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5)_1
요.”
“어허허, 그러니 귀하 곁에는 아부꾼이 앉을 자리가 없을걸세. 둘 중 하나겠지. 열심히 일하여 그 가치를 증명하는 자이거나, 죄 없이 무결한 자이거나. 이런 이들이 확고한 통치 이념 아래 열심히 일한다면 부국강병은 절 로 따라오지 않겠나.” 대충 이야기하면 알아들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늘은 마음을 굳히 고 온 모양이다.
진인도 유성, 이린과 딱히 다름 이 없다.
“이미 그렇게 확신에 차 계시니 쫓아낸다고 쫓아질 것도 아니 고.”
태식은 몸을 당겨 일으켰다.
진인은 자세를 고쳐 잡았다.
“내가 권력에 욕심이 없는 건 맞는데, 내 조직의 모든 구성원 이 권력에 욕심이 없을 수는 없 어요. 과잉 충성을 하는 자도 나 올 것이고 나 몰래 착복을 하려 는 자도 있을 겁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과 다름이 없네.”
“그게 무서운 게 아니라, 내 성 격이 문제라 이겁니다. 나는 그 렇게 시스템에 기생하면서 속여 먹는 놈들을 살려 둘 수가 없어 요.”
“엄벌이 마땅한 죄목 아닌가.”
“악당일 때나 그런 거죠. 공식 정부가 그런 식으로 하면 국민들 숨이나 쉬겠어요? 그리고 내가 권력 욕심이 없다고 하는데, 그 것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거예 요.”
“귀하의 힘은 모두 귀하의 능력 에서 나오지 않나. 구태여 사병 조직을 운영하며 권력을 옹위토 록 하지 않음이 당연하네.”
“그건 나 혼자일 때 이야기고 요. 내 자식은요?”
“ 으응?”
“나도 언젠가는 결혼도 하고 아 이도 낳을 텐데. 그렇게 되면 사 람 마음이 확 변한다 이 말이에 요. 나라고 승계를 안 할 것 같 아요?”
태식은 괜스레 가슴이 시큰거려 이맛살을 찌푸렸다.
“자기 자식한텐 쌀 한 되도 닥 닥 긁어서 남겨 주고 싶은 게 부 모 마음인데, 나라고 다르겠냐고 요.”
“허허••••••
“그리고 효율도 더 떨어집니다. 지금 영감님이 나더러 대통령이 되라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과 다른 제도이긴 하겠 지.”
“그래 봐야 전제군주제 아니면 막후 정치를 하라는 건데. 그러 려거든 시스템을 고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 나라를 개국해야 되 는 겁니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이미 노선 정리를 다 하고 있는 데 뭐하러 나라를 뒤엎는 진통을 겪습니까?”
“그것이 귀하의 불가론인 겐 가?”
“아니요, 하나 더 있어요. 이게 가장 중요한 겁니다.”
태식은 장난기 하나 없이 진지 한 태도다.
몸에서 은은히 흘러나온 검은 기운만 보아도 지금 이 말 한마 디 한마디가 심장 깊은 곳에서 꺼내 뱉음을 알 만하다.
“말씀 주시게. 내 경청하겠네.”
“내가 능력자라는 거예요. 그리 고 내 주면에 있는 인물들도 다 능력자 위주로 판이 돌아가고 있 다는 거고요.”
“그게 어찌 문제인가. 일을 빠 르고 원활이 처리하려 함이 아닌 가.”
“내가 전면으로 나서는 것은 특 형 능력자들이 지배층이 되는 신 호탄이 되는 겁니다.”
“알고 시작하면 대비할 수 있 네.”
“작은 이익 단체 하나가 추가로 생기는 게 아니라, 거대한 대분 류, 극명한 피라미드의 최상층이 새로이 생겨나는 거예요. 대비의 차원이 아니라, 인종이 갈라지든 분류가 나뉜다는 겁니다. 어떠한 사건과 사안이 있을 때마다 초능 력자와 비능력자로 나뉘어 대립 하게 될 거란 말이에요.”
진인의 표정에서 웃음기가 사라 졌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일반인들 은 군대라는 무력을 가지고 있고 우리 능력자들은 특형이란 무력 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어떤 그 림이 그려지는지 이해되십니까?”
“내분을 걱정하는 겐가? 그거야 군부를 장악…… 그러면 그야말 로 독재인 게로군. 허허, 외통수 로구먼.”
“안 그래도 바이러스 때문에 난 리 피웠는데, 진짜 무서운 역병 은 그런 내분이자 분쟁이에요. 그거야말로 나라를 망하게 하는 병이라고요. 아니면 영감님이 원 하는 게 스파르타같이 소수의 전 투 능력자가 절대다수의 노예를 거느리는 그런 국가예요?”
진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네, 그렇지 않네.”
그리고 다시금 고개를 젓는다.
“미안허이, 내가 옅은 눈으로 세상을 보았구먼. 시기에 운이 있으니 마음이 크게 동하여 진중 을 보지 못했음이네.”
진인은 다시금 고개를 숙였다. 방금 전에 숙인 것과는 그 분위 기가 전혀 달랐다.
숙여진 고개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만 고개 드세요.”
“미안허이, 내 귀하가 통치에 의지를 가진 줄 알았네. 하여 옆 에서 잘 보필하면 될 줄 알았어. 하나, 귀하의 통치는 권좌에 있 지 않음을 미처 몰랐네. 허허허, 온갖 공치사는 나에게 있었나 보 네.”
다시 고개를 든 진인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게 달아올라 있다.
창피함과 수치심에 시선 또한 마주치지 못했다.
마침 띠리링 하며 취사 완료음 이 나왔다.
적당한 타이밍이다.
“밥 다 된 거 같은데 밥 먹죠.”
“아닐세. 내 오늘은 귀하와 겸 상을 할 계제가 되지 못함을 알 았네. 비워 내고 더 비워 낸 후 로 기약하겠네.”
진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주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범부의 욕심에 큰 결례를 범했 습니다. 자제님은 이미 크게 이 무었으니 탓할 것도 걱정할 것도 없으시겠습니다.”
“이놈이 말만 많지 실속은 없어 요.”
“허허, 부끄럽습니다. 다음에 다 시 찾아 주시게.”
진인은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듯 이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쩝.”
태식은 떨떠름함에 입맛을 다셨 다.
미주도 괜히 멍한 눈치다.
“아유, 내 정신 좀 봐. 밥 떠야 지.”
미주는 퍼뜩 정신을 차리곤 밥 상을 차렸다.
“아들, 와서 앉아.”
“괜히 정신 사납게, 그지?”
“그래도 영 허튼짓하고 돌아다 니는 건 아닌 모양이네.”
“다리몽둥이 부러질까 겁나서 그러겠어?”
“말은. 밥이나 먹어.”
평소보다 과한 고봉밥이다.
이래저래 허기가 많이 진다. 태식은 밥그릇을 싹 비웠다.
* * ♦
“테러 사건과 맞물려서 강하 바 이러스 뉴스까지 전파를 탔어요. 길거리에 사람들이 없을 정도고 당국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중이에요.”
중국에서 넘어온 보균자가 있었 고 그 탓에 바이러스 접촉자 또 한 수십 명 단위로 생겨났다.
하지만 다들 바이러스에 대한 경각심이 최고조에 올라 있던 덕 에, 예상했던 것보단 피해가 적 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백신이 빠르게 개발된 것이 가장 주요했다.
생산 라인을 공격적으로 배치한 결과 이미 국내 소화량은 충분히 확보하였고 남은 양은 공식 루트 를 통해 중국을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백신은 안정권 내에 있고요, 민간에서는 마스크 및 소독 약품 들이 사재기 때문에 품귀 현상을 보이는 정도의 문제예요. 하지만 이것도 빠르게 관련 법규를 통과 시킨 덕에 과열 양상은 오래가지 않을 거라고 봐요.”
“중간에서 장난친 유통업자 놈 들 리스트 뽑을 수 있어요?”
“조사하면 가능해요. 할까요?”
“해야죠. 나라의 우환거리로 한 탕 챙기려는 악질이잖아요. 그런 놈들은 나라가 기울면 나라도 팔 아먹을 놈들이에요. 확실히 싹을 뽑아 놔야죠.”
“알겠어요. 일단 검찰 의뢰해서 리스트는 준비해 둘게요.”
“그럼 이제 거의 다 마무리된 거죠?”
“네, 추가적인 바이러스가 발생 하지 않는 이상은요. 현재의 강 하 바이러스는 큰 피해 없이 막 을 수 있다고 장담해요.”
이린은 주먹을 말아 쥐며 확신 했다.
태식도 그 확신을 의심하지 않 는다.
“그렇다고 너무 안심하지는 말 고요. 바이러스가 또 어떻게 변 할지 모르는 거니까요.”
“그럼요. 바이러스 연구 팀은 이번 사태가 끝나고 나서도 계속 남겨 둘 생각이에요.”
“좋아요. 큰 거 하나 했네요.”
이제 정부 측에 협상이니 뭐니 해 가며 악다구니를 쓴 것만 유 도리 있게 해결하면 되지 싶다.
모양이야 좀 빠지겠지만 가서 너털웃음 지으며 너스레 꽤 떨면 될 듯하다.
“태식 씨. 하나 더 보고할 게 있긴 한데요. 바이러스 관련은 아니고요.”
“ 뭔데요?”
“요 며칠 사이에 게오르그 수치 상승 때문에 병원을 찾은 손님들 이 조금 많아져서요. 병원 현황 을 계속 주시하던 통에 발견한 거예요. 바이러스랑은 상관없지 만 혹시나 해서요.”
이린이 차트를 내보였다.
전달 동일 대비 세 배가 넘게 증가한 수치였다.
최악의 역병 (4)
게오르그 수치가 높아지면 암흑 중독 발병 확률이 올라간다.
그것에 수치적인 절대 기준은 없지만 개인적으로 평소 수치보 다 갑자기 상승했다면 염려를 해 야 하는 건 맞다.
“이거 대호병원 하나에서만 나 온 데이터인 거죠?”
“아니요, 국과심에 정보 요청해 서 전국 심계과 데이터를 취합한 거예요.”
“그럼 이게 전국 데이터다?”
“네. 병원 내방한 환자 데이터 예요.”
“그럼 내방하지 않은 사람까지 치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거겠 네요?”
“네. 하지만 증가 폭은 얼추 비 슷할 거예요.”
태식은 손가락을 튕겼다.
이런 일이 아무 이유 없이 갑자 기 발생할 수는 없다.
자연 발생의 경우라면 지금까지 축적되어 오던 게오르그 수치가 오늘에서야 만곡점을 넘겨 폭발 한 것으로 봐야 하는데 그럴 가 능성은 낮다.
그렇다면 어떠한 외부 개입의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태식은 현 상황에서 아 주 의심되는 외부 개입을 떨쳐 내기가 어려웠다.
“태식 씨, 혹시 이번 일이 많이 심각한 일인가요?”
“게오르그 수치가 올라가면 암 흑중독 발생하잖아요.”
“그것도 그것이지만, 지금 태식 씨의 고민은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염두하는 것 같아서 요.”
“그렇긴 한데••… 시기적 상황 때문에 내가 너무 집착하는 것일 수도 있고요. 일단 알겠어요, 상 황 예의 주시해 주세요.”
“네.”
태식은 이린과의 자리를 파하고 가게로 돌아왔다.
벨제르의 역병 사태는 관리의 단계에 들어섰다고 봐도 되는 상 황이다.
그런데 왜 자꾸 찜찜한 기분이 들까.
“좀 쉽긴 쉬웠지……
너무 쉬웠달까.
그런 느낌이다.
로아에서 벨제르에게 고생했던 것에 비하면 정말 땅 짚고 헤엄 을 친 것처럼 쉬웠다.
벨제르에 대해 알고 있는 바가 많았고 로아와 달리 한국의 높은 보건 의식과 의학 기술 덕이라고 봐야 한다.
물론 발 빠르게 대비한 것과 다 른 목적으로 준비하고 있던 것들 이 상황에 맞게 잘 활용된 덕도 있다.
그 모든 게 딱 맞아떨어지듯 잘 맞아 돌아가 이렇게 큰 피해 없 이 잘 막을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런데 이제 와 그런 생각이 든 다.
벨제르가 과연 이걸 몰랐을까?
그 약삭빠른 놈이 이런 상황을 과연 염두하지 않았을까?
벨제르는 전황이 불리하게 바뀔 낌새만 차려도 몸을 숨기는 녀석 인데, 이런 전황 파악을 전혀 고 려하지 않았을까?
‘그 의심 많은 놈이 이런 상황 을 고려 안 했을리가……. 고려 한 게 이 정도였던 걸까?’
“사장님, 사장님.”
“왜?”
“이젠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아 요?”
“아, 왜.”
태식이 연지 쪽으로 고개를 돌 렸다.
왠지 얼굴이 붉다.
“감독님한테 전화 왔는데, 이대 로 계속 홍콩에 있어야 하는 건 지 좀 불안한가 보더라고요.”
“홍콩까지 바이러스 퍼질까
봐‘?”
“그것도 그건데, 이번 일 때문 에 다큐 찍는 게 무산될까 봐 그 러는 것 같던데요. 이런 상황에 서 중국이 일을 크게 벌이겠냐는 느낌이랄까요?”
“그건 모르는 일이지. 바이러스 때문에 절로 물 타기가 되고 사 람들도 군집 활동을 못 하잖아. 날치기로 넘기기 더 좋은 상황이 지.”
“흠…… 그런가? 알았어요. 그 럼 저도 얼추 준비해서 넘어 가 야겠네요. 인수인계는 거의 다 했고, 가장 중요한 것만 남았거 든요.”
“가장 중요한 거? 중요한 걸 먼 저 전달해야지.”
“제 송별회요! 설마 그냥 보낼 셈이에요?”
말을 할수록 얼굴이 점점 더 붉 어진다.
“야, 연지야. 너 얼굴이 왜 그렇 게 붉어? 술 마셨……을 리는 없 고. 열 있어?”
“네? 열요?”
연지는 제 이마를 짚었다.
“없는데요. 아 뭐야, 바이러스 같은 거 아니에요. 기침도 없고 콧물도 없는데요.”
그건 그렇다. 오늘 하루 종일 연지의 기침 소리는 듣지 못했 다.
그런데 이제 보니 신체 활성화 가 유달리 과한 것 같다.
딱히 몸 쓴 일도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는데도 말이다.
“연지야 잠깐 와 봐.”
“왜요.”
“좀 와 보라고 이 녀석아.”
태식은 연지를 훌쩍 띄워 앞으 로 당겨 왔다.
등에 손을 대고 몸 안의 기운을 면밀히 살폈다.
“하-.”
태식은 탄식했다.
“왜요? 뭔데요?”
“이런 게 원래 가능했던가?”
“혼잣말하지 말구요. 나도 알려 줘요!”
“연지야, 너 지금 기분이 어때? 몸 안에 난로가 있는 것 같은 기 분이 들지 않아?”
“말 들으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진짜 뭐예요? 저한테 뭐 안 좋은 일 생긴 거예 요?”
이걸 안 좋은 일이라고 해야 할 지 좋은 일이라고 해야 할지 모 르겠다.
“너 지금 특형이 생성되고 있 어.”
“네?”
“특형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연지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직접 대고 들어도 이해가 안 되 나보다.
“저한테 지금 초능력이 생긴다 는 거예요?”
“그래.”
“어떤 초능력요? 저도 막 불 쓰 고 하늘 날아다니고 그러는 거예 요?”
“그것까진 아직 몰라. 표현하자 면 알이 생기는 단계거든. 그 알 이 완성된 후에 부화까지 끝나야 특형이 발동될 거야.”
“졸지에 닭이 된 꼴.”
연지는 별 걱정 없다는 듯이 농 담을 했다.
그러고 보면 딱히 심각한 일은 아니다.
아주 긍정적인 상황의 특형 발 현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본래 특형이란 게 암흑중독에 먼저 걸리고 그것을 이겨 내는 과정에서 발현되는 것인데, 연지 의 경우는 전 단계를 건너뛰었다 고 할 정도로 암흑중독 증상이 없었다.
“뭐예요, 왜 심각해요? 나 죽을 병 걸린 거예요? 암흑중독?”
“아니야, 그런 게 전혀 없어서 오히려 놀랍네. 건강해. 몸이 활 성화되는 건 특형 발현 때문에 그런 거야. 걱정할 것 없다.”
“갑자기 비운의 여주인공 되는 줄 알았잖아요. 진짜 별거 아닌 거죠? 그냥 나 초능력자 되는 거 고요.”
“그래. 며칠 몸조심하고 다녀, 무리하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연락하고. 내가 수시로 체크해도 되긴 하는데, 그건 좀 거북하잖아.”
“왜요? 왜 거북해요. 나 체크해 줘요. 수시로 체크해 달란 말이 에요. 사장님은 열심히 일하는 직원한테 너〜무 관심이 없어요. 악덕사장.”
“그렇다고 도 넘게 까불지는 말 고.”
태식은 연지를 다시 훌쩍 날려 카운터에 앉혀 줬다.
그 시선이 그대로 제니에게 향 한다.
제니는 얼른 컴퓨터에 앉아 DCA 서버로 접속했다.
한국 팀의 상당수를 중국 내 현 황 파악에 가용하고 있는 탓에 한국에 대한 정보가 미미하다.
“특이할 만한 정보는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