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7)_9
“해치운다는 뜻은 아니고요. 원 만하게요, 제도적으로.”
“아니요, 한편으론 득이 되는 부분도 있긴 해서요. 의사로서 이런 마음 가지면 안 되지만, 또 한편 의사로서의 탐구욕이 들더 군요. 하하, 제가 이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교수의 왼손이 오른팔을 잡는 다. 그곳에 슬레인이 깃들어 있 다.
이 교수는 오른팔을 쥔 채로 눈 을 질끈 감았다.
거리가 가까우니 슬레인의 작은 파동이 더욱 잘 잡힌다.
슬레인이 보내는 파동은 어떠한 수줍음과 설레임의 중간점에 있 었다.
“교수님, 교수님?”
“예, 예.”
“괜찮으세요?”
“예, 괜찮습니다. 오른팔의 떨림 이 멈춘 이후로는 한 번씩 감정 이 고양되는 경우가 있더군요. 손떨림이 있던 것보단 낫다고 생 각합니다. 하하.”
이 교수는 넉넉하게 웃어 보였 다. 지금까지 느꼈던 바짝 말라 얼어붙어 있다는 느낌이 아닌 분 명한 넉넉함이었다.
초월 의학 (2)
“뭔가 결실이 있군요?”
“요즘은 그대로 두 다리 뻗고 자는 정도는 됩니다.”
“그런 게 있으시면 저한테 전달 좀 해 주시지 그랬어요?”
“아직 완성 단계라고 하긴 좀 어설퍼서 말입니다.”
“그래서 뭔데요. 보여 주실 수 있어요?”
“잠시만요.”
이 교수는 환자 차트를 주르륵 훑었다.
직사각형의 은색 실테 안경이 참 매력적으로 어울린다 싶다.
“가시죠.”
이 교수는 아무런 껄끄러움 없 이 말했다.
자신감과는 그 결이 다르지만 이 교수는 스스로를 자신하며 만 족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런 것일 뿐이다.
태식은 묘한 기대감을 가지고 이 교수의 안내를 받았다.
안정을 취하고 있는 환자의 몸 전신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이 환자의 경우 전신에 3도 화 상을 입고 후송되어 왔습니다. 화상 전문의도 치료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라 급히 제가 손을 쓴 것입니다.”
그의 피부가 얼기설기 일그러져 있다.
하지만 흉터만 보자면 사고 후 반년은 지났을 법한 모양새였다.
“어떻게 된 거죠?”
“그걸 저에게 물으시면 어쩌십 니까. 이 힘을 준 건 이사님인 데.”
이 교수가 오른손을 내민다.
“이 정도까지 힘을 컨트롤할 수 있긴 쉽지 않아요.”
흉터만 따진다면 크다 하겠지만 죽을 사람 살려 둔 흉이라 치면 맹장 수술 자국 정도밖에 안 되 는 수준이다.
슬레인으로 상처를 치료했다고 볼 수 없을 수준의 옅은 재생 흔 적이었다.
“저 스스로 이런 말 하긴 조금 부끄럽습니다만, 오른팔이 말을 잘 들어 줍니다.”
태식은 반사적으로 슬레인의 기 운을 읽으려 했다.
전과 다른 이질감이 강하게 느 껴진다.
분명 자신이 가지고 있을 때의 슬레인이 아니다.
이러한 변화가 생겼다면 사전에 신호가 왔어야 될 텐데, 그런 신 호도 오지 않았었다.
“한번 봐도 될까요?”
태식이 악수를 청했다.
“ 얼마든지요.”
이 교수는 흔쾌히 그 손을 맞잡 았다.
태식은 그의 손을 통해 슬레인 을살폈다.
강한 반발력이 태식의 힘을 밀 어낸다.
완벽한 거부 의사였다.
태식이 이 교수의 눈을 보았다. 그 눈매가 가늘어진다.
불편한 기색이다. 하지만 그것 이 진짜 이 교수의 감정인지, 아 니면 슬레인의 감정인지 모호했 다.
“교수님, 잠시만요. 잠시만 실례 할게요.”
태식은 주변을 차단하고 제대로 힘을 썼다.
파층-. 유리창 깨지는 소리와 함께 이 교수의 입에서도 옅은 신음이 흘러 나왔다.
“으윽.”
이 교수가 어금니를 악물고 고 통을 참는다.
마주 쥔 오른손이 구렁이처럼 꿈틀거렸다.
도저히 사람 손의 움직임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다.
태식은 얼른 손을 놓았다.
“실례했어요. 괜찮으세요?”
“후우우-. 예, 괜찮습니다. 하지 만 불쾌한 기분이 드는군요. 오 해는 하지 마십시오. 이해하실지 모르겠지만 제 감정이 아닙니 다.”
“예, 이해해요. 슬레인의 감정이 죠. 교수님, 어떻게 되신 거예 요? 지금 상황이 어떤 것인지 확 실히 인지하고 계세요?”
“별거 있겠습니까. 원래 내 몸 에 붙어 있던 오른팔인 것이죠.”
“그렇게 간단히 볼 문제가 아니 에요. 제가 슬레인의 의식을 저 한테 잡아 놨던 건 이런 동화 상 태가 될까 봐였어요. 이걸 어떻 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있는 특형 발현 사태가 저에게도 뭔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보입니다.”
그럴 리가 없다. 단순히 다크매 터를 다룰 수 있다고 슬레인과 동화 상태가 된다는 건 불가능하 다.
정말 이 교수에게 특형이 생겼 다고 한들, 그 힘이 자신을 능가 할리도 없잖나.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슬레인이 이 교수를 택한 것이 다.
그리고 그것은 이 교수 또한 슬 레인을 진심으로 염원하여 받아 들였다는 결론이다.
내색은 하지 않지만 그 과정이 어떠했을지 가늠이 되고도 남는 다.
슬레인을 동하게 하는 것은 강 한 염원뿐이다.
태식의 염원은 적을 멸하겠다는 것이고 이 교수의 염원은 환자를 살리겠다는 것이니, 전장을 떠난 태식의 염원이 수술실에 있는 이 교수의 염원보다 클 수가 없다.
“교수님 이거 위험해요. 슬레인 을 감당할 능력이 안 되면 자아 에 혼란이 올 수도 있어요. 지금 도 감정 동화가 이루어지고 있잖 아요.”
“그거야 뭐, 저도 득 본 게 있 으니 이놈도 득 보는 게 있어야 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득이라 고 하기엔 대가가 너무 비싸요. 자아에 혼란이 오는 거라고요.”
“그것뿐이 아닙니다. 이놈이 저 를 잡아 주고 있는 건지, 청력과 시력이 회복되었습니다. 다리가 무거웠던 것도 나아졌고 골반이 틀어진 것까지 잡히더군요.”
이 교수는 만족스럽게 대답했 다. 이건 슬레인의 만족이기도 하다.
둘의 동화가 이처럼 자연스러워 서 슬레인이 그토록 말을 잘 듣 는 것일까?
태식으로서도 경험하지 못한 것 이니 쉬이 속단하기 어려웠다.
“그것 말고도 새로운 치료 기법 에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 다.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이 번 생은 참 꼬일 대로 꼬여 엉망 이구나 여겼는데, 이젠 그런 느 낌을 받지 않습니다.”
표정이 밝다. 그리고 맑다. 도저 히 염려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말 이다.
“그리 걱정스럽게 보지 마십시 오. 큰일 난 것 같지 않습니까.”
“후우-. 교수님. 그렇게 웃고 넘길 일은 아니에요.”
“웃음이 나오는 걸 웃어야죠. 따라오십시오.”
이 교수는 태식을 별관 연구실 로 안내했다.
잠시 멈칫했던 그가 힘 있게 출 입문을 열었다.
“이곳은 배양실입니다. 인식에 따라선 거북할 수도 있는 곳이지 만 이사님께는 상관없으시겠죠.”
그 안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 습은 태식으로서도 놀라운 모습 이었다.
솔직히 모르는 상태에서 봤다면 마족 숭배회의 의식이 치러지는 곳이라 오해했을 법도 했다.
오와 열을 맞춰 늘어선 배양기 의 칸칸마다 신체 장기들이 자라 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인공 장기……인 거죠?”
“그 또한 세포조직으로 만들어 진 것인데 인공이라고 할 수 있 을 까요?”
태식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떻게 하신 거죠?”
태식은 원론적인 부분을 떠나 바로 과정을 물었다.
“기증받은 장기를 슬레인의 능 력을 통해 복제 배양한 것입니 다.”
“과재생될 텐데요.”
“맞습니다. 해서 속도를 최대한 억제합니다. 그리고 부적합할 정 도로 과재생된 장기는 폐기하고 요.”
“이걸로 실제 치료가 가능한가 요?”
“방금 보신 환자가 그 결과입니 다. 피부뿐 아니라 기도와 폐를 이식했죠.”
“부작용은요? 장기 이식이 아무 렇게나 되는 게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요.”
“이식 단계 전에 환자의 세포를 장기에 접합하여 적응도를 올립 니다.”
“그것으로 전부 해결되는 건가 요?”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일정 수 준 잡힙니다.”
“그럼 나머지 일정 수준은요?”
“그것은 면역력을 극도로 낮춰 이질적인 장기에 대한 공격 능력 을 제거하는 것으로 해결했습니 다. 항암 치료와 같은 원리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것으로 인한 부작용은 현대 의학으로 충분히 케어가 가능하고요.”
서로가 서로를 엮어 가며 보완 하는 치료.
군산 팀장에게 말했던 그대로의 치료법이다.
이미 결과가 나와 있으니 또 다 른 검증을 하라 할 필요가 없었 다.
“이걸…… 보고 안 하셨죠? 보 고했으면 저한테 안 올라왔을 리 가 없는데요.”
“예, 안 했습니다.”
“교수님-! 만약에 일이 잘못됐 으면 어쩌려고 그러셨어요?”
“제 독단으로 판단한 것이니, 제가 책임져야 될 일이지 않습니 까.”
“그러시면 안 되죠. 제가 모시 자고 했고 제가 억지로 지운 힘 인데요.”
“저를 선택한 건 이사님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인 건 접니다. 이 제 와서 이런 책임 문제에 대한 것은 따질 필요가 없지 않습니 까?”
이 교수는 흡족하게 미소 지었 다.
하지만 어딘지 씁쓸함과 슬픔이 묻어 있다.
이젠 구분이 된다.
흡족함은 슬레인의 것이고 씁쓸 함은 이 교수의 것이다.
그 감정은 의사로서 순수한 의 학 외적인 방법을 빌었다는 것에 대한 씁쓸함일 것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만족이 있는 것은 자신의 확신으로 하여 금 환자를 살렸다는 사실 때문이 다.
자아의 착란이 올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이 교수가 정신을 잡 고 있는 이유는 그것이다.
죽음에 달한 환자를 살린다는 것, 바로 그것 말이다.
“교수님, 혼자 짊어지시라고 그 걸 드린 게 아니에요.”
“하하하, 이걸 제가 혼자 짊어 지고 있는 걸로 보셨습니까? 그 럴 리가요. 더 많은 병상과 전문 의료진을 지원해 주셔야죠. 그건 제가 어떻게 살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손을 벌려야 하지 않겠습 니까.”
“아후-. 참.”
태식은 숨 한번 몰아쉬는 것으 로 먹먹한 심정을 밀어냈다.
“아, 그리고 이 시술법이 합법 적 테두리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주시는 것도 부탁드립니다. 그건 저 같은 일개 의사가 하기 엔 힘에 부치는 일이라서요.”
“당연히 그래야죠. 확실한 결과 가 있는데 당연히 그렇게 돼야 죠.”
“아직은 케이스가 부족하긴 합 니다만, 제 욕심은 하루빨리 합 법적인 테두리로 들어가는 것입 니다. 보셨다시피 이 시술은 모 든 중증 질병에 대부분 적용이 가능합니다.”
“그렇겠네요. 그리고 암흑중독 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고요.”
“암흑중독요? 암흑중독이라
……. 그렇군요. 대호에서 개발 중인 신약들과 함께 시너지를 내 면 암흑중독에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하겠습니다.” 이 교수의 가는 눈매가 날카롭 게 반짝인다.
“이렇게 하시죠. 이 치료법의 노선을 일반 병증에 대한 치료로 잡지 마시고 암흑중독에 대한 치 료로 잡는 것입니다.”
“특수 병증에 대한 특수 시술로 잡아서 넘기자는 거죠?”
“예. 그래야 쉽지 않겠습니까? 암흑중독은 치사율 100%의 질병 이니 그에 대한 실증 치료법이라 고 하면 쉽게 지지를 끌어올 수 있을 겁니다.” 태식은 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이 맞다.
설령 틀리다고 할지라도 되게 할 것이다.
그가 생명이란 가치를 위해 포 기한 의사로서의 가치를 위해서 라도 그리해 줄 참이다.
“그렇게 우선 통과를 시킨 후 효과적인 치료 케이스가 충분히 쌓인다면 적법하게 일반으로까지 확장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부 탁드리겠습니다.”
“저야말로 부탁드리죠, 저야말 로요. 그럼 시간 끌 것 없겠죠?”
태식이 핸드폰을 꺼내며 물었 다.
“제가 연락드리겠습니다. 그게
최소한의 예의 같군요.”
“그러세요.”
이 교수는 이린에게 전화를 걸 었다.
길을 내 주는 건 태식의 몫이 다.
설명을 들은 이린의 표정이 유
쾌하지 못하다.
이런 중차대한 일을 보고받지 못했으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그 감정을 입 밖으로 내 지 않고 다시금 정리한다.
이린은 이 교수가 자신의 부하 직원이 아님을 알고 있다.
그것은 태식이 이 교수를 대하 는 태도만 봐도 너무나 확실하 다.
그러니 이번 일은 보고가 아닌 공유의 문제다.
그것이 불쾌함을 내비칠 사안은 아니다.
의도가 나쁜 것도 아니었고 말 이다.
“그간 고생이 많으셨겠어요.”
“마음 편히 일했습니다. 저야말 로 의도와 달리 폐를 끼쳐 죄송 합니다.”
“아니에요. 당초에 이 별관 연 구실 자체가 교수님께 배정된 시 설인걸요.”
태식은 오히려 이린의 말에서 자못 놀라움을 느꼈다.
이 교수를 감시하지 않고 있었 음에 말이다.
의사들의 반발로 CCTV를 달지 못하더라도 버그캠이 이린의 손 에 있다.
가용하려거든 얼마든지 가용할 수 있을 텐데 하지 않는걸 보면 확실히 선을 넘지 않는다.
그것이 불법 촬영이기 때문이 아니라 태식의 손에서 나온 산물 이기 때문이다.
“사장님, 어때요? 넘길 수 있겠 어요?”
“네, 해야죠. 해야 되는 일이잖 아요.”
“역시 답을 잘 아셔.”
태식이 가볍게 주먹을 내밀었 다.
“같이 일한 게 얼만데요.”
이린도 가볍게 툭 주먹을 맞댄 다.
“교수님, 이 연구 관련해서 연 관 있는 인원이 더 있을까요?”
“없습니다.”
“네? 없어요? 없다구요?”
“네.”
“이식 수술을 하셨다고 했잖아 요.”
“수술에 참가한 선생들은 기증 받은 장기로 알고 있습니다. 한 시가 급하니 세세하게 따질 겨를 있었겠습니까.”
“교수님! 그런 서류 조작을 직 접 하셨다는 거예요?”
“하하, 그러게요. 이 외상 센터 가 아직 기틀이 제대로 잡히지 않지 않았습니까. 이곳저곳 허술 하다 보니 누구 하나 들춰 보는 사람이 없군요.”
이 교수는 부끄럽다는 듯이 말 했다.
“교수님이 독박 쓰셨구나. 원래 그게 맞죠, 괜히 다른 사람 피 보게 하는 것보다야. 그렇죠?”
“하하, 제 욕심에 못난 짓 한 겁니다. 제도가 바뀌는 걸 기다 리는 중에도 환자는 죽어 갑니 다. 지금까지 항상 그랬습니다.”
얼핏 느끼기엔 일부로 숨겼다는 말처럼도 들려진다.
혹시나 이린이나 태식이나 모두 허락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잘하셨어요. 원래 제도가 현실 을 못 따라가죠. 한번 바꾸면 다 시 고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그러니까 우리 같은 사람들이 위 험을 짊어지면서 도전할 수밖에 요.”
태식은 특히나 우리라는 단어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