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5)_8
태식은 그들의 무장해제를 어떠 한 존중의 뜻으로 이해했다.
“여기는 책임자가 있을 것 같은 데.”
“제가 책임자입니다. 소장 박상 호입니다.”
박 소장은 당당히 걸어 나와 악 수를 청했다.
지금까지 봤던 군인들과는 사뭇 다른 의기를 가진 인물이었다.
꼬장꼬장한 의기랄까.
좋은 말로 표현하자면 대쪽 같 은 군인 정신이라고 할 수도 있 겠다.
“반가워요. 내 땅에 온 손님들 을 너무 오래 방치했나 해서 한 번 들러봤어요.”
태식은 가볍게 그의 손을 잡았 다만 박 소장의 손에는 힘이 빠 짝 들어간다.
하잘것없는 힘겨루기를 하자는 뜻은 아니었다.
그의 손에서 전해지는 감정은 어떠한 염려였고, 그 염려는 나 라에 대한 충정과 애국심에서 기 인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물어볼 까 싶어서 물어 봅니다. 당신은 스스로 이 나라 국민이라고 하던 데, 호국에 대한 마음이 있습니 까? 이 말을 묻고 싶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내가 혼자 있는 걸 즐기지만, 제법 외로움도 많이 타곤 합니 다. 향수병도 좀 앓았헜고.”
“그 말은 이 나라를 전복할 의 도는 없다고 봐도 되는 겁니까?”
“내 대답이 의미가 있습니까?” 태식은 박 소장의 손을 부드럽 게 밀어 냈다.
“듣지 않는 것보단 나을 겁니 다.”
“내가 아니라고 하면 믿을 것이 며, 맞는다고 하면 막을 겁니 까?”
“아니라고 한들 완전히 믿진 않 겠지만, 맞는다고 하면 반드시 막을 겁니다.”
“막을 능력은 있고요?”
“저항은 능력이 아닌 정신으로 하는 겁니다.”
박 소장에게서 큰 자부심이 느 껴진다.
그것은 스스로에게 떳떳하기에 가능한 자부심이다.
곁에 두는 게 피곤해서 그렇지, 이런 사람 자체는 좋아하는 편이 다.
“그런 의미 없는 이야기 말고 현실적인 이야기 하자고요. 장군 님이야 투철한 신념이 있다곤 하 는데, 여기 끌려와 있는 이 사람 들은 뭡니까.”
태식은 박 소장 뒤의 병사들을 보며 말했다.
하나같이 지친 기색이 역력하 다.
야지에서 몸을 축내고 있으니 군인이라 하여도 몸이 축나는 건 당연하다.
“거기, 뒤에 능력자들은 괜히 의식해서 힘주고 있지 말고요. 그러다 한 대 맞으면 억울하다고 하려고.”
태식의 지적에 박 소장의 시선 이 몇 번 오간다.
그러자 능력자들은 모두 한쪽으 로 물러났다.
“지금 그 말 무슨 뜻입니까?”
“질문하고 싶어서 기다리고 있 던 거면 소장님 혼자 와서 기다 리면 되지, 왜 애꿎은 병사들은 줄줄이 달고 왔냐는 말이에요.”
“이들을 내 수행원으로 몰며 모 독하지 마십시오. 모두 유서를 써 두고 목숨 걸 각오로 작전에 임하는 자랑스러운 전우들입니 다!”
박 소장은 진심으로 역정을 냈 다.
그의 말 중 전우라는 말이 퍽 듣기 좋았다.
“소장님 용병술이 좋네요. 그렇 게들 있지 말고 긴장들 풀어요, 해코지하려고 온 거 아니니까. 생활하는 데 많이 불편했을 텐 데, 건의 사항 같은 거 있으면 말해 봐요. 적극 조치해 줄 테니 까.”
다들 눈치를 본다.
태식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박 소장에게 향했다.
“소장님, 건의 사항 없습니까? 소장님 개인적인 거 말고 여기 같이 있는 전우들 위한 건의 사 항 말이에요.”
박 소장의 표정이 엄히 굳는다. 그는 흔들리지 않는 눈으로 태식 의 어둠을 보았다.
그러다 파하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를 이대로 내쫓을 게 아니 라면 물자 반입을 허용해 주십시 오. 그리고 저 위에 있는 범죄자 놈들을 체포할 권한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병기가 아니라면 물자 반입은 얼마든지 해도 상관없습니다만,
범죄자들에 대한 건 허락 안 됩 니다.”
박 소장은 두 번 묻지 않았다.
“그리고 잘 좀 먹이세요. 다 먹 고살자고 하는 건데, 밥은 잘 먹 어야 될 거 아닙니까.”
“그거야 그간은 물자 반입이 안 됐으니……
“나는 그렇게 말한 적이 없는데 괜히 눈치 본 거 아닙니까. 얼른 본대 연락해서 식량 먼저 지원받 으세요. 하는 김에 야전 취사장 같은 것도 건설하고요.” 태식은 자신이 사령관인 것처럼 명령했다.
몇십 년을 사령관으로 지냈으니 그 자세가 어설플 리가 없다.
“일단 그렇게 하긴 하겠습니다 만……”
“그리고 휴가도 좀 보내 주시 고. 이 사람들 다 직업군인들이 면 처자식이 있을 거 아니에요. 병력 수 늘고 줄어 봐야 딱히 달 라지는 것도 없잖아요. 어차피 대기만 하는 거면.”
“그것도••••••” 박 소장은 괜히 할 말이 없어졌 다.
태식의 기세에 밀렸다기보다는 딱히 나쁜 소리도 아니었고 어떠 한 기만책처럼 느껴지지도 않은 탓이다.
“당장은 이걸로 되려나 모르겠 네.”
태식은 아공간에서 씨앗 주머니 를 꺼냈다.
야지에서 식량 조달처가 없을 때 마지막으로 사용하는 수단이 다.
마물들이 주로 먹는 식물이고 입과 줄기에 독소가 많아 로아인 들은 극히 꺼리는 식물이다.
그래도 여기 사람들은 그걸 모 르니 별 상관없을 것이다.
맛도 감자에 바나나를 섞은 맛 이라 아주 못 먹을 정도는 아니 고 말이다.
태식은 생장 촉진으로 넝쿨뿌리 를 자라게 만들었다.
박 소장도 눈을 껌뻑거리며 그 광경을 구경했다.
“한동안 생선만 먹은 입에는 퍽 맛있을 겁니다.”
“지금 식량을 조달해 준 겁니 까‘?”
“이게 뭐 별거라고.”
박 소장의 표정이 복잡해진다.
“뭐가 그리 심각합니까. 총 안 들고 왔으면 손님으로 온 거지. 지금까지 얌전히 있었는데 이정 도 못 해 줄까.”
태식은 별것 없다는 듯이 툭 내 뱉으며 열매를 걷어 냈다.
식량 사정이 피폐한 전선을 돌 며 수시로 했던 일이라 능숙하고 익숙하다.
“이게 별다른 조리 없이 구워 먹어도 먹을 만합니다. 줄기와 잎은 독이 있으니 먹지 마시고.”
태식은 걷어 들인 열매를 불로 구워 줬다.
두꺼운 껍질은 불에 구워지자 저절로 벌어지며 뽀얀 속 알맹이 를 내보였다.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에서 단내 와 고소한 향내가 같이 풍겨 온 다.
꼴깍-. 누군가의 침 넘어가는 소리는 괜스레 요란했다.
“열매는 독 없으니까 편히 먹어 도 됩니다. 양 많으니까 옆 마을 에도 좀 나눠 주시고.”
“이렇게 하는 이유가 멉니까? 이런다고 당신의 인간적인 면모 를 느낄 거라 보는 겁니까?”
“누가 감자 좀 구워 주고 착한 놈으로 봐 달라는 줄 알고요? 그 냥 내 집에 온 손님이니 밥은 먹이자 하는 겁니다.”
달리 더 나눌 이야기는 없었다.
태식은 휘휘 손을 저으며 짧은 시찰을 끝냈다.
개밥그릇 (4)
시찰을 끝낸 태식은 대기하고 있던 창천을 봤다.
“뭐라고 해?”
“상부에서는 서해 해상을 통해 진입한다고 하였고 태공상에서는 바로 사람을 보낼 수 있다고 하 였습니다.”
“관리자급이 들어와 있다는 거 야?”
“그것까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습 니다만, 이사님께서 요구한 조건 이 조건인 만큼 실권자가 들어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거야 만나 보면 알겠지.”
“그러면 답신은 뭐라고 전달하 면 되겠습니까?”
“둘 다 들어와 있으라고 해.”
태식은 간단히 일을 끝내려다 뭔가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산당에 태공상만 해도 둘이 다. 거기에 지금 김재현이 석우 를 달고 내달려오는 중일 거다.
이 작자들을 전부 하나씩 상대 하자니 뭔가 성에 차질 않는다.
“창천, 계획을 바꿔야겠다.”
“예, 말씀 주십시오.”
“너는 지금 이 순간 나에게 점 거당한 거다.”
태식은 창천에게 별것 없는 형 상 마법을 걸어 줬다.
창천의 머리 위에 검은 사신의 형상이 생겨났다.
“알겠습니다.”
“그럼 들어라. 태공상에 접선을 허한다고 답하라.”
“ 예?”
태식의 눈이 가늘어진다. 창천 은 눈치껏 고개를 숙였다.
“예, 알겠습니다.”
태식은 그렇게 덧씌울 기억을 만들었다. 공산당원에게 보여 준 다면 창천이 괜한 의심을 받는 일은 없을 거다.
“저승사자의 정무관을 맨땅에 둘 수야 없으니까-.”
태식은 홀리 랜드의 중심 언저 리에 높은 탑을 솟구쳐 오르게 했다.
갯벌 색의 탑은 칼날처럼 일어 나 그 형상만 보면 으스스한 마 굴처럼 느껴질 정도다.
“나 찾아오는 사람들 있으면 저 기에 대기시켜 놔라.”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당분간 이 아니라 계속 여기 상주해야 되는 것입니까?”
창천의 물음에 녹아 있는 속내 는 결국 할머니에 대한 걱정이 다.
자신이 저승사자의 손에 사로잡 힌 걸 공산당이 알게 되면 더 이 상의 사용 가치가 상실되지 않겠 나.
“할머니라면 걱정 마라. 내가 안전하게 인도받을 테니까.”
“예, 감사합니다.”
태식은 그렇게 짧은 시찰을 끝 내곤 반달섬으로 가 봉춘을 찾았 다.
“오셨어요.”
이젠 요란을 떨 것 없이 순순히 먼저 나와 있는다.
“전에 말했던 외부 파견이다.”
“ 지금요‘?”
“그래.”
“잠시만요. 옷 좀 입을게요.”
봉춘은 넝쿨벽 속으로 들어가 두꺼비 옷을 입고 나왔다.
딱히 불안감이 없는 걸 보면 그 것 말고는 따로 준비할 게 없는 눈치다.
그것만 해도 충분하지 싶다.
“쟁여 둔 나무 묘목 같은 거 있 냐? 씨앗이나.”
“씨앗 있어요.”
봉춘은 두둑한 뱃가죽 속에서 씨앗 주머니를 내보였다.
그 역시 충분하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태식은 봉춘을 홀리 랜드의 사 령탑 위에 내려놓았다.
“봐라.”
“여기가 그 소문으로 들은 섬이 죠? 저승사자가 뽑아 올렸다 느……”
“그래.”
“그럼 저승사자가 사장님인 거 네요?”
“몰랐어?”
“직접 이야기해 주는 사람이 없 었거든요. 그럴 것이다 생각만 했지 확인을 못 해서요.”
“전부 내가 한 거다. 전부.”
“휴우-.”
봉춘은 안심 된다는 듯이 고개 를 끄덕였다.
“저는 혹시라도 그 테러 집단하 고 전면 전쟁이라도 일어나면 어 쩌나 했어요. 페가수스에서도 막 수호단이니 뭐니 난리고요.”
“진짜 전쟁이 터진다고 해도 네 가 전장에 설 일은 없으니 그런 걱정은 말고. 자, 눈앞에 있는 것 에나 집중해.”
“네!”
태식은 봉춘의 어깨를 잡으며 시야를 넓게 열어 줬다.
“이 섬 하나만 보지 말고 이 섬 주변의 지형까지 전부 살펴. 이 일대를 전부 연결할 거다.”
“거리가 엄청 떨어져 있는데요. 제 힘으로 연결까지는 무리일 것 같아요.”
“내가 언제 너 혼자 하게 둔 적 있냐. 그런 걱정 말고 구획이나 잡아. 반달섬 꾸미면서 교수님 어깨 너머로 배운 게 있을 거 아 니야.”
반달섬의 실질적인 도시공학적 디자인은 전부 소 교수의 결실이 다. 봉춘이 그 높은 이론적 지식 을 흡수하는 것은 어려워도 동물 적인 감각으로 구조를 읽을 능력 은 된다.
“저는 그냥 시키는 대로 만든 것밖에 없어요. 제가 직접 하는 것보다는 교수님더러 디자인을 하라고 하는 게……
“그럴 거였으면 처음부터 교수 님 불러 왔지. 여기는 네가 가진 그 특유의 거북한 감성이 필요한 거다.”
뭔가 약에 취한 것 같은 몰입.
노골적인 배덕감과 그로 인해 느껴지는 생경하고 이질적인 느 낌.
홀리 랜드에 잘 어울리는 감성 이다.
“거북한 감성까진……
“무슨 말하는지 알아듣잖아. 구 획은 이 일대로 크게 잡고 시작 은 이 사령탑에서 먼저 시작한 다.”
봉춘은 갑자기 거대한 힘이 밀 려들어 오는 것을 느꼈다.
일전에 하수도 배관을 깔 때 느 꼈던 그 감각이다.
“준비 운동이라도-.”
“정신 잡아!”
태식의 기합성에 봉춘은 엉덩이 를 바짝 조이며 배에 힘을 줬다.
얼른 씨앗주머니를 풀어 내던지 곤 태식이 전해 주는 힘을 자신 의 힘과 엮어 그대로 방출했다.
드드득- 지축이 울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가시넝쿨이 사령탑 을 휘감았다.
“이 악물어. 크게 간다.”
“으윽!”
봉춘은 신음을 토해 내며 양손 을 뻗어 냈다.
가는 넝쿨이 나팔꽃 자라나듯 서로 똬리를 틀며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사령탑에서 피어 오른 거대한 넝쿨은 높은 하늘 위에서 만개하 여 거미줄 퍼지듯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크엑!”
봉춘은 와락 코피를 뿜었다.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는 게 눈 에 보인다.
“자, 호흡 바꾸자. 천천히 들이 쉬어.”
“으허어어.”
봉춘은 의식이 저 멀리 멀어지 는 것을 간신히 부여잡고 있는 중이다.
실상 태식이 쥐고 있는 어깻죽 지가 너무 아파서 정신을 놓지 못하는 것이기도 했다.
“네가 준 힘으로 생명을 얻은 것이니, 네가 다시 회수하는 것 도 가능해.”
태식은 넝쿨 그물이 지면에 닿 은 것을 확인하고는 내뿜었던 힘 을 다시 회수했다.
생기를 가득 머금었던 초록빛의 넝쿨이 말단에서부터 비쩍 말라 회색으로 죽어 갔다.
초록으로 낭창거리던 넝쿨은 석 화 마법이라도 걸린 것처럼 단단 하게 뒤엉킨 채 고정되었다.
온 하늘을 감싸 쥐었던 초록까 지 회색으로 메마르고 나니 홀리 랜드엔 가시 천장이 생겨 버린 꼴이었다.
그 모습이 이 잿빛의 섬과 더 잘 어울렸다.
“사, 사장님. 저 죽을 거 같은데 요.”
“안 죽어. 내가 봐주고 있는데 죽긴 왜 죽냐.”
“수, 숨이 꼴까닥 넘어갈 것 같 아요.”
“엄살떨어도 되니까 의식만 놓 지 마.”
태식은 회수한 기운을 정돈했 다. 그리고 천천히 봉춘의 힘을 북돋았다.
기운을 돋게 했으니 이제 다시 방출할 차례다.
태식은 먼저 어둠을 풀어 길을 내었다.
“꼬아아악-!”
봉춘의 몸에서 터져 나온 힘이 그 길을 따라 거칠게 흘렀다.
다섯 마리의 거대한 뱀이 섬을 휘젓는 듯하다.
섬을 찢어 낼 듯, 황소 같은 넝 쿨 줄기는 해안선에 닿아서도 멈 추지 않고 바닷속으로 찔러 들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