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5)_11
아첨하는 눈빛이 확실히 전과 다르다.
일전의 사태를 겪고 나서 그 우 위가 어디에 있는지 제대로 파악 하고 있음이다.
그럼에도 나라를 팔아먹냐 성을 냈던 것은 그 일말의 심정에 정 말 나라를 파는 것만큼은 부정하 고자 하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일까?
그 마음이야 얼마든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고 본다.
정말 나라가 기운다고 치면, 김 재현이 독립투사가 될 위인은 아 니니 말이다.
‘그것보다는 중국 자본을 당겨 와서 일을 진행하고 싶은데 말이 에요.’
‘중국 기업을요? 굳이 그럴 이 유가 있습니까?’
‘마침 중국에서 거래가 들어와 서 말이죠. 이왕 하는 거 잘나가 는 우리 기업 곳간 빼먹는 것보 다야 남의 나라 꽁돈 뜯어먹는 게 낫잖아요.’
‘그러시면…… 중국 자본을 유 치한 다음에 입을 닦겠다는, 그 런 뜻입니까?’
‘저놈들도 그렇게 하는데 나라 고 못 할까. 나는 악당이고 테러 리스트인데, 충분히 가능하지.’
태식은 한껏 자랑스럽다는 듯이 턱을 치켜세웠다.
김재현의 표정이 활짝 핀다.
‘아하하하하. 역시, 나라를 훔칠 만한 큰 배포입니다. 그럼 어떻 게 도와 드리면 되겠습니까?’
‘홀리 랜드에 차이나타운을 크 게 건설할까 해요. 테마파크까지 겸해서. 그런 공사들 허가만 시 원하게 내 줘요.’
‘사업 규모를 어느 정도로 잡으 실 생각입니까?’
‘최소 500조 규모 이상. 그 정 도는 해야 뭐가 나오지 않겠어 요?’
‘그러면 그 돈만 잘 풀어도 전 라도권에 대한 지지도는 말할 게 없겠습니다. 전부 계획이 있으셨 는데, 그걸 모르고 제가 이렇게 선불 맞은 멧돼지처럼 찾아왔습 니다.’
김재현은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양손으로 악수를 청했다.
“어휴-. 이 인간아. 네가 하는 게 애국이냐. 쯧쯧.”
태식은 정신을 잃고 있는 김재 현의 손의 잡아 일으키며 심어 둔 기운을 뽑아냈다.
김재현은 번뜩 정신을 차렸다.
“그러면 진행은 자민당 쪽으로 우회해서 들어오는 것입니까?”
“그렇게 되겠죠. 저쪽에서는 당 연히 자민당을 통해 일을 넣을 테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래도 저희 당의 기본 스탠스가 있으니 어느 정도 의 반대 모션은 취하도록 하겠습 니다. 하지만 인가는 반드시 떨 어지게 할 테니, 이점은 살펴 주 시길 바라겠습니다.”
“예 예. 정치 9단이신데, 알아서 잘하시 겠죠.”
“그럼 다음에 대호전자 사장과 자리라도 한번 하시겠습니까? 내 가 마련하겠습니다.”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합니다.”
태식은 김재현을 밀어냈다.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물러갑니다.”
김재현은 세뱃돈 두둑이 받은 손주처럼 어깨를 들썩거리며 자 리를 떴다.
“이러면 일단 내수는 좀 회복 되려나?”
당장 급조한 계획이긴 하지만 그만한 돈이 들어오면 그간의 사 태로 확 쪼그라들었던 내수가 조 금은 기지개를 켜지 않을까 싶 다.
“모르는 건 전문가한테 묻는 게 낫겠지.”
태식은 찝찌름한 기운 툭 털어 내고 전문가를 찾았다.
레드 캐슬 (2)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그자가 이미 중국까지 전부 세력으로 감 아 넣었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기업에서 대놓 고 그자와 협력하는 건 좀……
“당장 우리가 그 작자 신경 거 슬린다고 해서 뭐 뾰족한 수가 있는 게 아닙니다. 폭탄을 순간 이동 시켜 보내는 사람인데 무슨 조치가 있겠어요.”
“그거야 그렇긴 하지만……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수많 은 신규 능력자들이 생겨나고 있 습니다. 그 인력을 전력으로 바 꿀 때까지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겁니다. 지금은 일단 모든 것을 보전하는 쪽으로 가는 수밖에 없 습니다.”
석우는 이 정도 했으면 싫은 척 은 충분히 했다고 여겼다. 여기 에 더 붙여 괜한 실랑이를 늘릴 필요는 없다.
“이해는 했습니다.”
“그래요. 우리 미래 지향적으로 사고합시다. 나중이라도 내가 급 히 찾으면 열일 제쳐 놓고 와야 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먼저 찾 아서 인사를 해야 할 상황이지 상대방이 먼저 부르면 그것부터 가 엇나가는 거예요.”
“예, 그러죠.”
김재현은 떨떠름해하는 석우에 게 억지 악수를 하곤 등을 돌렸 다.
태식은 그제야 가리고 있던 모 습을 비추었다.
“지금 당장은 저리 우호적이지 만 너무 믿지 않는 게 좋습니다. 특히 신상 공개는 절대 하시면 안 됩니다.”
석우는 태식에게 염려를 비추었 다.
“걱정해 주는 거죠?”
태식의 눈꼬리를 기울이며 물었 다.
“아, 제가 괜한 참견을 했군요.”
“아니요, 싫다는 소리는 아니었 어요. 후훗.”
태식은 빙긋이 웃으며 석우와 함께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태식은 석우에게 자리를 권한 후 권좌가 아닌 그 맞은편 자리 에 앉았다.
“이런 구조물을 뚝딱 하고 지어 내는 걸 보면……. 정말 이사님 이 나서면 국가 전력도 소용없는 겁니까?”
“이제 와서 그게 궁금해요?”
“그저 이사님의 능력이 어디까 지인지 궁금하긴 합니다. 솔직히 국내면 모를까, 국외까지 대호가 전부 손쓸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요.”
대호도 중국에서 반도체 공장을 뜯겨 먹고 빈손으로 쫓겨나다시 피 했다.
여러 특허 기술을 도둑질당하고 서도 이렇다 할 복수를 하지 못 한 것도 사실이다.
기업을 상대로 고소를 해도 국 가가 나서서 비호를 하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동생분한테 딱히 전해 들은 게 없나 보네요.”
“그 녀석이 입이 무거운 편입니 다.”
태식은 자신의 능력을 묻는 석 우가 어떠한 불안감을 기반으로 질문한 것이 아님을 이해한다.
자신의 능력을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개량적인 측량을 통해 사후의 계획을 고려하려는 것이 다.
“전쟁이란 게 화력으로만 하는 건 아니지만, 결국 끝에 가면 화 력만큼 중요한 게 없긴 하죠.”
말로 백날 설명하는 것보다야 한번 보여 주는 게 낫다.
태식은 손바닥 위에서 블랙홀을 연성했다.
시공간을 빨아들이는 검은 공간 은 무한의 인력을 발휘하며 주변 의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 했다.
“그, 그만! 그만, 됐습니다!”
석우는 테이블을 부여 쥐며 소 리 쳤다.
태식은 가볍게 손을 말아 쥐어 블랙홀을 흩어 버렸다.
“하아, 하아-. 바람 능력 같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블랙홀이요. 운석을 소환하는 것도 가능해요. 오차 범위는 500m 이내고 직접 피해 범위 60km, 간접 피해 범위는 150km 정도 되죠. 한번 보여 드릴까 요?”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충 분히 믿습니다.”
석우는 손사래를 치며 태식의 배려를 마다했고 태식은 별것 아 니라는 듯이 피식 웃어 넘겼다.
“저, 이사님. 실례 무릅쓰고 한 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실례랄 것 없으니 여러 가지 물어봐도 됩니다. 뭐가 궁금하신 데요.”
“대체 이사님은 그만한 힘을 가 지고 있으면서 왜 이렇게 일 을……”
“복잡하게 하냐고요?”
“예. 제가 본 능력만 해도 수많 은 아티팩트와 생화학 물품, 시 공간을 넘나드는 차원이동술과 기억 조작 능력까지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정말 마음먹고 나서면 그 어떠한 적이든 손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그건 말이죠, 승리할 능력이 없을 때 고민하는 거예요.”
태식은 너무도 가볍게 대답했 다. 하지만 석우는 그것이 오만 이라 느껴지진 않았다.
“그, 그렇습니까?”
“그렇죠. 일단은 이겨야 산다는 것은 이길 확신이 없는 단계에서 나오는 고민이잖아요. 무조건 이 긴다고 확신해 봐요. 그러면 어 떤 고민을 하겠어요?”
“어떻게 이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겠군요. 그렇다면 지금 이사님 의 행동들은 그 고민의 결과라는 것입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나 는…… 뭐랄까, 그냥 죄 없는 사 람들이 피해 보지 않았으면 좋겠 어요. 착한 사람들이 다치지 않 았으면 좋겠고. 특히 어린애들, 꼬맹이들 말이에요. 애들은 죄가 없으니까.”
수십 년을 전쟁을 전전하며 본 것이 그것들이다.
그 어떠한 적과 싸우더라도 전 투가 두렵진 않다만, 직접 경험 했던 전쟁의 참상은 떠올리기만 해도 속이 답답해지는 일이었다.
“왜요? 너무 감상주의자 같은 말을 했나요?”
태식의 말에 석우의 표정이 복 잡해진다.
“그렇게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아, 그리고 이런 이유도 있죠. 슈퍼맨의 승리는 우리의 승리가 아니라 슈퍼맨의 승리다. 랄까?”
“우리의 승리를 이사님 개인의 승리로 만들고 싶지 않다는 뜻입 니까? 하지만 이건 이사님의 승 리이지 않습니까. 오히려 이사님 의 승리를 타인의 것으로 돌리는 것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내가 살아 보고, 또 해 보니까 그게 맞더라고요. 그게 맞는 거 예요.”
태식의 어투에 노인의 그것과 같은 회한이 녹아 있다.
석우는 그와 같은 감성이 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생각하다, 문뜩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
자신의 공을 주변으로 돌리라는 말. 그리고 그 주변에 감사하고 보은하라는 말.
가만히 떠올려 보면 지금 아버 지가 새로운 10년의 기치를 내 건 것도 그 말씀과 일치하는 바 가 있었다.
‘아버지는 이 사람의 그런 모습 까지 파악하고 전적으로 믿음을 주시는 것일까?’
“그리고 개인적인 취향도 좀 있 고요. 스포츠 보면 그렇잖아요. 어떤 스타가 해외 팀에서 슈퍼플 레이를 하는 것도 멋지지만, 우 리나라 팀이 우승하고 연단 위에 태극기가 휘날리면. 난 그게 좀 좋던데. 내 취향이 좀 그렇다고 요.”
“그렇군요. 개인적인 취향. 그런 것이군요.”
“자, 이쯤이면 대답은 충분히 된 것 같은데, 모자라요?”
“아닙니다, 충분합니다. 적어도 최악의 상황에서 승리를 걱정하 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확실히 알았습니다.”
석우는 흘러내린 안경을 고쳐 썼다. 그의 눈빛이 단번에 날카 로워진다.
“그래서, 중국의 돈으로 이 땅 에 대규모 테마파크를 건설하시 겠다는 거죠?”
“네. 관광과 더불어 금융 산업 의 메카가 될 수 있게 만들 거예 요.”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자면 관 광은 유흥이 될 것이고 금융은 사금융이 되겠군요.”
석우의 말에 태식의 입가가 절 로 말려 올라간다.
대충 말해도 척하니 알아 들어 주니 얼마나 좋나.
“세계적인 도박 시설과 유흥 시 설을 두고 그것을 기반으로 자금 세탁을 할까 해요. 장수영이 지 원한다고 한 300조, 그거 대부분 이 그놈들 비자금일 테니까 이렇 게 가는 게 기조에 맞지 싶어 요.”
홀리랜드를 만든 것부터가 범죄 자들에 대한 채집망이었다.
그 범위를 조금 더 확장한 것뿐 이다.
“그게 지금 상황에서 가장 효율 적인 노선이라 보여지긴 합니다. 그렇다면 제가 할 역할은 무엇입 니까?”
“내가 저쪽에는 한국 기업만 입 찰하게 하라는 조건을 걸 테니까 공사 열심히 수주해서 돈 가져가 세요.”
이 말을 이렇게 직접 전하며 당 부하는 것은 그에 대한 오명을 뒤집어쓰라는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돈을 다시 내수로 풀 수 있겠어요? 지금 여러 일이 겹쳐서 내수가 말이 아니잖아 요.”
“이미 내수 증진 쪽으로는 이린 이가 몇 가지 준비하고 있는 걸 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수주 한 돈은 전부 이린에게 보내서 지원하겠습니다.”
석우는 바로 뜻을 이해하고 고 개를 끄덕였다.
“어떤 식으로 포장해도 직접 나 서게 되면 비난이 상당할 거예 요. 어차피 토목 건설 위주니까
적당히 둘러치세요.”
“아닙니다. 돈 규모를 보면 제 가 직접 나서는 게 맞습니다. 그 리고 사장단을 내세우면 그 성과 에 대한 그만한 포상을 줘야 합 니다. 해피 홀딩스로 자금 이동 시키는 걸 마냥 곱게 받아들이지 못할 겁니다.”
“그런가요? 하기사, 거기도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비슷하겠죠. 사장님이 욕 많이 먹겠네요. 부 탁 좀 드릴게요.”
“부탁이란 말씀 마십시오. 저도 태생이 장사꾼이지 않습니까. 이 미 받은 것이 더 큽니다.”
“그래요. 나도 잊지 않고 해 준 만큼 더 퍼 줄 테니까, 잘해 보 자고요.”
“예. 저, 그런데 그만한 중국 자 본이 들어오면 그에 상응하는 간 섭을 하려 하지 않겠습니까?”
“공안을 파견하겠다고 해서 그 러라고 했죠.”
“뻔한 수작입니다. 이곳을 거점 으로 잡고 그 영향력을 점차 확 장해 나갈 것입니다. 세계 각국 의 여러 차이나타운이 그런 식으 로 조성되었고 제주도 또한 그와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반드시 어느 정도는 제재를 가해야 할 겁니다.”
석우의 말에 태식의 머리가 번 뜩였다.
“그냥 더 확장시켜 주는 건 어 때요?”
“이곳의 지리적 위치를 감안하 면 전라도권이 전부 중국 영향력 아래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서해까지 먹히는 겁니 다.”
“나도 알아요, 저놈들이 원하는 게 그거니까요. 그런데 이 확장 속도를 빠르게 한다면 어떨 것 같아요? 중국에서 다른 곳으로 갈 돈은 물론이고 이미 다른 곳 에 박혀 있는 돈까지 전부 빨아 들인다고 하면.”
“다른 지역의 화교 자본을 이곳 으로 전부 밀집시키겠다는 뜻입 니까?”
“그럴 수 있다면요. 그게 그냥 투자 유치만 한다고 될 건 아니 잖아요. 이런 쪽은 내가 잘 몰라 서요.”
석우는 잠시 골몰하다 손바닥을 탁 쳤다.
“공안까지 직접 파견되어 있다 는 전제면, 기업 차원에서 부채 질 좀 하고 여론전을 더하면 충 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말이에요. 중국 돈이 이쪽으로 몰리려거든, 지금 박아 둔 부동산에서 돈을 빼야 될 거 아니에요.”
“아-. 지금 이린이가 건설로 내 수 잡으려고 계획 중이지 않습니 까‘?”
“맞아요. 그것 때문에 신규 목 조 건축 기술도 들여왔어요. 심 계에서 실험 건설도 잘 끝내고 요.”
“그러면 대호 건설에서 화교 자 본이 가지고 있는 부동산을 전부 사들이겠습니다.”
석우의 눈동자가 반짝거린다. 그 시선을 받은 태식도 마찬가지 다.
“아! 그 타이밍에 여기서 호재 가 빵빵 터지고 있으면?”
“맞습니다. 그 돈이 전부 이사 님께로 흘러들어 갈 것입니다.”
“그럼 그렇게 모인 돈을 다시 건설 수주로 사장님한테 보내 고.”
“그럼 저는 그 돈을 받아서 다 시 화교 부동산을 사들이는 겁니 다.”
“그럼 그 돈이 다시 나한테 오 고. 됐네, 이거다.”
태식은 석우 앞으로 손을 쫙 펴 내밀었다.
석우는 짝 소리가 경쾌하게 손 을 마주쳤다.
“자, 그러면 그림 나온 겁니다.”
“예. 그렇게 확보한 부동산 이 린이에게 넘겨서 기존의 계획에 맞게 활용하라고 하면 삼박자가 완벽하게 물려 돌아갈 것 같습니 다.”
“좋다, 좋아. 내가 막연히 그렸 던 그림이 이런 거였거든요. 역 시 전문가랑 이야기를 하니까 구 체적으로 그려지네요.”
“핵심이 되는 아이디어는 전부 이사님이 말씀하신 겁니다. 하하 하하.”
“자자, 우리 이럴 게 아니라 일 하자고요, 일. 할 게 많겠어요.”
“예. 그러면 저는 이번 계획에 참가할 내부 인력들을 먼저 정리 하고 있겠습니다. 이사님이 신호 탄만 쏴 주시면 바로 시작할 수 있도록요.”
“좋습니다. 바쁘실 텐데, 가볍게 넘어가세요.”
태식은 길을 열어 주며 그를 배 웅했다. 그 얼굴에 미소가 만연 한다.
석우 또한 만족스러운 미소로 뒤돌았다.
“자, 이러면 나는 뭐부터 해야 되나? 규제 완화 먼저 받아 내야 하는 건가? 하하, 아니지, 그게 아니지.”
태식은 어깨를 들썩거리며 봉춘 을 불러왔다.
“봉춘아, 그림 좀 하나 그려 보 자.”
봉춘은 태식의 요구대로 입체 조감도를 엮어 냈다.
“이 섬을 중심으로 해서 양쪽으 로 원을 만들도록 섬을 더 만들 거야.”
“8자 모양이 되게요?”
“그렇지.”
봉춘은 홀리 랜드를 두 원의 교 차점에 두고 숫자 8 형태의 지형 도를 만들었다.
“방향을 좀 틀어. 본토 쪽으로 너무 안 가게.”
“이렇게요?”
“그래, 좋네. 그리고 여기에 붉 은 꽃 나무를 쫙 깔자.”
“붉은 꽃이면 아무 나무나 되는 거죠?” “어. 지금 상황이 조경을 신경 쓸 단계는 아니니까 일단 색만 맞추는 거야. 쟤들 붉은색 좋아 하잖아.”
“그, 그런데 이만한 땅에 전부 다요?”
“그래서야 상징이 없지. 만리장 성 모양으로 조성을 하자. 그림 나오게 할 수 있지?”
“그 정도면 할 수 있어요.”
봉춘은 8자 모양의 땅 위에 8 자 모양의 붉은 장성을 쌓아 올 렸다.
용이 똬리를 튼 것 같은 붉은 성이었다.
“좋아, 이대로 가자.”
태식은 흡족하여 고개를 끄덕였 다.
레드 캐슬 (3)
“아들, 요즘은 일이 좀 잘 풀리 나 봐?”
“그래 보여?”
“뉴스에도 좀 잠잠하고, 네 표 정도 좋고.”
“밥이 맛있어서 그런 거지. 우 리 마마님 요리 솜씨가 최고라 서.”
“어이구, 괜한 말 하는 거 보니 기분이 좋긴 좋은가 보네.”
“나쁠 것도 딱히 없으니까.”
태식은 아침밥을 쓱싹 비우고는 일어났다.
“자.”
미주가 홍삼팩을 내밀었다. 마 즙보다야 백배 먹기 좋다.
태식은 시원하게 입을 헹구곤 가게로 출근했다.
가게가 휑하다.
가게 안에 있던 물건 중 쓸 만 한 것들은 전부 할인 매장으로 옮겨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