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5)_10
“그런 게 아니라, 제가 전할 말 이 워낙 중하니 이렇게 대담을 하는 분위기보다는 면담이 나을 거 같다고 여기는 겁니다.”
“뭔가 크게 착각하는 모양인데, 지금은 협상이 아닌 경매를 하는 자리라고 보면 될 겁니다. 당신 들이 내어줄 수 있는 것을 내어 놓으면 내가 그 값을 판단하는 거죠.”
“일전의 실례는……
“아아, 됐습니다.”
“말씀 좀 들어 보십시오. 그때 말했던 좋은 인연을 지금 당장 소개해 드릴 수 있습니다.”
김재현은 발에 불똥이 떨어진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장수영이고 왕군이고, 모두 김 재현이 아는 얼굴이다.
둘 모두 한국 정부에 다리를 놓 고 알력을 행사하던 중국 정부의 고관들이었으니 말•이다.
그와 대립각을 세우며 힘겨루기 를 했던 김재현의 입장에서는 지 금 저들과 한자리에 앉아 있는 것부터가 매우 불편했다.
“당신도 한국인이라고 했지 않 습니까! 한국 국적이라고! 그런 데 저런 중국 놈들과 붙어먹어서 야 되겠습니까! 이놈들이 어떤 놈들인데요!”
“이보세요, 김 형! 못 알아들을 줄 알고 그렇게 말하는 거요!”
장수형이 버럭 소리친다.
“당신들 말이야, 당신들! 남의 나라에 세작질하는 거! 모를 줄 알아? 이미 붙어먹을 놈들이랑은 다 붙어먹고서 뭐 한다고 여기까 지 기어 왔어!”
“김 형이야말로 겉으로는 깨끗 한 척하면서 뒤로는 이런 이적질 이나 하고 있었군그래. 어쩐지 말할 때마다 구린내가 풍긴다 했 지! 안 그래? 왕군.”
“김 형이 고고한 척해도 다리 달달 떠는 거 한두 번 봤나. 새 삼스러운 일도 아니지.”
“이런 짱깨 새끼들이 사람 면전 에 두고 지들끼리 씹어 대! 보십 시오, 중국 놈들이 이런 놈들입 니다. 자존심 쎄고 지들끼리만 뭉치는 놈들이란 말입니다. 같은 한국인끼리 도와야 하지 않습니 까! 같은 한국인끼리!”
김재현 제 가슴을 팡팡 쳐 가며 울분을 터트렸다.
“대인, 대인의 뜻은 저 장강과 같아 이 세상을 모두 품을 듯이 넓습니다. 저런 속 좁은 간신의 말에 일희일비하실 것 없습니 다!”
어디 가서 점잔 빼며 손가락 하 나 까딱하지 않을 위인들이 여기 선 이렇게 입술이 부르터져라 목 청을 돋는다.
태식은 저들의 모습이 꼭 여물 통에 대가리를 처박은 돼지처럼 보였다.
“김 의원님.”
“예!”
“정의로운 척하지 말자고요. 그 리고 내가 한국인인 게 당신이랑 엮일 이유는 아니잖습니까. 그러 니 비즈니스적인 자리에서 그런 감정놀음 하지 맙시다, 아마추어 같이.”
태식은 빈 잔을 털어 내며 선을 그었다.
잔에 남아 있던 붉은 술 방울이
김재현의 얼굴로 튀었다.
김재현은 그것이 따가워 화들짝 놀라 얼굴을 훔쳐 냈다.
“파하하하하. 대인 저런 소인배 는 물리치고 저희와 뜻을 나누심 이 어떻습니까? 분명 대인께서 원하시는 바를 이루실 수 있을 겁니다.”
장수영이 다시금 목청을 돋았 다.
이 셋 중에 그의 목소리가 가장 큰 것은 그가 가진 배포가 남다 른 게 아니라, 품에 쥐고 있는 여물통이 두둑하게 들어차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
태식은 공기를 무겁게 눌러 일 어나 앉을 줄 모르는 장수영을 자리에 내려앉혔다.
“대, 대인!”
꿱꿱 거리는 게 시끄럽다.
태식이 원하는 건 저들이 어디 까지 내어줄 수 있느냐 이지, 그 들의 의기나 배포 따위가 아니 다.
태식은 어둠으로 그의 의식을 파고들었다.
그러곤 강력한 사념으로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준비하여 이 자리 에 왔는지를 이끌어 왔다.
그가 원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대한민국 땅에 완전한 친중 정권 을 세우는 것이었다.
미국과 직접적인 동맹을 맺고 있는 이 땅의 정치적, 경제적 실 권을 부여잡아 대양으로 나갈 전 진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이다.
그것은 중화라는 하나의 이념이 자 사장으로 결부되어 있었다. 중국이 세상의 중심이자 근원이 라는 생각은 자긍심을 넘어 신념 이자 이념과도 같은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렇기에 그 중화의 고 위 관료인 자신이 가져야 하는 힘에 대한 갈망이 함께 엿보인 다.
그야 말로 막대한 부와 권력이 었다.
말 한마디로 수백 명의 사람 목 숨을 좌지우지할 정도의 권력이 고 힘없는 나라 정도는 단숨에 허리를 꺾어 놓을 정도의 부였 다.
왕군의 머릿속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세상의 중심을 가진 문화를 영 위하는 민족으로서 세상을 호령 해야 된다는 우월주의가 있다.
그리고 그 진정한 문화의 힘은 진짜 중국인인 한족만이 가지고 있음이라 여긴다.
그의 목적은 짧게는 현재의 중 국 정권에 대한 반전이었지만, 길게는 한국에 대한 문화적 잠식 을 통한 의식 통일이었다. 그리고 그 정점에 자신들의 권 력이 있음이다.
“남의 나라 집어삼키는 걸 아주 제집 감 따먹듯이 생각하는 놈들 이네.”
그 신념이 너무도 확고하고 사 고는 명확해서 오히려 그걸 들여 다보는 태식이 혀를 내두를 정도 였다.
태식은 마지막 남은 김재현의 의식을 거둬 보았다.
일전에 봤던 것과 달리 초조함 이 극에 달해 있다.
자신이 쥐고 있는 것을 잃을까, 금이 간 밥그릇을 끌어안고 있 은 모습이 그야말로 매 맞은 개 꼴이다.
둘은 입안 가득 음식을 씹어 대 는 게걸스러운 돼지고 하나는 비 루먹은 개라니.
“아하하하하, 이거 참 자리에 어울리는 면면들만 모였구만 그 래.”
태식은 크게 웃었다.
이 돼지들의 마음이 한마음으로 뭉쳐 있지 않으니 그게 즐거움이 고, 비루먹은 개의 생각이 제 밥 그릇 보전에만 있으니 그게 웃긴 탓이다.
“거기, 당신들은 나더러 나라를 팔라 함이고, 거기 의원님은 나 더러 나라를 쥐여 달라 함인데. 이거 내 눈에는 똑같은 작자들이 라.”
태식은 담배 한 대 쉽게 녹여 검은 연기를 뿜어냈다.
“그렇다고 전부 같이 술잔을 나 눴으니 누군 괄시하고 누구만 우 대할 수도 없는 노릇.” 셋의 눈동자가 태식의 손짓을 따라 이리저리 뒹굴거린다.
“대인께서 한국인으로서 한국을 사랑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한국 정부를 사랑 한다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대인! 우리 중화는 대인의 능력 을 넓게 펼칠 수 있도록 여러 지 원을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속으면 안 됩니다! 중국 놈들 하고 손잡으면 지금 저 자민당 놈들하고 다를 게 뭡니까! 제가 약속했지 않습니까, 이 전라도권 만 잘 주무르고 나면 여의도는 알아서 열릴 거라고!”
돼지가 울고 개가 짖는다.
울음소리는 달라도 결국 같은 놈들이다.
결국은 제 밥그릇 넘치게 할 궁 리만 하는 것들일 뿐이란 말이 다.
“그럼 이렇게 합시다. 사이좋게 이 나라를 네 등분으로 나누는 겁니다. 그래서 한 덩이씩 나눠 가지는 걸로.”
이쯤이면 개밥그릇이 넘칠 정도 는 되지 않겠나.
태식은 빙긋이 웃어 보였다.
레드 캐슬 ⑴
“마, 말도 안 되는……
김재현은 신음했다. 그의 눈에 경멸의 시선이 담긴다.
태식은 그 주제 모르는 시선이 심히 불쾌했다.
“뭐가 말이 안 되지?”
“대체 왜 중국 놈들과 손을 잡 겠다는 겁니까? 지금 당신이 하 는 말이 나라를 팔아먹겠다는 것 과 뭐가 다르냔 말이야!”
김재현은 침을 튀겨 가며 화를 냈다.
태식은 그 모습이 그저 우스웠 다.
“당신도 테러리스트에게 나라를 팔아먹으려 온 것 아닌가? 아니, 이미 팔아먹었군. 일전에 말이 야.”
“웃기는 소리! 그건 협상이었어. 불가항력의 초능력자를 우선 달 래기 위한 협상이었다고! 당신이 입장을 바꿔 생각해 봐. 당신보 다 더 강한 존재가 나타나서 이 따위 패악질을 부리면 어떤 선택 을 할 건데!”
“더, 더 해 봐.”
태식은 파이프를 꺼내 연초를 눌러 담았다. 엄지손가락에 힘이 잔뜩 들어간다.
“이건 아니지! 이건 아니야! 우 리가 어떻게 지켜 온 나라인데! 이 나라를 통째로 들어서 중국 놈들에게 내준다고?”
“지켜? 너희가 이 나라를 지켰 나? 네놈들 밥그릇을 지킨 건 아 니고?”
“우리라고 정치적 사명이 없는 줄 아나? 우리는 애국심도 없는 줄 아냐고!”
태식은 뻑뻑한 파이프를 깊게 들이 켰다.
길게 내쉰 연기가 검게 물들어 있다.
“후우-. 그래 좋은 말이야. 사 명감, 애국심. 누군들 그런 마음 이 없으려고. 그런데 저울질은 해 봐야지. 그 사명감이 당신의 보신보다 큰가? 그 애국심이 당 신의 보전보다 크냔 말이야.”
“작지 않다! 적어도 너 같은 놈 보다는 작지 않아!”
“파하-.”
태식은 코웃음을 쳤다.
정말 모른다고 생각하고 저리 말하는 것인지 기가 찰 노릇이 다.
“당신이 국회의원이 당선된 다 음 재산이 100배가 넘게 증가했 던가? 그 대부분이 부동산일 건 데. 이것도 나라를 위한 마음이 었나 보구만.”
“그, 그건, 정당한 투자였어!”
“그래, 중국 투기가 들어오면서 값이 오른 부동산에 대한 정당한 투자. 내가 나라를 팔고 있다고? 니들도 이미 다 팔아먹었잖아. 이 나라에 중국 땅 안 밟고 지나 갈 수 있는 길이 남아 있긴 하 나?”
“대인, 그건 오해……
장수영이 한마디 꺼내려다 검게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태식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게 장난기가 없다.
“말해 봐. 중국인의 투기에 편 승한 게 정당한 투자야?”
“그게 불법인 건 아니야.”
“파하하하하, 변명 참 궁색하네. 중국이 돈으로 주변국 침략질해 대는 건 나 같은 사람도 다 아는 건데, 당신 같은 정치인이 모르 려고.”
태식이 파이프를 휘이 저었다.
장수영과 왕군을 휘감았던 연기 가 김재현에게 흘러간다.
“그럼 그게 불법이 아닌데 어떻 게 막으라고! 저 자민당 놈들이 무조건 편을 들고 있는데, 나 혼 자 그걸 어떻게 막아!”
“막는 시늉도 안 한 놈이 혓바 닥만 더럽게 기네.”
더 듣고 있을 기분이 나지 않는 다.
“그냥 매국노처럼 하지 그랬어. 더러운 정치꾼 표팔이처럼 웃음 이나 팔면서 야합을 꾀했어야지. 어디서 정의로운 척이야.”
검은 연기가 김재현의 폐부 깊 이 스며든다.
김재현의 얼굴 또한 핏기 없는 잿빛으로 죽어 갔다.
“후우-.”
태식의 숨은 쉼 없이 길게 늘어 졌다.
김재현에게 이런 식으로 손을 쓸 생각은 없었다.
그의 부덕함이 다른 정치인들 평균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김재현의 수준까지 상한선을 내 려 버리면 정말 남아나는 정치인 이 없게 된다.
진인이라면 이 상황을 보고 차 라리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것 처럼 전부 갈아 내고 정부를 새 로 꾸리자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태식은 그와 같은 행동 을 몇 번 해 봤었다.
왕을 갈아 치우고, 귀족을 갈아 치우고, 의회마저 뒤집어 놓기도 했었다.
그런데 딱히 변하지 않았다.
사람을 치운다 한들 역할을 방 치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그 직무와 역할을 해 야 한다.
그래서 썩은 놈을 갈아 치우고 신선한 놈을 가져다 두었는데, 그럴 때마다 다 썩어 가더라.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을 그처럼 통감한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태식에게 정치란 언제 나 일정 수준 썩어 있는 상태의 것이었다.
그래서 그 안에 들어가 직접 손 을 쓰기보다는, 그 밖에서 정도 이상으로 썩은 부분을 도려내고 새살을 채워 넣는 방식이 옳다고 여긴 것이다.
“어휴, 이놈의 성질머리. 그러게 왜 그런 헛소리를 하냔 말이야.”
태식은 타들어 간 담뱃재를 탁 털어 버렸다.
그 순간 함께 자리하고 있던 셋 또한 툭 허물어졌다.
태식은 장수영과 왕군을 먼저 끌고 왔다.
지금 이 자리의 장수형과 왕군 은 적국의 첩자라고 봐도 무방하 다.
그 속내를 뻔히 알았으니 마땅 히 손을 써야 한다.
전마병으로 만들면 전쟁의 병정 으로 사용하긴 좋아도 정쟁의 모 사꾼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죽음의 인장을 찍어 수하로 다 루는 방식도 있지만, 그건 겉으 로 티가 난다.
그리고 내재적으로 반발심이 생 겨 배신을 하거나 자포자기할 가 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
그렇기에 당장 써먹기는 좋아도 오랜 시간 써먹을 수는 없다.
이럴 때는 기억에 환상을 덧씌 우는 방식이 좋다.
손이 많이 가고 강제성이 없다 는 점에서 변수가 크긴 하지만 일이 악화될 위험도는 가장 낮 다.
태식은 장수영의 의식 안에서 그가 원하는 협상의 그림을 끌어 왔다.
호탕하게 술을 마주하며 호형호 제를 하는 그림이었다.
‘강 형! 내 대륙의 호방함이 뭔 지 제대로 보여 드리겠소! 선행 300조! 그 후에 투자자를 모아
500조를 추가 투자해 드리겠소!’
‘이왕 해 주는 거 1천조를 맞춰 주지.’
‘숫자 8이 들어가야 복이 오지 않소. 돈이라면 걱정 마시오. 일 만 잘되면 까짓거 200조 더 해 주는 거야 일도 아니오!’
장수영은 술잔 가득 술을 따르 며 건배를 외쳤다.
기억 속의 태식 또한 호탕히 웃 으며 그 잔을 마주한다.
‘그러면 나는 차이나타운에 서 해에 대한 조업권까지 얹어 주면 되려나.’
‘그러면 좋지요. 하지만 그 무엇 보다 큰 것은 공안의 주둔이오. 중화의 재산이 그와 같이 많이 흘러들어 갔는데, 그 재산을 지 킬 사람들이 있긴 해야 하지 않 겠소.’
‘그럼, 자기 돈은 자기가 지켜야 지 누가 지켜 주겠어?’
‘이렇게 말이 잘 통하니, 그야말 로 형제를 만난 것 같소. 우리는 한국이란 나라의 상징을 가져갈 테니, 실질적인 과실은 강 형이
전부 챙기면 될 것이오!’
장수영과의 기억은 마지막까지 호탕하게 웃어넘기는 것으로 마 무리를 지었다.
다음은 왕군이다.
왕군이 장수영을 보는 시선은 원수와 같았다.
그럼에도 첫 대면에서 내색하지 않고 능청을 떨었던 것만 봐도 이자가 얼마나 얼굴을 잘 바꾸는 지 알 것 같다.
‘지금 진 주석은 공산당이 통치 하는 중국이 아닌 자신이 통치하 는 중국을 만들려 하고 있습니 다. 이것을 가만 두고 볼 수 없 습니다. 힘을 빌려 주십시오.’
‘암살이라도 해 달라는 것인 가?’
‘그랬다가는 내전이 일어날지도 모를 일입니다. 은밀하게 서서히 진행하면 되리라 봅니다. 군자의 복수는 10년 걸려도 늦지 않다 고 하는데, 국가를 바로 세우는 데 10년이 짧다 하겠습니까.’
‘그건 어찌 되었든 상관없지, 당 신들 일이니까. 그것 말고 나에 게 줄 수 있는 걸 말해 봐.’
‘우리가 다시 정권을 잡는다면, 모든 대외 전략을 전면 수정하여 대인의 영토에는 그 어떠한 공작 도 벌이지 않겠습니다. 진정한 형제이자 혈맹으로 존중할 것을 약속합니다.’
태식은 그 와 술 석 잔 나누는 것으로 끝을 기억을 마무리 지었 다.
“사기꾼 같은 새끼들. 하기야, 이런 놈들이 외교를 잘하는 거 지.”
장수영과 왕군, 둘 모두에게 흔 들리지 않는 중화 사상이 뿌리 박혀 있었다.
지금 당장 그 어떠한 감언이설 을 늘어놓는다 하여도 후일에 가 서는 다른 술수를 쓸 게 뻔하다.
그것이 그들의 의지가 아니라도 해도 그리될 것이다.
그들 주변에는 그들과 같은 중 화에 심취한 자들만 가득할 테니 말이다.
절대 저 둘의 의지만으로 그들 이 속한 조직의 속성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국가 간의 외교란 게 원 래 이런 것 아니겠나.
좋을 때야 좋은 대로 협약하지 만 상황이 뒤바뀌면 언제 그랬냐 는 듯이 약속을 저버리는 것 말 이다.
나라가 부강하다면 아무래도 상 관없는 일이다.
지금도 오지랖이 병이라 하지
만, 지키고 싶은 게 많아서 이 모양이다.
당장 싸워 이기는 게 문제가 아 니라, 선량한 사람들이 그나마 최대한 적은 피해만으로 일이 마 무리되길 원해서 말이다.
“장 팀장.”
“예.”
“이놈들 다시 돌려보내.”
태식은 장수영과 왕군을 내어줬 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장수영이한테 너를 나 한테 달라고 했어. 그러니 너를 움직이는 키인 네 할머니도 나에 게 올 거야. 몰래 빼돌리는 것보 다 이게 뒤탈 없지 않겠어?”
“아…… 예, 신경 써 주셔서 감 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쉽게 가려거든 쉽게 할 수 있는 걸 돌고 돌아 어렵게 왔는데. 그간 고생했어. 그놈들 돌려보내면 며칠 쉬어.”
“예.”
창천이 둘을 들고 나갔다.
태식은 테이블에 코를 박고 있 는 김재현을 내려다봤다.
“이 맹추는 어떻게 한다.”
자기 밥그릇이나 챙기러 온 놈 이다.
터진 주둥이로 쏟아 내는 말이 같잖아서 넋을 빼놓긴 했지만, 전마병으로 삼을 건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 김재현에게 어떠 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원흉으 로 자신이 특정됨은 당연하다.
딱히 그 후폭풍이 부담스럽다기 보다는 그랬다가는 일이 지금보 다 더 꼬인다.
“일을 하는 건데, 사감은 배제 해야지. 쯧.”
태식은 혀를 쯧쯧 차며 김재현 의 의식 속으로 들어갔다.
‘대호 그룹과의 다리를 놓아 줄 수 있습니다. 기간산업을 한다고 쳐도 세계 굴지의 기업이 성심성 의껏 진행해 주는 게 낫지 않습 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