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5)_6
김 대표의 표정이 와락 일그러 진다.
“지금 웃어?”
“죄송합니다. 피차 서로 사정 아는데 무슨 초등학생 혼내듯이 혼내니까. 그러니까 좀 웃겨서 그랬습니다.”
“지금 뭐라고 했나?”
“그렇지 않습니까. 저나 대표님 이나 지주 밑에서 일하는 마름이 나 다름이 없는데, 지주가 까라 면 까는 거지 다른 게 있습니 까.”
“어허! 이 사람이!”
김 대표는 팔걸이를 팡 치며 역 정을 냈다.
“대표님. 어차피 우리 둘만 있 는 거, 솔직하게 대화 좀 하시 죠.”
만석은 목소리를 낮췄다. 김 대 표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 예, 우 리.”
만석은 김 대표의 자신을 번갈 아 가리키며 우리라는 단어를 강 조했다.
김 대표도 그 우리가 무슨 뜻인 지 알고 있다.
대호에서 따로 청탁을 해 온 것 은 아니었다.
대호는 어떠한 대가를 지불하는 청탁을 하지 않는다.
이미 많은 것을 주고 있기 때문 이다.
그렇기에 대호는 그저 권유를 한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권고이자 명령이나 다름이 없다.
따르지 않으면 지금까지 열어 두고 있던 곳간 문을 콱 걸어 닫 을 거란 명령 말이다.
“대표님, 마름 짓도 십수 년 하 면 땅 떼어 주고 독립을 시켜 줘 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보 십시오, 저놈들 저거, 기껏해야 사외이사 아니면 있으나 마나 한 자문위 같은 자리만 줄 뿐 어디 땅 한쪽 떼어 줍니까?”
만석이 후벼 파는 곳은 김 대표 로서도 제법 아픈 곳이었다.
물론 그의 수중에 수백억 단위 의 돈이 있긴 하다.
누군가는 평생 구경조차도 못 할 돈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그 수백억이 모래 알갱이처럼 느껴질 정도의 막대한 부를 보았다.
그것에 비하면 자신의 돈은 주 머니 쌈짓돈에 불과하다.
그리고 실제로도 선거 한 번 치 르면 사라질 쌈짓돈이기도 했다.
권력이 있으면 돈이 따라온다지 만 그건 봉건주의 시대에나 통할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 이 곧 권력이다.
자신도 봐라.
정권의 양대 축 중의 일인일진 대도 마름 소리나 듣고 있지 않 나.
“자기 새끼들은 기저귀도 안 뗐 을 때부터 주식을 태워 주고 고 등학교 졸업할 때쯤이면 그 이름 으로 기업 하나 만들어서는 쭉쭉 키워 통째로 먹여 주지 않습니 까.”
“그런 말을 하는 저의가 뭔가?”
김재현의 어투가 사뭇 누그러들 었다.
만석의 입꼬리가 씨익 말려 올 라갔다.
‘체질이야. 천성 체질이 이거 야.’
헌터로서 심계를 모험할 때보다 헌터들을 모아 헌터청에 전당포 권리를 주장할 때가 더 재미있었 다.
전당포에서 했던 장사들도 평범 한 수수료 따먹기보다는 뒤가 구 린 꿍꿍이를 품고 온 손님을 상 대로 흥정을 하는 게 더 즐거웠 다.
그런데 그 모든 즐거움들이 이 정치판 진흙탕 속에 있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온갖 권모술수와 속임수가 난무 하고 인의란 존재하지 않으며 오 로지 이합집산만이 있는 이곳.
만석에겐 이곳이 심계나 마찬가 지였고, 그런 의미에서 만석은 타고난 사냥꾼이었다.
“우리도 잔가지 말고, 굵직한 뿌리 하나 내려야 할 것 아니냔 말입니다. 그래야 우리 자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대대손손 누릴 것 아닙니까.”
“이 친구가 이거. 무대뽀로 사 고 친 것인 줄 알았더니, 속이 있긴 있나 보구먼.”
한껏 풀린 어투가 더욱 느긋해 진다.
하지만 경계를 풀지 않는다.
김 대표는 그의 정치 경력이 말 해 주듯, 이 땅의 수많은 정권 교체를 경험하면서도 지금까지 그 권좌를 지키고 있는 백전노장 이다.
뱀의 혓바닥과 독수리의 눈을 가진 인물이니 방심할 수 없다.
“심계복의 등장은 새로운 개척 시대의 신호탄이 될 겁니다. 모 르긴 몰라도 지금 제 사무실로 수많은 기업들에서 접선이 오고 있을 거란 말입니다.”
“잠깐, 그전에 이것 하나 확실 히 하고 가자고. 그 심계복, 대호 에서 주문해서 만든 건가?”
“그럴 리가요. 그랬으면 제가 그렇게 공개했겠습니까.”
“그렇군……. 그래서?”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특 형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탓 에 일반인들이 비능력자라고 불 리는 지칭 역전까지 발생하는 실 정입니다.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상실감이 어떻겠습니까?”
“그것을 달래 주려는 목적이었 다?”
“그것이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홍보지요, 기업을 향한 홍보요. 심계복이 양산되어 일반인들도 편히 심계를 왕래할 수 있게 된 다면 모든 조직과 기업이 심계에 대한 개척 작업을 시작하게 될 겁니다.”
“결국 아이템을 팔아먹겠다는 장사치 속셈이었나? 정치를 할 것이면 옛 버릇은 버려야지.”
“정치하는 것 맞습니다. 이제 보십시오, 기업들이 수백조의 사 내유보금을 풀어 본격적인 심계 개척을 시작하면 그것만으로도 당분간은 내수가 돌 겁니다. 지 금부터 준비한다고 하면 총선 시 기에 얼추 맞물립니다.”
“그 개척 사업을 우리 당의 전 략 사업으로 만들겠다?”
“물론입니다.”
“그걸 다른 당에서 가만히 보고 있을 성 싶나?”
“대표님, 그 자리에 유성이도 같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 건데, 심계 안 은 유성이가 꽉 잡고 있고요. 아 시지 않습니까. 자, 4 대 3 대 3 입니다.”
“무엇이?”
“제가 4, 대표님이 3, 유성이가 3. 적당한 비율 아닙니까?” 김 대표의 눈동자가 차분히 가 라앉는다.
당장의 꿀단지에 흑해 손을 뻗 지 않음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선을 떼는 것도 아니다.
찰나의 순간 깊게 고민한다.
“내가 가질 3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겠구만.”
“내어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먼저 들어 볼 생각은 없으시고 요?”
“아하하하하, 역시 초선답게 건 방지구먼. 좋아, 한번 말해 봐.
내가 뭘 들어줘야겠어?”
“규제 완화. 그것뿐입니다. 거창 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원래 정권 잡고 나면 온갖 규 제 풀어서 일꾼들 뽀찌 챙겨 주 는 거야 당연하지. 그것 말고는? 관련 법 개정도 여럿 필요할 것 아닌가?”
“그런 것도 빠르게 처리되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지요.”
“권력으로 해 줄 수 있는 건 해 주지. 자, 이제 내가 들을 차례 군.”
“최소 시가총액 2조 원 이상의 기업체를 쥐여 드리죠.”
“허풍이 세구만.”
“허풍이라 느껴지시면 없던 일 로 하시면 되지요.”
김 대표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걸 빼먹었 군.” “무엇오?” “저승사자에 대한 것은 어찌할 참인가?”
만석은 잠시 말문이 탁 막혔다. 하지만 당황하지 않는다.
“아휴-. 대표님.”
만석은 특유의 긴 한숨을 푹 뿜 어냈다.
‘이거 이렇게 내질러도 되나? 아니지, 괜찮을 거야. 정부에서 협상한다고 했을 때, 이 자식도 같이 갔었으니까 분명 접선이 있 을 거야. 이 능구렁이가 그 자리 에서 그냥 나왔을 리가 없어.’
머릿가죽을 자글자글하게 좁히 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
“이걸 제 입으로 말하기 참 그 렇습니다만요.”
“뭔데?”
“제가 이 아티팩트에 준하는 심 계복을 그냥 만들었겠습니까?”
“그, 그럼 설마!”
“직접적인 건 아니고요. 살짝〜 다리 두 개 건너 걸치고 있는 걸 로 보시면 될 겁니다. 아시잖아 요, 저쪽에서 가장 민감하게 여 기는 게 뭔지.”
“민감하게 여기는 것? 설마 저 승사자의 약점이라도 파악하고 있다는 거야?”
“그걸 모르셨습니까?”
“건방 떨지 말고!”
“쉬이잇-. 누가 들을까 무섭습 니다.”
만석이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 며 목소리를 낮췄다.
눈알을 데구르르 굴리던 김 대 표도 숨을 집어 먹으며 숨을 골 랐다.
페이스가 완전히 넘어왔다.
만석은 이마에 주름을 펴며 친 절한 만두가게 아저씨처럼 웃었 다.
“바로 민심입니다, 민심.”
“민심? 그 테러리스트 놈이? 민 심 신경 쓴다는 놈이 생화학 테 러를 벌여?”
“두려움과 공포도 바로 민심입 니다. 한번 보십시오. 이런 미친 테러가 일어난 다음에 국민들의 질타가 어디로 향했습니까?”
테러리스트가 아닌 정부였다.
협상을 잘했다고 해 놓고 왜 갑 자기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에 대 한 질타 말이다.
“사람들은 이미 그자를 항거할 수 없는 자연재해쯤으로 인식하 고 있습니다. 태풍이 아무리 강 하게 분들 태풍에게 뭐라고 욕할 것이며, 욕한다고 한들 통하지 않는다는 건 다 압니다. 그러니 정부 욕을 하는 거죠.”
“그래서? 그 작자가 정치인이라 도 하겠다는 거야?”
“나라를 통치하는 것도 결국 정 치 아닙니까. 어떤 식으로든 정 치를 하려고 하겠죠.”
“지금 국가 전복 세력에 빌붙자 는 거구만!”
김 대표는 버럭 호통을 쳤다. 만석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호통을 치는 김 대표의 눈동자 에 어떠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 다.
“홍수가 났으니 몸을 좀 피하자 는 겁니다. 그 괴물을 누가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 잘난 페가수스? 아니면 군대? 못 막습 니다. 대표님도 이미 아시지 않 습니까.”
“이건 좀 생각할 여지가 있어야 겠구만.”
“예. 그러면 일단 승낙하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어허, 아직 승낙이 아니래도.”
“승낙하시는 걸로 알고 나가 보 겠습니다.”
만석은 힘주어 말하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대표는 문을 나가는 만석을 끝내 잡지 못했다.
끼이익- 쿵. 묵직한 나무문이 단단히 닫혔다.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던 김재현의 다리가 달달 떨렸다.
“이 양반이 이거, 나하고 한 이 야기는 전부 어디로 가고 왜 또 노선을 따로 잡는 거야.”
이번 생화학 테러도 그렇고, 일 전에 뒷배를 맞추기로 다 이야기 끝난 것인데, 대체 왜 이러나 모 르겠다.
아니, 안다. 왜 이러는지 알 것 같다.
이건 길들이기다. 그것도 아주 능숙한 길들이기다.
“옌장, 뭐라고 한 번 언질이라 도 주고 진행을 하든가. 내가 밉 보인 게 딱히 없는데 왜 이딴 식 으로……
김 대표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 이 들었다.
자신이 저승사자에게 협상을 걸 때 협상 카드로 내민 것이 바로 대호와의 관계였다.
그런데 만석도 대호와 깊은 관 계가 있다.
“이 양반이 그게 기분이 상한 거였구먼. 염병할 거. 그때는 실 실 웃으면서 있더니!”
만석에게 아티팩트를 물려서 자 신에 대한 경고를 함과 동시에 만석의 다리를 타고 대호까지 건 너간다.
만약 이게 그런 작전이라면, 이 작전이 끝났을 때 자신은 그야말 로 개밥에 도토리가 되는 거다.
“안 되겠구먼. 안 되겠어.”
김 대표는 급히 재킷을 챙겨 일 어났다.
“대표님, 어디로 모실까요?”
“신안으로. 신안으로가.” 김 대표의 다급한 명령에 차는 빠르게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 대표는 평소 걸지 않 는 전화번호를 연결했다.
“마 사장, 아니 마 회장.”
-대표님, 갑자기 전화해서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께서 정 정하신데 회장이라니요!
“이제부터 회장 하면 되잖아 요.”
-불쾌한 말씀입니다.
“세계적인 대기업 회장님이 툭 하면 정권 앞에 불려 가서 혼구 녕 나는 거, 기분 많이 상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건설적으 로, 미래 지향적으로 대화 좀 합 시다. 내가 지금 급히 신안으로 가고 있는 중인데, 회장님도 헬 기 타고 오세요. 내가 기다리고 있을게. 꼭 오셔야 됩니다.”
“아니 대표님 갑자기……
전화가 뚝 끊겼다.
석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끊어진 화면을 바라봤다.
“참 경우 없게……. 죄송합니다, 받을 전화가 아니었습니다.”
석우는 맞은편에 앉아 있는 태 식에게 심심히 고개를 숙여 보이 며 스피커폰으로 내놓았던 핸드 폰을 갈무리했다.
“하아, 노친네 이거.”
태식은 휘휘 고개를 저었다.
개밥그릇 (2)
“똥줄이 바짝바짝 타들어 가나 보네요.”
“요즘 시국이 시국이다 보니 다 들 정신이 없긴 한가 봅니다. 어 떻게 할까요?”
“그 노인네요?”
“예.”
“그렇게 급하다는데 가 보세요.
뭐라고 하나.”
“그럼 지금 진행 중인 건에 대 한 건……
버그캠과 밴시의 카피 연구에 대한 보고를 듣는 중이었다.
“대충 봐도 잘 진행되고 있네 요. 사장님께서 알아서 진행하세 요. 다음에는 프로토 타입 나오 면 그때 말씀 주시고요.”
석우도 태식이 이런 식으로 말 하면서도 알게 모르게 꼼꼼히 챙 긴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허투루 할 생각은 없다.
“예. 이사님께서 실망하지 않게 좋은 결과물 만들어 오겠습니 다.”
“아휴- 사장님, 너무 그렇게 예 의 차리지 마시고요. 적당히 편 하게 하세요. 가시는 길은 어떻 게 할까요? 안 그래도 저도 홀리 랜드로 넘어갈까 했는데, 같이 가실래요?”
“아닙니다, 저는 그냥 헬기 타 고 이동하겠습니다. 먼저 가봐야 김 대표가 오기 전까지 대기시간 만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그럼 먼저 일어납니 다.”
태식은 한두 장 살펴본 보고서 를 쓱 밀어 두고는 자리에서 일 어 났다.
“지금 어디 있어?”
-홀리 랜드로 들어와 있습니다.
“그래? 재주 좋네. 경계 심해서 들어가기 힘들었을 텐데.”
태식은 바로 창천의 좌표를 잡 고 자리를 이동했다.
창천은 홀리 랜드 구석의 한 해 안 절벽 아래 있었다.
“오셨습니까.”
“어떻게 들어온 거야? 날아 들 어왔어?”
그렇다고 하면 방어 시스템을 다시 정비해야 할 참이다.
“아닙니다. 그냥 입구로 들어왔 습니다.”
“입구는 군대에서 막고 있지 않 아?”
“그렇긴 합니다만 딱히 바리케 이드도 없고 쳐다보고만 있었습 니다.”
“이 자식들 이거 순 나이롱이구 만.”
들어오는 자들을 막지 않는다.
초병이 근무를 서곤 있지만 딱 히 총기를 들고 있는 것도 아니 다.
아예 안 할 수는 없으니 그냥 마네킹 세워 두듯이 세워 둔 것 과 다름이 없다.
이것도 나름 협상의 결과라면 결과다.
“그건 됐고, 그래서 지령은? 여 기까지 보낸 목적이 뭐래?”
“일단 상부에서 내려온 지령은 저승사자와 접선을 통해 접선 자 리를 만들라는 것이었습니다.”
뭔가 좀 더 적극적이고 세부적 인 제안이 있을 줄 알았다.
“좀 미지근하구만.”
“저 그런데, 다른 루트로 들어 온 지령이 하나 더 있습니다.”
“다른 루트?”
“예. 이사님께서도 아시겠지만, 중국에는 모두 세 개의 파벌이 있지 않습니까.” 태식은 일전에 진인에게 들었던 말을 떠올렸다.
진 주석의 태자당과 공청방, 상 하이방이라고 했었다.
공청방과 상하이방은 진 주석이 정권을 잡자마자 공격하였고 그 둘을 패배시킨 이후에는 태자당 의 다른 파벌까지 숙청을 시켜 완전한 일인자에 올라섰다고.
“나는 셋 다 목이 떨어진 걸로 알고 있는데. 아직도 힘을 쓰는 파벌이 있어?”
“그 셋 전부입니다.”
“패잔병들의 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