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7)_7
“아하하하. 싫은 내색 하는 것 보게.”
“막 싫은 건 아니고요, 아하하.” 종범은 태식의 웃음을 따라 어 색하게 웃었다.
딱히 기분 상하는 건 아니다.
일이 다 잘 돌아가고 있는데 기 분 상할 이유야 없잖나.
“밖으로 나가면 팔기 싫어도 팔 게 될 거다. 여기서도 이 정도 돈 움직이는데, 밖에서는 어떻겠 어‘?”
“안 그래도 똥파리가 많이 꼬일 거라곤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 서 보안 요원을 좀 늘려야 하지 않나 생각 중입니다. 요즘에 특 형 능력자들 늘고 있으니까 인력 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근무지가 홀리 랜드라고 하면 구하기 어려울 건데?”
“그렇게 따지만 원양어선은 누 가 탄답니까. 위험부담 좀 지더 라도 짧고 굵게 돈 벌려는 사람 들도 많습니다.”
“하기야, 사람 있는 곳이면 다 사람 사는 곳이지.”
태식은 적당히 훑어본 장부를 뒤로 미루곤 창 아래의 시합장으 로 시선을 보냈다.
평일 낮과 같은 시간임에도 빈 좌석이 거의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다.
헌터들이 싸우는 파이트 매치라 그렇다.
“저 손님들은 주로 헌터들이 지‘?”
“예. 손님인 동시에 선수들이기 도 합니다.”
“구경하다가 시합 나가는 거 야?”
“예. 규모가 커지면서 배당금이 제법 되니까 헌팅 안 나가고 여 기서 전업 선수로 뛰는 헌터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게 생업이구만.”
“그런 셈이죠.”
가만 살피니 열광하는 손님들 중에서도 유독 진지하게 관람을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은 경기를 즐기는 게 아니 라 경쟁자의 약점을 파악하는 데 온정신을 집중하고 있었다.
놀이를 즐기는 게 아니라 일을 하는 것이다.
필드로 나가 헌팅을 하든, 케이 지에 올라 파이팅을 하든, 목숨 걸고 노력해서 그에 맞는 보상을 얻는 건 비슷하다.
“경기는 경기라 치고. 치료는 어때? 골병드는 사람 많을 것 같 은데.”
“아, 예. 저, 그래서 말인데요. 저 제가 이걸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니고요. 홍태에게서 전해 들은 건데요.”
홍태는 일전에 석우에게 밴시를 지원해 주면서 함께 보내 놓았 다.
지금도 홍태는 대히<&D 에서 근무 중이라 충왕전과 같은 경기 보단 헌터 파이트 매치가 많은 것이다.
“뭔데 그렇게 눈치를 봐. 홍태 가 뭐?”
“그러니까, 그 포션 있지 않습 니까. 대호에서 거의 복제 약을 다 만들었다고 들었는데요. 선수 복지 차원에서 지원하려고 하는 데 포션 좀 배분해 주시면 안 될 까요? 물론 대호생약 쪽에서 구 매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구매한다고?”
“예. 그걸 공짜로 가지고 올 수 는 없지 않습니까.”
“아직 식약청 인가 안 났어. 한 국에선 못 팔아.”
“아, 그렇습니까?”
“어. 정 급하면 미국에서 직구 해서 써.”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다시 미 국에서 사 온다니……. 그럼 당 장 주문해도 며칠 걸리겠군요.”
“정 급하면 일단 이거라도 쓰든 가.”
태식은 포션 세 박스를 꺼내 줬 다.
“팔다리가 잘려 나간 거 아니면 생으로 들이켤 필욘 없어. 적당 히 희석해서 먹어도 충분할 거 야.”
“예, 감사합니다.”
“이거 한 병에 1억씩 팔던 건 데, 쿠쿡.”
“대금 지불하겠습니다.”
“돈은-. 내가 너한테 장사하 냐.”
태식은 파하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금 시선이 시합 중인 선수 들에게 향한다.
저토록 치열한데 누가 저들에게 쉽게 몸으로 때워 돈을 번다고 할까.
“이리저리 해도 먹고사는 게 쉽 지가 않지. 쉽지가 않아.”
그래서 뭔가 더 만들어 줘야 겠 구나 싶다.
조금이나마 쉽게, 아니 안전하 게.
저 또한 생업의 현장이고 원수 를 져서 싸우는 것도 아닌데 목 숨이 오가서야 안 되잖나.
“종범아.”
“ 예?”
“그냥 구단을 만들자.”
태식은 문득 로아의 기사단이 떠올라 그리 운을 떼었다.
일상을 사는 사람들 (4)
“구단요? 단체라면 이해를 하겠 는데 구단은…… 혹시 구기 종목 생각하십니까?”
“구기 종목은 이미 많잖아. 남 의 밥그릇 뺏지 말자.”
종범은 고개를 갸웃했다.
파이팅 매치와 구단이랑은 조합 이 좀처럼 엮어지지 않는 탓이 다.
“저런 개인전도 좋은데, 이런 개인 경기만 융성하면 큰 스폰서 를 찾지 못한 기사들, 아니 선수 들은 취약 계층이 된다고.”
“기사들요?”
“그냥 보여 줄게.”
태식은 로아에서 보았던 기사단 들의 친선전을 떠올렸다.
친선전인 만큼 화려한 무구로 치장을 하고 모의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 기사들 모두가 마법 을 쓰는 마법사 아니면 마검사들 이었고 충성하는 귀족과 왕가의 명예가 달린 일이니 목숨 걸고 싸우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실상 전투 양상도 확인 사살만 안 할 뿐이지 죽어도 난 모른다 는 식의 광역 공격들이 난무하곤 했다.
그래서 그런지 더욱 볼거리가 화려했고 단순한 화력 시현의 장 으로서도 나름의 가치가 있었다.
“저…… 이건 거의 전쟁이지 않 나요?”
“볼만하잖아. 이 정도는 해 줘 야 뭔가 좀 차별성이 생길 거 아 니냐. 물론 지금처럼 개인전도 하고.”
종범의 고개가 연신 갸웃갸웃이 다.
“왜, 도박사의 눈에는 좀 별로 야‘?”
“이게,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격 투기 문화가 메이저하다고 할 순 없지 않습니까. 구단 사이즈로 운영을 하는 게 될까 싶어서요.”
“될 거 같은데…… 잠시 골몰하던 태식은 뭔가 번 뜩하여 손가락을 탁 튕겼다.
“아니다. 이건 그냥 진행해.”
“그냥 진행합니까?”
“대전제를 망각하지 말자고. 돈 벌려고 이 짓 하는 게 아니잖 아.”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도 유지비는 나야 하지 않겠습니 까.”
“이거 치안유지 명목이 들어가 면 손실이라고 볼 게 없어.”
“치안유지요?”
“그래, 치안유지. 너도 알지. 지 금 서울 영공이 일정 부분 능력 자들에게 할양된 거.”
“예. 피 끓는 청춘들 괜히 민간 인 피해 주지 말고 한곳에서 놀 라는 식으로 그리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걔네들 선수로 초빙해 와.”
“그 바보들을요?”
“바보니까 가르쳐야 될 거 아니 냐. 그중 출중한 녀석들도 꽤 있 긴 하다만 노련한 헌터들 몇이면
어떤 식으로든 설득 가능할 거 다.”
“약간의 강제성이 들어가도 된 다는 말씀……
“그런 건 알아서 하고. 나라에 서도 반쯤은 내놓은 놈들이라 가 만 두면 언제고 문제 되지 않겠 냐.”
태식은 옥상에서 보았던 녀석들 의 폭죽놀이를 떠올려 봤다.
특형이 발현되는 양상으로 보면 일정한 선을 두고 다인전을 벌이 고 있음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당장 핸드폰으 로 영상 몇 개 검색해 봐도 단번 에 알 수 있다.
“이거 뻔한 거다. 거기서도 지 들끼리 친목질 하면서 크루니 조 직이니 해 댈 거 아니야.”
“그러면 벌써 돈이 돌고 있을 수도 있겠는데요.”
“돈이 돌아?”
“그렇지 않습니까. 사람이 모이 면 음료수 하나씩만 까도 돈입니 다. 밥이라도 한 끼씩 먹으면 큰 돈이고요. 매일 거기서 죽치고 사는 놈들이니 거기서 돈 벌 궁 리를 할 겁니다.”
“하긴 그렇게 되겠네. 벌써 돈 을 걸 수도 있겠구나.”
“당연히 그렇게 할 겁니다. 우 리나라 사람들 점 백이어도 돈을 걸어야 고스톱 치는 맛이 있다고 하잖습니까. 제가 볼 때는 100% 입니다.”
“그러면 흡수하는 게 맞겠다. 어차피 애들이니까 너무 강압적 으로는 하지 말자고. 신규 스포 츠에 스카우트 제의하는 식으로 해 봐.”
“엮어 치기 하는 거야 쉽죠. 간 만에 사업하는 형들 몇 연락해서 계약서 좀 짜 보고 하겠습니다.”
“괜히 계약서 이상하게 만들어 서 노예 계약 같은 건 하지 말 고.”
“물론입니다. 통상적인 구단 계 약서 참고해서 진행하겠습니다.”
종범은 절도 있게 고개를 숙이 며 마침표를 찍었다.
이런 쪽으로는 하던 가락이 있 으니 알아서 잘할 것이다.
“그리고 내가 말한 구단은 조금 더 생각해 봐. 아까 보여 준 이 미지대로 하면 확실히 팔릴 거 같지 않냐?”
“액션성은 확실히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차피 꾸려야 된다면 그에 맞는 기획이 필요할 것 같기는 합니다. 그것도 전문 가들과 함께 머리 맞대 보겠습니 다.”
“그래, 얼추 정리되면 보고 한 번 받자. 그럼 수고해라.”
태식은 다음 자리로 이동했다. 반달섬 중앙에 있는 페가수스 본청이다.
유성은 밖에서 수호단 일을 보 고 있고 사혁은 할인매장에 있으 니 본청 청장실에는 흑곰 고수혁 이 앉아 있었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고수혁은 태식을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허리를 반으로 접었다.
그러곤 얼른 상석을 권한다.
태식은 사양할 것 없이 뻑뻑한 가죽 소파에 등을 기댔다.
“애로 사항.”
“애로 사항요? 아, 없습니다.”
“유성이한테 들었지?”
“치안유지 인력 새로 충원하라 는 것이라면 들었습니다.”
“어떻게 돼 가?”
“일단 공채 모집 공고 내 놓았 습니다. 인력은 평소보다 3배수 더 뽑아서 가려 놓도록 하겠습니 다.”
뭔가 느낌에 날이 서 있지 않 다.
“이해를 조금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시정하 겠습니다.”
행동이 소극적이다.
보통 부관을 쓸 때 보면 과잉 충성을 해서 일을 크게 만드는 이가 있는가 하면 너무 공손한 나머지 일을 보수적으로 처리하 는 이도 있다.
고수혁의 경우 후자에 가까운 느낌이다.
하기야, 원래 사람이 한번 위축 되면 제 마음대로 기를 펴지 못 하는 법이긴 하다.
“헌터명이 흑곰이지 않나?”
“마, 맞습니다.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좀 흑곰같이 과감하게 해야 될 거 아니야. 유성이나 사 혁이나 다 믿고 이 자리에 앉혀 줬을 건데.”
“그렇습니다!”
고수혁은 딱딱한 부동자세로 우 렁차게 답했다.
군대를 험하게 다녀왔나 싶다.
“자, 이 땅이 누구 땅이야?”
“우리의 땅입니다.”
“그렇지. 그러면 어떻게 해야 돼?”
“지켜야 합니다!”
“지키려거든?”
“힘이 있어야 합니다!”
“잘 알고 있네. 그럼 어떻게 해 야겠어?”
“군대를 조직합니까?”
“마지막이 왜 그러냐? 그럴 거 였으면 처음부터 군대 만들라고 하지.”
“아, 군대처럼 강한 경찰이어야 합니다.”
“그래 인마. 잘 아네.”
태식의 손이 고수혁의 어깨를 툭 스쳤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심계는 전 세계를 대상 으로 열리게 될 거다. 우리가 충 분히 실효 지배할 능력이 된다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야. 굴러들 어 온 돌한테 밀리면 안 되겠 지?”
“예, 그렇습니다! 절대 밀려나지 않겠습니다.”
“밖에서 어떤 조약과 법이 새로 생겨도 그건 밖이야. 심계 안에 서는 심계 안의 룰로 따로 가는 거다.”
“아…… 그러면 그, 밖에서 하 시는 계약은……
고수혁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 는 듯이 말했다.
“원래 부동산이 명의권자랑 계 약했어도 실거주자하고 원만히 해결을 봐야 하잖아. 안 그래, 실 거주자?”
“아, 예. 맞습니다.”
“그러니까 준비 잘해. 돈 부족 하면 말하고.”
“돈은 이미 충분합니다. 이번 수호단 발족하면서 추경예산 받 은 거 있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 돈 을 왜 심계 안에다 쓰냐. 국민들 피 같은 세금인데, 수호단 운영 에만 써야지.”
“아, 예. 그러면 반달섬 세금 책 정을 조금 해야 될 것 같습니 다.”
골치 아픈 이야기가 나왔다.
로아에서도 회계장부는 잘 들여 다보지 않은 태식이다.
그건 전당포에서도 마찬가지 아 닌가.
“그건 내 전문 분야 아니니까 전문가 초빙해서 해결해.”
“예. 장 팀장 통해서 한번 해결 해 보겠습니다.”
태식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커피라도 한 잔 하시고……
한쪽 탕비실에 유성의 손길이 묻어 있는 커피 장비들이 있다.
“유성이한테 좀 배웠어?”
“알려 준 대로 조금 할 줄 압니 다.”
“그럼 한 잔 먹고 가지 뭐.”
수혁은 허둥대며 커피를 내렸 다.
“두 잔 내려, 두 잔. 같이 마셔 야지.”
“예!”
고수혁은 손을 달달 떨며 커피 두 잔을 내려 왔다.
“여기 있습니다.”
“향 좋은데?”
“감사합니다.”
“거 좀 앉아. 정신 사납네.”
“예.”
태식은 수혁을 맞은편에 앉히고 잔을 건네줬다.
테이블 한쪽엔 재떨이가 있다.
“담배 태워?”
“예, 태웁니다.”
“그럼 한 대 하지.” 바로 앞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 내 손목에 툭툭 쳐 한 개비 뽑아 올린다.
“곰이라더니, 아주 날랜데.”
“감사합니다.”
“자, 이거 두고 피워.”
태식은 고수혁의 담배 한 개비 를 한 보루로 되돌려 줬다.
“감사합니다. 아껴 피우겠습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