리실 을 나왔다.
당장의 마음은 복잡하지만, 그 것이 할 일을 망각하게 할 정도 는 아니다.
“사장님, 청와대에서는 우선 엠 바고를 요청해 왔습니다.”
“엠바고를요?”
“예. 아무래도 추가 공격이 없 는 것을 보아 중간 협상이 가능 하다는 판단인 것 같습니다.”
‘태식 씨한테 추가 협상이 있을 거란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 데……
고민을 하던 이린은 방금 전 유 성의 말이 떠올랐다.
태식과 상관없이 자신의 역할을 한다는 말.
‘태식 씨가 없다면, 지금 이 상 황에서 태식 씨가 없다면……
고민할 것도 없는 답니다.
“이미 감염자가 나왔는데 무슨 엠바고! 당장 기자회견 준비하세 요! 내가 직접 발표합니다!”
악마와 성모를 함께 찾다 (3)
-무장 테러 단체 저승사자가 또 한번 경악할 만한 범죄를 저 질렀습니다.
-생화학 자살 테러 공격이라는 세계가 경악할 만한 일이 이 나 라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는 사 실에 탄식을 금할 수가 없습니 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영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정부에 서는 분명 협상이 잘되었다고 했 습니다. 미 대사까지 나서서 안 정성을 보장해 줬지 않습니까.
-이번 사안만큼은 정부에서 국 민의 알 권리를 반드시 충족시켜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협상이 잘 이루어졌다고 해 놓고 일이 왜 이렇게까지 되었는지! 상식이 통하는 자인 것처럼 말해 놓고, 왜 이런 비상식적인 일을 벌이게 되었는지!
-보세요, 상대는 무차별 테러리 스트입니다. 그런 적을 상대로 어떠한 이성과 논리가 통할 거라 고 봅니까? 이번 사안은 국가 재 앙의 사태로 봐야 하는 사안입니 다!
패널들 전부 격양된 톤이다.
내전 중인 중동에서나 일어날 법한 자살 테러, 그것도 생화학 테러가 일어났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경 로를 찾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저번 여의도 사태 때도 이 말 을 언급하려 했지만 참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테러리스트 집단에 순 간 이동 능력자가 있는 게 분명 합니다. 정부는 이 사실을 정확 하게 고지해야 할 필요성이 있습 니다.
-그렇게 단정 지으면 안 됩니 다. 말 한마디가 얼마나 큰 파장 을 만들어 내는 줄 아십니까?
-서울에 설치된 CCTV가 2천 대가 넘습니다. 어디 골목길도 아니고 광화문 한복판에서 일어 난 테러인데, 경로 파악이 안 됩 니다. 이러면 뻔한 것 아닙니까!
-자 자, 너무 격양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진정하시죠.
-지금 이게 진정할 사항이 아 닙니다! 저는 솔직히 이번 테러 가 생화학 테러였기에 다행이라 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만약에 유류 저장고나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폭탄 테러였으면 어떻게 되 었을 것 같습니까?
-그런 극단적인 이야기는 삼가 하십시오! 괜한 불안감을 조성하 는 겁니다!
-괜한 불안감이라고요? 첫 테 러 때는 인명 피해가 없었습니 다. 그리고 협상이 있었고 일이 끝난 듯 잠잠했죠. 그러고 이번 일이 일어난 겁니다. 이번엔 감 염자가 생겼습니다. 아직 사망자 는 없지만, 분명 1차 테러 때에 비해 단계가 올라간 것입니다.
-잠깐, 잠시 끊어 가도록 하겠 습니다.
-끊긴 뭘 끊어! 지금 나라가 공 격받고 있는 마당에!
사회자의 통제도 통하지 않는 다. 결국 생방송이 멈춰 버렸다.
“후우우-. 나는 모르겠다. 얘.”
미주는 식탁 의자에 앉아 있는 태식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말했 다.
“엄마가 봐도 좀 그렇지?”
“그래. 우리 아들이 무슨 사정 이 있겠지, 말 못 할 뭔가가 있 겠지 싶은데……. 이번 일만큼은 엄마가 보고 들은 게 적어서 그 런가 조금 그러네.”
미주의 톤이 잔잔하다.
이러면 윽박을 지를 때보다 더 무섭다.
“뭐, 그럴 수 있지.”
“아들, 왜 엄마한테 이야기를 안 해? 엄마가 이해 못 해 줄까 봐 그래?”
“그런 건 아니고.”
“혹시 왕 같은 게 되고 싶은 거 니?”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그렇다고 하면 엄마는 찬성해. 우리 아들은 다른 세상도 구하고 온 용사님인데, 이 판국에도 지 들끼리 말싸움이나 하고 있는 것 들보다는 낫지 않겠어?”
“아니거든요. 그럴 거였으면 이 런 식으로 했을까.”
“그래 맞아. 우리 똑똑한 아들 이 이렇게 할 리가 없지. 그럼 왜 그러는 거야? 누가 우리 아들 을 이렇게 힘들게 해?”
“어?”
“힘이 드니까 이런 어려운 방법 을 쓰는 거 아니야?”
태식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로아에서의 삶을 따지면 분명 미주의 삶을 앞질렀다.
그럼에도 태식이 미주에게 변함 없이 장난을 치고 어리광을 부리 를 수 있는 건, 살아온 삶과 상 관없이 미주가 여전히 어머니이 기 때문이다.
“어떤 놈■이야. 엄마가 왕년에 날렸던 거 알지? 가서 강냉이를 다 털어 줄게.”
“아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그럼 년이야?”
“마마님, 장난칠 분위기는 아니 지 않았나요?”
“그럼 그렇게 우중충하게 있지 말고 이놈아! 진짜 무슨 일 난 거 같잖아!”
미주는 옆에 있던 효자손을 집 어 던지려다가 팔을 뚝 떨궜다.
“나도 어른인데, 내 알아서 일 좀 하자. 엄마가 이렇게 다 캐물 으면 마마보이 소리 들어. 그렇 게 장가가라고 하면서 마마보이 한테 누가 좋다고 시집 와?”
“헤유. 이놈, 지 애미 속 타는 것도 모르고.”
“찬물 한잔 드려? 아니면 맥
주‘?”
“됐다 이놈아. 너 딴 건 모르겠 는데, 괜한 사람들 피해 주고 다 니기만 해. 그러면 그날이 다리 부러지는 날이야.”
“어련할까. 인천 죠스 어디 안 가지.”
“놈이 빨리 장가를 가서 애를 봐야 부모 속을 알지. 너는 너랑 똑 닮은 아들 낳아 봐야 돼.”
미주는 터덜터덜 안방으로 들어 갔다.
시끄럽게 떠들기만 하는 TV 프 로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가 보다.
태식은 몇 번이고 확인한 방어 마법들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이것 때문에 잠깐 들른 거다.
뉴스를 보고 걱정할 미주를 염 려한 것이기도 하고 말이다.
“오빠, 싸우신 거 아니죠?”
“어? 아아아니야. 아니야. 우 리 원래 이렇게 대화해. 우리 마 마님이 목소리가 조금 크잖아.”
물론 살구도 있다.
방 안에 있기래 자는 줄 알았더 니 아닌가 보다.
“그런데 저도 들었는데요. 엄청 무서운 일이 벌어졌대요.”
“걱정 안 해도 돼, 몰라도 되고. 너는 그냥 음-. 마스크 잘 쓰고 다니고 손발 자주 씻고. 그 정도 만 하면 돼.”
“하지만……
“왜? 하고 싶은 말 있어? 있으 면 해 봐.”
“저…… 그게 아니라요.”
-잠시 혼란이 있었습니다. 이 점 시청자 여러분께 고개 숙여 사죄드립니다.
멈췄던 생방송이 다시 시작되었 다.
그 짧은 사이 패널과 스튜디오 까지 바뀌었다.
-아무래도 불확실한 사안에 대 해 논하다 보니 자칫 의견이 과 열된 것 같습니다. 해서, 잠시 다 른 주제를 논해 보고자 합니다.
박서영 특파원.
화면이 휘리릭 바뀌고 마이크를 든 리포터가 잡혔다.
그 뒤로는 시위대의 모습이 비 추어진다.
그들의 모습이 한눈에 콱 틀어 박힐 정도로 익숙하다.
-지금 저는 여기 광화문 광장 에 나와 있습니다. 현재 한 종교 단체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며 광화문 진입 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예. 그 종교 단체의 이름이 뭐 라고 했죠?
-성모재림예수회라는 단체입니 다.
“푸후- 저것 때문이었어?”
“……네.”
“왜 니가 기가 죽어? 네 잘못 전혀 아닌데. 저 사람들이 나쁜 거지.”
실상 나쁘다고 할 수 있을까? 저들은 교주에게 속은 신도들이 다.
저들의 목적은 병을 치료하는 기적을 바라고 원하는 것이었고 그 대가로 믿음과 돈을 지불했을 뿐, 어떠한 다른 목적은 없었다.
적어도 그 상황에선 말이다.
그래서 일반 신자들은 딱히 조 치를 취하지 않고 넘어갔다.
교주가 죽고 성모가 사라지면 자연히 와해될 신생 사이비였으 니 말이다.
“그게 아니라요……
-성모시여, 우리의 목소리를 들 어 주십시오!
-우리의 모든 그릇을 비웠습니 다. 다시 한번 재림하시어 이 재 앙을 걷어 내 주십시오!
화면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신실한 신앙자인 동시에 지독한 사이비 신자처럼 비추어졌다.
-잠시만요, 인터뷰 요청 좀 드 리겠습니다! 성모라는 분께서 실 존하신다면 이 인터뷰를 통해 목 소리가 전달될지도 모릅니다!
-제가, 제가 하겠습니다!
신도 하나가 마이크를 낚아챘 다.
-성모시여! 저희의 배덕을 용서 하소서! 진정한 성모를 모시지 않고 그 목소리를 전하는 전달자 의 말에 현혹된 어린양을 부디 굽어 살피어 주옵소서!
-저, 잠시만요. 잠시만…….
-성모시여! 기적을 이루시는 재 림의 예수시여! 부디 저희를 저 주치 마시옵고 용서를 비나이다! 저희의 악업은 저희에게 벌하시 고 부디 노여움을 거두어 주옵소 서!
-자, 잠깐…….
리포터는 빼앗긴 마이크를 다시 가져오지 못했다. 그 찰나 화면 이 스튜디오로 바뀌었다.
-예. 확실히 어떠한 신실한 믿 음이 있어 보이는 단체이긴 합니 다. 이 성모재림예수회란 곳이 생긴 지 얼마 안 된 신생 단체라 지요?
-그런데 실제로 기적을 행했다 는 의학적 증거가 많습니다. 해 서 그 성모라는 존재가 어떠한 특형 능력자가 아닌가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료를 하는 특형은 이제까지 발견된 적이 없다지 않 습니까. 이 성모라는 존재가 유 일한 치료 능력이라 볼 수 있을 까요?
-이게 저 교단 내에서도 의견 이 분분한 것 같습니다. 단순히 치료 능력을 가진 특형일 것이다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기 적을 행하는 것이다라는 의견도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광장에 있는 분들은 후자겠군요.
-그렇습니다. 자신들이 믿는 기 적의 존재를 통해 이 국난을 해 결해 보자 하는 간절한 기도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수록 살구의 고개가 푹 숙여진다.
얼굴은 붉게 익을 대로 익어 터 질 것 같다.
태식은 TV를 꺼 버렸다.
“어휴 시끄럽네. 포맷을 바꿔도 소리치는 건 똑같구만.”
“저, 오빠. 저도 해 볼게요.”
“ 뭘?”
“기도할게요. 제가 간절히 기도 하면 이루어지니까요.”
“어이구, 그러셔? 무슨 기도를 하려고?”
“이 상황을 해결해 달라는 기도 요.”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는 지도 모른다.
살구의 특형은 절대 마법식이기 도 하지만 식을 연성할 때 들어 간 다크매터 이외의 대가를 추가 로 지불해야 하는 식이기도 하 다.
정도를 잘 조절하지 못하면 엄 청난 반동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살구의 몸이 이리 약한 것도 다 능력을 과하게, 혹은 잘 못 썼기 때문이다.
“살구야.”
“네?”
“네가 어떤 마음인지는 잘 알겠 어. 하지만 그 도움은 나중에 받 을게, 진짜 결정적인 순간에. 알 았지?”
“……네.”
태식은 망설이며 대답한 살구에 게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꼭 도와줘야 한다.”
“네.”
“괜한 거 신경 쓸 필요 없어. 얼른 자. 늦었다.”
태식은 살구를 방으로 들여보내 주곤 광화문으로 나갔다.
저 신도들을 다시금 살피기 위 함이다.
혹여나 지금의 상황을 기회 삼 아 개인적인 욕심을 챙기려는 자 들이라면 가만 두고 싶지 않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