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8)_11
태식은 귀찮은 설명이 싫어 손 사래를 쳤다.
“그러면 경보기를 설치하는 것 으로 이번 문제는 해결이 되는 것인가?”
진인은 미진한듯하여 물었다.
“좋은 조치이기는 하나, 사건이 발생한 다음에 대응이 가능한 것 이라……. 사안이 사안이니 예방 이 중요하다고 보네.”
분명 맞는 말이고 태식도 그에 대한 생각이 없지 않다.
“사실 영감님이 한 말이 답이긴 해요. 놈들이 반응할 힘의 농도 를 낮추는 것요.”
“방법적으로 옳지 못했음을 인 정하네.”
“방법적이 아니라, 그 방법의 당위성이 틀렸다는 말이에요. 이 거 맥이 다릅니다. 영감님의 의 식에 그 방법에 대한 반추와 반 성이 있으면 적어도 놈들을 현신 시키는 매개체는 되지 않을 거예 요.”
“그러한가? 그러면……
“그렇다고 사찰을 하자는 건 아 니고요. 비율을 조정하는 데 있 어 소거법만 쓸 건 아니잖아요.”
“소거가 아니라면 치환을 시켜 야 되지 않나. 사람 인식 변화시 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가능 하겠나?”
진인은 스스로 말하면서도 괜스 레 부끄러워 헛기침을 했다.
태식에게 지적을 받았음에도 자 신의 인식과 의식이 쉬이 틀어지 지 않음을 인지한 탓이다.
“어려워도 궁리해야죠. 그게 민 간인 사찰해서 다 잡아들이는 것 보단 낫잖아요.”
“어허허허, 내 이해했다니까. 그 만 말씀하셔도 되네.”
진인은 민망한 감정 드러내며 멋쩍게 웃었다.
서운함이나 억울함의 감정이 없 으니 심중의 골을 걱정하진 않아 도 될 듯하다.
“일단 이건 당장 생각한다고 나 올 답은 아니니까 우선 급한 것 부터 처리하자고요. 오늘은 맥을 확실히 파악한 것만 해도 충분하 니까요.”
다들 부상도 있고 피곤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진인의 기분 도 생각해 이쯤 할까 했다.
그런데 이린이 그 말을 받았다.
“저, 태식 씨. 인식을 바꾸는 작 업요. 마케팅 홍보 같은 거라고 봐도 되나요?”
“그것과는…… 얼추 비슷할 수 도 있겠네요. 어찌되었든 사람들 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거니까요. 그런데 어떠한 상품에 대한 이미 지가 아니라 무형의 의식을 변화 시키는 것이니 좀 더 다차원적이 긴 하죠.”
“ 흐음••••••
“왜 그러시나? 뭔가 탁 떠오른 방법이 있나? 있다면 한번 시원 하게 말해 보시게.”
이린이 태식의 눈치를 본다.
“왜요‘?”
“조금…… 비겁한 방법 같다는 느낌이 들긴 해서요.”
“뭐라고 안 할게요. 말해 봐요.”
“면박 준다고 해야 될까요? 태 식 씨도 아시죠. 카페 보면 지갑 이나 노트북으로 자리 맡아 두고 그러잖아요. 외국인들도 우리나 라에 소매치기 없다고 놀라워하 고요.”
“그게 왜요?”
“저는 그게 태식 씨가 말한 인 식의 선순환인 것 같아서요. 그 리고 제가 말한 면박의 방식과 연결되고요.”
“어허. 사람 잡아 가자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저어하나. 어서 제대로 말해 보시게.”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가난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잖아 요. 가난을 굉장히 창피하게 여 기고 숨겨야 될 것으로 여기죠. 그런데 도둑질은 가난과 바로 연 결되거든요. 소매치기도 그렇고 요.” 태식은 볼을 긁적였다.
“계속해 봐요. 그래서요?”
“도둑질 자체가 사회적 멸시의 증거가 돼요. 그러니 작은 욕심 에 섣부르게 도둑질을 하지 않는 거죠.”
“좋은 시민 의식을 그렇게까지 해석할까 싶긴 하다만……
“그러면 사기는요? 사기 범죄는 세계 순위권인 거 아시잖아요. 도둑질은 안 하는데 사기는 잘 치는 국민성이라고 해야 될까 요?”
“그것도 인식과 연관이 있다는 거죠?”
“네. 우리는 기본적으로 배워야 된다는 인식이 강해요. 무식을 죄라고 여기고 학벌을 숭상하죠. 그런 인식은 당한 사람이 멍청하 고 당한 사람이 잘못이란 인식을 만들어요. 사기꾼도, 사기 친 금 액이 많을수록 희대의 사기꾼이 라며 대단하다는 뉘앙스를 풍기 잖아요.”
이린은 당연한 것을 말하듯 또 박또박 설명했다.
지금 궁리해서 나오는 말이 아 니라, 평소에도 그와 같은 생각 을 가지고 있음이 느껴진다.
“은연중에 사기꾼은 똑똑하다는 인식이 있잖아요. 해 봐야 몇천 만 원, 금덩이 몇 개 훔치는 도 둑은 별것 아니지만, 수천억, 조 단위를 사기 친 사기꾼은 대단한 지식인인 것처럼 여기는 풍토 요.”
“사회적 인식이 특정 범죄율에 도 영향을 미친다라……
굳이 허점을 찾아 꼬투리를 잡 을 필요는 없다.
토론을 하는 게 아니라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니 말이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의 행동을 억제하는 인식의 가장 확 실한 것은 공포나, 위협, 보람, 그런 것보다도 멸시라는 거죠. 부끄러움 창피함. 그런 것요. 외 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요. KKK단 아시죠?”
“인종차별 단체 말하는 거예 요?”
“네. 백인우월주의 단체가 융성 했잖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 갑 자기 확 허물어진 이유가 다름 아닌 창피함 때문이거든요. 간부 들 호칭이 블랙드래곤이니 대마 법사니, 이런 식이어서요.”
이린은 자신의 말을 증명하듯, 관련 자료를 찾아 줬다.
그다지 찾기 어려운 자료도 아 니라 인터넷에 조금만 검색해도 바로 나오는 정보들이었다.
“기업 마케팅도 이런 기법을 활 용해요. 특히 경쟁사에 이런 이 미지를 씌우죠. 그 물건을 사용 하면 싼 티 나는 거야…… 라는. 한번 그런 이미지가 찍히면 절대 회생하지 못해요. 그러니 고급 브랜드는 재고가 아무리 쌓여도 불태워 버릴지언정 염가 할인을 안 하잖아요.”
“뜻이야 알겠네, 그러면 그것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사람들 모아서 조리돌림을 한다고 될 것 도 아니고.”
“거창한 것 말고 우선 범죄인 신상 공개 먼저 하면 되지 않겠 어요?”
이린은 정말 별것 아니라는 듯
이 말했다.
인식의 힘 (4)
마족을 불러들이는 기운은 인간 성이 배제된 의식과 신념이다.
범죄자들 중에서도 공감과 이해 의 요소가 없는 악인들이 그 대 상에 가깝다.
그런 이들이 신상 공개를 한다 고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까?
태식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인간성이 말살된 범죄자가 신 상 공개를 당한다고 자신의 죄를 부끄러워할까요? 아니, 그것으로 합치의 기운을 희석시킬 정도의 사회적 인식 변화가 가능하겠어 요?”
“당연히 안 되겠죠. 이미지를 바꾸지 않았으니까요.”
이린은 태블릿을 테이블에 두고 원을 하나 그렸다. 그리고 그 안 에 범죄인이라 적었다.
“범죄자라 하여도 범죄의 이해 와 공감이 이루어진다면 죄의 무 게와 상관없이 사람들은 그를 안 타갑게 여길 수도 있어요. 예를 들면 가정 폭력이나 왕따의 피해 자가 가해자를 살해한 사건 같은 경우를 들 수 있죠.”
“애당초 그런 사람들은 타깃이 아니에요.”
“네, 맞아요. 우리의 타깃은 인 간성이 말살된 사람, 더 넓은 범 주에서 보자면 자신의 목적과 이 익에 있어서 타인의 피해를 염두 하지 않는 부류겠죠. 그런데 이 런 부류를 통칭할 수 있는 개념 이 있잖아요.” 이린은 범죄자 동그라미 위로 더 큰 동그라미를 그린 후 소시 오패스라고 적었다.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기 전엔 무엇으로부터 변화를 시킬 것인 지에 대한 분명한 개념이 필요해 요. 그걸 소시오패스라는 부류로 묶을 수 있지 않겠어요?”
태식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족과의 공명이 높은 사람들 대부분이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 스의 유형들이다.
합치가 일어나도록 힘을 더해 준 사람들 모두가 정확한 소시오 패스, 사이코패스는 아니겠지만, 넓은 범위로 보면 그와 같은 성 향이 조금씩이라도 섞인 이들임 은 맞을 것이다.
“사이코패스는 너무 극단적이 니, 소시오패스 정도로 묶는 게 좀 더 포괄적이긴 하겠네요.”
“그리고 어떠한 선망의 이미지 가 있어요. 사회적 성공에 있어 서 필요한 성향으로 인식되니까 요. 실제로 성공한 유명 인사들 중 소시오패스의 비율이 상당하 다는 건 흔한 사실이죠.”
“흠흠, 자네 말은 그와 같은 인 식이 인성이 말살된 행동에 당위 성을 준다는 거구먼.”
“네. 소시오패스라는 이미지에 사회적 성공이라는 이미지가 일 정 부분 포함되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그것과 범죄인 신상 공개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
“방금 말씀드린 마케팅 이론하 고 같아요. 소시오패스적인 개념 에 창피한 것, 숨겨야 하는 것, 부끄러운 것과 같은 선망과 반대 되는 이미지를 씌우는 거죠.” 이린은 소시오패스라 적힌 큰 원 주위로 여러 개의 화살을 그 려 넣었다.
“불우한, 가난한, 무지한, 결여 있는, 이런 이미지요. 그런 이미 지가 계속 쌓이게 되면 굳이 적 은 이익을 위해 좀도둑질을 하지 않는 것처럼, 타인을 짓밟는 행 동에 대해서도 기피하는 경향이 생기지 않겠어요?”
“자네의 말은 얼추 이해가 된다 만, 무작정 이미지를 씌운다고 해서 씌워지는 건 아니지 않나. 부자에게 돈이 없어지지 않는 이 상 가난한 이미지가 씌워지지 않 는 것처럼 말일세.”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기피하 는 이미지가 꼭 가난만 있는 건 아니죠……
“허면? 한번 예를 들어 보시게. 그와 같은 인식 변환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가 있는가?”
이린은 후우- 숨을 길게 내쉬 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러곤 테이블에 손가락을 튕긴 다.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 라, 언급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 이다.
태식은 재촉하지 않았다. 그녀 의 손가락 튕김이 길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다.
“예전에 학교 폭력 관련 프로젝 트 팀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논의 되었던 적이 있었어요.”
“학교 폭력이라면 왕따 문제를 말하는 게지?”
“예. 그때 피해 학생들의 면담 을 시행하면서 알게 된 건, 직접 적인 가해의 트라우마와 함께 자 신에게 찍힌 왕따라는 낙인에 고 통스러워한다는 것이 였어요.”
“그것이 왜? 그게 그 아이의 잘 못이 아니지 않나.”
“그렇죠.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 에요. 하지만 모든 가난한 사람 들이 잘못을 저질러 가난한 건 아니잖아요. 그럼에도 멸시받죠. 마찬가지예요. 잘못이 없다 한들 이미 왕따라는 사회적 패배자란 낙인이 찍힌 거예요.”
“허허……. 그게 옳게 가는 일 인가.”
진은 길게 탄식했다.
“그리고 가해자들이 처벌이 과 연 자신이 짊어져야 하는 낙인의 무게와 같냐는 것도 아픔의 이유 였죠.”
“그건 처벌이 약하다는 겐가?”
“아니요. 처벌을 떠나, 낙인을 말하는 거 였어요. 법적 처벌을 받았다고 해도 그들 무리에서는 학교를 몇 번 갔네, 별이 몇 개 네 하면서 으스대는 척도로도 쓰 이니까요.”
“자자, 사장님. 말이 도는 것 같 은데, 그래서요? 그 왕따 문제에 방금 말한 사안을 어떻게 적용할 건데요?”
“왕따 가해자가 이 범죄자 칸에 들어가는 거죠. 사회적으로 이해 받지 못하는 범죄이니 소시오패 스로 엮어 가는 데 어려움이 없 을 거고요. 그 행동 패턴도 결부 되는 바가 있으니까요.”
이린은 범죄자 칸에서부터 밖으 로 선을 쭉 그어 내곤 화살표에 마구 동그라미를 그렸다.
“기존의 사회적 화살은 폭력, 잔인과 같은 이미지거든요. 이것 은 승리, 대장, 독재자, 폭군과 같은 이미지를 같이 가져요. 숭 상의 이미지가 섞여 있는 개념이 죠. 이걸, 뇌 기능적으로 타인에 대한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 이린이 다시금 말을 흐린다.
“정신병자 이미지로 바꾸자?”
이해가 끝난 태식이 그 말을 받 아 이었다.
“네.” 이린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였 다.
“왕따 가해의 근원이 강한 힘을 가진 불량 청소년이 그 힘을 주 체 못 하고 폭력으로 발산한 것 이 아닌, 정신적으로 충동 억제 를 하지 못하는 정신병자의 병증 으로 치환하는 거죠.”
“그래서야 가해자들을 위해 병 력 처방을 해 준 것과 뭐가 다른 가? 있는 집 자식들이 사고 치면 심신미약으로 빠져나가는 것 말 이야.”
“원장님, 그것도 결국 인식의 문제 아닌가요? 우리가 그런 경 우를 심신미약이라고 빠져나간다 고 생각하는 게, 진짜 그 행동 동기가 정신 질환이 아니라고 인 식하기 때문이잖아요. 이 경우에 는 정말 정신 질환으로 치환이 되었을 때를 말하는 거예요.”
“그렇구먼, 그러면 그걸 어찌 할 겐가?”
“가장 흔한 방법은 의사, 교수 들이 언론이나 논문을 통해 공증 하는 거예요. 왕따 가해자의 뇌 분석 결과 정신병의 기저 증상을 발견했다는 식으로요. 물론 세계 유수의 대학 교수 이름으로 나오 면 효과가 더 좋겠죠.”
“일부러 의뢰라도 할 참인가?”
“그럼요. 연구비를 두둑이 지원 해 주면 이름 빌려줄 교수는 얼 마든지 찾을 수 있거든요.”
“허허, 이보게, 괜한 조작은 하 지 않는 게 낫네.”
이린은 어깨를 으쓱했다.
“마케팅에서 심심치 않게 쓰이 는 기법을 방법론적으로 설명드 린 것이에요. 제일 잘 통하는 방 법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조작도 아니죠.”
“어찌 조작이 아닌가? 돈을 주 고 논문을 쓰게 한다고 하지 않 았나.”
“학술이니까요. 그러한 견해를 낼 수도 있다. 정도로만 서술해 도 논문은 써지거든요.”
진인은 태식을 보았다. 태식은 무표정한 얼굴로 잘게 고개를 끄 덕였다.
“이런 생각을 프로젝트 팀에서 했다는 거예요?”
“아니요, 면담을 진행한 피해 학생이 한 것이었어요. 자신에게 찍힌 왕따 낙인처럼 그 가해자들 에게도 으스대지 못할 낙인이 찍 히길 원한다고요. 변호사에게도 가해자들을 정신병원에 넣을 수 있는지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결과는요?”
“가능할 리가 없죠. 근거가 없 었을뿐더러 가해자들의 부모들이 가만히 있을 리도 없고요. 우리 나라는 범죄자보다 정신 질환자 가 더 살기 힘든 나라잖아요. 소 년원을 갈 지언정 정신병원은 말 도 안 되죠.” 태식은 수염이 조금 올라온 턱 을 쓸어 냈다.
“사장님 생각은 어때요?”
“솔직히 그런 인식 변환으로 왕 따 문제가 얼마나 개선될지는 모 르겠어요. 하지만 적어도 그 피 해 학생이 진정 원하는 처벌의 개념에서는 이게 더 가깝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긴 해 요. 피해자들은 사건 후에도 자 신이 왕따당한 과거가 들킬까 봐 온전한 사회 활동을 힘들어 하니 까요.”
“아니, 그것 말고요. 왕따 가해 자들에 대해서요. 사회적으로 낙 인을 찍어 말살하는 것이 일반적 으로 용인되겠어요?”
“이미 그러고 있지 않나요? 아 이돌이나 연예계 지망생 쪽 말이 에요. 학교 폭력 사건과 관련되 어 있으면 어떻게든 퇴출시키잖 아요.”
“그런 면에서야……
“그리고 저부터도 그래요. 그럴 일은 없겠지만, 누구라도 우리 아람이를 왕따시킨다면 저는 법 으로만 싸우진 않을 거예요.” 이해한다. 태식의 마음이라고
다르지 않았으니 말이다.
“상대의 고통을 즐기기 위한 괴 롭힘인데, 그걸 용인하는 사회가 어디 있겠어요.”
“그래요, 맥이 좋네요. 기왕 말 나온 것 여기서부터 시작하죠.”
“왕따 문제에서 부터요?”
“네. 쾌락을 위한 가학 행위잖 아요. 그에 대한 죄책감이 완전 히 배제된 행동이죠. 맥이 일치 해요.”
“흐음……. 조금 많이 돌아가야 될 것 같은데요. 단번에 가기엔 사인이 민감해요.”
이린은 손가락 다라락 튕기곤 말을 이었다.
“우선, 모든 청소년 범죄에 대 한 심리학적 정신감정을 강제하 는 법안을 먼저 통과시키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청소년 보호법 의 일환으로 넣으면 쉽게 넘길 수 있을 거예요.”
“그다음은요?”
“그다음에는 아까 말한 것 같은 쾌락 동기형 폭력에 대한 건을 정신 질환으로 엮는 논문을 만들 어야겠죠. 국외에서부터 논문 받 아쓰기 몇 번 돌리고 국내로 가 져온 다음 언론 태워서 분위기 만들면 돼요.”
마케팅 적으로 흔한 기법이라 하니, 여러 번 해 봤을 것이다. 그리고 대호인 만큼 잘 하기도 하겠지.
“왕따 문제는 이미 사회적 분위 기가 만들어져 있으니까 여론 만 들기가 쉬울 거예요. 안 그래도 미성년 능력자 발현이 늘어나면
서 학교 폭력 사건이 많아지고 있으니까 시기도 적절해요.”
“이 건이 단타성으로 끝나면 안 되는 거 알죠?”
“물론이죠. 왕따 문제의 병명이 무엇이 되든 소시오패스 증상의 한 분류로 연결시킬게요. 그래야 왕따 가해자가 가진 부정의 이미 지가 소시오패스로도 연결될 테 니까요.”
“좋습니다. 그리고 병원 말고 치료 학교 식으로 구상을 해 보 세요.”
“치료 학교요?”
“아까 사장님이 말한 것처럼, 소년원 보내는 것보다 정신병원 보내는 게 더 힘들 거예요. 정신 병원이란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는 시설로 만들라는 겁니다. 그래야 좀 보내기 쉬울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하면 이미지 치환의 효과가 떨어질 텐데요?”
“일반 고등학교 중에도 전국 3 대 꼴통 학교니 하는 꼬리표가 붙잖아요. 학교라는 이름을 써도 다 정신병원으로 인지할 겁니 다.”
“그러면 차라리 순서를 바꿀까 요?”
“어떻게요?”
“정신병증 진단을 받아서 치료 학교로 가는 게 아니라, 치료학 교로 먼저 전학을 가면 거기서 정신병증 진단을 받는 식으로요. 강제전학은 학교 재량으로도 보 낼 수 있거든요.”
“그게 더 어렵지 않아요? 가해 자 부모가 드러누울 게 뻔하잖아 요. 진단서 토대로 강제 전학 판 결을 받는 게 빠를 것 같은데.”
“치료 학교에 한에서는 강제 전 학생 수용 조건을 빼면 돼요. 이 름만 학교 일뿐, 학교와 교화시 설의 중간 점에 있는 시설이잖아 요.”
“그건 무슨 소리예요?”
“학교에서 학생을 강제 전학 보 내면, 그 이후에 다른 학교에서 보내는 강제 전학생을 무조건 받 아야 돼요. 그러니 학교 입장에 선 어차피 문제아를 데리고 있을 거면 아는 놈 데리고 있자는 생 각을 하게 된다더라고요.”
“잘못하면 더 심한 학생이 올 수도 있으니까?”
“그렇죠. 선생님들도 직장 다니 는 거니까요. 이왕이면 적응되어 있는 상태가 낫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정말 심한 경우가 아니면 잘 안 보낸다고 하더라고요.”
“하여간 시스템이-.”
태식은 쯧쯧 혀를 찼다.
“무작정 전학 보내는 악용 가능 성을 막으려고 한 조치일 거예 요. 학교에서 그 권한을 부정적 으로 활용할 수도 있는 일이니까 요.”
“하기야, 내가 중학교 때만 해 도 촌지 가지고 올 때까지 두들 겨 패던 선생이 있었으니까. 그 인간이 정년퇴직은 했나 모르겠 네.”
태식은 가만히 손가락을 꼽아 보다 주제와 벗어난 이야기다 싶 어 손을 털어 버렸다.
“그러면 이 건은 사장님이 핸들 링하는 걸로 하죠.”
“네, 제가 할게요.”
“민감한 요소 많은데 총알받이 하나 필요할 거예요. 장 의원 대 려다 쓰세요.”
“그래도 되겠어요? 귀한 인력이 잖아요.”
“처음부터 이러려고 심어 둔 건 데요 뭘.”
“단순히 총알받이만 할 거면 제 가 가용해도 충분해요. 장의원은 수호단과도 깊게 연관되어 있어 서 괜한 위험부담은 지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수호단이 있으니까 더 가져다 쓰기 좋잖아요. 능력자 양아치들 연계해서 묶으면 진행이 더 수월 할 거예요. 그리고 장만석이 그 양반이 여간한 빠꼼이라 웬만한 걸로 꿈쩍도 안 할 겁니다.”
이리 강조하는 것은 제안이 아 닌 권유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네, 알겠어요. 그러면 먼저 일 어날게요. 범죄인 신상 공개 같 은 건 시국이 어수선한 틈을 봐 서 빨리 넘기는 게 나을 것 같거 든요.”
이린은 피곤한 기색 없이 총총 자리를 떠났다.
태식은 한마디 끼어들지 않고 있었던 진인을 보았다.
“인식이 좀 바뀌셨어요?”
“무엇이 말인가?”
“방금 보셨잖아요. 나 같은 인 간이 정권 잡으면 어떻게 되겠어 요?”
“좋은 의도라는 목적은 변함이 없지 않나. 그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데 무엇이 문제인가.”
“영감님 이해 하나도 못 하셨 네. 의도가 무엇이든 과정에 대 한 반성이 있어야 된다니까요.”
“어허- 이해했다니까 그러네.”
“아무리 봐도 못 하신 것 같은 데,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 드려 요‘?”
태식은 생글거리며 되물었다.
감정 없던 표정에 장난기가 묻 어난다.
“어허, 거 그만 놀리시게.”
진인은 허허 웃어 보이곤 두루 미로 변해 날아갔다.
준동 ⑴
“아들, 진짜 괜찮은 거니?”
“괜찮다니까 그러네. 밖에 돌아 다녀도 돼.”
갈람의 현신은 새벽의 습격이라 이름 붙었다.
처음 차원 균열이 열렸던 시작 의 날에 비하면 굉장히 적은 피 해로 잘 대처한 것이 분명하다. 재산 피해를 떠나 인명 피해가 나지 않은 것은 기적에 가까운 대응능력이었다는 평이다.
하지만 사람들을 불안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이번 새벽의 습격이 시작의 날 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기 때문 이다.
“언제 어디서 괴물들이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니 이거 불안해 서 나갈 수가 있어야지.”
그것은 몬스터가 특정할 수 없 는 공간에서 갑자기 튀어나왔다 는 점이었다.
모든 몬스터가 차원 균열을 통 해 건너왔던 시작의 날과 비교하 면 너무도 큰 불안 요소였다.
탓에 수호단뿐 아니라 수도방위 사령부 예하 몬스터 대응 부대들 까지 도심 경계 작전을 수행하는 중이었지만, 시민들의 불안감을 완전히 희석시키긴 어려웠다.
“이제 진짜 괜찮아, 경보기 설 치 다 해 놔서 괴물 나오면 바로 경보 울릴 거야. 그런데 엄마는 내가 호신부 붙여 놨는데 무슨 걱정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