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8)_1
“유 간호사의 노동이 저와 크게 다르겠습니까? 한 달에 한 번 집 에 가면 많이 간 것이고 병원에 서 쪽잠을 자기 일쑤입니다.” 그런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영 화나 드라마에서도 쉽게 묘사되 는 모습이다.
“비단 저뿐만이 아닙니다. 어느 대학병원을 가도 쉽게 볼 수 있 는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의 의료 복지는 의료진의 희생을 담보로 유지되는 것입니다. 그게 아니라 면 병원 휴게실에 침대가 있어야 할 이유가 없겠죠.”
“같은 의료진을 걱정해 주는 시 선은 알겠어요. 하지만 그게 착 취와 같은 선상인지는……. 다른 직업 중에도 공적 차원에서 고생 하는 직업이 있잖아요. 경찰이라 든가, 소방관이라든가.”
“맞습니다. 사회 시스템만이라 면 그것이 공적 차원의 희생이고 사회적 명예와 나름의 보람을 챙 기는 것으로 정리될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사람들 의 인식이 합쳐지면 이야기가 달 라집니다.”
“어떤 인식을 말하는 것이죠?”
“일반적으로 간호사는 비전문인 일 거란 인식. 무조건 의사의 말 이 정답이며, 그중에서도 스타 의人}, 이름난 의사에게만 진료를 받고자 하는 편중 의식 말입니 다.”
“간호사를 비전문인으로 무시하 는 발언은 그 사람들이 못 배워 먹은 인성 쓰레기들이라 그런 것 이고, 유명한 의사에게 편중되는 것은 아무래도 건강에 관련된 문 제니 그렇겠죠. 이게 착취와 연 관이 되나요?”
“제가 방금 유령 수술에 대해 말씀드렸죠. 간호조무사가 700건 이 넘는 수술을 한 경우도 있다 고요.”
“예.”
“의사의 돈 욕심과 환자의 건강 욕심으로 인한 편중이 합쳐지면 그런 결과가 나오게 됩니다.”
이 교수는 의사로서 같은 의사 의 범법 행위를 옹호하는 게 아 니라 그런 상황이 왜 벌어지게 되는지 현실적인 부분을 지적하 는 것이다.
태식은 그것에 포커스를 맞춰 이 교수의 말을 곱씹었다.
“스타 의사에게 편중되는 환자 를 전부 받으려 하다 보니……. 간호사에게 일을 떠넘기게 되는 거다?”
“물론 제 예시가 극단적인 예라 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들을 옹호하려는 것도 아니며 그 간호 조무사에게 죄가 없다는 것도 아 닙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환자들은 유명한 의사, TV 에 나오는 의사라면 그 의사가 가장 수술을 잘하는 의사이며 당 연히 수술의 처음부터 끝까지 직 접 다 할 것이라는 인식을 한다 는 겁니다.”
“대부분이 당연히 그렇게 할 거 라고 생각하긴 하겠죠. 저도 그 렇게 생각했으니까요.”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3시 간짜리 수술을 하루에 몇 건이나 할 수 있을까요? 몰아친다면 3 건 4건까지 할 수도 있을 겁니 다. 하지만 그게 며칠이나 유지 되겠습니까?”
“물리적으로 어렵겠죠. 그렇다 고 급한 환자들을 돌려보낼 수도 없는 일이고 증세가 약한 환자들 을 마냥 방치할 수도 없고요.”
“그랬다가는 난리 납니다. 자기 병세가 좀 약하다고 자기 순번에 계속 밀리면 그걸 이해해 줄 사 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다른 병원으로 보내는 걸 순순히 납득 한 환자는 얼마나 되겠고요. 뉴 스에서도 심심찮게 나오지 않습 니까. 칼 맞는 의사며 뺨 맞는 간호사며.”
“근무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건 대충 알고 있기는 해요. 그래서 이 센터에선 그 부분에 있어서 최대한 배려할 수 있게 했을 테 고요.”
“많은 지원이 되고 있는 것은 저도 잘 압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요. 하지만 이건 근본적인 바탕을 이야기하는 것 입니다.”
“그렇다고 자기 몸 걱정하는 사 람들에게 뺑뺑이를 돌려 의사를 지정해 줄 순 없잖아요. 현실적 으로요.”
“그건 공산주의 아닙니까. 그걸 바라는 게 아닙니다. 그저 환자 들도 인식하길 바라는 겁니다. 내 수술이 세 시간이면 다른 환 자의 수술도 세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의료진에 겐 휴식이 필요하며, 밥을 먹을 시간도 필요하단 걸요.”
“하긴…… 그게 잘 안 되죠? 당 장 자기 몸 아프니까, 다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한 의사 가 수술방을 옮겨 가며 여러 수 술을 동시에 진행하게 되는 것이 고, 절개부터 시작해 봉합까지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것입니 다. 환자를 마냥 미룰 수가 없으 니까요.”
“교수님 말씀은, 큰 범위에서 보면 유령 수술이 팽배해 있다는 말을 하는 거군요. 작정하고 하 는 사기 수술이 아니라고 하더라 도요.”
“그렇습니다. 의사도 사람입니 다. 몸이 힘들고 지치면 늘어지 기 마련입니다. 그러다 보면 옆 에 있는 사람에 하나씩 일을 떠 넘기게 됩니다. 이건 간단한 것 이니 네가 해 봐라. 전에 하는 거 보니 잘하더라, 이것도 니가 해라. 이제 이 정도 수술은 니가 할 수 있지. 이런 식으로 말이 죠.”
“그러면 집도의가 완전 바뀌는 거잖아요.”
“그렇습니다.”
“그럼 애당초 환자 상담을 바뀐 집도의가 하면…… 아, 그게 안 되는구나. 환자는 그 교수님을 원할 테니까.”
“예, 그렇게 됩니다. 뉴스에서 떠들썩했던 성형외과나 치과같이 작정하고 대리 수술로 한탕 치고 빠지려는 사기꾼이 아니더라도, 시나브로 이렇게 젖어 가는 경우 가 허다합니다. 수술실 CCTV 문제도 이와 연결되고요.”
“아, 그거 말이에요. 말로는 사 생활 침해 어쩌고 하던 거였는 데, 현장은 그게 아닌가요?”
“물론 불편할 겁니다. 내 머리 위에 당장 CCTV가 있는데 편할 리는 없겠죠. 하지만 진짜 문제 는 이게 법적 근거가 된다는 겁 니다. 수술에 문제가 발생하면 봉합을 맡기는 것만으로도 문제 의 소지가 된다 이 말입니다.”
“현장에선 현장의 애로가 있는 데, 그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서의 법적 근거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이 추진된다는 거죠?”
“물론 그게 정당하다는 건 아닙 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선 의사 들이 CCTV 설치를 극렬하게 반 대할 수밖에 없음을 이야기하는 거죠. 결국 이것도 환자의 피해 로 돌아가는 겁니다.”
“어느 한 곳에 주범이다 하고 뜯어고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네 요. 몸 아파서 찾아온 환자에게 도 그렇고, 의료진을 더 갈아낼 수도 없는 거고. 그렇다고 의사 만 공격해 대면 의사 자체가 줄 어들 거고.”
태식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톡톡 튄다.
“결국 방법은 인력을 더 뽑는 건데 그건 돈이 더 들어가고 ……. 의사를 키우는 게 쉬운 일 도 아니고요.”
태식의 시선이 이 교수의 시선 을 담아낸다.
“교수님 생각은 어떠세요? 운을 띄웠으니 나름의 생각이 있으실 것 같은데요.”
“제가 아까 대리 수술을 한 간 호조무사의 이야기를 했죠. 수술 성공률에 대한 말이요.”
“네. 주변분들이 아주 격한 반 응을 보이신 말을 하셨죠.”
“받아들이기 민감한 이야기입니 다. 현행법상으론 허용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고, 사실 허용되게 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현실 에선 그와 같은 성공률과 실적을 가진 간호조무사가 있습니다.”
“결과적으론 그렇겠죠.”
“대리 수술을 시킨 의사도 처음 부터 모든 수술을 전부 시키진 않았을 겁니다.”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시나브 로 젖어 갔을 거구요.”
“예.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부 터 혼자 하고 있었겠죠. 하지만 그 간호조무사에겐 얼마의 수당 이 돌아갔을까요? 자신의 본래 역할 이상의 일을 수행한 만큼 돌아갔을까요?”
태식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 교수가 말하는 착취가 이러 한 상황을 말함을 이해했다.
“남의 일을 떠받게 되는 수많은 의료진이 착취당하고 있는 것이 나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자신의 실력과 능력으로 성공을 이루었 음에도 실적에도, 보상에도, 이름 에도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이 것이 현 시스템이 만들어 내는 착취입니다.”
“그러면 그 보상은 착취한 놈에 게서 빼앗아 와야 될 텐데요. 지 금 상황에선 그게 의사가 되겠네 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 이런 상 황이 자체가 만들어져선 안 되는 겁니다. 기본적으로 불법이며, 위 험합니다. 누군가의 책임으로 끝 날 문제 이전에 사람의 목숨이 걸린 일입니다. 그 보상을 가져 오는 게 중점이 아니라, 바탕과 순서가 중점입니다.”
“어떤 바탕과 어떤 순서요?”
“그 간호조무사가 어깨너머로 배우는 것이 아닌, 전문적인 2차 교육을 받고 해당 자격을 취득했 다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적어도 법적으로 문제 는 없겠지만…… 결국 같은 말 아닌가요?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않으려 할 텐데요. 아, 그래서 인 식도 문제라고 말씀을 하신 거구 나.”
“예. 지금의 의료 시스템상에서 의사의 위치는 지휘자가 되어야 하는 게 맞지 않나 합니다. 직접 모든 걸 처리하기엔 절대 수요를 맞출 수 없습니다. 수술은 의사 가 아닌 팀이 진행하며, 의사 한 명이 아닌 수술실의 모든 의료진 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되어야 합 니다.”
이 교수의 말은 현장에서 권한 없이 일을 떠맡게 되는 의료진에 게 자신의 권한을 확장할 수 있 는 기회를 주자는 말과 같다. 그것을 통해 지엽적이나마 전문 적인 인력을 추가로 양성하자는 것이고, 의사는 그 지엽적 전문 인력을 모아 전체를 지휘하는 지 휘관으로 임무를 수행해야 현재 의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음을 말 하는 것이다.
“대충 이해는 했습니다. 현실적 인 부분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는 일을 제도적으로 틀어막아 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이고. 그 제도 의 사각지에서 피해 보는 사람도 구제하는 뜻이고. 이해는 했는 데……
태식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한 다.
이야기를 들어 주는 표정이 아 니다.
“교수님 말씀대로 현실적으로 따지면 이게 밥그릇 싸움이죠?”
“밥그릇 싸움요?”
“예. 그렇게 번질 양상이 다분 한데요. 저는 당장 교수님 말만 들어도 성형외과 간호사가 쌍꺼 풀 수술만 연마해서 쌍꺼풀 전문 병원 차리는 그림이 그려지는 걸 요.”
“지금도 그런 식의 불법 시술이 있습니다. 야매 시술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틀어막는다고 안 생기 지 않습니다. 제도권 안으로 넣 어 제대로 관리하는 게 올바른 시스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그걸 의사들이 동의 하겠냐는 거예요.”
부담을 나누는 건 좋아도 권한 을 나누는 건 싫다.
사람이 다들 그렇다.
특히나 돈이라는 권한은 먹고 죽어도 내가 다 먹고 죽자고 생 각하는 게 사람이다.
그것이 일반적이지 않고 평균이 아니라 할지라도, 꼭 문제를 일 으키는 것들은 그런 생각을 가진 놈들이다.
그리고 그 문제를 일으키는 놈 들의 목소리가 큰 법이고, 그 이 기심이 달갑지 않더라도 자신의 권한이 지켜지는 일이라면 침묵 으로 동조하는 게 일반적인 조직 의 속성이다.
적어도 태식의 경험으론 그러했 다.
“자기 밥그릇 깨지는 걸 허허 웃으며 반길 의사가 얼마나 되겠 어요? CCTV 설치보다 더 민감 한 문제일 걸요.”
“그렇죠. 그럴 것입니다……
이 교수는 그 말에 쉬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껏 살아오며 수없이 경험한 낙담과 실패 들이 그의 눈을 스 치고 지나간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장애까지 얻을 정도로 몸을 혹사시키며 일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경영진의
수익적인 질책이었다.
한 번씩 이슈가 될 때마다 국회 의원들이 찾아와 얼굴을 비치며 무언가 해 줄 듯, 해결해 줄 듯 말을 하고 갔지만 현실적으로 이 루어진 것은 없었다.
의사들 중에도 혼자 쇼를 하고 혼자 의사인 척 한다며 씹어 대 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태식의 지적에, 그 모든 기억들 이 한번에 몰아닥쳐 그의 기운을 갉아 놓는다.
“그냥, 제가 허황한 생각을 한 것 같군요. 인력은 없고, 사람은 몰리고……
이 교수의 시선이 유 간호사를 스친다.
“고생하는 간호사들에게 실질적 으로 챙겨 줄 건 없다 보니……. 그러다 보니 현실로 이루어지지 않을 망상을 했습니다.”
“네. 현실적인 의학 내에서는 불가능해요. 그러니까 다른 방식 으로 검토해 보자고요.”
“검토요? 지금 불가능하다고 하 시지 않았습니까.”
“네, 검토요. 센터장님이 자리에 있고 그룹의 사장님도 있고. 뭐, 미력하나마 저도 있고. 새로운 방향성은 검토할 수 있잖아요.”
태식이 고개를 돌려 이린을 보 았다.
이린은 더없이 진지한 태도로 이 교수의 말을 메모하는 중이었 다.
“네, 교수님. 이사님 말이 맞아 요. 새로운 방향으로의 검토는 가능하죠. 우리는 병원이 아니라 긴급 외상 센터고, 지금에 와서 는 그 방향성이 대한수호단의 지 정 치료 센터에 더 가까우니까 요. 일반적인 의료 시설이라 할 순 없겠죠.”
이린은 정확히 맥을 짚은 후 말 을 넘겼다.
태식이 그 말을 받는다.
“교수님께서 지금까지 혼자 감 당해 오신 것들. 그것도 전부 따 지면 다 불법이고, 현대 의학적 시선으론 용납될 수 없는 것들이 잖아요.”
“그러면……
“괜히 기존의 것을 고친다고 머 리 싸매며 힘 빼지 말자고요. 새 술은 새 부대에, 현대 의학과 전 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치료술과 새로운 시스템으로. 그렇게 가자 고요.”
저승사자는 뭐 하나 (1)
“교수님 참. 반골은 반골이시 네.”
“그러게요. 믿고 따라 준 의료 진을 옆에 두고도 그런 민감한 말씀하실 줄 몰랐어요.” 이린은 태식 앞에 재떨이와 진 하게 내린 커피를 내놨다.
태식은 편히 목을 축이고 담배 를 물었다.
큰일 하나 끝냈으니 쉬는 시간 한 텀 가져도 될 것이다.
“그런데, 유성 씨 와이프분은 보지 않아도 괜찮으세요?”
“내가 가 봐야 괜한 인사밖에 더 받겠어요? 무슨 일 생기면 의 료진이 알아서 잘하겠죠. 그보다 어떨 것 같아요? 이 교수님요.”
“워낙 흔들림이 없으신 분이니 을곧게 가지 않으실까 생각해 요.”
“세상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 없 어요. 단지 바람이 약했을 뿐이 지. 보면 이 교수님도 그 동료 간호사분한테 미안한 감정이 크 신 것 같던데.”
“그건 그럴 거예요. 지금까지 항상 말뿐인 약속을 해 왔다고 하셨었거든요. 우리 센터로 이적 하신 이유 중에 팀원들에 대한 복리 후생도 비중이 커요.”
“그럼 지금은 그나마 괜찮다는 거 아니에요?”
“이 교수님의 팀원 분들은 모두 통상의 1.5배 대우를 해 드리고 있어요. 특근이 워낙 많다 보니 웬만한 페이닥터 월급은 가져갈 거예요.”
“돈만 가지고 그런 이야기를 하 는 느낌은 아니었거든요.”
“아무래도 환자들에게 무시당하 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그런 부 분을 많이 의식하셨던 것 같기도 해요. 환자들 눈에는 그들이 의 사로 보이진 않을 테니까요.”
“하여간, 인간들 참. 쯧.”
태식은 긴 숨을 뿜으며 속을 쓸 어냈다.
“그래서 가능하겠어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거요.”
“아까 말했던 대로 신규 대체 의학으로 방향을 잡으면 결사반 대 수준의 반발까지는 없을 것 같아요.”
“편법이 들어가겠죠? 법리적 빈 틈을 뚫으려거든요.”
“네. 처음부터 정공법으로 돌파 하기엔 너무 민감한 주제라서요. 태식 씨 말대로 밥그릇 싸움이 될 소지가 크니까요.”
“그래요. 괜히 되지도 않는 수 쓰다가 빌미 주느니, 처음부터 빈틈 파고들어서 선점하는 게 낫 겠죠. 제가 따로 손 더해 줄 거 있으면 말하고요.”
“아니요, 이런 쪽은 저희가 전 문이에요. 이런 것까지 일일이 신경 쓰진 않으셔도 돼요.”
“당연히 하던 대로 잘하실 거라 믿는데, 선례로 남게 되는 건 좀 염려되거든요.”
“그건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의 사례가 유사 의학의 태 동을 만들 수도 있다는 말이에 요. 치료가 아닌 특형 능력을 교 묘하게 치료 능력인 것처럼 속여 서 사기를 치는 놈들요.”
태식은 살구의 일을 예로 들어 설명을 더했다.
“아, 그러네요. 그럴 수 있겠어 요.”
“사람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 정 악용하는 것들이라, 사기 중 에서도 악질이잖아요. 당장 돈만 버리는 게 아니라 건강까지도 버 리게 되고요.”
“그런 일 일어나지 않게 각별히 신경 쓸게요.”
“사다리 걷어찬다고 욕먹을 정 도로 신경 써 주세요. 그리고 괜 히 검증되지 않은 특형 치료사라 는 것들한테 치료받지 말라는 캠 페인도 해야 될 거예요.”
“캠페인까지요?”
“지금 돌아가는 판 보면 사기꾼 약장수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도 이상하지 않죠.”
“시골 할머니들한테 약 강매하 는 거 말하는 거예요?”
“그건 강매에 가깝고요. 제가 말하는 건 사기를 말하는 거예 요.”
엄밀히 따지면 특형 능력 중에 는 순수한 자기 회복 능력을 제 외한 타인에 대한 치료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살구와 같이 특수한 경우 라면 치료에 준하는 효과를 내는 능력이 있을 순 있지만 그건 어 디까지나 특수한 경우이다.
그렇기에 헌터들이 헌팅을 하며 유용하는 치료술의 대부분은 약 제와 구급법에 기초해 있다. 심계의 재료 만든 연고 같은 것 을 쓰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 본은 일반 시중에서 구할 수 있 는 약들인 것이 사실이다.
그걸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위 험한 일을 하는 헌터들이 자신들 만의 특별한 약과 치료술을 가지 고 있을 줄 알지만 딱히 그렇지 않은 것이다.
“능력 발현자가 이렇게 늘어났 는데 사기꾼도 비슷한 비율일 거 아니에요. 괜히 우리가 만든 영 역이 그런 쪽으로 이용되지 않게 신경 쓰자는 거예요.”
“네, 어떤 의도인지 이해했어요. 그러면 영역은 어디까지 할까요? 예를 들어 방전 능력이 있는 능 력자가 도수 치료에 응용하는 경 우라면요?”
“그런 경우가 많아요?”
“이제 조금씩 생겨나고 있는 추 세예요. 당국에서도 상식적으로 이해 못 할 범위까진 아니라 특 별히 주시하진 않는 분위기고 요.”
“그런 거 한두 개 가볍다고 봐 주면 안 돼요. 특히나 먹는 거하 고 사람 건강에 관련된 것들은 요.”
“그럼 괜히 여지 줄 것 없이 재 활, 치료 목적에 특형이 결부되 는 있는 보든 분야를 범위로 잡 을게요.”
“공식 등록증 같은 거 없으면 다 불법이게 만들어요. 그래야 잘 모르는 사람들도 일단 자격증 내밀어 보라고 말이라도 한마디 할 수 있죠.”
“그러면 자격증을 발부할 협회 나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요
“하면 되잖아요.”
이린은 표정이 다소 불편하다.
자격증이 곧 돈과 관련된 일이 기 때문이다.
단계별로 세분화된 자격증과 등 급 심사야말로 협회의 주 수입원 이라 할 수 있다.
돈이 굴러가는 곳엔 사람들의 시기와 질투가 집중되기 마련이 다.
특히나 그 주체가 재벌이라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할 말 이야 뻔하다.
“자격증 장사한단 소리까지 들 을까 싶어서요. 그렇다고 공짜로 진행하기엔 변별력이 너무 없어 지거든요.”
“그 정도 욕먹는 거 불편해서 요?”
“아니요, 저만 욕먹으면 상관없 죠. 그런데 괜히 그것 때문에 우 리 센터까지 같이 엮여서 욕먹을 까 싶어요. 심사의 주체가 아무 래도 센터가 되면 그렇게 되지 않겠어요?”
“그럼 그건 우리가 먼저 시작하 는 게 아니라 정부 쪽에서 넘겨 받는 걸로 하고 자격 심사 주체 에 수호단을 넣으세요.”
“그러면 좀 낫겠네요. 방송도 좀 준비할까요?”
“센터 홍보보다는 사기 방지에 목적을 두세요.”
“네, 그렇게 할게요.”
“후우-.”
태식은 다 타 버린 담배를 재떨 이에 털어 넣었다.
실상 몇 모금 맛보지도 않았다. 한 대 더 물까 하다, 커피가 맛 있어 그것으로 허전함을 달랜다.
“그리고, 다른 매체로 해서 암 흑중독 치료 성공을 대대적으로 내보내세요. 한빙곡에 사람 많거 든요. 한빙곡이라는 키워드는 꼭 언급해서 그 가족이 알 수 있게 요.”
“네, 세심히 신경 쓸게요. 그러 면 다른 치료 영역에 대해선 어 떻게 할까요?”
“어떤 영역요?”
“암흑중독에 대한 치료법도 크 게 보면 중독 치료잖아요. 특히 여름철 독사에게 물린 중독 사고 에 대응이 가능할 것 같아요. 아 니면 농약 음용 사고라든가요.”
“그 부분이 수요보다 공급이 작 아요?”
“딱히 그렇진 않은데 인프라가 협소해요. 전국에도 전문 병원이 몇 없고요.”
“그래도 아직은 조심스러우니까 홍보까진 하시지 마시고, 그런 병원들에게 정보 전달만 하는 식 으로 하세요. 여건 안 되면 환자 보내 달라는 식으로.”
“네. 그러면 관련 병원 의료진 에게 의학 세미나 초청 식으로 정보 전달을 할게요. 그게 조금 번거로워도 공문서 몇 장 넘기는 것보단 그림이 좋거든요.”
태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옳은 말이니 흠잡을 게 없다.
이린은 태블릿에 차곡차곡 체크 리스트를 채워 나갔다.
“그리고 장기 이식수술에 대한 부분은 어떻게 할까요? 이 부분 은 공급보다 수요가 압도적이에 요.”
“ 그건••••••
배양 장기는 모두 이 교수가 직 접 배양하는 것들이다.
이 교수 한 명의 능력으로 유지 되는 것이며 이 교수의 부재시 유지될 수 없는 시스템이다.
그건 시스템이라 부를 수 없다.
더욱이 사람들의 시선이 어떨까 싶다.
일반인들에게 많은 칭송을 받는 이 교수지만 일부의 다른 의사들 에겐 인격 모독과 함께 심한 비 아냥을 듣는 것도 사실이다.
그것을 무시하려 한다 해도 눈 이 있고 귀가 있으니 어찌 보이 지 않고 들리지 않을까.
“아픈 사람들 생각하면 미안하 기도 하고. 이 교수님 입장 생각 하면 짠하기도 하고. 쯧.”
이 교수의 성정이 담담하여 티 를 안 내서 그렇지, 아무리 단단 한 바위도 끊이지 않는 파도에는 조금씩 긁혀 나가는 법이다.
태식으로선 그 파도가 더 거세 지는 걸 마음 편히 볼 수가 없 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이 교수는 안 된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내려놓고 너무 많은 것을 희생한 분이다.
“배양이 이 교수님의 개인적인 능력으로 이루어지는 것만 아니 면 잘 진행해 볼 법도 한데…… 좀 애매하네요.”
기약 없이 장기이식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
아예 모르면 그냥 넘어갈 법도 하지만 그런 이들이 있음을 알 고, 해결할 현실적인 방법도 있 으니 쉬이 털어 내기가 쉽지 않 다.
“그럼 최우선순위는 이 교수님 의 배양 기술을 의학적으로 해석 하는 것이겠네요. 이 부분엔 추 가 인원을 배치해서 성과를 내 보도록 할게요.”
“그래요, 우선 그렇게 해야죠. 그건 나도 직접 한번 볼게요. 쯧.”
마지막 한마디에 여전한 아쉬움 이 남는다. 그걸 눈치 못 챌 이 린이 아니다.
“정 그렇게 아쉬우면 이렇게 해 보는 건 어때요?”
“어떤 식으로요?”
“기증자를 가상으로 만드는 거 요.”
이린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