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8)_5
기름진 박종락의 몸은 어둠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마는 어디서 오는가 (2)
태식은 이름을 하나씩 지워 갔 다.
익숙한 일이다.
도심에 숨어들어 마를 뿌리던 마족을 지워 내던 것이 그러했고 적진의 지휘관 마족을 참살하던 것이 그러했다.
모든 조직은 우두머리를 제거하 면 와해되는 법이다.
어떠한 사건에서도 사건의 주동 자를 제거하면 대부분 해결되는 법이다.
그렇기에 태식은 이렇게 어둠과 함께 발품을 파는 일을 즐겨 했 었다.
화르르륵-.
또 하나의 서명지가 검은 불꽃 으로 타들어 간다.
그 안에 적혀 있는 이름들도 함 께 재로 화한다.
꾹꾹 눌러쓴 이름에 깃든 원한 과 분노 또한 함께 사그라지길 바랄 뿐이다.
태식은 마지막 남은 서명지를 보았다.
양춘재라는 이름 아래로 수많은 이름이 적혀 있다.
다른 서명지의 두 배, 세 배를 넘는 숫자다.
미끼식 마케팅과 공장형 분업 수술 시스템을 처음으로 고안하 여 시행한 작자다.
이 유령 수술을 마의 한 형태로 본다면 이 작자가 바로 그 마를 뿌린 근원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태식은 끊임없이 이어진 그림자 를 따라 양춘재의 집으로 이동했 다.
주택이라고 하기엔 너무 거대한 저택이었다.
이 일대 전부가 고급 주택단지 였지만, 양춘재의 집은 그중에서 도 손에 꼽을 만큼 컸다.
정원에 가득 피어 있는 꽃들은 전문 정원사의 손을 탄 듯 화려 하고 아름다웠지만, 향긋함보다 는 피비린내가 느껴지는 듯했다.
미술관에 가서야 볼 수 있는 그 림과 당장 박물관에 전시해도 어 색함이 없을 장식품을 무심히 가 로지른다.
태식은 양춘재가 있는 방문 앞 에 섰다.
현관문도 아닌 방문에 도어락이 달려 있다.
“훗.”
태식의 손이 문손잡이를 잡는 다.
손잡이 걸쇠가 의미 없이 스르 륵 돌아갔다.
방문은 삐그덕 소리도 없이 부 드럽게 열렸다.
그 안에서 강한 다크매터가 몰 아 닥쳤다.
간단한 반발식 보호 결계다.
굳이 손을 써 해제할 것도 없을 정도의 힘일 뿐이다.
태식은 그 결계를 무시하고 안 으로 밀고 들어갔다.
“웃긴 놈이네 이거.”
결계 안쪽으론 환영 마법이 걸 려 있었다.
벽면에 붙어 있는 사자 머리 조 각상이 내보이는 환영이다.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 아이템 이 있다.
어설프게 쓰지 않고 전부 알맞 은 용도로 알맞게 배치한 것이 다.
태식은 발 한 번 툭 튕기는 것 으로 그 모든 것을 와해시켰다.
침대에 누워 있던 양춘재가 일 어났다.
당황함도 없고 흐트러짐도 없었 다.
“야심한 밤에 소리도 없이 담을 넘은 것을 보면 여간한 도선생은 아니신 듯하오만.”
목소리도 잠긴 것 없이 카랑카 랑하다.
띠리링-.
인터폰 벨이 울린다.
-교수님, 경보 발생이 떠서 연 락드렸습니다.
“됐네. 내 알아서 함세.”
양춘재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통화를 끝내곤 태식을 보았다.
눈동자에 별반 흔들림이 없다.
“거 앉으시게. 요즘 능력 발현 자가 많다 보니 자네 같은 손님 들이 많이 와.”
자리에서 일어나 슬리퍼를 신는 다.
“자네도 실내화를 신고 있구먼. 젊은 도선생이 예의가 있어. 어 허허.”
그가 태식의 슬리퍼를 슬쩍 보 곤 허허 웃는다.
그 기도만 보면 일국의 왕이라 해도 될 판이다.
너무도 당당하고 또렷하다. 또 한 흔들림이 없다.
태식은 순간 자신이 잘못 찾아 왔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양춘재?”
“이름을 알고 찾아왔나? 그러면 보물 창고인 줄 알고 문을 연 건 아니구먼.”
양춘재는 테이블 한쪽에 놓인 양주를 열었다.
자작하게 술을 따라 권한다.
“한잔하시게. 도선생도 손님인 데 그냥 보내면 안 되지.”
“로코코 성형외과, 아니었나?”
“작은 병원 하나 운영하긴 했었 지. 벌써 그것도 5년 전이네만.”
태식은 서명지를 꺼냈다.
이름이 깃든 원념의 근원에 의 식을 연결하고, 그 원념의 원을 이뤄 주면 된다.
간단한 일이다.
양춘재의 몸에 깃든 다크매터 도, 그가 가진 부와 권력도 무엇 하나 하잘 없으니 말이다.
“참 미안한 일이지.”
“뭐라고?”
태식은 의식을 연결하려던 것을 멈추었다.
“미안한 일이라 하였네만.”
미안하다 한다. 그것은 진심이 다.
하지만 후회와 반성이란 감정은 느껴지지 않는다.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해야 지.”
“당신이 한 짓이 어떤 짓인 줄 알고 있는 거지? 지금 미안하다 고 하는 게 그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고.”
“그러네. 성형수술 부작용을 두 고 하는 말 아닌가?”
“하-.”
기가 차는 일이다.
“세상일이란 게 원래 그런 것 아닌가. 이치대로 흘러가는 것이 네만.”
“뭐가 이치대로 흘러갔다는 거 냐.”
“싼 건 다 이유가 있음이야. 세 상 이치 아닌가? 이 쉬운 것도 간파하지 못하는 이들이니, 내가 아니어도 누군가에겐 수업료를 지불했을 것이네.”
너무도 당당하다. 오히려 꾸짖 는 듯한 뉘앙스다.
“물론 그네들의 삶이 피폐해졌 다는 것엔 위로를 보내네만, 누 군들 안 그런가. 삶은 모험이네. 공부해야 하고, 조심해야 하며, 살펴야 하지. 스스로 얻지 못하 여 스스로 망친 것을 남을 탓해 봐야 무엇이 달라지는가?” 태식의 미간이 잔뜩 좁혀 든다. 그와 반대로 양춘재의 얼굴은 환 히 밝아졌다.
“이 치열한 세상에서 치열하게 살지 않는 삶이 도태되는 것은 맞지 않냐 이 말이야.”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 선이 지.”
“이보게,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피해를 주네. 자네라고 다른가. 자네 또한 이렇게 나에게 피해를 주고 있지 않나.”
“하—.”
영 역겨운 놈이다.
차라리 타인의 감정에 무감각한 사이코패스가 오히려 나을 정도 다.
양춘재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 고 있으면서도 그게 어쩔 수 없 는 자연의 섭리라 말하는 것이 다.
“그럼 네 삶도 도태되어도 할 말 없겠지?”
“그거야 서로 노력하기 나름 아 니겠나.”
양춘재의 몸에 물킁 검은 기운 이 올라왔다.
그 순간 엄청난 압력이 밀어닥 쳤다.
태식이 손을 뻗어 그 압력을 막 았다.
그러곤 그대로 앞으로 걸어 나 갔다.
한 걸음, 한 걸음 무심하다.
“힘깨나 쓰는 친구였구먼!”
양춘재의 시선이 그제야 다시 인터폰으로 향한다.
“왜? 이제는 보안팀을 부르고 싶나 봐.”
태식이 손이 양춘재의 목을 움 켜 쥐었다.
“세상은 본래 노력하는 자가 쟁 취하는 것이다. 더 많이 공부하 는 자가 더 많이 배우는 것이고, 더 많이 일한 자가 더 많은 것을 가져가는 것이며, 더 창의적인 자가 새로운 혁신을 끌어 오는 것이다.”
“그게 네 당위성이 될 수 없 다.”
“누구라고 다를까! 환자들 중에 는 자기 친구를 데리고 오던 환 자도 있었다. 일부러 싫어하는 친구를 속여서 데리고 오던 애도 있었다고. 그런 애들도 피해자 냐.”
“그것이 네 참작 사유가 되는 것도 아니야.”
“원래 그런 세상이라고 말하는 거다! 원래!”
양춘재는 발악하며 악다구니를 썼다.
검게 물든 그 손톱이 태식의 팔 뚝을 파고든다.
여간한 힘이 아니다.
인간의 범주는 이미 아득히 넘 어섰고 어지간한 마물의 힘으로 도 견주지 못할 정도다.
“강한 자가, 더 똑똑한 자가, 더 창의적인 자가 차지하는 세상이 다. 더 진취적인 자가, 먼저 행동 하고, 먼저 노력하는 자가 차지 하는 것이 섭리란 말이다. 이것 에 그 어떤 불공정함이 있는가.”
태식은 대꾸하지 않고 목을 움 켜쥔 손에 힘을 더했다.
태식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어 둠이 양춘재의 전신으로 퍼져 나 간다.
“그래서 공부하라 하지. 그래서 노력하라 한다. 아주 어릴 때부 터 세상의 정답을 알려 주고 조 언하지. 하지만 그것을 무시한 놈들이다. 왜 남을 의심하지 않 는가. 그것은 스스로 공부할 노 력을 하지 않는 것이다. 쉽게 믿 음은 매사에 안일하단 것이고, 안일함은 나태함에서 온다.”
빠드드득-.
뼈마디 분질러지고 근육 찢어지 는 소리가 몸 곳곳에서 번진다.
그럴수록 양춘재의 두 눈은 검 게 물들어 갔다.
“2등 한 자에게 1등 한 자는 가해자다. 1등 한 자가 2등 한 자의 슬픔을 위로할 순 있지만, 반성까지 해야 하는가?”
“되지도 않는 헛소리 그만 늘어 놔라. 귀가 썩을 지경이다.”
“어차피 밟힐 것들이다. 노력하 지 않는 것들이고, 되는 대로 살 아가는 것들이다. 이 세상이 스 스로 변별력을 가지지 못한 것들 이 생존할 수 있을 만큼 호락호 락한 줄 아냔 말이다!”
빠득, 뻐걱-!
검게 옥죈 그림자가 사지를 역 으로 꺾어 냈다.
허리가 접히고 갈빗대가 바스러 졌으며 내장이 찢어졌을 텐데도, 양춘재는 비명 한마디 지르지 않 았다.
“니 말대로면 네가 이 꼴이 나 는 것도 노력하지 않아서 그런 거냐? 내가 널 죽이겠다고 하면 그걸 그냥 겸허히 받아들일래?” “사자가 사슴을 잡아먹겠다는데 사슴이 무슨 말을 할까. 살려 다 오, 살려 달라 하겠지. 하지만 그 게 통하나? 그러니 나도 통하지 않을 테야.”
양춘재는 지금의 죽음을 받아들 이겠다고 하는 것이다.
체념이라면 체념이고, 승복이라 면 승복이다.
하지만 태식은 양춘재의 마지막 을 전송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오롯이 자신이 옳다는 저 얼굴 을 보라.
사지가 틀어지고 꺾였음에도 고 통 한 점 없는 만족만이 가득하 다.
“나는 지금 이 순간이 억울하지 않아.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이렇 게 받아들여지는 걸 보면, 스스 로 떳떳하게 살아온 것 아닌가. 하하하하. 그러니 맞는 게야. 약 하기에 빼앗기는 것이고, 약하기 에 잃는 것이지. 그게 세상 이치 다.”
양춘재는 회한 없이 웃었다.
오히려 크나큰 만족을 향유하듯
밝은 얼굴이다.
죽음을 앞둔 이의 얼굴이라 볼 수 없다.
괴기하고 꺼림칙하다.
“아니라 할 참인가?”
“개소리 마라. 그딴 말에 넘어 가 널 살려 둘 생각 없다.”
“나도 피해자라고 부르짖는 그 패배자들을 죽이지 않았다. 나를 살리고 죽이고는 이미 상관없는 상황 아닌가. 지금 꼴을 봐라. 네 가 이겼기에, 네 마음대로 하고 있지 않나. 하하하하하.” 한바탕 웃던 양춘재는 갑자기 웃음을 툭 끊어 냈다.
“이봐 젊은이, 결국 사람은 가 진 힘대로 가는 것이네. 그것이 사람의 본성이야. 위로 나아가고 밖으로 나아가고. 그런 본능이 있기에, 우리 인류는 지구를 정 복하고 우주로 뻗어 가는 것이 야.”
양춘재의 눈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온다. 너무도 순수한 다크 매 터다.
사람이 몸에 담을 수 없는 순수 함이다.
자연 상태의 순수한 다크매터를 몸에 담는다 하여도 그 순간 신 체의 영향을 받아 형질이 변형되 기 때문이다.
“너…… 누구냐.”
양춘재를 두고 물은 게 아니다.
그 안에 만들어지고 있는 마의 결정에 대고 물은 것이다.
“그 본성을 정의로 포장한 공명 심으로 거세하려 하지 마라. 인 간은 집단으로 동족을 사살할 정 도로 흉폭하지만, 그 흉폭함이 만든 전쟁이야말로 더없이 많은 번영을 가지고 왔다.”
“개소리 그만하고 나와라. 사람 도 아닌 놈■이 왜 사람 껍질을 쓰 고 있냐.”
“선행을 위한 향상심은 절대 복 수와 질투를 위한 향상심을 이기 지 못한다. 인간 본성의 총합은 언제나 승리에 가깝다. 너 또한 그와 다르지……
뿌드득-.
양춘재의 머리가 세 쪽으로 갈 라진다.
그 안에서 굵은 뿔이 대나무처 럼 자라 올랐다.
위이이 이-.
일대의 모든 다크매터가 요동친 다.
압착시켜 둔 온몸의 근육이 다 시금 부풀어 오른다.
바스러트려 둔 뼈마디가 다시 연결되어 그 몸집을 불려 냈다.
양춘재의 목을 움켜쥔 태식의 손이 벌어진다.
한 손으로 움켜쥐기만 해도 톡 부러트릴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목이 두 손으로 쥐어도 다 두르 지 못할 정도로 굵어졌다.
“강한 자가 승리하고, 강한 자 가 쟁취한다. 그와 같은 질서가 아니라면 누가 향상하려 하고, 누가 진정으로 노력하는가.”
목소리마저 노인 특유의 톤이 사라졌다.
양춘재의 몸에 세월을 이기지 못한 노인의 쇠락함은 단 한 톨 도 남지 않았다.
“한 생명으로 태어나, 강함을 좇는 것이 무엇이 잘못이며! 그 것을 실천하는 것이 왜 지탄받을 일인가!”
허리가 펴지고 두 다리로 곧게 땅을 지지한다.
굽은 목을 펴니 당당히 뻗쳐 올 라간 뿔이 천장을 찌른다.
“패배자를 측은히 여기되, 승리 의 행보에 왜 후회가 있어야 하 냔 말이다! 멸절자여-! 그대야말 로 그 증명이지 않나!”
“갈람-!”
마왕군 최강의 무력 갈람이 인 간의 육신을 벗고 현신했다.
마는 어디서 오는가 (3)
그저 굳건하다.
두 다리로 서 있는 것뿐인데 높 디높은 산 아래 서 있는 것 같은 존재감이 다.
머리 위로 곧게 솟은 뿔이 그 존재감의 증명이다.
“그만한 뿔을 달고……
갈람의 손이 태식에게 뻗어 나 왔다.
그 뻗음이 느리게 보이는 것은 태식의 신경이 발달한 탓이지, 갈람의 속도가 느린 것이 아니 다.
그 손을 막으려 내뻗는 태식의 손 또한 그와 비슷한 속도이니 말이다.
스으윽-.
갈람의 손이 슬며시 쥐어진다.
빈틈없이 움켜쥐는 손이 아니 다. 그렇기에 그 안에 공과 허가 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공과 허가 자리를 마련 하고 있기에, 무수한 다크매터 또한 자리 잡을 수 있음이다.
그저 주먹.
갈람은 그것을 그저 주먹이라 말했다.
산을 날려 버리고 호수를 터트 린다 하여도 그저 주먹이다.
갈람의 주먹이 태식의 손바닥에 닿는 순간, 거대한 힘이 폭발했 다.
콰앙-!
태식은 뒤로 주르르 밀려났다. 결계가 늦었다면 지하실까지 처 박혔을 것이다.
후드드득-.
벽면이 터져 나가고 천장이 내 려앉았다.
방 안 집기는 말할 것도 없다.
허물어진 벽 너머로 불빛들이 반짝이는 게 눈에 들어온다.
주변에 있는 집들이 소리를 듣 고 조명을 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