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lf Price Pawn Shop RAW novel - Chapter (38)_7
이동을 하려는 찰나 어떠한 기 시감이 뒷목을 스쳤다.
뭔가 스산하다. 꼭 등 뒤를 잡 히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태식은 하늘로 올라섰다.
조금 더 큰 시야로 일대를 살폈 다.
기본적으로 지대가 높은 동네 다. 거기에 건물까지 높고 크다.
그저 집이 모여 있는 마을을 내 려다보고 있는 것뿐인데도 어떠 한 향상심이 느껴진다.
상승하고자 하는 욕구다.
열망이나 열정, 욕심이라고 부 를 수도 있다.
다만 신경 쓰이는 것은 그것이 너무 진하다는 것이다.
상승욕에 어떠한 측은심이나 동 정, 정의감, 양심 따위의 감정이 섞여 있지 않다.
오직 상승하고자 하는 욕구만이 열탕처럼 끓어오른다.
승리한 자가 모든 것을 가진다 고 부르짖는 갈람과 가장 어울리 는 기운이다.
“ 설마••••••
태식은 의식을 더욱 집중했다.
다크매터의 흐름을 보는 것과는 다르다.
사람들의 의식을 읽고 군중의 합인 사기를 읽어 냄이다.
일대의 기운이 위로 상승하고 있다.
“이 정도 합치가 일어날 정도란 말이야?”
군집해 있는 이들의 의식이 하 나로 합일되고 그 합일된 의식이 강렬한 열망으로 투영될 때. 그 럴 때 태식은 합치가 이루어진다 고 표현했다.
그리고 전투에 있어서 군의 사 기를 확인하는 데 있어 가장 쉬 운 척도가 바로 그 합치였다.
적을 쓸어버리겠다는, 후퇴 없 이, 물러섬 없이 마를 멸하겠다 는 그 의지와 열망의 합치.
그 합치의 기운은 불과 같이 성 나고 칼과 같이 날카롭게 일어나 적진을 향해 있곤 했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 그 합치 의 기운이 상승을 나타낸다.
오직 상승. 하늘에 닫고자 하는 상승이다.
하나의 뻗침도 하강의 기운 없 이 하늘만을 올려다본다.
“이거구나.”
태식은 그 상승기의 맥을 찾으 며 하늘로 올라갔다.
구름을 발아래 두고 볼 정도의 높이가 되어서야 상승을 멈추었 다.
그곳에 방금 흩어 낸 갈람의 뿔 이 다시금 연성되는 중이었다.
“몰래 힘을 키운 게 아니었어.”
공명을 이루는 한 개인의 몸에 숨어들어 힘을 키운 게 아니었 다.
합치를 이루는 힘을 받아 단번 에 성장한 것이다.
양춘재의 기운이 그토록이나 강 했다고 볼 순 없다.
하지만 힘의 촉매 역할을 한 것 은 분명하다.
양춘재의 기운에 반응한 갈람의 령이 일대의 모든 기운을 받아 단번에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태식은 지금 그 탄생의 순간을 있는 그대로 목도하는 중 이었다.
우웅- 우우웅-!
허공에서부터 연성되는 뿔은 이 미 어린아이 팔뚝 크기를 넘어섰 다.
그럼에도 아직 그 뿌리가 보이 지 않는다.
휘이이이잉-.
거친 바람이 귓전을 스친다 싶 더니 금세 구름을 휘감아 몰아친 다.
바람이 모여 들고 그 바람이 구 름을 끌어 온다.
온 하늘에 엉켜 흐르는 다크매 터 줄기가 요동친다.
크르르릉-!
요동치는 다크매터 줄기가 서로 충돌하며 강력한 힘의 파장을 일 으켰다.
콰르르르릉-!
붉은 격뢰가 검은 하늘을 가로 질러 지상으로 내려 꽂혔다.
그 힘에 반응한 것인지, 상승기 가 더 빠르게 용오름쳐 솟아올랐 다.
츠즈즉-.
연성되는 갈람의 뿔에서 스파크 가 튀어 오른다.
제대로 된 현신이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그 힘의 파동이 거세 다.
“거 오밤중에 난리 피우게 생겼 네.”
태식은 강한 사념으로 동료들에 게 의식을 뿌렸다.
-사장님, 하늘에 계십니까?
-안 그래도 연락하려던 참이네 만!
-태식 씨? 태식 씨, 지금 무슨 일 터진 거죠?
다들 정신 바짝 차리고 있는 채 다.
“유성, 긴급 상황이다. 수호단 비상령 내려라.”
-알겠습니다!
유성은 되묻는 것 없이 바로 움 직였다.
“허허. 이거 참, 아닌 밤중에 날 벼락이구먼.”
그사이 진인이 곁으로 왔다.
“내 한 손 거들겠네.”
“방해입니다.”
태식은 멸마갑을 두르며 말했 다. 그리고 손엔 죽음으로 벼려 낸 멸마검을 쥐었다.
진인은 그 긴장감을 오롯이 느 꼈다.
“그럼 내가 뭘 해야 하나?”
“중간 지점에서 여파를 막아 주 십시오. 난리 좀 피울 겁니다.”
“알겠네.”
진인은 두말없이 구름 아래로 내려갔다.
태식이 피워 내는 힘의 크기를 보건대, 괜히 버티고 있을 상황 이 아니었다.
위이이 이-.
위에에에에엥-!
작게 울리기 시작한 사이렌 소 리가 순식간에 서울 전역으로 퍼 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수십 줄기의 빛기 등이 하늘로 솟았다.
수호단의 경계령이 문제없이 발 동된 것이다.
유관된 모든 기관에도 긴급 경 계 태세가 전달되었을 것이다.
-태식 씨, 저는요? 저는 뭘 하 면 될까요?
“외상 센터 비상으로 돌리시고, 괜히 소방이나 경찰관 출동 안 하게 하세요.”
-외상 센터는 이미 긴급 태세 들어갔어요. 인원 통제는……. 범 위를 어느 정도로 잡아야 하는 거죠?
“하늘에 어둠이 퍼진 범위만큼 요.”
태식의 등에서 뻗어 나온 어둠 이 온 하늘을 뒤덮는다.
시야가 좇아가지 못할 정도로 넓다.
-이, 일단 서울 전역으로 할게 요! 그런데 경찰이 움직이지 못 하면 수호단만으로는 그만한 통 제가 힘들어요. 군에 협조 요청 을 할게요.
“일단 그렇게 하세요. 괜히 전 투기 알짱거리게 하지 마시고 요.”
태식은 평소의 여유로운 기색 없이 있는 그대로의 긴장을 투영 했다.
허투루 듣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괜한 사상자가 나지 않기 또한 바람이다.
“ 전투로군.” 크로우가 깃을 날카롭게 세웠 다.
그 흥분이 전해진다.
“전투랄 것까지야.”
태식은 검은 숨을 길게 내쉬며 슬쩍 손을 털었다.
내려 그어진 멸마검이 갈람의 뿔을 때렸다.
카라라랑-.
쇠사슬 긁어내는 소리가 요란하 다.
긁혀 나간 생채기는 많았지만 큰 손상은 없다.
그리고 그 생채기마저 빠르게 아물어 간다.
지상에서부터 올라오는 합치의 상승기가 더욱 거세진다.
상승을 열망하는 원념이 이토록 이나 강하다.
그럴 만하다.
이것이야말로 이 나라의 힘이니 말이다.
이러한 강한 상승욕이 없다면, 폐허가 된 땅에서 이와 같은 성 세를 그 단시간에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태식은 그 기운을 잘라 보았다.
잠시 잘려 나갔을 뿐 그 흐름이 바뀌진 않는다.
“갈람, 여기가 네놈에겐 그야말 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구나.”
태식의 심장박동이 조금씩 격해 진다.
검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후훗.”
태식은 피식 웃었다. 이것이 긴 장인지 설렘인지 구분이 잘되지
않는다.
어쩌면 저 상승기에 자신마저 영향을 받은 듯한 느낌이기도 했 다.
“잘라 내는 건 안 되겠고.”
태식은 갈람의 뿔에 블랙홀을 연성했다.
블랙홀을 이루기 위한 다크매터 가 빠르게 뭉쳐든다.
그 기운이 블랙홀뿐 아니라 갈 람의 뿔로도 흡수되었다.
힘을 빼앗긴 연성식은 제대로 된 연성을 이루지 못하고 흩어졌 다.
남은 다크매터마저 전부 갈람의 뿔로 빨려 들어갔다.
“힘을 끌어오는 것도 안 되는구 만.”
이미 주변은 지상이 보이지 않 을 정도로 구름이 뭉쳐 있다.
쿠르르룽-.
천둥 번개가 치고 거친 장대비 가 떨어진다.
“이러면 현신이 끝날 때까지 기 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건데.” 태식은 주변 일대의 일정 공간 을 잘라 냈다.
현신을 막을 방법이 없으니, 싸 움은 정해졌다.
화아아아-.
강력한 열기와 함께 빛이 뿜어 진다.
갈람의 주먹이 만든 폭발과 같 은 힘이다.
검을 긋기 전에 어둠의 깃이 먼 저 그 빛을 갈라냈다.
“멸절자여, 멸절을 이루지 못하 였구나.” 온전한 육체로 다시 태어난 갈 람이 태식을 내려다봤다.
“그러게 말이다.”
태식은 슬쩍 몸을 띄웠다. 내려 다보는 꼴이 영 마음에 안 들어 서 말이다.
“어쩌겠냐. 니놈들이 죽여도 죽 여도 바퀴벌레처럼 되살아 오는 데.”
휘익- 내려 그은 검이 공간을 자르며 갈람을 짓눌렀다.
갈람은 맨손으로 찢겨 나가는 공간을 부여잡았다. 그 힘이 충돌하는 순간, 하늘이 일렁거리며 내려앉았다.
공간이 울렁거린다.
일대를 덮어 둔 어둠이 그 파동 에 흔들려 빈틈이 생긴다.
“충만하다. 이곳은 그야말로 충 만한 땅이다.”
갈람은 거침없이 힘을 뿜어냈 다.
뻗쳐 나오는 폭발을 막아 내는 것이야 별일 아니다만, 갈라진 어둠의 틈으로 떨어지는 기운까 지 전부 갈무리하긴 쉽지 않았 다.
“설치지 마라. 네 땅이 아니다.”
태식이 멸마검을 날렸다. 번개 줄기처럼 뻗어 나간 기운이 갈람 의 온몸을 휘감는다.
그러곤 일대의 어둠을 강하게 압축하여 놈을 옥죄었다.
“끄아아아악-!”
갈람이 온 힘으로 그 결막을 끊 어 내려 했다.
그럴수록 옥죈 멸마검의 칼날이 그 목을 파고든다.
근육이 갈라지고 뼈가 긁혀 나 간다.
벗어나려 발버둥 치면 발버둥 칠수록 칼날은 더 깊게 파고들 뿐이었다.
태식은 그대로 검을 조였다. 육 신을 갈라내기 위함이다.
카드드득.
뼈마디 긁히는 소리가 요란했지 만 사지가 끊이지 않는다.
오히려 재생되는 놈의 살점에 멸마검이 삼키고 있다.
“으앗!” 갈람이 몸을 튕겨 태식을 끌어 당겼다.
그러곤 그대로 공허의 폭발을 일으켰다.
화르르르-.
하늘을 불태우는 빛이다.
깊게 잠든 밤하늘이 환히 밝혀 진다.
일순간이라 하지만, 어둠이 살 라졌다.
멸마검을 이루는 어둠이 녹아내 리니 남은 하나는 죽음뿐이다. 태식은 죽음의 기운을 폭발시켰 다.
강한 빛무리 속에서 번뜩이는 갈람의 안광이 검게 물들어 찢어 졌다.
“후우-!”
태식은 멈췄던 숨을 내쉬며 어 둠을 불러 일으켰다.
녹아내린 멸마갑의 빈 공간을 채우고 멸마검을 다시금 손에 쥔 다.
시선은 여전히 갈람의 육신에 고정된 채다.
전신이 뼈가 보일 정도로 너덜 너덜해지고 머리통이 갈려 나갔 지만 뿔은 여전히 건재했다.
“마는……. 어디서 오는가.”
어눌하게 시작된 음성은 신체가 수복되며 또렷이 완성되어 끝맺 었다.
“멸절자여. 묻는다. 마는 어디서 오는가.”
이제는 분명히 알 수 있다.
갈람이 어떻게 현신할 수 있었 는지, 어떻게 제 힘을 온전히 갖 추고 다시 태어났는지. 그 근원이 무엇이고 근간이 무 엇인지.
“영웅이여, 구원자여. 보라, 나 의 힘을. 너의 구원은 어디로 가 는가?”
갈람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합치 의 상승기를 내보이며 미소 지었 다.
마는 어디서 오는가 (5)
번쩍-.
빛이 폭발한다.
그 빛이 진한 어둠을 살라내고 하늘을 뒤엎었다.
“크으읍!”
진인은 안간힘을 써 어둠을 비 집고 나오는 빛을 막아섰다.
“원장님!”
“저리 가게!”
“돕겠습니다!”
유성은 피의 장막을 쳐 진인의 안개를 덧씌웠다.
그러곤 진인의 팔을 걸어 몸을 피했다.
솨아아아-!
그 자리로 빛의 기둥이 떨어졌 다.
그 열기에 닿은 건물이 통으로 녹아내렸다.
“괜찮으십니까?” 진인의 얼굴이 붉게 익어 있다.
“수염 좀 탄 것 가지고 호들갑 인가.”
“몸 사리셔야 합니다.”
“이미 사리고 있네.”