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8)_6
갈람은 그것을 신경 쓰지 않고 태식만을 주시했다.
“오밤중에 동네 시끄럽게.”
공허를 쥐었던 갈람의 주먹이 슬며시 풀어졌다.
그것은 싸움을 그치는 것이 아 니다. 주먹을 다시 쥐기 위한 과 정일 뿐이다.
“크로우, 어둠을 내려라.”
태식의 그림자가 쭈뼛 섰다. 온 사방으로 어둠이 퍼져 나갔다.
크로우는 일대의 모든 것을 어 둠으로 집어삼켜 심연으로 끌어 들였다.
솟구쳐 오르는 그림자가 갈람의 허리를 움켜쥐고 떨어지는 어둠 이 갈람의 목을 휘감았다.
갈람의 손이 목을 두른 어둠을 살포시 말아 쥔다.
그 옅은 쥠 안에도 공과 허가 있다.
파방! 파바바방!
그 손아귀에서 풍선 다발 터지 는 소리가 요란하다.
갈람의 목을 감은 어둠이 집중 사격에 끊긴 쇠사슬처럼 잘려 나 왔다.
“편히 보내 주진 못하겠다.” 어둠을 둘러 입은 태식의 손에 무력의 검 곤이 들려 있다.
곤의 도신엔 날이 없다.
검이라 할 수 없이 굵고, 검이 라 할 수 없이 무겁다.
곤은 적을 베기 위한 검이 아닌 짓이기기 위한 검이다.
그것은 상징은 전투가 아닌 형 벌이며 공포이자, 처형이다.
그리고 태식은 이것을 심문의 절차에서도 쉬이 사용하곤 했었 다.
갈람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 다.
그러곤 가볍게 쥐었다 펴 본다.
갈람은 흡족한 듯 입꼬리를 말 아 올리며 태식을 보았다.
“멸절자여, 멸마검을 들라.”
“훗.”
태식은 손에 쥔 곤을 뒤로 던졌 다.
팽그그를 돈 곤은 콘크리트 바 닥에 손잡이만 남기고 푸욱 꽂혀 들어갔다.
“궁금한 게 많다. 그러니 일단 널 다져 놔야겠다. 승리한 자가 모든 것을 쟁취하는 것이라 했으 니 달게 받아라.”
태식이 한 발 내디뎠다.
그 걸음에 뻗어 나간 어둠이 주 변을 할퀴곤 다시 돌아와 태식의 다리를 감쌌다.
“그대는 실로 오만하여, 그럴 만한 자격이 있다.”
갈람이 마주 앞으로 걸어왔다.
그림자가 요란하게 파동 친다.
쉐에에엑-.
두 주먹은 얕은 수 없이 곧게 서로를 향해 뻗어 갔다.
콰앙-!
거대한 철추가 빌딩을 때리는 듯 지축이 울린다.
그 충격으로 순간 어둠이 흩어 졌다가 다시 뭉쳐 들었다.
파르르 머리칼이 곤두서고 빠드 득 척추가 요동친다.
다시금 주먹이 날아온다. 제 육 신마저 버티지 못하는 주먹이다.
갈람은 삶을 갈망하는 것 없이 전심전력으로 주먹을 뻗었다.
요행을 바라지 않는다.
다른 꾀를 내는 것도 아니다.
갈람은 본디 그러했고, 그러했 기에 11대장군 중 첫 번째 자리 에 앉은 것이다.
쾅
콰앙-!
연속되는 충격에 심연을 이루고 있는 어둠이 연신 찢겨 나간다.
금방 수복되긴 하지만 그 짧은 틈에도 싸움의 여파가 일대로 퍼 져 나가는 중이었다. 태풍이 몰아치는 것처럼 유리창 이 깨지고 나뭇가지가 뜯겨 나간 다.
트르르륵!
끊겨 버린 고압선이 성난 뱀처 럼 요동쳤다.
“멸절자여! 왜 분노하지 않는 가!”
갈람이 크게 소리쳤다. 질책이 자 질타이다.
“내가 기억하는 그대는 마 그 자체였다! 오롯이 마에서 태어난 순수한 멸절의 기세는 다 어디 갔단 말인가!”
“혀가 길어!”
주먹을 내뻗던 태식이 다리를 밖으로 빼며 자세를 틀었다.
그러곤 뒤꿈치로 발목을 찍어 찼다.
콰앙!
덤프트럭이 담벼락 들이박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바닥이 움푹 꺼졌다.
갈람의 발목이 퉁퉁 부어올랐 다.
여간한 놈이었다면 다리 전체가 뜯겨 나갔어야 할 공격이었다.
“얕고, 옅음이다! 지킬 자가 없 어서 그러한가? 잃은 것이 없어 서 그러한가?”
갈람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꾀를 쓰지 않는 놈■이다. 그래서 뭘 하려는지 대번 보인다.
허공을 향해 격하는 주먹은 무 고한 이에 대한 학살의 의지가 담겨 있다.
“이 새끼가-!”
태식이 급히 손을 뻗었다.
갈람의 등을 향한 그 손에서 멸 마검이 솟구쳤다.
푸욱-!
길게 뻗어 나간 멸마검이 갈람 의 등을 꿰뚫었다.
촤자자작-!
그러곤 죽음이 되어 갈람의 온 몸을 갈라놓았다.
갈람의 육신은 얼기설기 자른 고깃덩이가 되어 투두둑 떨어졌 다.
찐득한 피가 용암이 흐르는 것 처럼 느리게 퍼진다.
“후우-. 왜 안 하던 짓을 하 냐.”
태식은 갈람의 머리통을 발로 툭 쳐 뒤집었다.
희번덕 뜬 눈동자가 아직 살아 있다.
뿔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태식은 그 굵은 뿔을 잡아 잘린 머리통을 들어 올렸다.
뿔이 건재하다 한들 목이 떨어 졌으니 의식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떻게 숨어 있었냐. 이만한 뿔을 달고 어떻게 숨어 있었어?” 태식은 조급함을 숨기지 않고 물었다.
허튼짓만 안 했으면 곤으로 자 근자근 다져 가며 심문을 했을 텐데 말이다.
“기억을 읽으면 될 것 아닌가. 그 또한 승리자의 쟁취이다.”
“오냐. 보자.”
태식은 갈람의 기억을 끄집어내 려 했다.
역시나 반발한다.
기억 읽기 또한 마법이다.
그에 대한 파훼법이라든가 방어 기술을 마족이 모를 리 없다.
다만 태식이라면 그러한 저항을 힘으로 뚫어 낼 수가 있긴 한데, 문제라면 그 과정에서 뇌가 크게 손상된다는 것이다.
결국 태식으로서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는 결과는 같다.
“이 자식이 장난하나.”
갈람은 이번에도 기억을 내주지 않고 저항했다.
원래 이런 놈이다. 패배하였으 나 굴복하지 않는다.
태식은 그래서 갈람이 싫었다.
적이라 하여도 멋있네 어쩌네 하는 달달한 감상은 없다.
회유도 통하지 않고 그렇다고 제압하여 가용하지도 못하는 골 치 아픈 적일 뿐이다.
“어차피 숨 떨어질 놈•이 무슨 오기를 이렇게 부리냐.”
“꺾이지 않는다면 패배하지 않 는 것이다. 나는 승리를 갈구하 는 욕망에 부끄러움이……
점차 느려지던 목소리가 끊기며 갈람의 의식 또한 끊겼다.
검은 동공이 완전히 풀려 맥을 잃었다.
태식은 머리통을 툭 내려놓았 다.
“이러면 판을 다시 짜야 되 나……
심계에서 몬스터가 넘어온다.
그것은 현재에도 당면할 수 있 는 위험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것은 헌터들이 심계의 입구를 점거하 면서 안정화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완벽 봉 쇄라는 것은 아니다.
고위 마족이라면 굳이 입구가 아닌 다른 길을 내어 넘어올 수 도 있는 일이고 헌터들의 기척을 피해 나올 수도 있는 일이다.
태식은 지금까지 그것의 가능성 을 여럿 보았다.
아그니는 원소 기반 마족이니 특별한 경우라 치더라도 마몬이 있고 벨제르가 있었다.
그래서 수호단을 둔 것이다.
히어로 센터로 시작되어 수호단 으로 완성된 능력자 자경단은 특 수한 위급 상황에 대한 모든 대 응력을 가진 조직을 만들고자 함 이었고, 그 안에는 몬스터나 마 족에 대한 대응도 포함되어 있었 다.
그렇기에 지금 상황은 너무도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차라리 벨제르가 이렇게 숨어 있는 것이라면 그럴 만하다 할 것이다.
벨제르는 원래가 숨기에 능하고 제 자신을 드러내는 놈이 아니니 특별히 놀랄 것도 없다.
그런데 갈람이다.
갈람은 자신의 존재감을 숨기지 않는다.
전투에 있어서 전략, 전술을 활 용하지 않고 언제나 전면전만을 고수하는 놈이다.
잔꾀를 부리지 않아도 될 정도 로 강한 놈이었고, 태식도 처음 갈람을 마주했을 때는 숨이 턱 막히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었다.
힘을 숨기거나 잔꾀를 부리지도 않는 성격에 가진바 힘도 강력한 놈인데, 지금껏 알아차리지를 못 했다.
몇 번이고 한국 전역에 걸쳐 기 운을 투사했었는데도 말이다.
“딱히 힘이 약한 것도 아니었는 데……. 뿔 크기를 봐도 그렇고.”
로아에서보다야 약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절대적으로 약한 수준 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숨어 있 었던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된다.
“숨어서 힘을 키우던 게 아니 면……
그렇다면 갈람이 양춘재를 숙주 로 삼아 성장하기 시작한 기간이 굉장히 짧다는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금과 같은 힘을 품은 채 양춘 재에게 기생하고 있었다면, 놈을 대면하는 그 순간 그것을 파악하 지 못했을까 싶다.
한데, 태식은 그러지 못했다.
양춘재의 몸에서 갈람의 뿔이 솟아 나오는 것을 보고 난 후에 야 갈람임을 인지했다.
“후우-.”
수호단을 꾸리고 그 체계가 이 제 좀 안정됐다 싶어 내심 흡족 하던 참이었는데, 이거야 원 고 라니 막았더니 멧돼지 뛰어오는 격이다.
마족들의 헌신 방식에 새로운 경우의수를 확인했으니, 지금보 다 훨씬 강력하고 촘촘한 방어 시스템을 구축해야 된다.
“야 인마. 내가 이겼으면 힌트 라도 하나 던져 놓고 가야 될 거 아니냐.” 태식은 담배 한 대 빼 물고는 갈람의 머리통을 발로 툭툭 굴렸 다.
초점 없는 눈이라 하여도 궁해 보이지 않는다.
아그리파 흉상 같달까.
여러모로 보람 없는 녀석이다.
“쓰으읍. 진짜-.”
더욱이 분명 영멸시켰던 놈들이 부활하고 있다.
영멸 전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 고 있으니 이것은 분명 윤회가 아닌 부활이 맞다. 실상 신경 쓰이는 부분은 그것 이었다.
최강의 무력을 가진 갈람의 현 신이 가능하단 것은 다른 11대 장군 모두 그 가능성이 열린다는 것과 같다.
“이러다 마왕까지 부활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그리고 마왕까지도.
다시 싸워 이길 자신이 없는 것 은 아니다.
이긴다. 분명 이길 것이다.
그런데 그 과정이 짜증스럽다. 전투에 휘말려 피해를 보는 사 람들이 생겨날 것이고, 그 이전 에라도 마왕 놈이 숙주의 몸에 숨어 무슨 악행을 저지를지 모를 일이다.
마의 기운을 모으기 위해서라면 못 할 짓이 없는 놈이니 그 폐해 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일 수 도 있다.
“이 자식 진짜. 쓸데없이 곧아 서는.”
태식은 갈람의 머리에 담뱃불 퉁 튕겨 내곤 주변을 갈무리 했 다.
이러고 더 있어 봐야 딱히 답이 나오는 건 아니다.
태식은 주변과 차단한 어둠을 다시 불러들이며 갈람이 남긴 흔 적까지 전부 쓸어 담았다.
그제야 사이렌 소리와 함께 요 란한 경광등 불빛이 눈에 들어왔 다.
그리고 저 멀리, 환히 밝혀진 실내에서 구경을 하며 내다보는 실루엣들도 눈에 들어온다.
“일단 불은 안 난 것 같으니까 소방팀은 대기하셔도 될 것 같습 니다. 저희가 먼저 들어가겠습니 다.”
경찰이 총을 꺼내 들고 진입을 시도하려 했다.
“저기요, 그러지 마시고 그냥 수호단 기다리는 건 어떻습니 까?”
“소방은 사람 구하는 게 임무 고, 우리 경찰은 사건 현장 확인 하는 게 임무 아닙니까.”
팀장은 자못 기분 나쁠 법도 한 소방관의 말에 날 세우지 않고 대꾸한 후 다시 진입 명령을 내 렸다.
그때, 그의 전화벨이 울린다.
“서장님, 보고받고 일어나셨습 니까? 예, 아, 조용히요? 그런데 이게 신고가 일대에서 너무 많이 들어서요. 수호단에도 신고가 들 어갔을 겁니까. 아, 아닙니다. 알 겠습니다. 그럼 저희라도 조용히 빠지겠습니다.” 그는 진입 명령을 끝내 내리지 못했다.
태식의 시선이 저 너머의 구경 꾼에게 향했다.
마침 그도 전화를 하던 중이라 서 말이다.
“품위 없이 말이야, 뭘 저렇게 호들갑을 떨어.”
“그러게요. 괜히 기자들까지 불 러다가 요란 떠는 거 아닌가 모 르겠어요.”
“그쪽이야 나 아니어도 막을 사 람 많으니까 알아서들 막아 주겠 지. 다들 이름 오르내리는 거 싫 어하니까.”
태식은 쯧쯧 혀를 찼다.
“인간들 참.”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도 이유일 것이고, 동네 품위 손상된다는 것도 이유일 것이고, 자신들 사 는 곳이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 리는 것 자체가 불편하단 것도 이유일 것이다.
뒷일 알아서들 처리해 준다는데 신경 좀 거슬린다고 면담까지 할 건 아니다.
그리고 이미 다른 것으로 신경 이 쏠려 있는 상태이기도 하다.
“장군급이 계속 이렇게 툭툭 튀 어나오면 안 되는데.”
태식은 좀 더 손을 써야겠다 여 겼다.
마는 어디서 오는가 (4)
태식은 저택 일대를 훑어 냈다.
숭배회라든가 어떠한 소환 의식 이 치러진 것 같은 흔적을 찾아 봤지만 딱히 단초가 될 만한 건 없었다.
특별한 예방법이 없다면 대비를 강화하는 수밖에 없긴 하다.
‘이래서야 수호단을 키우는 것 만으론 대비가 안 되겠는데.’
수호단 행동 강령에는 일선 출 동 단원들은 몬스터와 대치 시에 무리하게 전투를 벌이기보단 상 황 파악을 먼저 하여 상부에 보 고토록 되어 있다.
그 보고가 유성에게 올라감은 물론이고, 유성의 능력에도 불가 하다 한다면 태식에게까지 올라 온다.
수호단원의 평균 능력을 감안하 면 군단장급을 대응하기 버거운 수준이지만, 이런 식의 초기 대 응 집중식의 운영이라면 급한 불 은 충분히 끌 수 있을 거라 여겼 다.
실제로 지금까지 그러했고 말이 다.
그런데 대장군급은 논외다.
갈람이 힘을 쓰는 상황에서 자 신이 없었다면 동 단위 규모가 아니라 구 단위 규모로 지역이 초토화되었을 것이다.
‘좀 더 포괄적인 감시 시스템이 필요하겠어.’
물론 태식이 가지고 있는 군용 물자 중엔 마족의 침입을 감시하 는 추적 장비라든가 레이더 장비 같은 것이 있긴 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들의 성능이 태식 자신의 감각보다 높지 않다 는 점이다.
이번 갈람의 경우를 생각하면 기존의 감시 아이템의 성능을 업 그레이드해야 된다는 건데, 그 규모를 가늠하자면 따로 팀을 구 성해서 운영해야 할 정도가 될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추가적인 인력 증 강이 필요한 것이다.
태식은 시간을 확인했다.
새벽이다.
진인이든 이린이든 이 시간에 소집을 하는 게 내키지 않는다.
태식은 일단 집무실로 가서 사 안과 아이템을 정리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