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5)_2
“다 완벽할 순 없지 뭐.”
태식은 슬리퍼를 툭툭 끌며 밖 으로 나갔다.
신경이 쓰이는 일은 결국 직접 살피는 게 낫다.
거리가 한산하다.
그나마 종로니 드문드문 돌아다 니는 사람이 보인다.
태식은 그런 사람들의 기운을 훑었다.
다들 일반 이상의 생체 활성도 가 눈에 보였다.
걷고 있음에도 전력 질주를 하 고 있는 듯한 활성도 말이다.
그 비율이 상당히 높았다.
훑어본 사람의 수가 많아질수록 그 비율도 덩달아 높아진다.
분명 무언가 일어나고 있다.
태식은 사람이 많은 학교와 사 무실 밀집지를 돌았고 마지막으 론 공항까지 갔다가 왔다.
“하하-.”
기가 찬다.
특형 반응이 일어나고 있는 사 람이 3할은 될 듯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을 정도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 발생으로 볼 순 없다.
다크매터의 흐름이 뭔가에 의해 변환된 것인지, 아니면 기운이 변조가 있는 것인지 그 맥과 흐 름을 살폈다.
늘상 느끼고 있는 것이라 시나 브로 변해 버린 것을 인지하지 못했나 싶었지만 그건 아니었다.
딱히 다크매터가 변한 건 없었 다.
그렇다면 이건 사람의 문제다.
태식은 어둠을 풀어 그림자와 동화되었다.
끝없이 연결된 그림자를 통해 이 땅의 모든 기운을 움켜쥔다.
“경계병을 두든가 해야지 이거 원-.”
태식은 허공으로 손을 찔러 넣 었다.
팔뚝만 한 쥐 한마리가 태식의 손에 잡혀 나왔다.
“찍찍- 찌이익-!”
“지랄을 하네.”
태식은 쥐의 껍질을 훌떡 벗겼 다.
쥐머리에 인간의 몸체를 가진 마족, 역병의 하수인 고룸의 민 낯이 들어났다.
그런데 놈의 뿔자리가 밋밋하 다.
“너 뭐 하고 다니냐.”
“찌지직. 찌이익!” 말을 하지도 못한다. 본래 지능이 낮아 말이 어눌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예 말을 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만약 이놈이 태어난 지 얼마 되 지 않는 놈이라면 아직 말을 못 하는 것을 이해할 법한데, 몸은 성체의 형태에 가까웠다.
뿔이 없는 것만 빼면 말이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이럴 때 쓰는 게 기억읽기다.
태식은 놈의 기억을 통째로 뽑 아 올렸다.
정신력이 약한 놈은 별 저항도 없고 저항이 없는 만큼 손상되는 기억도 적다.
태식은 노이즈 조금 섞인 온전 한 기억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얇은 피막에 쌓인 수중 에서 부터였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어 자세 히 보니 태반 속에 있는 모습이 었다.
그리고 그 굴절된 시야 밖으로 벨제르가 비추어졌다.
-멸절자여, 여기까지 온 걸 환 영한다. 네가 이 기억을 읽고 있 을 때쯤이면 내가 준비한 모든 역병이 네 땅에 전부 퍼졌을 것 이다. 어떠한가, 너는 내가 너만 을 위해 준비한 것이 무엇인지 가늠이 되는가?
벨제르는 특유의 비릿한 웃음을 머금었다.
자신의 술수가 잘 맞아 들어갈 때면 무의식적으로 나오던 그 웃 음이다.
-궁금한가? 그렇다면 기억을 더 넘겨 보지 그래. 내가 친절히 설명을 남겨 놓았으니.
같잖은 도발을 한다.
태식은 이런 도발에 잘 휘말리 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존심 을 세우진 않는다.
자존심을 지켰을 때 취하는 게 더 많은 상황이라면 모를까, 그 렇지 않은 이상 자존심은 언제나 실리보다 가볍다.
태식은 멈추지 않고 기억을 넘
겼다.
-이곳에 와서 보니 알겠더군. 로아인의 이해로는 도저히 설명 할 수 없는 멸절자만의 허를 찌 르는 계획과 특유의 사상들. 그 모든 것이 이 땅에서 태생했음을 말이야.
-그리고 깨달았지.
-이즘의 것과 지구의 것이 융 합되어 있기에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였구나, 그리하여 우리가 패 배할 수밖에 없었구나.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런 등 식이 성립하더군.
-나 또한 마족의 것과 지구의 것을 융합할 수 있고, 그 융합의 힘으로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음 을
벨제르는 연신 만연한 웃음을 지었다.
“이 등신이 뭐래는 거야. 내가 지구에서 산 것보다 로아에서 산 게 더 긴데.”
태식은 쓸데없는 허세를 떠는 기억을 전부 휘리릭 넘겨 버렸 다.
-이 지구에 마족의 법을 내리 마. 이즘이 축복이라 여겨 훔쳐 갔으나 저주가 되어 버린 그 법 이 이 지구에서도 저주가 되어 뿌리박히게 될 것이다.
마법을 말한다. 특형을 말함이 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상 징후 가 벨제르의 손에서 발생했음이
완벽히 증명되는 순간이다.
-네가 외부에서 흘러들어 오는 역병을 걱정할 때, 나의 권속은 너의 발아래에서 깨어나 너의 땅 을 누비고 다닐 테지. 이걸 두고 너희 언어로는 성동격서의 전략 이자 등잔 밑이 어둡다라고 표현 하더군. 어떠한가? 적당하다 보 나?
자문자답이 길다.
놈은 자신의 작전이 완벽하게 들어맞을 거라 확신하고 있었다.
분명 지금까지는 하나도 틀림없 이 전부 들어맞았다.
태식이 놈을 의식하고 후회했던 것처럼 벨제르 또한 태식에게 집 착했다.
벨제르는 부활을 이룬 그 첫 순 간에서조차도 태식을 생각하며 태식만을 곱씹었다.
그렇게 준비한 비장의 수다.
기억이 휘리릭 바뀐다.
고롬의 기억이 아닌 벨제르가 만들어 심은 로아의 모습이었다.
-태초에 마법을 익힌 인간이 한 것은 그것으로 우리에게 대적 한 게 아닌, 같은 이즘을 말살하 는 것이었다.
마법을 익힌 사람들이 그러지 못한 사람들의 빵과 의자를 빼앗 는 처절한 살육의 현장이었다.
-너는 죄 없는 자를 벌하지 못 하고 죄 있는 자를 용서하지 못 한다. 자, 보아라. 이 지구에 마 법에 통달한 자들이 번성하게 되 면 이 땅의 죄의 기준이 바뀌게 될 것이니. 너는 그때, 그 기준에 얼마나 순응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네가 절대적인 기준이 되 어 피의 권좌에 오른 왕이 될 것 인가.
벨제르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뒤돌았다.
-이것을 두고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쫓는다 하는 것이라 지! 아하하하하!
놈은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지며 기억에서 퇴장했다.
분명 멋진 수이긴 했다.
인간의 몸을 병들게 하는 바이 러스가 아닌 정신을 물들게 해 분쟁을 조장하는 수였으니 말이 다.
하지만 벨제르가 간과한 한 가 지가 있다.
그것이야말로 태식이 항상 골몰 하던 현상이란 점이다.
“하, 하하하. 이 새끼 이거. 내 가 제갈량이고 니가 중달이지 이 자식아.”
태식은 후훗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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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칭찬할 건 칭찬해야지. 적이지만 멋진 수였다.”
태식은 시원하게 웃으며 고롬을 재로 흩어 버렸다.
벨제르는 낮은 자존감을 쓸데없 는 자존심과 허세로 세우려는 경 향이 있다.
자신이 불리할 때면 그런 성향 이 잘 나오지 않는데 유리하면 유리할수록 그런 성향이 강하게 나타난다.
로아에서도 그 틈을 노려 공략 에 성공했었다.
그 버릇이 다시 태어나도 어디 가질 못한 모양이다.
“막을 수 없는 수라고 생각했으 니 이리 답을 알려 줬겠지. 맞는 말이다. 그래, 나는 니가 준비한 걸 막진 못할 거다.”
이미 특형 인자 반응이 국가 전 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이다.
실상 이건 병이 아니다.
혹여나 이걸 기반으로 암흑중독 을 일으키려는 건 아닐까 생각했 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특형이 발현되는 것은 병이 아 니니 개개인을 설득할 명분이 없 다.
그리고 특형 자체가 초능력 아 닌가.
기본적인 신체 능력과 면역력이 상승하는 것만 해도 국민건강 진 흥의 개념에서 이득이다.
국가의 전력 차원에서도 이득이 다.
그렇기에 태식도 특형 능력자가 늘어나는 것을 억제해야 된다는 생각은 없었다.
태식이 걱정했던 것은 소수가 가진 전투력이 다수의 전투력과 엇비슷할 때 발생하는 분쟁이지, 다수의 전투력이 압도적인 상황 을 걱정한 게 아니었다.
그런 경우는 약자를 보호하면 되는 것이라 문제가 간단하다.
명분 자체도 좋고 말이다.
“로아에서 살았던 마족 놈이 현 대 지성인의 시민 의식을 가늠이 나 할까.”
태식은 피식 웃고 말았다.
가만히 소파에 누워 있기만 하 는데도 하루하루 빠르게 시간은 흘러갔다.
태식이 저승사자가 되어 언급했 었던 기간이 흐르는 것도 훌쩍이 다.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이었는 데, 바이러스에 대한 뉴스라든가, 테러에 대한 뉴스는 퍽 시들하 다.
바이러스는 당국에서 철저한 대 응으로 잘 통제하고 있는 덕이고 테러에 대한 것은 태식이 아무런 활동도 하지 않고 잠잠히 있었기 때문이다. 물밑으로 가벼운 협상 을 하기도 했고 말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별문제 없는 것을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 니 쉬쉬하며 묻고 지나가는 게 좋을 터라 다른 주제의 뉴스거리 가 쏟아지는 중이었다.
그 주요 뉴스는 갑자기 증가하 는 특형 능력자에 대한 것이었 다.
이 이례적인 상황에 당국은 촉 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내용인 데, 딱히 암흑중독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닌 터라 상황을 예 의 주시하며 관찰하는 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말하기 좋 아하는 사람들은 한없이 떠들 거 리이기도 했다.
하루에 몇천 명씩 특형 능력자 가 새로 등록 신청을 하고 있는 마당이니, 이러다가 한국인 전부 가 초능력자가 되는 것 아니냐는 그런 상상 말이다.
“사장님, 사장님, 사장님-!”
찌지직-!
“야 이-!”
만화책을 덮고 한숨 붙이고 있 던 태식은 와락 짜증을 내며 벌 떡 일어났다.
“너 내가 전기 튀기지 말랬지.”
“그러니까 한 번 부를 때 대답 하면 안 그러죠. 피카, 피카-.”
연지는 홍조 가득한 볼에서 스 파크를 일으켰다.
“니가 쥐냐. 피카는 얼어 죽을 피카야.”
“왜요, 귀엽잖아요. 나 피카츄 코스프레하고 찍은 사진으로 좋 아요 2만 개나 받았거든요. 완전 첼럽!”
“너 홍콩 안 가냐? 이제 특형도 생겨서 바이러스 내성도 강해졌 을 건데.”
“뭐가 있어야 가죠, 뭐가 있어 야.”
말을 할 때마다 스파크가 튄다.
아주 좋아 죽을 판이다.
“너 힘 누르라고 했지.”
“아잉〜. 잘 안 되는걸〜.”
“볼따구를 뜯어 놔야 콧소리를 안 내려나.”
태식이 연지의 붉어진 볼을 꼬 집었다.
빠지지직 방전이 일어났다.
퍽 따끔하다.
“아휴 깜짝아. 연지야, 뭐 하는 거야.”
보고 있던 방우가 한마디 했다.
그런데 실상 연지의 눈도 놀란 토끼 눈이다.
“이, 이번 건 내가 한 거 아니 에요. 이게 막 튄단 말이에요.”
처음에는 정전기 수준밖에 안 되던 녀석이 하루가 다르게 성장 하더니 이제는 위험한 수준까지 올라갔다.
“너 제대로 정신 안 차리냐? 그 러다 괜히 애꿎은 사람 굽는다.”
“수련할게요! 수련! 나도 이제 능력자니까!”
두 주먹 불끈 쥐고 수련을 외친 다.
이 모양이다.
“어휴-. 손 많이 가는 꼬맹아.”
태식은 아공간에서 피뢰침을 하 나 꺼냈다.
번개의 정령이자 11대장군 중 하나였던 테오데움을 방어하기 위해 만들어 두었던 피뢰침이다.
“설마 그걸 그냥 제 머리에 꽂 으려는 건 아니죠?”
“그럼 애꿎은 사람 태울래?”
“그럼 조금 이쁘게라도 만들어 줘요, 머리띠처럼. 잘 쓰고 다니 긴 할 테니까요.”
태식은 피뢰침을 대충 머리띠 모양으로 구부려 줬다.
연지는 그게 영 성에 안 차는 모양이다.
“지 매니저님! 점심 알아서 시 켜 주세요!”
머리띠만 들고 후다닥 아래층으 로 뛰어간다.
아마 승주에게 가는 것일 테다.
“저놈 저거 아주 물 만났구만.”
“신날 법도 하지 않습니까. 지 금까지 자기만 일반인이라 대화 에 끼질 못한다고 꽤 상심했었는 데요.”
“일반인이라 안 끼워 줬나, 꼬 맹이라 안 끼운 거지.”
“하기야, 그렇습니다. 저, 그런 데 점심은……
“아무거나 해. 아무거나 해도 잘 들어갈 기분이니까.”
“예. 그러면 특선 장어 도시락 어떻습니까?”
“장어씩이나?”
“요 근래 아무 일 없었지만 이 쯤 되면 또 일이 터질까 싶어서 요.”
“아하하하, 미리 에너지 좀 보 충하자?”
“그렇습니다.”
“그래라. 장어 좋지.”
태식은 휘휘 손을 저으며 옥상 으로 올라갔다.
쉴 만큼 쉬었고 지켜볼 만큼 지 켜봤으니 이제 슬슬 움직여 볼까 하는 타이밍이긴 했다. 그리고 창천으로부터 온 작전 개시일이 오늘이라 어차피 외근 을 가야 할 판이긴 하다.
그런 거 보면 방우가 사람 눈치 를 참 잘 살핀다 싶다.
태식은 담배 한 대 가볍게 녹이 며 다시 바삐 움직일 일정에 대 한 가벼운 정리를 끝냈다.
태식은 재떨이에 담뱃불 톡 튕 겨 끄고 가게로 내려갔다.
“장어가 좀 미지근하네-!”
연지는 승주가 뚝딱거려 준 왕 관 머리띠를 한 손으로 잡더니 다른 손으론 장어에 대고 방전을 일으켰다.
미지근하게 식었던 장어에서 다 시 모락모락 김이 올라온다.
“플라스틱 용기에 대고 방전 일 으키냐.”
“에베베, 잔소리.”
“너무 신났구만. 야 방우야, 어 떻게 생각하냐. 우리 이 매너저 님한테도 미궁 견학을 한번 시켜 줘야 되지 않겠냐?”
“혼자서요?”
“이렇게 자신만만한데 혼자 보 내야지.”
“야휴, 사장님.”
방우는 말을 아꼈다. 중간에서 편들기 힘든 모양이다.
“왜요 홍콩이든 미궁이든, 내가 겁먹을 줄 알아요? 나도 이제 엄 연한 능! 력! 자! 라고요.”
“물이나 떠 오셔.”
태식은 연지를 탕비실로 휘리릭 던져 놓았다.
연지는 흥홍 발을 구르며 물을 떠 왔다.
“방우야, 그놈들은 어떻게 됐 어‘?”
“섬에 들어가 있습니다.”
태식은 별 관심도 받지 못하고 묻혀 버린 탈옥수들에 대해 물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